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93 화. 동생이 형을 위하여 죽는가.

서 휴 2023. 5. 8. 16:42

     23. 죽이고 또 죽이고

 

 93 동생이 형을 위하여 죽는가.

 

급자(急子)가 목갑(木匣)의 뚜껑을 열자피 묻어 일그러진 얼굴이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는데분명히 공자 수()의 얼굴이었다.

 

      하늘이여원통하옵니다

      공자님부친이 자기 아들을 죽였는데

      어찌하여 원통하다고 하시오?

 

      아니다너희들 손에 죽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내가 바로 세자 급자(急子이니라!

 

      도적들 아너희는 어찌하여 엉뚱한 사람을 죽였느냐?

      죽은 이 사람은 내 동생 수(인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내 동생을 죽이고 말았느냐?

 

      빨리 나의 목을 베어 부친에게 갖다 바치고

      내 동생 수(壽)를 잘 못 죽인 죄를 용서받아라

 

도적 중에 세자의 얼굴을 알고 있는 자가 달빛에 비친 급자(急子)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는 급하게 말하였다.

 

      큰일 났다사람을 잘못 죽였도다!

      이자가 바로 세자 급자(急子)가 맞도다

 

      정말이냐 이거 큰일 날 뻔하였구나

      이자의 목을 쳐라

 

도적들은 급자에게 달려들어 목을 베어 다른 목갑에 넣자, 급자를

따라온 자들은 모두 놀라, 흩어져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도적들은 밤낮으로 배를 몰아 위(나라 도성에 당도하여공자

()을 만나게 되자백모(白旄)와 함께 두 목갑을 바치게 된다.

 

      공자 수()가 세자라 말하기에 잘못 죽였으나

      뒤늦게 알고 세자 급자(急子)를 죽였사옵니다.

 

도적들은 혼이 날까 두려워하였으나뜻밖에도 공자 삭()은 혼내지

않으면서오히려 황금과 비단을 더 후하게 주고는 궁궐로 들어갔다.

 

      흐흐화살 하나로 두 마리 새를 한꺼번에 잡았구나

      바라던 바가 이렇게 쉽게 이루어질 줄은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로다

 

공자 삭()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어머니 선강(宣姜)에게 도적들의

이야기를 덧붙이며자세하게 고()하였다.

 

      (형님이 급자(急子대신으로 백모(白旄)를 쓰고

      먼저 길을 떠났기에 자기 명()을 재촉하였답니다.

 

      다행히 급자(急子)가 뒤를 쫓아와 스스로

      자기의 이름을 밝히어 죽일 수가 있었답니다.

 

선강(宣姜)은 공자 수()의 죽음을 애통해하면서도급자(急子)

죽였다는 말에 더 후련하게 생각하였으며위선공(衛宣公)에게는

다음 기회를 보아가며 보고하기로 약속하면서 뒤로 미루었다.

 

      주공어찌 된 일이 옵니까?

      좌공자(左公子()와 우공자(右公子()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사신들이 중도에서 돌아와 사고 경위를 말하며

      세자 급자(急子)와 공자 수()가 죽임을 당했다고

      급하게 알려왔사옵니다

 

      지금 뭐라고 말하였느냐?

      급자(急子)와 수(). 둘이나 죽었다고 하였느냐?

 

      주공그러하옵니다

      세상에그럴 리가 없도다

 

위선공(衛宣公)의 동생인 좌공자 예()와 우공자 직()이 땅에

엎드려 말을 마치고는더욱 슬퍼하며 통곡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위선공의 동생이긴 하였으나, 비천한 궁녀의 소생이라

공족이긴 하지만, 공실 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세자 급자(急子)와 공자 수()의 행동에

      의문을 품고 비밀리에 내사를 시작하여 보도한 것이다.

 

위선공(衛宣公)은 두 아들에 대한 아무 소식을 듣지 못하다가

세자 급자(急子)와 공자 수()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이들 죽음이 예사롭지 않은 음모가 숨어 있다고 짐작하게 된다.

 

      주공바라건대급자(急子)와 수(). 둘의 머리를

      수습하여 장례를 치르도록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알았도다물러가 기다리도록 하라

 

위선공은 급자(急子)에 대하여는 좋은 생각이 없었지만가장

사랑하던 아들 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더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있었다.

 

      선강이 나를 그르치게 하였구나

      선강이 나에게 한()을 만들어 주었구나

 

      어서 삭()을 불러드려라.

      너는 둘씩이나 어떻게 죽였느냐

      원래 급자(急子만 죽이라 하지 않았느냐

 

      아바마마소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옵니다.

      다만 도적들이 한 짓으로 소문이 났사옵니다.

 

      도적들의 소행이라 하였느냐

      그 도적놈들을 당장 잡아드리도록 하라

 

위선공은 알면서도 크게 노하여 당장 잡아 오라고 하였으나, 그때

공자 삭()은 오히려 도적들이 멀리 도망가도록 도와주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위선공은 밤마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이강(夷姜)

급자(急子)와 수()가 차례대로 나타나 울어대곤 하였다.

 

      주공나 이강(夷姜이오

      나를 억울하게 죽게 하다니 어찌 그럴 수가 있소

 

      아바마마급자(急子)와 수(이옵니다.

      그냥 순리(順理대로 사시었으면 좋았을 것이옵니다.

 

      아바마마우리 두 형제는 구천을 건너지 못하옵니다.

      미안 하구나이제 어서 어서 건너가거라.

 

      아바마마()을 믿으시면 아니 되옵니다.

      하 아이일을 어찌하면 좋으냐

 

위선공은 억울하게 자살한 부인 이강(夷姜)과 그리고 두 아들이

매일 밤 나타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너무 끔찍하여 두 귀를 막았으나 견디지 못하고

      무당에게 열심히 굿을 올리게 하였으나,

      그것마저도 효험(效驗)을 보지 못하며

      병세만 점점 깊어져 가고 있었다.

 

이에 더욱 치성을 올리고 굿을 계속하였으나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그렇게 앓다가 마침내 보름이 지나자 조용히 눈을 감고 말았다.

 

      위선공(衛宣公)이 죽자, 선강(宣姜)이 서둘러

      공자 삭()이 위혜공(衛惠公)이 되게 하였다.

      그때 위혜공(衛惠公)의 나이는 불과 15세였다.

 

()이 위혜공이 되자이강의 소생이며급자의 친동생인

검모(黔牟)는 주(왕실로 도망가 왕실의 사위가 되었고,

공자 석()은 야밤에 제(나라로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이에 또한 위혜공은 서둘러 급자(急子)와 수()의 스승이던

좌공자 예와 우공자 직을 파직罷職 시켜버렸다.

 

      어린 삭()이 위혜공(衛惠公)이 되자마자,

      사전에 말 한마디 없이 우리 둘을 파직시키다니

      어린 것이 정말 아주 못돼 먹었소이다.

 

      위선공은 꿈에 이강(夷姜)과 세자 급자(急子)

      공자 ()가 나타나 돌아가신 거랍니다.

 

      모두 어린 저놈()이 저지른 일이라 하오

      기회가 오면 저 못된 위혜공(衛惠公)을 몰아내

      모두의 원한을 풀어드려야 하겠소이다.

 

      우리 둘이 힘을 합쳐 꼭 몰아내야 하지요

      암요기회를 보아 원수를 갚아줍시다

 

그 둘은 모두의 원수 갚을 생각만을 하게 되며, 그럴 때 얼마 후가

되자, 때를 맞추어 원수 갚을 좋은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주공(나라에서 사신이 왔사옵니다.

      어서 오시 오무슨 일이 있소.

 

      (나라는 우리 제(나라 조상의 원수이옵니다.

      이번에 기(나라를 꼭 정벌하고자 하나이다.

      지원군을 보내 주시길 요청 하나이다.

 

      제(齊) 나라는 나의 외가이며, 어머니의 나라로다.

      선군께서도 언제나 제(齊) 나라를 도우라 하셨소

      염려 마시오내 친히 참여하리다.

 

위혜공은 백성들이 따르지 않고 있을 때, 마침 제희공(齊僖公)

지원요청을 받자, 민심을 돌릴 좋은 기회라면서 과감하게 결정했다.

 

위혜공은 급한 마음에 아버지 위선공에 대한 상례도 치르지 않고

친히 위군(衛軍)을 이끌고 송(), (), ()와 함께 기성(杞城

전투에 참전하였으나(), ()의 연합군에 패하게 되었으므로

할 수 없이 돌아오고 말았다.

 

      우리 위군(衛軍)이 정(), ()에 패하다니

      또 참여하여 원한을 반드시 갚고야 말겠노라

 

(나라는 정장공(鄭莊公때 사이가 나빠져 있었으며또한

정여공(鄭厲公)으로 인해 기성(杞城전투가 벌어졌으며,

더구나 위()나라가 패하자 더욱 사이가 벌어졌다

 

그때 정 나라에서 내분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정여공(鄭厲公) 

국정을 좌지우지하던 제족(祭足)을 제거하려다 실패하고,

(나라로 망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공정(鄭) 나라에서 사신이 왔사옵니다.

      아니정(鄭) 나라에서 왜 사신이 왔는가?

 

      정(鄭) 나라 사신은 무슨 일로 찾아왔소

      정려공(鄭厲公)이 상경 제족祭足을 죽이려다

      실패하여 채(蔡) 나라로 달아났사옵니다.

 

      우리 정 나라의 신료들이 모두 뜻을 모아

      이곳에 계시는 홀(忽) 공자를 모셔가서다시

      정소공(鄭昭公)으로 복위시키고자 하옵니다.

 

      허 어내 그동안 정려공(鄭厲公)을 미워하였는데

      달아나고 말았다니 참으로 잘된 일이로다.

 

      이제 정 나라에 원수 갚을 일이 없게 되었구나.

      어서 홀 공자를 모셔오도록 하라.

 

위혜공(衛惠公)은 이제 정(나라와 관계를 개선시킬 좋은 기회라

판단하여정소공(鄭昭公)에게 예물까지 주면서 극진히 대접하였다.

 

 94  . 항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