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부평 초의 사랑

서 휴 2012. 3. 22. 23:43

부평 초의 사랑

서 휴

 

바닥에 뿌리 내리지 않으며

한곳에 머물지도 않으며

 

파도에 휩쓸려도 자맥질하여

줄기와 이파리를 다시 세우는

떠다니는 한낱 풀로 태어났지요.

 

흘러가는 데로 살아간다고

나를 부평초라 부른답니다.

 

뭐 좋은 게 있나?

뭐 맛있는 게 있나.

날 보고 기웃거린다고 하네요.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기웃 꺼리는 것이

나의 모습이라고 다들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기우뚱 갸웃뚱 흘러가다 보니

그렇게들 말하는 것 같습니다

 

떠다니며 이런 곳도 가보고

떠다니며 저런 곳도 가보고

 

이런 이야기도 들어보고

저런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보는 곳이 많고 듣는 것이 많으니

한곳에 붙박이처럼 사는 이들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때론 손가락질한답니다

 

한곳에서 성실하게 살아가지 못한다고요

역마살이 끼었냐고요

 

. 나는 그런 풀입니다

. 나는 그런 풀이 아닙니다.

 

누가 무어라 말을 해도

누가 어떻게 보드라도

 

떠나가는 데로 떠다니며

어느 곳에서나 살아가고 있습니다.

 

떠밀려가는 경우도 많지요

내 마음보다 더 많습니다.

내 삶의 거의를 떠밀려 살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햇살이 들어 물결이 조용합니다.

이런 날은 친구들과 어울려 이야기 나누고

저런 날은 어여쁜 이와 사랑을 나누기도 합니다.

 

어여쁜 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재미난 듯 내 이야길 잘 들어줍니다.

 

같이 지내며 도 헐뜯고 다투는 이들을 보면

화내지 말고 서로 이야길 잘 들어주라고

말해주고 싶을 때가 많지요.

 

이런 이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배운 게 많아

좀처럼 내 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너보다 아는 게 많다며 무시하지요

좋은 학교에 책도 많이 읽어

좋은 직장에 좋은 경험이 많다고 하네요.

 

아는 게 많으므로 작은 일에 참으며

남의 마음도 상하지 않게 하고

자기 마음도 기쁘게 하여야 할 텐데 요

 

단군 할아버지 말씀은

두루두루 이롭게 할 줄 몰라 그렇다 하는군요.

더 배워야 한다고 하시네요.

 

무식한 놈이 막무가내로 고집 피울 때는

배운 놈도 못 당한대요.

더 배워야 할 사람이 많은 모양이에요

 

무식한 놈이 무식하게 돈 벌어 회사를 차렸데요

잘 배운 놈을 골라 앞세워 다니며

 

잘 배운 놈들이 하는 이야길 들으며

새끼줄을 꼬았데요.

 

집에 돌아와 새끼줄을 푼대요.

이 배운 놈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저 배운 놈은 저렇게 이야기하고

 

그리곤 다시 이렇게 저렇게 새끼줄을 꼬며

내일 만날 사람을 고른데요.

 

배운 놈은 무식한 놈에게 충성을 한데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요

 

무식한 놈보다 빨리 돈 더 벌어

무식한 놈을 깔아뭉개 버리겠다고요.

 

설마 그런 뜻은 아니겠지요.

무식한 놈이 인간미가 있어.

인간적으로 배울 게 많다나요

 

아무튼, 배운 놈하고 무식한 놈하고

잘 살아가고 있어 보기 좋아요.

 

요즘엔 배운 놈들이 살기 좋아졌어요.

it bio pt tf pf 다 해가며

실력들을 발휘하지요

 

배운 놈들은 사업도 잘 일으키고

첨단산업으로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

나라를 발전시키잖아요.

 

배운다는 게

열심히 배운다는 게 참 좋은 거 같아요.

 

개중에는 간혹 배운 거로 도둑질하는 놈이

배운 놈 욕을 먹이지요

 

일부잖아요

글 새라니요

많다고요. 설마요

 

학교에서든 책에서든 생활하면서든

배운 것은 상식에 합하여 지지만

 

일상생활은 상식으로 살아가는 거래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하는군요.

내가 부평초라 지나가다 들은 이야기이지요.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풍이라도 만나면

홍역을 앓을 때 처럼 신음을 하며 모진 고난을 겪지요

 

어쩌질 못해요

시련을 겪을 수밖에요

 

폭풍우와 거친 파도가 나를 휘몰아쳐 때릴 때면

내 몸은 찢기어 몇 줄기가 떨어져 나가지요

 

육신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과 슬픔은

마음마저도 찢어놓고 간답니다.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살펴봅니다.

 

줄기와 이파리가 떨어져 앙상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이 정도면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나를 보며 손가락질하던 붙박이들은 뿌리째 뽑혀

나둥그러져 일으켜 세울 수가 없을 지경이에요.

 

그래도 몸을 일으켜 뿌리를 세우며

잘 살아가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내 몸이 찢어져 떨어져 나간 줄기가

먼 데서 인사를 합니다.

 

건강하세요.

어렵지마는 뿌리를 돋아내 살아갈 수 있다 하는군요.

 

이렇게 모진 시련이 지나고 나면

내 몸과 마음이 아프더라도

 

좋은 일도 생긴 다는걸.

폭풍우와 거친 파도가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것이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말들 하지만

 

미리 알아서 대처하며

편안히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요

 

세상살이가 다 그런 건데 헛소리하지 말라는군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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