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3 화. 주지육림은 어떤 곳인가.

서 휴 2023. 3. 8. 15:52

3 . 주지육림은 어떤 곳인가.

 

       미미지락(靡靡之樂)의 미미(靡靡)는 바람이 불면

       풀들이 서로 한쪽으로 쏠리며 포개지면서

       부딪치며 내는 소리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쓰러질 미() 자는 문드러질 미() 자와 통하므로, 이런 음악은

마치 마약처럼 몸에 스며들면, 어느 사이에 이성의 애무나 달콤한

속삭임에 취하게 되는 환상적인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좋도다. 달기(妲己)만 내 곁에 있으면

       정말, 아무 근심 걱정이 없게 되는구나

 

       호호, 주상 과찬이십니다.

       주상, 사구(沙丘) 땅에 있는 원대(苑臺)를 넓혀

       연못도 만들며, 아름다운 동산으로 꾸며보시옵소서

 

       좋도다. 귀여운 짐승과 아름다운 새들도 모여들며

       사람과 함께 맘대로 뛰노는 넓은 곳이면 더욱 좋겠도다.

 

무거운 세금을 거두어 사구(沙丘)의 원대(苑臺)를 더 넓혀 온갖

들짐승과 날짐승을 그 안에 풀어놓았으며, 녹대(鹿臺)에는

연못을 만들었고, 거교(鉅橋)라는 창고에는 곡식을 가득 채웠다.

 

       왕이시여, 명하신 데로 원대(苑臺)라 현판을

       아주 크게 다시 달아 놨사옵니다.

 

       허 어, 원대(苑臺)를 넓고 아름답게 잘 꾸몄구나

       원대(苑臺)를 꾸미는 데 7년이나 걸렸다니

       그간 고생들이 많았도다.

 

       자, 이 비단 들을 받도록 하라.

       짐()은 오늘부터 이곳 원대(苑臺)에서 지내겠노라.

 

       악사(樂師) 사연(師涓)은 무얼 하느냐

       북도지무(北鄙之舞)를 흥겹게 추도록 풍악을 울려라

 

       배꼽춤은 배꼽을 중심으로 엉덩이를

       요리조리 잘 흔들어야! 흥이 나지 않겠느냐

 

       옳구나, 저 아이가 제일 잘 흔드는구나

       저 아이에게 상금과 술과 안주를 갖다주어라.

 

       허 어, 일일이 들고 갖다주기가 힘들겠도다

       허, 이래 가지곤 어찌 흥이 이어지겠느냐

 

       연못에 물 대신에 술로 가득 채워 놓고,

       나무마다 잘 양념한 삶은 고기를 걸어 놓아

       저 뛰노는 애들이 맘대로 먹고 마시게 만들어라

 

이에 백성들은 원대(苑臺)의 녹대(鹿臺)를 주지육림(酒池肉林)으로

부르게 되었으며, 미남 미녀들이 발가벗고 뛰놀다가 음탕한 짓을

벌이게 하면서, 미미지악(靡靡之樂)의 음탕한 소리가 크게 들리게

되면, 이에 주왕과 달기는 재밌어하며 깔깔 웃어 댔다.

 

       이런 공사비와 놀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조금씩 세금을 올리다가 점점 더 무겁게 물리게 되니

       백성의 살림은 점점 도탄에 빠지게 된다.

 

() 나라의 인재들이 모인 강상(姜尙)의 요릿집에서, 재상(宰相)

비간(比干)은 강상(姜尙)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다.

 

       상나라가 이곳, () 땅에 와서 망해서야 되겠소

       여러분절대로 망하게 해서는 아니 되오

 

       그러나 주왕은 달기를 너무 총애하여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리고 있소이다

 

       강상, 그대는 주왕을 깨우칠 수 있을 걸세.

       내가 아무리 찾아보아도 강상 밖에 없소

 

       궁에 들어가 주왕을 보필하여 바로 잡아보게나.

       강상 만이 할 수 있을 것이오

 

       주왕도 원래 좋은 사람이었소.

       잘 모시어 다시 좋은 사람이 되게 해보시오.

 

       강상에게 간청하오. 한번 해보시오

       좋습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강상(姜尙)은 주왕(紂王)의 숙부이며 재상(宰相)인 비간(比幹)

추천으로 상()나라 조정에 들어가, 짧은 기간 동안 벼슬을 한다.

 

주왕을 섬기며, 여러 번 좋은 말을 하여보았으나, 요부(妖婦)

달기에 빠져, 충성스러운 말은 듣지도 않으며, 나라 정사를 전혀

돌보지 않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는 벼슬을 그만두고 만다.

 

       주왕은 신하들의 말은 듣지도 않소이다!

       생각이 모두 달기와 노는 데만 가 있소.

 

       달기의 비위만을 맞추면서 노는 것만 알아

       원대에서 별짓을 다 하며 살고 있을 뿐이오

 

       주왕은 나라가 망할 것은 아예 생각지도 않으며

       재앙(災殃)도 모르고 사는 사람에 불과하오.

 

       더구나, 백성을 도탄에 빠트리고 있으면서

       미안함도 모르면서 사는 자가 아니겠소

       저자는 백성의 왕이 아니외다

 

강상은 당시의 인재인 산의생(散宜生). (굉요閎夭). 남궁괄(南宮括).

태전(太顚) 등과 터놓고 술을 마시며, 주왕에 관한 이야기에

열을 올리면서, 탁상공론(卓上空論)을 많이 이어져가게 하였다.

 

       손님은 많지만, 장사가 안 돼요

       아니, 무슨 일이 있느냐

 

       강상의 손님이 너무 많이 오는데

       술값을 안 내다보니, 늘 외상만 많이 깔려

       이달에도 적자가 났지요.

 

강상은 할 수 없이 고급 요릿집을 물려주고 서성이게 되면서,

그가 지은 육도(六韜) 수사(守士) 편에 아래와 같은 글을 적는다.

 

        不富無以爲仁 不施無以合親

       (불부무이위인 불시무이합친)

 

       가진() 게 없으면, 어짊()을 베풀() 수 없으며,

       배품() 이 없으면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없다.

 

       내가 가진 것을 이웃에 베풀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 가까이 모여들지 않으며

       결국은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며, 그리되면

       내가 가진 뜻을 전파하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강상이 위수(渭水)의 반계(磻溪)에 앉아 낚시질만 하였다는 것은,

대인 관계를 풀어나가는 경제력이 부족하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 세상을 떠나서도 한번 살아보자

       나만의 세계에서 나 홀로도 살아보는 거야

       어 허,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는가

 

강상은 그동안에 하였던 모든 것들을 일시에 접으며, 위수(渭水)

이북 쪽인 반계(磻溪)에 눌러앉아, 낚시질하기 시작한다.

 

       위수(渭水)는 황하(黃河)의 가장 큰 지류로,

       길이가 787km 나 되며,

 

       지금의 감숙성(甘肅省)의 위원현(渭源縣)에 있는

       서북쪽의 조서산(鳥鼠山)에서 발원(發源)하여,

 

       섬서성(陝西省)을 거쳐, 낙수(洛水)와 합쳐진 뒤에,

       동관(潼關) 이란, 그곳에서 황하(黃河)로 흘러 들어간다.

 

강상(姜尙)의 낚싯바늘은 곧은 ㅡ자 바늘이다. 물고기가 다가와

미끼가 달린 바늘을 완전히 삼켜, 낚싯바늘이 빠져나오다가,

목구멍에 덜컥 걸려야 낚이는, 곧은 ㅡ자 바늘이다.

지금의 낚싯바늘처럼 정교하게 만들지 못하였을 것이다.

 

       강상은 위수의 반계에서 몇 년이나 있었을까

       외롭게 홀로 앉아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될까

       삼사십 년이나 지나간 건 아닐까

       아니, 더 흘러간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낚싯대에 명상(冥想)을 걸고, 다가올 기회를

낚으려 하였던 것은, 자신을 거듭 반성하게 만드는 기간이며,

또한, 복잡한 세상사에 엉키어 사느니, 차라리 조용히 자기의

사상과 이념을 정리하여 책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래, 시작은 나의 뜻에 따라 하였지만

       나의 뜻을 펼칠 때까지 견뎌내는 것은

       나의 의지(意志)로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뜻이 이뤄진다는 것은

       나의 뜻과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나의 올바른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며 살아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어찌하겠는가?

       이곳에서 늙어 죽더라도 어쩔 수가 없도다.

 

       그래, 그렇도다.

       이 나의 결심을 흩트릴 수는 없도다.

 

​       기다려야 한다면 기다려보자

       이 위수(渭水)의 반계(磻溪)에서 기다려보자

 

       지나간 날은 엎질러진 물과 같도다.

       새 그릇에 새로운 생각을 담아야 한다.

 

       나의 사상과 이념을 거듭 정리하여

       미래를 바라보는 새 그릇에 담아보자

 

4 . 정치는 누구를 위한 수단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