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89 화. 지아비냐, 나의 아버지냐.

서 휴 2023. 5. 7. 14:28

 89 지아비냐, 나의 아버지냐.

 

      서방님사랑해요

      나도 나의 옹희(雍姬)를 무척 사랑하고 있소

  

      어 허취한다

      너무 마셨어요 벌써 혀가 꼬부라졌잖아요

 

      어 허 내가 술에 취한 거냐?

      술이 나를 취하게 한 거야?

 

옹희(雍姬)는 술상을 잘 차려 예쁘게 권하며옹규(雍糾)가 많이

취하게 되자, 옷을 벗겨주며 침상에 눕혀 편안히 잠들게 하였다.

 

      호호연극(演劇)이나 한번 해볼까?

      서방님은 내 꾀에 항상 당해내질 못하지

 

      옹규(雍糾경에게 제족(祭足)

      죽이라고 명했는데, 경은 벌써 잊었는가?

 

      주공아니옵니다

      큰일을 어찌 잊겠나이까?

 

다음 날 아침에 옹규(雍糾)가 깨어나자옹희(雍姬)는 따뜻한 차를

애교 있게 권하면서간밤에 있었던 일을 상냥하게 이야기한다.

 

      아버님을 꼭 죽여야 하옵니까?

      아니, 무슨 그런 말을 다 하오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소

 

      어젯밤 취중(醉中)에 서방님이 한 말인데

      구태여 숨길 필요가 있겠나이까

 

      허허, 만일 그런 일이 있다고 한다면

      그대 옹희(雍姬)는 어떻게 하겠소

 

      서방님출가한 아녀자는 남편만을 쫓는답니다.

      남편인 서방님의 뜻에 따라가야 하지요

      서방님어찌 다른 마음을 품겠어요

 

옹규(雍糾)는 옹희(雍姬)를 무척 사랑하고 믿었으므로거듭 다짐을

받고는 제족(祭足)을 죽이려고 모의한 내용을 모두 말하고 말았다.

 

      이 일이 성사되면 내가 상경이 될 것이오.

      그대도 역시 정경(正卿부인의 영화가 따를 것이오.

 

      서방님정말이옵니까?

      그럼 아무렴 이 옹규(雍糾)를 믿으시오

 

      아무렴요서방님을 믿고 말고요

      그렇다면 친정에 가서 친정 아버님이

      동교(東郊)에 꼭 나가시도록 만들어 놓을게요.

 

      행차(行次날이 언제예요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오늘 나가보면 알 것이오.

 

영특하고 영악한 옹희(雍姬)는 사랑하는 남편과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아버지 사이에서누구를 택하느냐로 고심하게 되면서

혼자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친정에 찾아가게 된다.

 

      어머님 안녕하셨어요

      그래 왔느냐.

 

      어머님아버지와 지아비 중에 어느 분이 더 중 하나이까

      호호, 그러냐 모두 소중하단다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정()이 깊사옵니까

      아버지가 남편(男便보다 더 정()이 깊단다.

 

      어머님어째서 그렇사옵니까

      시집 안 간 딸은 지아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가한 딸은 혼인한 다음에

      다시 또 지아비를 얻을 수 있지만

      한번 죽은 아버지는 다시 살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지아비는 세상의 사람과 합하는 것이지만

      아버지는 하늘에서 정하여 내려 준 사람이다.

 

      지아비의 사랑은 인도(人道)에 부합하지만

      아비의 사랑은 천도(天道)에 부합한단다.

      지아비와 아버지를 어찌 견줄 수가 있겠느냐

 

친정어머니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한 말이지만그 말을 다 듣고

난 옹희(雍姬)는 마음 깊이 깨우치며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아니네가 왜 그리 우느냐

      어머님! 아버지를 위하여나의 지아비인

      옹규(雍糾)를 돌볼 수가 없게 되었어요

 

옹희(雍姬)가 울면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모두 고해바치자,

깜짝 놀란 친정어머니는 제족(祭足)에게 급히 말하게 된다.

 

      딸아 너와 그리고 부인은 절대 발설해선 안 된다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둘 다 입을 꾹 다물어야 한다

 

제족(祭足)은 동교(東郊)에 나갈 날이 정해지자심복으로 있는

강서(强鉏)에 말하여 단도를 숨긴 무사 십여 명을 뒤따르게 하고,

 

다시 공자 ()에게 이야기하여갑옷을 입은 갑사(甲士백여

명을 교외에 잠복 시켜놓으면서 만약의 변란에 대비시켰다.

 

      장인어른 이제 오시나이까

      간소하나마 잔칫상을 차렸사옵니다.

 

      국사가 분주한데 예의만 차리면 될 것이지

      잔칫상까지 차려 송구한 마음을 갖게 하느냐

 

      장인어른봄기운이 완연한 동교(東郊)

      가히 즐길 만하오니, 술 한 잔 드시면서

      천천히 노고를 푸시옵소서아버님.

 

옹규(雍糾)는 무소의 뿔잔에 술을 가득 부어만면에 웃음을

머금으며 무릎을 꿇으면서 제족(祭足)에게 정중히 권해 올렸다.

 

      술맛 참 좋도다

      아버님천하의 명주(銘酒이옵니다.

 

      아버님, 마저 도시옵소서.

      어허왜 이리 어지러우냐

      정신을 차릴 수가 없구나

 

제족은 옹규의 어깨를 움켜잡으며 왈칵 토하면서 술병을

쏟아버리자화광(火光)이 일어나며 땅이 벌겋게 타는 것이다.

 

      필부(匹夫)가 어찌 나를 우롱하려 하는고.

      강서(强鉏야! 이 역적 놈을 당장 죽여라

 

정려공도 역시 갑사(甲士들을 동교(東郊부근으로 보내면서

옹규(雍糾)를 도우려 하였으나이미 미리 와 있던 공자 ()에게

발각되어, 십중팔구는 죽거나 포로가 되었다.

 

      뭣이라고 옹규(雍糾)가 죽었다고 하였느냐

      아아,  정려공(鄭厲公)이 더욱 외로워지는구나

 

      이제 제족(祭足)이 나를 용서치 않으리라

      아아나의 일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려공(鄭厲公)은 말을 마치자마자곧바로 채() 나라로 도망쳐

버리면서 한심하다는 듯 이런 말을 남긴다.

 

      나라의 큰 대사(大事)를 처자와 의논하다니

      죽어 마땅한 놈이며천하에 다시 없는 바보로다

      내가 어쩌다 옹규(雍糾) 같은 소인배를 믿었는가

 

옹규(雍糾)는 사랑하는 자기 부인으로 인하여 죽게 되었다.

이는 항상 가까운 곳에서 비밀이 새 나가니 조심하란 뜻이다.

 

      정려공(鄭厲公)이 도망갔다고 하였느냐?

      어느 곳으로 도망갔느냐?

      예에상경 나리(나라로 갔다고 합니다.

 

      좋다공보(公父정숙(定叔)께서는 하루빨리

      (나라에서 소공(昭公)을 영접하여 오시 오

 

제족(祭足)은 오랜만에 정소공(鄭昭公)을 복위(復位)시켜 다시

모시게 되면서무릎을 꿇고 깍듯이 인사 말씀을 올리게 된다.

 

      주공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사옵니다.

      주공옛날에 보내드린 저의 밀계(密契)처럼

      신의(信義)를 이행(履行하게 되었사옵니다.

      이제 마음 편히 나라를 다스리옵소서.

 

90 효도는 우매한 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