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92 화. 막내가 두 형을 죽이는가.

서 휴 2023. 5. 7. 16:45

 92 막내가 두 형을 죽이는가.

 

공자 수()는 우연히 위선공(衛宣公)이 좌우의 시종들을 물리치고,

동생 삭()에게 지시하는 모습을 보자. 무언가 부쩍 의혹이 생겨

났으므로, 급하게 어머니 선강(宣姜)을 찾아갔다.

 

      어머님왜 소자만 빼놓습니까?

      (이 일은 우리 모자의 후환을 없애고자

      네 주공께서 주관하시는 일이다

 

      너는 모르는 체하여라

      절대 타인에게 발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공자 수()는 어머니 선강(宣姜)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아버지와

동생 삭()이 벌이는 음모는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보게 되었다.

 

이에 간언해봐야 막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자아무도 모르게 급히 

세자 급자(急子)에게 달려가 사전 음모의 내용을 알려주게 된다.

 

      형님아무래도 다른 나라로 도망쳐 숨어 살다가

      후일에 좋은 계책을 마련하도록 하십시오

 

      설마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렇다 하더라도 모름지기 사람이란

      부모의 명을 따르는 것을 효도의 제일로 삼느니라.

 

      그 부친의 명을 버리는 자식을 역자(逆子)라 한다.

      세상에 어찌 아버지가 없는 자식이 있겠느냐?

 

      그렇다고 다른 나라로 도망간들

      어느 나라에 가서 어떻게 살란 말이냐?

 

      형님께서 제(나라에 가시는 길은

      배를 타고 신야(莘野)에서 내려

      신야(莘野포구부터는 육로로 가야 합니다.

 

      그곳 신야(莘野)에서 큰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무술이 뛰어난 군사들을 데리고 가십시오

 

      형님부디 조심조심하셔야 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내 잘 다녀올 것이다.

 

급자(急子)는 공자 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행장을 꾸렸으며

배의 갑판(甲板)에는 정기(旌旗)를 세워 휘날리게 하면서,

(나라 사신으로 떠나는 배에 올랐다.

 

      형님에게 눈물을 흘리며 막았건만

      형님은 진실로 의(義)와 인(仁)을 아시는 분이로다.

 

      이 일을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며

      알고도 막지 못하는 나를 어떻게 설명하랴?

 

      만약 형님께서 도적의 손에 죽는다면

      나에게 군위를 잇게 하실 것이다.

 

      형님을 위하여 내가 대신 죽는다면

      형님은 죽음을 면하며 군위를 잇게 될 것이다.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부친께서 들으시고 뉘우치시게

      된다면그 또한 효도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애(友愛)와 효도(孝道)를 같이 이루게 한다면

      만고(萬古)에 이름이나마 남길 수 있지 않겠는가?

 

공자 수()는 굳은 결심을 하고는즉시 배 한 척에 여러 술통을

싣고 급히 노를 젓게 하였으며, 신야(莘野포구로 가고 있는

형님인 급자(急子)의 뒤를 쫓아가게 되었다.

 

      형님형님공자 수(이옵니다

      형님잠시 배를 멈추시옵소서.

 

      아니언제 뒤따라왔느냐?

      군명(君命)을 받은 몸을 어찌 감히

      한시라도 지체하게 하려 하는 것이냐.

 

      여봐라술통을 이쪽 배로 옮겨라.

      가져온 안주에 어서 술상을 마련하라.

 

      형님이 동생의 술잔을 받으시옵소서.

      갈 길이 바쁜 몸이다.

      어찌 술을 마실 수 있겠느냐?

 

      동생아 너무 슬피 울지마라.

      형님이 동생의 간곡한 술입니다.

 

      그래 동생아. 꼭 한 잔만 마시마.

      너도 한잔하여라.

 

      형님눈물이 술잔에 떨어졌습니다.

      다시 받으시옵소서.

 

      고맙다동생아너무 울지 마라.

      동생의 마음까지도 마시겠노라.

 

      형님오늘 이 자리에서 헤어지면

      다시 볼 수 없는 이별의 자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형님께서 이 동생의 정을 조금이나마 생각하신다면

      제가 드리는 몇 잔은 꼭 마셔 주어야 합니다.

 

      그래 좋다한 잔 더 어서 부어라.

      어찌 사랑하는 동생의 잔을 사양하겠느냐?

      형님고맙고 고맙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술잔을 주고받는데공자 수()는 작정한 바가 있어

계속 술을 권하여 급자(急子)를 몹시 취하게 했다.

 

공자 수()가 주는 술잔을 모두 받아 마신 급자(急子)는 자기도

모르게 술에 취하여 이윽고 쓰러져 잠이 들고 만 것이다.

 

      형님께서 깊은 잠에 빠지셨다.

      형님을 내 배에서 쉬도록 옮겨드리고

      형님이 잠이 깨시면 이 죽간(竹簡)을 드려라.

 

      군명(君命)은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는지라

      내가 대신 가게 되었으니 빨리 노를 저어라.

 

공자 수(일행이 신야(莘野포구에 당도하여정기(旌旗) 

앞세우며 뭍에 올라 짐을 챙기고 있는데그때 그 순간에 미리

매복하여 기다리던 자객들이 일제히 벌 떼처럼 달려든다.

공자 수()는 당황치 않으며 큰소리로 외쳐대는 것이다.

 

      (나라의 세자이니라

      (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길이다.

      너희 놈들은 누구이기에 감히 길을 막느냐.

 

      세자께선 모르고 계셨사옵니까?

      위후(衛侯)의 밀명을 받아 목을 취하러 왔소이다.

  

(나라 사신 일행은 신야(莘野포구에 당도하자마자미리

매복하고 있던 험상궂은 도적들이 칼을 휘두르며 죽이는 것이다.

 

사신을 따라온 자들은 그 내력을 알지도 못한 채 도망쳤으나,

가엾게도 공자 수()의 머리는 땅으로 떨어져 나갔다.

 

      세자의 머리를 목갑(木匣)에 담아라.

      백모(白旄)를 잘 간직하고 거슬러 올라가자.

      이 두 개가 있어야 상금을 받을 수 있도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술에서 깨어난 급자(急子)가 기지개를

켜면서 두리번거려보니 동생인 공자 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 허공자 수()는 어디 있느냐.

      알리옵니다세자께옵서 깨어나시면

      이 봉함된 죽간(竹簡)을 드리라 하였나이다.

      그 죽간(竹簡)을 이리 가져오너라.

 

弟已代行 兄宜速避 (제이대행 형의속피)

동생이 형님을 대신에 이미 길을 떠났으니

형님께서는 속히 몸을 피하소서?

 

      동생이 나를 위하여 죽으러 갔구나.

      동생이 죽는 걸 알면서 어찌 내 목숨을 구하겠는가.

      나는 마땅히 동생을 찾아야 한다.

 

      만약 내가 가지 않는다면

      동생이 나로 오인되어 죽게 되지 않겠느냐?

 

급자(急子)가 급하게 노를 저어 강물 따라 힘차게 미끄러져 나가자

몹시 빠른 배를 보고는 새들도 놀라 푸드덕 날아가는 것이다.

 

      의수(衛水)의 강물은 출렁이고 있구나.

      달빛은 왜 이리 유난히 밝은가.

 

      동생 수(빨리 가지 마라.

      이 형이 너를 살리러 가고 있도다.

 

급자(急子)는 한숨도 자지 않으면서 뱃머리만 쳐다보다가드디어

하류 쪽에서 거슬러 올라오고 있는 배의 정기(旌旗)가 나타나자,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기뻐하면서 반가워 급히 손을 흔들고 흔들었다.

 

      하늘이 내 동생을 살아있게 하였구나.

      정말 다행이로다.

      동생 수()멈추어라여기 형이 있도다.

 

      빨리 저 배에 가까이 가도록 하여라.

      빨리어서 다가가도록 하라.

 

정기(旌旗)가 꽂힌 배에 가까이 다가가자뱃머리는 분명하게 자기가

타고 왔던 배가 맞건만공자 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또한

사신 일행들도 없으며알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었다.

 

      어서 배를 멈추어라

      왜 배가 가꾸러 오고 있는 것인가.

 

      나는 위후(衛侯)가 보낸 사람이로다.

      너희는 주공의 명을 제대로 거행하였는가!

 

      잠시만 요댁은 누구시옵니까.

      나는 위후(衛侯)가 보낸 사자로다.

 

      공자께옵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그렇다어떻게 된 것이냐.

 

      여기 목갑(木匣)과 백모(白旄)가 있습니다.

      어서 목갑(木匣)을 열어보십시오.

 

도적들은 공자 삭()이 마중 보낸 사람으로 알고급자(急子)

모든 비밀을 다 알고 물어보는 줄로 착각하게 하여뚜껑이

덮인 목갑(木匣)을 급자(急子)에게 바치었다.

 

      명령하신 일은 아주 잘 끝냈습니다.

      이 목갑(木匣)을 열어보십시오.

 

 93 . 동생이 형을 위하여 죽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