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2 화. 강상, 조가로 가는가.

서 휴 2023. 3. 8. 15:16

2 . 강상, 조가로 가는가.

 

       사마천(史馬遷)의 사기(史記) 백이열전(伯夷列傳)에서

       고죽국(孤竹國)의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죽국(孤竹國)의 위치는 발해만(渤海灣) 서북쪽

       연안으로 넓은 평야 지대가 비옥하여,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았던 나라였다.

 

       예전부터 강이나 바닷가나 평야지대의 비옥한 곳은

       모두가 고조선의 사람들이 모여 살던 지역이었다.

 

강상(姜尙) 또는 여상(呂尙)의 집안은 백이(伯夷)의 후손으로

처음엔 풍족한 집안이었으나, 대대로 오랫동안 벼슬을 하지

못하고 또한, 조상들이 집안을 일으켜 세우지 못하면서,

강상(姜尙)이 태어난 그때는 이미 천민(賤民)이 되어있었다.

 

       불쌍한 남매는 고향인 하내(河內)를 떠나게 된다.

       하내(河內)는 산동반도(山東半島)의 끝자락으로

       요동반도(遼東半島) 끝부분을 마주 바라보는 곳이다.

 

       곧 발해만(渤海灣)과 황해(黃海)를 드나드는

       바닷가이므로, 지금의 산동반도(山東半島)에 있는

       일조시(日照市)라 할 수 있다.

 

산동반도(山東半島)와 건너편인 요동반도(遼東半島) 그사이에는

여러 개의 섬이 있어 징검다리 역할을 하여주었으므로,

서로 자유롭게 드나들며 살던 같은 생활권역이었다.

 

이렇게 10년 지나는 동안 누나는 좋은 남자를 만나 시집가게 되고,

강상(姜尙)은 마씨(馬氏) 집안의 데릴사위로 들어가게 되었다.

 

       강() 사위는 또 어딜 갔느냐

       아버님, 아까 산에 올라갔습니다.

 

       뭐 하러 산에 자꾸 올라간다더냐

       산에서 도사(道士)님에게 뭘 배운답니다.

 

       농사를 지으며 먹고 살 생각을 먼저 해야지

       강() 사위는 농사일에 성정이 맞지 않는구나

 

       밥벌이도 못 해, 마누라도 챙기지 못할 놈이로다

       인제, 그만 내쫓아 버려라

 

강상(姜尙)은 결국 마씨(馬氏)의 마음에 들지 않아 쫓겨나게 되면서,

산동 반도에서 황하의 중원까지 여러 곳을 전전하며, 갖은 고생을

하다가 결국 폭넓은 결심을 하게 된다.

 

       기왕이면 큰 곳에서 한번 살아보자

       상() 나라의 서울은 조가(朝歌)가 아닌가

       좋다, 조가(朝歌)에 가서 한번 살아보자

 

탕왕(湯王)은 기원전 1600년경에 명조(鳴條) 땅에서 하() 왕조의

걸왕(桀王)을 격파시키고 국호를 상()이라 정하면서,

() 왕조의 제도와 전례(典禮)를 정비하며 13년간 재위하였다.

 

()나라의 도읍지는 처음에 박() 땅으로 정하였다가, (),

()으로, () 등으로 여러 번 옮기다가, 기원전 1300년경에

반경왕(盤庚王)이 은() 땅으로 옮겨와 마지막까지 있게 된다.

 

       상()나라 마지막 도읍지가 은() 땅이었으므로

       그때의 사람들은 은()나라라 부르기도 하였다.

       은()나라는 곧 상() 나라를 말하는 것이다.

 

() 땅에 상()나라 도읍지가 마지막까지 있었으므로, 그곳이

()나라의 수도인 조가(朝歌)라 불리게 되는 곳이다.

 

       백정(白丁) 노릇을 열심히 하는구려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백정(白丁)의 사나운 일 말고도 할 일이 많잖은가

       옳은 말씀이옵니다. 하오나?

       맡은 일이니 열심히 하여야 하지요

 

       백정白丁, 노릇도 옳게 하지 못하는 자에게

       나랏일을 맡기시면, 짐승 대신에 나라를 잡게 되지요.

       허 어, 그도 옳은 말이오

 

조가(朝歌)에 찾아 들어온 강상(姜尙)은 먹고살기 위하여 많은

어려움을 견뎌내며, 도살장 종업원이 되어 소를 열심히 잡기도

하고, 소금을 파는 상점의 점원이 되면서, 더욱 열심히 일한바

조금 모은 돈으로 밥을 파는 조그만 식당을 차리게 된다.

 

강상(姜尙)은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어려운 일을 겪어봤으므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를 깨닫게 되어, 겸손하게 처신하며 살았다.

 

       여보시오. 강상(姜尙)!

       작은 식당보다는 큰 요릿집이 어떻겠소?

 

       요릿집이 좋기는 하지만 돈이 많이 들지요?

       강상(姜尙)은 성실하니 잘 운영할 것이오

 

       밑천은 내가 댈 터이니 좋은 장소를 알아보시오

       저를 믿어주시다니요? 정말 고맙습니다

 

강상(姜尙)은 다행히 좋은 사람을 만나 고급 요릿집을 차리게 되자,

더욱 열심히 운영하면서 좋은 소문이 나기도 하고 돈도 벌게 된다.

 

       그러나 상() 나라 말기의 인재들인 산의생(散宜生).

       태전(太顚), 굉요(閎夭). 남궁괄(南宮括) 등이 드나들며,

       이들과 친밀하게 사귀게 되면서 영업에 손실을 가져온다.

 

반면에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사귀게 되다 보니, 강상(姜尙) 또한

자기 지식을 마음껏 펼쳐내며, 여러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게 되었다.

 

       상() 나라의 마지막 임금인 주왕(紂王)은 큰 몸집에

       힘이 장사이면서 자질이 영민하고 능력이 뛰어나,

       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며, 제후들을 잘 거느렸다.

 

       그 무렵 유소씨(有蘇氏) 부족을 토벌하고, 유소씨의 딸

       달기(妲己)를 헌상받아 왕궁으로 데려오게 된다.

 

       그때부터 달기(妲己) 만을 총애하게 되면서

       주왕(紂王)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하게 되며,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자객인 강환(康宦)이 갑자기 습격하여 주왕(紂王)을 죽이려

덤벼들자, 겨우 피해 살아난 주왕(紂王)은 분을 참지 못하고 있는데,

달기(妲己)가 다가와 눈물을 흘리며 속삭이 듯 이야기하였다.

 

       왕이시여, () 왕후가 이 달기(妲己)를 질투하여

       강환(康宦)을 시켜 해치려 한 것입니다.

       으흠, 그렇지 않아도 강() 왕후가 수상하였다.

 

이 기회에 강() 왕후를 제거하기로 단단히 결심한 달기(妲己)

매일 밤 주왕(紂王)에게 사주했으며, 그에 대해 끝까지 결백만을

주장하는 강() 왕후로 인하여 문제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왕후가 강환(康宦)을 시켜 과인을 죽이려 한 게 틀림없도다

       어서, () 왕후의 자백을 받아내라!

 

       자백을 안 한다고 하였느냐?

       왕이시여, 왕후께서는 자객을 보지도 못하였고

       전혀 알지도 못한다고 결백만을 주장하나이다

 

       자객을 보지 못하였다고 하였느냐?

       왕이시여, 그러하옵니다.

 

       자객도 못 보는 눈깔이라면 파내어 버려서라도

       반드시, 자백을 받아내도록 하라

 

결국, 결백한 강() 왕후는 눈알을 파내는 치욕을 치르면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자, 이제 거칠 게 없어진 달기(妲己)

계획한 데로 자기 세상이 되었다며 마음속으로 몹시 기뻐하였다.

 

       달기(妲己)는 봉숭아꽃의 꽃잎을 따서 말리어

       홍분(紅粉)을 만들고, 거기에 연꽃의 씨앗에서

       짜낸 연지(燕脂)를 섞은 화장품을 사용했으며

 

       언제나 연지(燕脂)를 뺨에 발라 봉숭아꽃처럼

       매혹적인 분홍 얼굴로 주왕(紂王)을 유혹하며,

       갖은 작태를 동원하는 잠자리 기교(技巧) 또한

       말할 수 없이 좋았다고 한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은본기(殷本紀)에서, 달기(妲己)

주왕(紂王)에게 신하의 충언(忠言)은 듣지 못하게 하면서, 매일

흥겨운 방탕 생활에 젖어 들게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주왕(紂王)처럼 근심 걱정 없이 먹고 마시고 즐기며 방탕 생활을

하면, 새로운 음락(淫樂)의 즐거움에 더욱 빠져드는 모양이다.

 

       이때 방탕 생활을 하는 자가, 백성이라면

       자기와 자기 가정과 자기 주변을 망치겠지만

       주왕(紂王)처럼 한나라의 통치자라면

       나라를 망치고 백성을 도탄에 빠트리게 된다.

 

그렇다. 세상은 대가 없이 그냥 내주는 일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하나를 가지면, 어느 하나를 반드시 내주어야! 한다는 세상의

냉엄한 법칙이 있다는 걸 주왕이나 달기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악사(樂師) 사연(師涓)은 무얼 하느냐

       왕이시여, 부르셨나이까?

 

       요염하고 음탕하게 배꼽춤을 추는 것을

       북도지무(北鄙之舞) 라고 하였느냐?

       왕이시여, 그러하옵니다.

       북방 지역에서 즐기는 서민들의 춤이옵니다.

 

       좋도다. 아름다운 곡을 만들어 보아라

       배꼽을 더 잘 흔든다면 얼마나 흥겹겠냐?

 

       주상, 맛있는 음식을 차렸사오니

       자시면서 미미지락(靡靡之樂)을 즐기소서.

 

3 . 주지육림은 어떤 곳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