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88 화. 잔머리로 큰일을 도모하는가.

서 휴 2023. 5. 7. 14:06

 88 잔머리로 큰일을 도모하는가.

 

      나는 제족(祭足)의 허수아비인가아닌가?

      나처럼 아무것도 못 하는 군주가 있겠는가?

 

      아, 어쩔 수 없이 제족(祭足)을 제거해야 만

      나의 권위가 세워진다는 것이냐?

 

정려공(鄭厲公)은 제족(祭足)이 조정과 군권을 모두 쥐고 있으므로

섣불리 손을 쓸 수도 없어분노를 참고 삼킬 수밖에 없었으며,

이에 정군(鄭軍)은 제족(祭足)의 명령에 따라 나가 싸우지도 않고

철저히 방비만 하게 된다.

 

송장공(宋庄公)은 정군(鄭軍)이 나와 싸우지 않으니 어쩔 수 없어,

() 나라에 심한 모욕만을 주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정려공(鄭厲公)은 아무런 실권도 없으면서, 늘 상

      제족(祭足)의 결정만을 지켜보며 살게 되다 보니

      도무지 군주로써 사는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그는 제족(祭足)을 죽여서라도,

      자기의 실권을 찾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가고 다음 해봄이 찾아와 3월이 되었다.

왕실에서는 주환왕(周桓王)이 노병이 들어 위독하게 되자

급히 주공(周公흑견(黑肩)을 불러 후사(後嗣)를 당부한다.

 

      적자에게 보위를 물려주는 것이 예법이나

      ()은 차자인 극()을 더 사랑하노니 

      태자 타()가 내 뒤를 이어 즉위하여

 

      만약에 죽게 되거든. 왕위를 타()의 아들에게

      전하지 말고, 내 차자인 극()에 물려주도록 하라

 

주환왕(周桓王)이 사랑하는 둘째 아들인 극()을 부탁하며 죽자,

주공 흑견(黑肩)은 태자 타()를 왕위에 올렸다. 그가 곧

주장왕(周庄王)이 되며, 그때가 기원전 697년의 일이다.

 

      상경 제족(祭足)왕실에 상()이 생겼다 하니

      과인이 조문 사절을 만들어 왕실에 다녀와야 겠소

 

      주공신 제족(祭足이옵니다.

      왕실과 우리 선군과는 원수가 되어있었사옵니다.

 

      더욱이 축담(祝聃)이 왕의 어깨를 쏘아

      그 충격으로 주환왕(周桓王)이 너무 고생하였나이다

 

      원한이 사무쳐 있사온데 만일 조문하러 가셨다가

      왕실에 잡혀 욕을 보게 될 수도 있사옵니다.

      주공, 국력을 회복하고 난 뒤에 가시옵소서

 

정려공(鄭厲公)은 제족(祭足)의 요청으로 왕실에 가지는 않았으나

그의 마음속에는 섭섭한 마음이 점점 깊이 쌓여가고 있었으며

치밀어오르는 화를, 더는 참을 수가 없어 탄식하게 된다.

 

      새는 마음대로 훨훨 하늘을 나는구나

      나도 새처럼 훨훨 날면 얼마나 좋을까?

      새야나도 너처럼 날아가고 싶구나

 

      나는 늘 갇히어 뜻을 펼 수가 없으니

      살아가는 즐거움이 무엇이란 말이냐?

 

정려공은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후원을 산책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자곁을 따르고 있던 대부 옹규(雍糾)

긴 한숨 소리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주공대부 옹규(雍糾이옵니다.

      봄 경치에 어우러진 뭇 새들도 자기 마음대로

      날며 즐거워하지 않는 새가 없사온데

 

      주공께서는 제후(諸侯)의 반열(班列)에 계시면서

      어이하여 슬퍼하는 기색을 띠고 계시나이까?

 

      옹규(雍糾뭇 새들은 가고 싶은 데로

      훨훨 날며 자기 마음대로 하지 않느냐?

 

      나는 군주라 하나 사사건건 간섭받고 있으니

      하늘의 새만도 못한 신세가 아니겠냐?

 

      주공께선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며

      너무 참고 있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주공군주는 아버지와 같고

      백성은 그 자식과 같다고 하였사옵니다.

 

      아비의 근심을 헤아리지 못하면 불효자이오며

      신하로서 주군을 위해 어려운 일을 마다한다면

      그것은 곧 불충이 될 것이옵니다.

 

      주공께서 이 옹규(雍糾)를 불초(不肖하지 않다고

      생각하시오면, 무슨 일이건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어찌 감히 죽을힘을 다하지 않겠나이까?

 

      ()은 제족(祭足)의 사랑하는 사위가 아닌가?

      주공, 상경 제족(祭足때문에 그러시나이까?

 

      비록 사위이기는 하나 총애는 받지 못하나이다.

      송후(宋侯)가 강제로 말씀하시어 사위가 된 것이지

      제족(祭足)이 원하여 그리된 것이 아니옵니다.

 

      제족(祭足)은 옛날 소공(昭公)의 이야기만을 하며

      아직도 그리워하는 마음을 품고 있사오나?

      (나라가 두려워 도모(圖謀)하지 못하고 있나이다.

 

      ()의 말이 모두 사실인가?

      주공, 모두 사실로 그러하옵니다.

 

      주공주공께서 원하신다면,

      신이 제족(祭足)을 죽이겠나이다

 

      ()이 과연 제족(祭足)을 죽일 수 있겠는가?

      신은 송()나라에서 왔기에 아주 적임자입니다.

 

      ()이 제족(祭足)을 없애만 준다면

      ()에게 상경 자리를 대신케 하리라

 

정려공은 옹규가 하는 말이 진심인 것을 알고는 못내 감격하며

믿게 되었으므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다 털어 놓게 된다.

 

      제족(祭足)은 여우처럼 상황판단이 빠르므로

      웬만한 계책으로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주공그렇긴 하오나 좋은 계책이 있사옵니다.

      아, 그래, 옹규(雍糾 어서 말해보라

 

      주공우리 신정(新鄭성 교외의 민가들이

      송군(宋軍)에게 심하게 약탈당했으나

      아직도 복구하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주공내일 사도(司徒)에게 명하시어

      곡식 창고 들을 수리하게 하시면서

 

      주공, 제족(祭足)에게 곡식과 피륙을 가져가게 하여

      백성을 위로하면서 나눠주도록 명하옵소서

 

      신은 동쪽 교외에 잔칫상을 차려 놓고

      짐독(鴆毒) 술로 제족(祭足)을 죽이겠나이다.

 

      옹규(雍糾) 야!정말로 그렇게 할 수가 있겠는가?

      주공정말 믿어주시옵소서

 

      경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으니

      경은 세심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이 절대,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될 것이다

      주공명심(銘心) 명심(銘心) 하겠나이다.

 

(새는 중국 남방 광동(廣東)에서 사는 독() 있는 새로

몸의 길이가 21~25cm 이며몸은 붉은빛의 흑색(黑色)이면서,

주둥이는 검붉은 색이며눈동자는 아주 또렷한 검은색이다.

 

      (새는 독이 많은 뱀을 잡아먹고 살므로,

      온몸에 독기(毒氣)가 있어 짐독(鴆毒새라 부른다.

 

      (새의 배설물(排泄物)에 독이 가장 많으며

      음식에 새의 깃하나만 담겨도 즉사한다고 한다.

 

정려공(鄭厲公)은 평소 옹규(雍糾)를 믿고 었으므로, 그의

계책을 매우 찬성하면서 큰 기대를 걸고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서방님이제야 오셔요?

      으응옹희(雍姬)도 오늘 별일 없었소?

 

옹규(雍糾)는 원래부터 마음이 여리고 단순하였다. 평소 부인인

옹희(雍姬)를 너무 사랑하기에그날따라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눈빛에 부딪히면서자기도 모르게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게 된다.

 

상냥하면서 어여쁘며 눈치가 빠른 옹희(雍姬)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바짝 다가앉으며 살살 애교를 부리며 캐묻게 된다.

 

      서방님오늘 궁중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요?

      아니요아무 일도 없었소

 

      서방님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지 않나이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 안 사 오니

      크건 작건 마땅히 알려줘야 할 것입니다.

 

      허 어별일이 아니오

      주공께서 우리 장인을 동쪽 교외에 가시게 하여

      백성을 안무(按撫=慰勞위로하게 하라 하시었소.

 

      장인께서 그곳에 당도하면 내가 푸짐한 잔칫상을

      차려 놓고, 장인을 위해 축수(祝壽)를 올리고자 하오.

      그 외에는 아무 일도 없소이다!

 

      아버님을 위로하신다면 어찌 집을 놔두고,

      하필이면 동쪽 교외에다 잔칫상을 차리나이까?

 

      더는 물어보지 말길 바라오

      이것은 모두 주공의 명령이오

 

옹희(雍姬)는 의외로 고지식한 옹규(雍糾)의 성격을 아는지라

평소 궁금증이 많았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의심이 많이 들었다.

 

옹희(雍姬)는 다음 날, 옹규(雍糾)가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해

올리면서, 좋은 술을 꺼내 웃음을 지으며 반주(飯酒)를 따른다.

 

      허 어이 술이 지금까지 있었소?

      오래전에 감춰놨었지요

      보이면 혼자서도 밤새워 마시니까요?

 

      좋소한잔 따라주시오

      오랜 세월 숙성시켜서 그런지 목구멍에 탁 넘기면

      그 향기로움이 짜릿하게 퍼지며 온몸에서 우러나오

 

      이 술은 역시 명주(銘酒

      이 귀한 술을 내놓다니 정말 고맙소

 

      호호, 서방님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허허, 나도 옹희(雍姬)를 무척 사랑하오

 

      서방님이 나만을 사랑하는 걸 잘 알아요.

      서방님의 깊은 사랑을 받게 되니

      나의 마음도 서방님의 사랑에 젖어 있어요.

 

 89 지아비냐, 나의 아버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