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의 독실산
서길수
독실산 犢實山 1
누가
이 산을 안 오를 수 있으리
수억 수천만 년 전
백두산白頭山을 만들고
백두대간白頭大幹으로 따라 내려오며
백두대간白頭大幹의 마지막 큰 산山
어머니 같이 포근한 지리산智異山에 서 있으려다
겨울날 굵은 고드름 따다 거꾸로 세워놓은 양
가파르게 너무 우뚝하여
지리산 智異山에 어울리지 못하고
멀리멀리 바다멀리 홀로 내려온 독실산犢實山
외롭게 뿌리내려 산만이 서있는 가거도可居島
높기 도한 산山 밑은 온통 절벽絶壁으로
오르자하면 맘씨고운 여인女人이 성깔이 있듯
아름다운 장미꽃薔薇花에 가시가 있는 양
독실산犢實山 만의 아름다움 속에
위태危殆롭고 험한 걸 넣어 더한층 장엄莊嚴하니
혼자서 걸어 오르면
퍼렇게 날선 작두斫刀위에 맨발로 서 가는 양
맘 졸이며 아찔하다
발짝 한 발짝 걸어가는 내 모습이
산犢實山 만큼이나 아름다우며 외롭고 외롭다
누가 외롭고 위태危殆하다고
누가 이 산을 안 오를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