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61 화. 궁지에 몰아넣어라.

서 휴 2023. 6. 13. 14:18

 161 . 궁지에 몰아넣어라.

 

답리가(答里呵)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돌아온 황화(黃花)의 초췌한

모습을 보자몹시 안타까워하면서 후회 어린 탄식을 쏟아냈다.

 

       임금임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환공(齊桓公)이 제군(齊軍)을 일으킨 것은

       영지국(令支國)의 밀로(密盧때문입니다.

 

       밀로(密盧)는 명분 없이 연()에 쳐들어가

       약탈(掠奪)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제게 좋은 계책이 하나 있습니다.
       어서 말해보라좋은 방안이 무엇인가?


       밀로(密盧)의 목을 제환공에게 바치면서

       화평(和平)을 청한다면 싸우지 않고도

       제환공(齊桓公)과 제군(齊軍)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건 어려운 일이다.       

       밀로(密盧)의 처지가 오죽했으면 예까지 왔겠는가?

       친분도 있는 그런 사람을 어찌 죽이겠는가?

 

       답리가(答里呵임금임재상 올률고(兀律古이옵니다.       

       신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라니 어서 말해보시오

       우리가 패함으로써 오히려 승리할 수 있습니다.

 

       아니무슨 계책이라도 있다는 것이오?

       어서 속히 말해 보시 오?


       우리나라 북쪽에 한해(旱海)라는 땅이 있습니다.

       그곳엔 바위와 자갈과 모래언덕만 있어서

       사방에는 물과 풀이라곤 전혀 없는 곳입니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곳에다 시체를 버렸는데

 

       해골만 잔뜩 쌓여 있기에 대낮에도

       귀신이 나타나고 때때로 찬바람이 일어납니다.

 

        그곳의 찬바람은 묘하기도 하답니다.

        만약 그곳 찬바람을 한 번이라도 쐬기만 하면

        사람이건 말이건 소건 간에 모두 병이 듭니다.


        바람과 모래가 일어나면 모래 폭풍이 되며

        눈을 뜰 수 없어한 치 앞도 볼 수 없으며

        마치 길 없는 골짜기에 갇힌 것과 같습니다.

 

        또한길이 미로(迷路)처럼 복잡하고,

        독사(毒蛇)와 맹수(猛獸)까지 득실거려

 

        한번 그 안에 들어가면 날개가 있어도

        살아나올 수 없어미곡(迷谷) 이라 부릅니다.

 

        한해(旱海)에 대해서 나도 들어 알고 있소.

        그런데 그 땅이 어떻다는 것이오?

 

        한해(旱海)를 적극 이용해 보자는 것입니다.

        우리 편에서 한 사람이 거짓 항복을 하여

        제군(齊軍)을 그곳으로 유인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싸우지 않고도 적을 모두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이 어찌 묘책이라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오호그렇기도하구나

        재상 올률고(兀律古)의 묘책이 좋도다

 

답리가(答里呵)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의문이 일어나서

재상 올률고(兀律古)와 장수 황화(黃花)를 보면서 이야기한다.

 

      제군(齊軍)이 그 위험한 곳에 들어가겠는가?

      임금님그곳으로 들어가게 만들어야 하지요.

 

      잠시 도성을 버리시고 양산(陽山)으로 가시면,

      백성들도 따라서 피난(避難)을 가게 됩니다.

 

      성을 완전히 비워두고 유인(誘引하자는 것인가?

      임금님, 그렇습니다

 

      그런 후에 거짓 항복(降伏할 사람을 만듭니다.

      제환공에게 거짓 항복하고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뒤를 제군(齊軍)이 쫓아가면

      무찌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그리되면 제환공(齊桓公)은 제군(齊軍)을 몰아

      우리를 죽이러 추격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제군(齊軍)을 무찌를 힘이 없는바      

      재상 올률고(兀律古)의 계책이 좋고 좋도다.

      과연 기막힌 사항계(詐降計)로 구나

 

      하지만 누가 이 일을 맡아 거짓 항복(降伏하여

      제환공(齊桓公)과 제군(齊軍)을 유인할 수 있겠는가?

 

      임금님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이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을 속이고

      그 모래사막인 한해(旱海)로 끌어들이겠습니다.

 

이렇게 큰소리로 자청(自請)하고 나선 사람은 첫 싸움에 패배하고

돌아온황화(黃花)가 패배를 설욕하고자 자원하여 나섰다.

 

      제환공과 관중(管仲)

      과연 그대의 항복을 믿어주겠는가?


      이미 속일 방법을 마련해두었습니다.

      그런가속일 방법이 무엇인가?

 

      임금님차차 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임금님께서는, 너무 염려치 마십시오.


황화(黃花)의 자신만만한 말에 답리가(答里呵) 1천의 기병을 내주게

되었으며황화(黃花)는 모든 준비가 끝나자 무체성(無棣城)을 출발하여

제군(齊軍)이 진을 치고 있는 단자산(團子山)으로 향하였다.

 

      황하는 사항계(詐降計)를 실행하기 전에

      마편산(馬鞭山)에 올라가 밀로(密盧)를 죽이고

      밀로(密盧)의 머리를 가지고 가리라.

 

      자, 이제 단자산(團子山)으로 가기 전에

      밀로(密盧)가 있는 마편산(馬鞭山)으로 가자

 

그 무렵 영지국(令支國임금 밀로(密盧)는 제군(齊軍)과 대치하기도

불리하면서, 더구나 군량미마저 떨어져 가자 눈이 빠지게 구원병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중에 황화(黃花) 1천의 군마를 거느리고 오자밀로(密盧)

몹시 반가워하며 영채(營寨밖까지 달려나가 영접하였다.

 

      황화(黃花) 장수께서 먼 길을 오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소.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황화(黃花)는 밀로(密盧)가 반가워하며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이자

그 기회를 놓칠세라 재빨리 칼을 뽑아 밀로(密盧)를 내려쳤다.

 

      밀로(密盧)가 황화(黃花)의 칼에 맞아 죽는 걸 본

      속매(涑買)가 노성(怒聲)을 내지르며 덤벼들자

 

      양편 군사들도 한데 어울려 죽고 살기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서로 죽고 죽이는 가운데 속매(涑買)

      황화(黃花)를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얼른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으며

      호아반(虎兒班)의 영채에 가서 항복한다.

 

그러나 호아반(虎兒班)은 속매(涑買)의 말을 믿지 않고그대로

목을 베어 죽여 버렸다.

이로써 영지국(令支國) 모두 죽어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대는 고죽국(孤竹國장수가 아닌가

      그대가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는가?

 

      방백(方伯)께 밀로(密盧)의 머리를 바치나이다.

      목함(木函) 열어보아라

 

      밀로(密盧)의 목이 맞는가 확인하여라
      틀림없이 영지국(令支國임금 밀로(密盧)의 목입니다


      패공(覇公)이신 제후(齊侯임께,

      이 황화(黃花)가 말씀드리겠나이다.

      

고죽국 장수 황화는 죽임을 당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영지국(令支國임금인 밀로(密盧) 머리를 가지고,  

제군(齊軍)을 찾아와 열변을 토하며 유인하려 하였다.

 

      신은 중원의 패자국인 제(나라와

      싸우는 것이 무모하다고 생각하여,

      먼저 밀로(密盧)의 목을 끊어온 것입니다.

 

      신의 충정을 불쌍히 여기시고거두어 주신다면

      신이 길잡이가 되어 답리가(答里呵)를 잡아 오겠나이다.

      패공(霸公)께서는 신의 충정(忠情)을 받아 주십시오.

 

      고죽국  답리가는 항복하자는 신의 말을 듣지 않다가

      마침내 무체성(無棣城)을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그는 달아나면서 다른 나라 군사를 데리고 와서

      원수를 갚겠다면서 눈물을 뿌리며 떠났습니다.

 

      중보(仲父)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주공본시 북쪽 오랑캐는 속임수가 많사옵니다.

      하지만, 호아반(虎兒班장수의 말에 의하면,

      황화(黃花) 믿을 만한 장수라고 하나이다

 

      빨리 추격하여 답리가의 목을 가져오게 된다면

      이렇게 힘들었던 북벌(北伐)의 원정 행군도

      이로써 이제 끝이 나게 되옵니다.

 

      중보(仲父)의 말대로영지국(令支國)은 이제 망했고

      고죽국(孤竹國)의 답리가(答里呵만 잡으면

      이로써 북벌(北伐) 행군은 끝이 나게 되겠도다.

 

제환공(齊桓公)은 고죽국(孤竹國) 황화(黃花) 장수의 말을 믿게

되었으므로, 곧 전군(全軍)에 명령을 내려답리가(答里呵)

뒤를 쫓아가도록 명하였다.

 

      황하(黃花장수그대의 말대로

      과연 무체성(無棣城성안이 텅 비어 있구나.

 

      이곳 백성들은 다 어디로 피난 간 것인가?

      백성들은 양산(陽山)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으나

      답리가는 분명히 모래사막으로 달아났습니다.

 

      연공(燕公), 이곳 무체성(無棣城)

      연공(燕公)께서 지키는 게 좋겠소이다.

 

      나는 답리가(答里呵)의 뒤를 쫓겠소이다.

      제공(齊公), 좋습니다잘 다녀오십시오

 

 162 . 늙은 말의 지혜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