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 화. 초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25. 초나라의 등장

 

제 75 화. 초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초(楚) 나라는 오제(五帝)의 전욱(顓頊)에서 시작된다고 하며,

전욱(顓頊)은 황제(黃帝)의 손자이자 창의(昌意)의 아들이다.

 

      전욱(顓頊)은 칭(稱)을 낳고

      칭(稱)은 권장(卷章)을 낳으며

      권장(卷章)은 중려(重黎)를 낳았다.

 

      중려(重黎)의 아들은 곤(鯀) 이며

      곤(鯀)의 손자는 우왕(禹王) 이다.

 

중려(重黎)는 오제(五帝)인 제곡(帝嚳) 밑에서 불을 다스리는 

화정(火正)의 벼슬을 맡아, 어두운 세상을 밝게 하였다고 

칭찬받으면서 신화 속의 불의 신인 축융(祝融) 이라 불렀다.

 

      나쁜 놈！ 공공씨(共工氏)가 난을 일으켰구나！

      중려(重黎)는 빨리 쫓아가 토벌하고 오라！

 

      그놈들을 원만하게 수습하지 못했단 말인가?

      중려(重黎)를 죽이고 그의 동생인 오회(吳回)를

      화정(火正) 자리를 앉혀 대신하게 하라！

 

제곡(帝嚳)은 경인 일에 중려(重黎)를 죽이고, 그 뒤를 동생

오회(吳回)에게 잇게 하여, 불을 다스리는 화정(火正)에 앉혔다.

 

      오회(吳回) 또한 불을 잘 다스리며

      축융(祝融) 이라는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중려(重黎)의 동생인 오회(吳回)는 육종(陸終)을 낳았다.

육종(陸終)은 귀방국(鬼方國) 군주의 딸과 혼인을 하게 되었다.

 

귀방국(鬼方國) 군주의 딸은 임신하여, 11년 만에 왼쪽 옆구리에서

세 아들을 낳고, 또 오른쪽 옆구리에서 세 아들을 낳았다.

 

      맏이는 곤오(昆吾)이며, 

      둘째는 참호(參胡)이며,

      셋째는 팽조(彭祖)이며, 

      넷째는 회인(會人)이며,

      다섯째는 조성(曹姓)이라 불렀다고 한다.

 

 여섯째 마지막 아들인 계련(季連)은 자기의 성을 미(羋)라고 정하니

초(楚) 나라는 미(羋)의 자손이 되었다.

 

      계련(季連)은 부저(附沮)를 낳고

      부저(附沮)는 혈웅(穴熊)을 낳았다.

 

혈웅(穴熊)의 후손(後孫)에 육웅(鬻熊)이 있었으며, 육웅(鬻熊)이

초(楚) 나라를 세운 웅(熊) 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육웅(鬻熊)은 박학다식하면서도 덕망이 높아 주문왕(周文王)과

주무왕(周武王)의 스승이었으나, 안타깝게 일찍 죽었다고 한다.

 

      육웅(鬻熊)의 아들은 웅려(熊麗)라 하였고

      웅려(熊麗)는 웅광(熊狂)을 낳았으며

      웅광(熊狂)은 웅역(熊繹)을 낳았다.

 

웅역(熊繹)은 주문왕(周文王)과 주무왕(周武王)의

스승이던 육웅(鬻熊)의 증손자(曾孫子)가 된다.

 

아버지 주무왕(周武王)의 유업을 이어받은 주성왕(周成王)이, 

주(周) 나라 개국(開國) 이래 처음으로 일어난 삼감(三監)의 난을 

어렵게 수습하고 안정이 되자, 논공행상(論功行賞)을 벌였다.

 

      이때 공신의 후예로서, 웅역(熊繹)이 천거되며,

      웅역(熊繹)은 비록 자작(子爵)의 작위를 받았으나

 

      봉지로 받은 영지는 남작(男爵)에 해당할 만큼 넓은

      초만(楚蠻) 땅에 봉하여져, 한수(漢水) 강안(江岸)의

      단양(丹陽) 땅에 도읍지를 세웠다.

 

초만(楚蠻)은 장강(長江) 유역의 밀림으로 가시나무(荊형)가 뒤덮여

있었으므로 형(荊) 또는 초(楚)  나라로 불리기도 하였다. 

 

초(楚)는 그 뿌리가 중원이 아닌 남만(南蠻)에 있어, 형(荊) 땅의

오랑캐인 형만(荊蠻) 이라 불리게 되며, 중원의 여러 나라로부터

멸시와 냉대를 심하게 받았었다.

 

      웅역(熊繹)은 웅애(熊艾)를 낳고

      웅애(熊艾)는 웅단(熊䵣)을 낳고

      웅단(熊䵣)은 웅승(熊勝)을 낳았으며

 

      웅승(熊勝)은 동생 웅양(熊楊)에게 뒤를 잇게 하여

      웅양(熊楊)은 아들 웅거(熊渠)를 낳게 된다.

 

초(楚)의 5대 군주인 웅거(熊渠)에 이르러, 한수(漢水)와 장강(長江)

지역의 많은 부족을 포용하게 되자, 이때 웅거(熊渠)는 모두 자기의 

백성들이라 부르며 스스로 왕(王) 이라 부르게 하였다.

 

그 후 웅거(熊渠)는 주(周)의 주여왕(周厲王)이 몹시 잔인하고. 

포악한 정치를 펴게 되자, 혹여 침략을 받지 않을까? 겁을 먹고

두려워하였으므로, 이에 더는 왕이라 부르지 못하게 하면서

한동안 조용히 지냈다고 한다.

 

      5대 군주인 웅거(熊渠)가 죽고 난 뒤에

      8대 군주인 웅의(熊儀)에 이르렀으며

 

      다시 10대의 웅현(熊眴)이 죽게 되자

      동생인 웅통(熊通)이 형의 아들을 죽이고

      스스로 보위에 올랐다.

 

초(楚) 나라는 황하(黃河)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웅통(熊通) 때부터 한수(漢水)와 회수(淮水) 유역과 남쪽으로는

장강(長江)의 일부 유역을 점령해가며 영토를 많이 넓혔다.

 

      조례(朝禮)에 다 모였는가?

      나. 웅통(熊通)을 왕이라 부르도록 하라.

 

      주공. 아직은 빠르옵니다.

      아직도 중원의 제후(諸侯) 들이 주(周) 왕실을 떠받들며

      끊임없이 조공(朝貢)을 바치고 있나이다.

 

      좀 더 중원(中原)이 돌아가는 걸 보았다가

      마땅한 기회가 오는 그때 정하시옵소서.

 

      으음. 그러한가? 좀 더 기다려 보란 말인가?

      송구하오나 그렇사옵니다！

 

웅통(熊通)은 사나운 성격에 싸움을 좋아하여, 왕호를 칭할 마음을

갖고 있었으나, 제후들이 변함없이 주(周) 왕실을 받들고 있었으므로

이에 칭왕(称王) 할 생각을 가슴에만 묻어두고 관망을 하게 되었다.

 

그 후에 주환왕(周桓王)이 왕사군으로 정(鄭) 나라를 정벌하려다가

오히려 정(鄭) 나라에 크게 패하여 돌아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웅통(熊通)은 거리낌 없이 왕호를 참칭(僭稱)하려 하였다.

 

      주공이시여. 신 투백비(鬪伯比) 이옵니다.

      오. 영윤(令尹)은 어서 말해보시오.

 

      우리는 왕호(王號)를 버린 지 오래입니다.

      이제 다시 왕호(王號)를 쓰신다면

      주변 나라의 이목(耳目)이 두렵사옵니다.

 

      또한, 세상 사람들이 놀랄까 심히 우려되오니

      주변의 제후들을 먼저 힘으로 굴복시킨 연후에

      사용하심이 어떠하실는지요.

 

      그렇소이까? 좋은 방법이 있소?

      한수(漢水) 동쪽에는 수(隨) 나라가 제일 강하옵니다！

 

      잠시 군사를 거느리고 수(隨) 나라 가까이 가시어

      그곳에서 사신을 보내 화친(和親)을 맺자고 하시옵소서.

 

      수(隨) 나라가 화친(和親)을 맺으면 굴복하게 되는 것이므로

      수(隨) 나라를 굴복시키면, 

 

      한수(漢水)와 회수(淮水) 유역에서 순종하지 않는

      나라가 없게 될 것이며, 그리되면

      우리 초(楚) 나라를 모두 따르게 되옵니다.

 

수(隨)는 한수(漢水)와 장강(長江)이 합쳐지는 운수(溳水=淸發水)의

상류에 있었으므로, 현재의 수주시(隨州市) 부근이라 할 수 있으며,

성씨는 희성(姬姓)의 제후국(諸侯國)이다. 

 

웅통(熊通)은 투백비(鬪伯比)의 말에 쫓아 친히 대군을 이끌고

한수(漢水)를 건너 나갔으며, 하(瑕 ) 땅에 이르자, 진채를 세우고

난 후에, 수(隨) 나라에 화친(和親)을 맺자고 청하였다.

 

      수(隨) 나라에는 계량(季梁) 이라는 현신(賢臣)과

      소사(少師)라는 간신이 있었는데

      수후(隨侯)는 소사(少師)를 더 믿고 있었다.

 

초(楚) 나라 대부 위장(薳章)이 화친(和親)을 청하러 수(隨) 나라에

가자, 이에 수후(隨侯)는 긴급히 조례를 열었다.

 

      초(楚) 나라에서 화친(和親)을 맺자고 찾아왔소！

      화친(和親)을 맺어야 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조치하면 좋겠소?

 

      주공, 신 계량(季梁) 이옵니다.

      초(楚) 나라는 강하고 우리는 약 하온데

      저들이 먼저 화친(和親)을 맺자고 하는 데는

      반드시 저의가 있을 것이옵니다.

 

      저들의 속마음을 예측하기 어렵사오니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살피셔야 하옵니다.

 

      주공, 겉으로 초(楚) 나라를 응대하면서

      안으로는 두루 방비를 잘하시어

      후환이 생기지 않도록 하시옵소서.

 

      주공, 신 소사(少師) 이옵니다.

      주공. 신이 조약 문서를 받들어 가지고 가서

      초(楚) 나라 군영을 살피고 오겠사옵니다.

 

      오, 소사(少師)는 좋은 생각을 하였소！

      살피고 난 뒤에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조약을 체결하고 돌아와도 좋소！

 

초(楚) 나라 군영에서는 수(隨) 나라 사신으로 소사(少師)가 온다고.

하자, 웅통(熊通)은 회의를 열어 대책을 세우게 하였다.

 

 제 76 화. 약한 모습으로 속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