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고죽국과 싸운다.
제 160 화. 속이는 자에 속기 쉬운가.
관중은 대나무를 베고 칡덩굴로 튼튼히 얽어매어, 삽시간에 수백 개의
뗏목을 만들내며, 모든 도강 준비가 끝, 관중은 명령을 내린다.
호아반(虎兒班) 장수는 기병(騎兵) 1군을 거느리고
왼쪽으로 올라가 고개 넘어 얕은 곳에서
먼저 강을 건너가 이 건너편에 모이도록 하시오!
이곳은 호아반(虎兒班) 장수가 강을 건너
이리로 오는 것을 보고 도강을 하여야 하오.
모든 병거(兵車)를 뗏목에 먼저 싣고
그다음에 군수품(軍需品)은 수레를 실어라.
군사와 말은 모두 4대로 나누고
성보(成父)와 고흑(高黑)은 정예병 들과
1군을 이끌고 오른편 뗏목을 타고 도강하라.
위(衛) 공자 개방(開方)과 수초(竪貂)는
주공을 모시고 도강하되 성보(成父)가 지휘하는
정예병의 뒤를 반드시 받쳐주도록 하라.
빈수무(賓須无)는 갑사(甲士) 1군을 거느리고
먼저 왼쪽 뗏목을 타고 건너가라.
나 관중과 연지름(連摯凜)은 연장공(燕莊公)을
모시고 그 뒤를 받쳐 주리라.
아울러 모든 군사는 강을 건너가는 대로
단자산(團子山) 아래에 모두 집결하도록 하라!
무체성(無棣城)의 답리가(答里呵)는 제군(齊軍)에 대한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정찰병을 비이계(鼻耳溪) 강으로 보냈다.
정찰병은 제군(齊軍)이 비이계(鼻耳溪) 강을 건너오는 것을 보고는
매우 놀라며, 황급히 무체성(無棣城)으로 돌아가, 상세히 보고한다.
임금임. 큰일 났습니다.
제(齊) 나라 군사들이 이미 뗏목을 타고
새카맣게 강을 건너고 있다, 하나이다.
무엇이라고? 정탐 병은 확실히 보았는가?
임금임. 틀림이 없사옵니다.
장수 황화(黃花)는 즉시 군사 5천을 거느리고
어서 빨리 제군(齊軍)을 막도록 하라.
대왕님, 산융(山戎)의 밀로(密盧) 입니다.
우리 산융(山戎)이 이곳에 머물고 있으면서
아직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바,
속매(涑買)와 함께 선봉에 서겠습니다.
나는 황화(黃花) 장수요!
여러 번 패한 사람들이 체면도 없이
어찌 나와 함께 일을 도모한단 말이오.
나, 황화(黃花)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외다.
패장(敗將) 들은 관여치 마시오.
황화(黃花)는 답리가(答里呵)에게 무시당한 일로 엉뚱하게 역정을
냈으며, 답리가(答里呵)와 밀로(密盧)의 대답도 듣지 않고,
비웃으면서 나가버렸다.
황화(黃花)가 말을 몰아 비이계(鼻耳溪) 강을 향해 떠나버리자,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한 답리가(答里呵)가 밀로(密盧)를 위로하며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단자산(團子山)은 중원으로 가는 요충지이며
무체성(無棣城)으로 향하는 중요한 길목이오.
수고스럽겠지만 밀로(密盧)께서는
단자산(團子山)을 지켜주기를 바라오.
나도 곧 뒤따라가겠소이다.
알겠습니다. 지금 곧 떠나겠습니다.
영지국(令支國) 임금 밀로(密盧)는 고죽국(孤竹國) 답리가(答里呵)의
말에 선뜻 승낙하긴 하였지만, 황화(黃花)에게 당한 모욕으로
기분이 몹시 상해져 출발하였다.
뭐야, 저 제(齊) 나라 놈들이 벌써 건너와
이리로 몰려오고 있단 말인가?
고죽국(孤竹國) 장수 황화(黃花)는 비이계(鼻耳溪)로 달려가는
도중에 이미 강을 건너와 쳐들어오고 있는 제(齊) 나라 선봉장인
아장 고흑(高黑)과 마주치게 되었으며, 이에 두 나라 군사는
곧바로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이놈들 누구 맘대로 비이계(鼻耳溪)를 건너왔느냐?
네 놈은 누구냐?
나는 고죽국(孤竹國) 황화(黃花) 장수이다.
네 놈 이름이 무어라 하였느냐?
나는 제(齊) 나라 장수 고흑(高黑) 이다.
고흑(高黑) 아. 너와 지금 싸워보았지만
네 실력으로는 나의 상대가 안 된다. 저리 비켜라!
아주 건방진 놈이로구나!
좋다. 이 성보(成父)가 너를 대적하여 주마.
두 장수가 20 합을 싸웠으나,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 제환공이
많은 제군(齊軍)을 이끌고, 그들이 싸우고 있는 곳에 당도하였다.
황화(黃花) 장수는 대단하구나!
위(衛) 공자 개방(開方)은 오른편에서
수초(竪貂)는 왼편에서 일제히 공격하라!
사방에서 달려드니 삽시간에 전세는 뒤바뀌어, 황화(黃花)의 군대가
제군(齊軍)에게 포위되어 공격당하며 아주 불리하게 되었다.
황화(黃花)는 포위당해 죽게 되자, 급한 마음에
고죽국(孤竹國) 군사들을 돌보지 못하고 먼저
말머리를 돌려 단자산(團子山)을 향해 달아났다.
장수 황화(黃花)가 달아나버리자 고죽국(孤竹國)의 군사들은 창을
어깨에 둘러메고 황화(黃花) 장수의 뒤를 쫓아 도망치게 된다.
아, 우리 고죽국(孤竹國)의 피해가 너무나 크구나.
아, 5천 군사가 태반이 죽고 모두 포로가 되다니!
아, 이 황화(黃花)가 이를 어찌 수습해야겠는가?
황화(黃花)는 단신(單身)으로 겨우 도망쳐 나와 크게 한탄하면서,
지친 몸으로 단자산(團子山)에 이르게 되자, 이제 겨우 살았다.
싶어 안도의 숨을 내쉬며, 산 중턱에 차려진 영채營寨를 올려
보다가 더욱 깜짝 놀라게 되었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영채(營寨)에 세 나라 깃발이 꽂혀 있다니?
제군(齊軍). 연군(燕軍). 무종국(无終國),
이 세 나라가 언제 예까지 와있었단 말인가?
황화(黃花)는 기절초풍하여 몰래 단자산(團子山)을 지나갈 생각으로
숨어서 지나가고 있는데, 이를 먼저 본 호아반(虎兒班)이 군사들과
함께 몰려나오며 황화(黃花)를 잡으러 달려오고 있었다.
황화(黃花)는 또 달아나다가 급하게 되자, 할 수 없이 타고 온 말마저
버리고 급하게 산속으로 30여 리를 달려갔다.
그때 영지국(令支國) 밀로(密盧)는 자신의 2천 군사를
거느리고 단자산(團子山)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이 중간 위치인 마편산(馬鞭山)에 이르렀을 때였다. 저 앞에서
척후병이 헐레벌떡거리며 돌아오더니 황망히 보고를 올린다.
밀로(密盧) 임금임. 척후병(斥候兵)입니다.
제군(齊軍)이 이미 단자산(團子山)을 점령했습니다!
아니 황화(黃花) 장수가 패했단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패한 군사들이 도망쳐 오고 있습니다.
황화(黃花 ) 장수는 살았느냐 죽었느냐?
황화(黃花) 장수께선 제군(齊軍)에 패하여
달아났는데 어디로 갔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답니다.
단자산(團子山)으로 갈 수 없다면, 이곳
마편산(馬鞭山)에 진채를 세우는 수밖에 없겠구나.
밀로(密盧)는 할 수 없이 단자산(團子山)을 포기하고, 자신의 2천
군사들과 함께 마편산(馬鞭山)에 진채를 열심히 세우게 된다.
마편산(馬鞭山)에 영채를 거의 다 세우고 있을 때
나무꾼으로 가장한 황화(黃花) 장수가 초췌한 모습으로
혼자서 겨우 마편산(馬鞭山)에 도착하였다.
황화(黃花)는 진채를 보고 자기 부하들이 그곳에 도망쳐 와 영채를
세우고 있는 줄 알고 아무 거리낌 없이 군막 안으로 들어섰다가.
영지국(令支國) 밀로(密盧)가 있는 걸 보고는 몹시 놀라고 만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마주치자, 그 순간 밀로(密盧)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며 입가에 차가운 냉소(冷笑)가 흘렀다.
황화(黃花) 장수, 어서 오시 오!
나, 영지국(令支國) 임금 밀로(密盧) 요.
싸울 때마다, 이기는 장수가 어쩐 일로 혼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소?
이나 저나, 배가 몹시 고픕니다!
허 어, 그리 배가 고픈가?
남겨둔 보리밥이라도 갖다 주도록 하라!
황화(黃花)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으면서도 모르며, 겨우 보리밥
한 됫박을 얻어먹고 나자, 또 건방진 태도로 부탁하였다.
보잘것없는 보리밥이라도 잘 먹었소이다.
타고 갈 말 한 필만 부탁하여야 하겠소이다.
이놈 아, 나를 그렇게 홀대(忽待) 하더니!
이제 빌붙어 보리밥을 얻어먹고는
이제는 말까지 달라고 하느냐?
아주 건방진 놈이로다!
황화는 밀로에게 거절당하자, 섭섭한 마음이 뭉쳐져 앙심을 품게
되면서, 할 수 없이 걸어서 무체성(無棣城)으로 돌아갔다.
답리가(答里呵) 임금님!
제군(齊軍)의 수가 너무 많아 패하였나이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반드시 이 원한을 갚고 말겠습니다.
비이계(鼻耳溪)를 경비하자는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엄청난 피해를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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