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1 화. 호랑이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다니.
비밀리에 친위親衛 대장을 불러라.
투곡어토鬪穀於菟 임, 부르셨습니까.
친위 대장은 우리와 맞서 싸우겠는가.
투곡어토鬪穀於菟 임, 궁궐宮闕 경비들이
모두 도망가면 되겠습니까.
친위 대장은 잘 생각하였소. 그러나
도망가느니 우리 편에 들어오시오.
좋습니다. 초성왕楚成王께 충성하겠소이다.
좋소이다, 지금 자원子元은 어디에 있소.
술에 취해 한 궁녀宮女를 끌어안고 자고 있습니다.
어느 곳이오. 자. 그쪽으로 갑시다.
자원子元은 술에 취해 깊은 잠을 자다가,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자,
놀라면서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는데, 칼을 들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젊은 사람을 보고서는 냅다 고함을 질러대었다.
투곡어토鬪穀於菟의 아들 투반鬪班 이로 구나.
네놈이 무슨 변變을 일으켰느냐.
나는 난亂을 일으킨 자가 아니다.
난亂을 일으킨 자를 죽이러 온 사람이다.
자원子元은 무술이 뛰어나, 투반鬪班이 재빨리 결판을 내지 못하고
있을 때, 투오鬪梧와 투오강鬪御疆이 달려와 합세하자,
자원子元은 세 젊은 장수를 당할 수가 없어 몸을 돌려 달아나려
할 찰나에 투반鬪班의 칼이 시퍼런 빛을 뿜으면서, 자원子元의
목이 잘렸으며, 자원의 욕망도 허욕이 되어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투렴鬪廉께서는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서 작은 방에서 나오십시오.
대大 군부인君夫人 마마임.
신 투곡어토 鬪穀於菟 이옵니다.
드디어, 영윤令尹인 자원子元을 죽였습니다.
수고하였소. 어서 왕에게 보고하시오.
투곡어토鬪穀於菟 와 그 일행은 도화부인桃花夫人의 침실밖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리며, 모든 사태를 자세히 보고하였다.
이제 백관百官 들은 다 모이었소?
대大 군부인君夫人 마마임.
조정의 신료들이 다 모였습니다.
어젯밤에 도륙한 자원子元의 목과 그 죄상을
낱낱이 써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걸어놓으시오.
초성왕楚城王은 형인 웅간熊艱이 민심을 크게 배반하였고, 또한
자원子元의 장기간에 걸친 만행으로 나라 살림이 몹시 피폐해져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 중원中原의 사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이제 하루 빨리 황폐해진 나라를 복구하고
선군이신 초무왕楚武王과 초문왕楚文王이
이루어 놓았던, 우리 초楚 나라의 전성시대를
구가謳歌 해보고 싶소이다.
위와 같은 말을 하고 있던 초성왕楚城王은 공실 내에서 가장 큰
세력인 투씨鬪氏 일족을 불러놓고 자신의 각오를 밝히는 것이다.
투렴鬪廉은 어찌 생각하시오?
나라가 이렇게 피폐한 상태로 가다가는
우리 초楚 나라가 약소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오.
더욱이 지금, 영윤令尹 자리마저도 비어 있소.
투렴鬪廉께서는 어찌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오?
투렴鬪廉께서 영윤令尹을 맡아 국정을 운영해주시오.
왕이시여. 이 투렴鬪廉의 능력으로는 제齊 나라의
관중管仲과 겨루기가 너무나 부족하옵니다.
지금 중원中原의 제후국을 이끌어 나가는 나라는
제齊 나라이옵니다.
그 군주인 제환공齊桓公은 즉위하자마자
명재상 관중管仲과 초야草野에 묻혀있던
영척寧戚을 등용하여 부국강병책을 펼치며
천하의 패공霸公이 되었다, 하나이다.
우리도 그와 같이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여
부국강병富國强兵 부터 이룩해 놓아야 하나이다.
그러하나 신으로 말할 것 같으면
관중管仲의 재능을 따를 수가 없나이다.
그렇다면 어찌하는 게 좋겠소?
왕께서 내정의 기강紀綱을 바로 세우시어
제齊 나라와 겨루실 마음을 가지셨다면
반드시 투곡어토鬪穀於菟를 등용하시어
영윤令尹의 자리에 올리셔야 합니다.
왕이시여. 관중管仲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투곡어토鬪穀於菟 밖에 없다고 생각되오며
왕이시여, 오르지 투곡어토鬪穀於菟 만이
영윤令尹의 직책을 완수할 수 있으며
제齊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나이다.
신료 臣僚들 마저 모두 투렴鬪廉의 말에 이구동성異口同聲 으로
찬성하자, 초성왕楚成王은 의아한 표정으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
투곡어토鬪穀於菟에 관하여 물어보게 된다.
투백비鬪伯比의 아들인 것은 알고 있으나
투곡어토鬪穀於菟의 재능에 대하여는 들어본 바가 없소.
투곡오토鬪穀於菟. 그는 어떠한 사람이오?
투렴鬪廉이 투곡어토鬪穀於菟의 집안 내력에 관하여 상세하고
재밌게 이야기를 시작하자 초성왕楚成王은 흥미롭게 듣게 된다.
투곡어토鬪穀於菟의 할아버지 투약오鬪若敖는
한수漢水 가에 있는 운鄖 나라의 공녀公女를
아내로 맞이하여 투백비鬪伯比를 낳았다.
투백비鬪伯比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 투약오鬪若敖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어머니를 따라 운鄖 나라에 가서 살았으며
어머니를 따라 자주 운鄖 나라의 궁중宮中을 드나들었다.
운鄖 나라의 운부인鄖夫人은 조카인 투백비鬪伯比를
자기의 자식처럼 사랑하고 귀여워해 주었으며,
자기의 어린 딸인 운녀鄖女와 같이 놀게 하여주었다.
투백비는 외사촌 동생인 운녀鄖女와 어릴 적부터 소꿉장난하며
놀았으며, 성인成人이 된 뒤에도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을 내버려
두자, 젊은 두 남녀는 선을 넘어 운녀鄖女가 아이를 배게 되었다.
운녀鄖女 야. 네 배가 왜 그러하냐.
처녀가 아이를 배다니 큰일 났구나.
너는 깊은 방에 들어가 나오지 말라.
너희 시녀들은 투백비鬪伯比가 오거든
내궁內宮에 절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운부인鄖夫人은 운녀鄖女가 병病이 들었다고 소문을 내면서
내궁內宮의 깊숙한 방에 감추어 버려,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하였다.
운녀鄖女가 낳은 게 아들이라고 하였느냐.
누구도 알게 하여서는 절대로 아니 된다.
너희는 비밀리에 이 아이를
산속의 몽택夢澤 늪에 갖다버려라.
심지어는 운鄖 나라 군주조차 딸인 운녀鄖女의 비행을 알지 못하게
하였으며, 투백비鬪伯比는 자기의 책임이라며 몹시 괴로워하다가,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초楚 나라로 돌아가고 말았다.
요즘은 화창하고 좋은 날씨로다.
사냥하기에 딱 좋은 날씨로구나.
운鄖 나라 군사들은 모두 사냥을 나가자.
큰놈을 잡은 자에게 상을 내리리라.
주공. 늪 가에 호랑이 한 마리가 앉아있나이다.
뭣이. 호랑이라 하였느냐.
으음, 정말이로구나. 잘 되었다.
누가 활을 쏘아 저 호랑이를 잡겠느냐.
주공. 참으로 이상하나이다.
아무리 화살을 쏘아도 맞지를 않나이다.
뿐만 아니오라.
호랑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만 있나이다.
호랑이에게 무슨 일이 있나, 가까이 가보아라.
주공. 호랑이가 갓난아기에게 젖을 주고 있나이다.
허 어, 참. 정말이로구나.
갓난아기가 호랑이의 젖을 빨고 있다니
저 갓난아기는 보통 아이가 아닐 것이다.
호랑이와 갓난아기를 놀라게 하지 마라.
우리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 다시 사냥하자.
황혼 무렵에 궁으로 돌아온 운鄖 나라 군주는 운부인鄖夫人에게
갓난아기에게 젖을 빨리던 호랑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늘 사냥을 나갔다가 이상한 일을 다 보았소.
어디로 사냥을 하시었습니까.
몽택夢澤의 늪으로 갔었지요.
무슨 일이 있었사옵니까.
호랑이가 갓난아기에게 젖을 빨리는 것이 아니겠소.
거참, 이상도 하지요.
아무리 활을 쏘아도 호랑이에게 맞지를 않는 것이오.
호랑이가 죽음을 무릅쓰고 자기 젖을 빨리고 있으니
그 갓난아기는 보통 아이가 아닐 것이 분명하외다.
운부인鄖夫人은 이 모貌 저 모貌 따지듯 묻다가 한순간 그 아이가
자기가 내다 버린 운녀鄖女의 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공. 신첩의 허물을 용서하여 주소서.
신첩이 주공을 속이고 있었나이다.
아니, 갑자기 무엇을 숨겼다는 것이오.
사실事實, 그 아기는 신첩이 내다 버린 아기입니다.
아니, 방금 무어라 하였소.
아니, 부인이 그 아기를 어디서 나서 버렸단 말이오.
그제야 운부인鄖夫人은 투백비鬪伯比와 딸 운녀鄖女 사이에 그동안
벌어졌던 일을 자세히 들려주면서 또 말을 이어나갔다.
주공. 우리 딸이 낳은 아기를
호랑이가 젖을 물려주고 키운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이는 그 아이가 후일 큰 인물이 될 징조입니다.
이참에 아예 데려와 키우는 것이 어떻겠나이까.
운鄖 나라 군주는 평소 운부인을 믿는지라, 그의 청을 승낙하고
몽택夢澤으로 사람을 보내어 외손자를 데려와 운녀鄖女에게
내주어 키우게 하면서, 초楚 나라의 투백비鬪伯比와 혼인시켰다.
초楚 나라 사람들은 젖을 곡穀 이라 하고
호랑이를 어토於菟 라고 발음하였다.
투백비鬪伯比는 운녀鄖女와 함께 살게 되면서, 호랑이가 젖을
먹인 아이라는 뜻에서 아들 이름을 투곡어토鬪穀於菟 라고
지어주었고, 자字를 자문子文 이라 부르게 하였다.
오늘날도 호북성 운몽현에 어토향於菟鄕이 있다.
그곳은 투곡어토鬪穀於菟 가 태어난 곳이라 한다.
투곡어토는 자라나면서 유달리 글 읽기를 좋아하였고, 마침내는
나라를 다스릴 만한 재능과 학식과 무예를 두루 갖추게 되었다.
왕이시여, 우리 투씨鬪氏 들은
투곡어토의 지혜와 총명함을 아오나
다른 사람들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나이다.
또한, 투곡어토鬪穀於菟는 자기의 재능을
자랑하지 않으며, 소문 나는 걸 싫어하여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나이다.
초성왕楚成王은 투렴鬪廉의 투곡어토鬪穀於菟 대한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투곡어토鬪穀於菟를 불러 얘기를 나누어보았다.
과연 투곡어토鬪穀於菟는 투씨鬪氏 일족이 자랑할 만큼 학식과
지혜가 깊었으며, 인품 또한 고매하고 강직하였다.
초성왕楚成王은 투곡어토鬪穀於菟를 믿게 되어
그 즉시 영윤令尹으로 삼으면서,
나랏일을 모두 그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이때가 기원전 664년이며, 주혜왕周惠王 13년으로, 제환공齊桓公
22년이면서, 초성왕楚成王은 재위在位 8년이 되는 해의 일이었다.
왕이시여, 신 투곡어토鬪穀於菟, 몇 말씀 올리겠나이다.
무엇이오. 어서 말해보시오.
역사적으로 보건대 나라의 불행은
군주가 약하고 신하가 강한 데서 비롯되었나이다.
왕이시여. 신이, 영윤令尹이 된 바이므로
대대적인 개혁 정치를 펼치겠나이다.
우리 백성들은 농사일이 근본이옵니다.
우리 백성들이 농사일에 전념토록 만들겠나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백성들에게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을 나눠주겠나이다.
땅이 어디 있어 나눠준단 말이오,
신하들이 녹祿으로 받은 토지의 절반을
나라에 헌납獻納 하도록 만들겠나이다.
신하들이 쉽게 말을 듣겠소.
먼저 우리 투씨鬪氏 일족의 땅부터 내놓을 것이며
다른 문무백관文武百官 들은 따르든가 말든가
자기의 판단에 맡기겠나이다.
투씨鬪氏 일족이 먼저 가지고 있는 땅의 절반을 정책에 따라 내놓게
되자, 다른 사람들도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었으며, 아울러 평지나
구릉지대丘陵地帶를 개간하기 시작하며 농지를 늘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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