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3 화. 죽고 살기로 싸우자.
투렴鬪廉은 일단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초성왕楚成王의 칼을 받아
영성郢城 교외에 방금 도착한 투장鬪章에게로 갔다. 그러나 그는
친동생의 목을 벨 수 없어, 투장鬪章에게 엄중한 말을 하게 된다.
동생아. 너는 죽고 싶은 것이냐.
자 보아라. 이 칼은 왕께서 내리신 보검寶劍 이다.
너의 목을 베어오라며 주신 것이다.
형님. 아무래도 그렇지 않습니까?
정군鄭軍 도 강한데, 병거兵車 200승으로
어찌 연합군까지 상대하란 말입니까.
전쟁은 숫자로 싸우는 것이 아니다.
네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길은 단 한 가지뿐이다.
공功 을 세우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노라.
너는 어찌하려는 생각이냐.
형님. 제가 살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십시오.
너는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정鄭 나라는 우리 초군楚軍이 물러간 줄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초군楚軍이 다시 쳐들어오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너는 다시 초군楚軍을 몰고 가서
정鄭 나라를 공격하라.
갑자기 기습공격奇襲攻擊을 하면
반드시 큰 공을 세우게 될 것이다.
투장鬪章은 초성왕楚成王의 의도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으며,
형인 투렴鬪廉에게 조언을 받아 힘을 얻게 되자, 다시 정鄭 나라로
쳐들어갔으며, 투렴鬪廉 도 후대後隊 로서 받쳐주며 따라가게 된다.
투렴鬪廉 형님,
형님의 예측대로 외성外城의 순문純門을 지키고 있던
정鄭 나라 장수 담백聃伯은 우리 초군楚軍이
그냥 돌아간 걸로 알고는 군마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또한, 제환공齊桓公 과 연합군聯合軍도
정鄭 나라가 우리가 물러갔다고 통보해 줌으로
오는 도중에 모두 해산하였다고 합니다.
형님, 제가 먼저 공격하고자 하니, 뒤를 받쳐주십시오.
그래라. 뒤를 받쳐 줄 터이니 어서 공격하여라.
투장鬪章은 형님인 투렴鬪廉에게 공격하겠다는 파발을 보내고는
곧바로 정鄭 나라 외성外城의 순문純門을 갑자기 공격하였으므로,
정鄭 나라의 담백聃伯 장수는 몹시 당황하였다.
아니 어떻게 다시 쳐들어왔단 말이냐.
군사를 다시 정비할 시간도 없고
연합군은 이미 해산한 지 오래지 않으냐.
어쩔 수 없도다.
이제 우리만이라도 싸워야 하겠다.
자. 다 같이 나아가 초군楚軍을 박살 내자.
자, 모두 초군楚軍을 공격하여라.
담백聃伯은 투장鬪章의 군대와 싸우는 데 열중하여, 뒤따라온
투렴鬪廉이 뒤에서 포위하는 줄도 알지 못하여 완패를 당하고 만다.
이놈 담백聃伯 아. 어디로 도망가려 하느냐.
자, 내 철간鐵簡 맛이 어떠하냐.
철간鐵簡에 얻어맞은 저 담백聃伯을 묶어라.
형님. 이참에 신정성新鄭城 마저 점령해 버립시다.
아니다. 이번에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정군鄭軍이 모르도록 감쪽같이
기습작전奇襲作戰을 폈기 때문이다.
어찌, 늘 행운만을 바랄 수가 있겠느냐.
너는 이제 이만큼 공을 세웠으니
너의 죽음은 면할 수가 있겠도다.
담백聃伯은 앞뒤로 공격을 받자, 병거를 돌려 달아나려다가, 뒤에서
휘두른 투장鬪章의 철간鐵簡에 얻어맞아 포로가 되었으며, 뒤편에서
공격하던 투렴鬪廉도 정군鄭軍의 반 이상을 죽이거나 사로잡았다.
왕이시여. 정鄭 나라를 정벌하고 돌아왔나이다.
지난번에 군사를 돌린 것은 정군鄭軍을 방심시키기 위한
계책으로 결코 두려워서 후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투장鬪章이 초성왕楚成王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죄罪를
청하자, 초성왕은 눈을 날카롭게 뜨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적장을 사로잡아온 공으로 죽음은 면하겠으나
아직 정鄭 나라를 항복 받지 못하였노라.
어째서 군사를 거두어 돌아왔느냐.
우리 군사가 많지 않아 그냥 돌아왔나이다.
군사가 적은 것을 핑계로 삼는 것을 보니
겁이 나긴 났던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병거兵車 2백 승을 더 내주겠노라.
이번에도 정鄭 나라를 점령치 못하거든.
다시는 과인을 만나볼 생각은 하지 마라.
왕이시여. 신 투렴鬪廉 이옵니다.
바라옵건대 우리 형제를 같이 가게 하여주십시오.
만 일 정鄭 나라의 항복을 받아오지 못한다면
정문공鄭文公 이라도 사로잡아오겠나이다.
정말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가. 좋도다.
투렴鬪廉의 이 같은 다짐에 초성왕楚成王이 겨우 노기를 풀었으며
이에 투렴鬪廉 형제는, 초성왕 15년이며 제환공 29년이었던
기원전 657년인 겨울에 세 번째로 정鄭 나라를 쳐들어가게 된다.
또 초楚 나라의 침공인가.
아주, 질리도록 집요하게 쳐들어오는구나.
초楚 나라는 어째서 우리 정鄭 나라만 공격하는 것인가.
그렇지. 천하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 정鄭 나라가 중원中原으로 나갈 수 있는
주요한 길목이라는 것이 죄가 아니겠는가.
초楚 나라가 중원中原 진출의 야욕을 버리지 않는 한,
초楚 나라는 우리 정鄭 나라를 계속 공격할 것이다.
정문공鄭文公이 초楚 나라의 침공 의도를 간파하였으나, 최근 3년
사이에 초楚 나라가 매년 군사를 발진시키니, 정鄭 나라의 국력은
초군楚軍을 막는 데만 쓰이게 되어 재정이 고갈枯渴이 되고 말았다.
이래서는 우리 정鄭 나라가 견딜 수 없구나.
어찌하면 우리 정鄭 나라를 지킬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는 제齊 나라에 의지하였으며
제환공齊桓公 역시 패공霸公 으로써
우리 정鄭 나라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군사원조를 보내와
10여 년 동안 큰 피해 없이 지낼 수 있었소.
그러나 수년 사이에 초楚 나라가 몰라보게 달라졌소.
난데없이 투곡어토鬪穀於菟가 등장하여
내정을 안정시키고 군사력을 키워 놨으며
이제는 본격적으로 중원中原으로 진출하려고 하오.
그 첫 번째로 우리 정鄭 나라를 정벌하려는 것이오.
약한 나라는 강한 나라에 의지할 수밖에 없소이다.
한쪽에 기대어 다른 한쪽의 침공을 막아내는
수밖에 더 좋은 방법이 없지 않겠소
제齊 나라를 따를 것이냐.
초楚 나라를 섬겨야 할 것이냐.
차라리 초楚 와 화친을 맺는 것이 어떻겠는가.
모든 대부大夫 들은 어서 말해보시오.
주공. 대부大夫 공숙孔叔 이옵니다.
초楚 나라와 화평을 맺어서는 아니 됩니다.
제齊 나라가 우리를 위하여 많은 수고와
염려를 아끼지 않았고 항상 도와주고 있는데
제齊 나라의 은덕을 저버리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당장 목전에 임박한 초楚 나라 군대는 어찌하겠소.
일단 굳게 지키면서 제齊 나라에 구원을 청하십시오.
주공, 제환공齊桓公은 언제나 그렇게 하였듯이
우리 정鄭 나라를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주공, 공숙孔叔의 의견이 옳사옵니다.
공숙孔叔의 의견은 모든 대부의 의견인가.
주공. 모두 그렇사옵니다.
정문공鄭文公은 초楚 나라에 항복하여 백성이라도 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어쩔 수 없이 제齊 나라에 사자를 보내게 된다.
제후齊侯께 문안 인사를 올리옵니다.
정鄭 나라 사신은 왜 이리 급하게 온 것인가.
계속된 초楚 나라의 침공으로 우리 정鄭 나라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번 전투에서 우리 장수 담백聃伯도
초楚 나라에 포로로 잡혀가 있나이다.
지금, 우리 정鄭 나라 사정이 절박하옵니다.
패공霸公 께서는 우리 정鄭 나라를 꼭 도와주십시오.
제환공齊桓公은 정鄭 나라의 사자를 맞이하여, 그 사정을 다 듣고
난 후에 이맛살을 찌푸리며 관중管仲 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중보仲父, 정鄭 나라가 몹시 다급한 모양이오.
지난 10년 동안 조용하던 형만荊蠻이 근래에 들어
다시 소란을 피우는 그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오.
주공, 초楚 나라는 초성왕楚成王이 즉위卽位 한 이래로
투곡어토鬪穀於菟 라는 명재상名宰相을 등용하여
초楚 나라 내정을 안정시키고 국력을 부쩍 키웠나이다.
그들이 정鄭 나라를 넘보는 것은 곧 중원中原을
지배하여 보겠다는 야욕이 넘치는 것이옵니다.
그렇긴 해도 천하에 영웅英雄은 둘일 수 없도다.
주공. 그러하나이다.
주공께서는 산융山戎을 정벌하여
연燕 나라를 안정시키시고,
노魯 나라의 끊어진 대代를 이어주었으며
북적北狄에 의해 멸망한 위衛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눈부신 위업을 이루셨나이다.
이제 초楚 나라가 야욕을 드러내고 있사오나?
그들의 야욕을 막을 사람은 오직 주공밖에 없나이다.
바라옵건대 주공께서는
초楚 나라를 확실하게 혼내시어
그들의 중원中原 진출의 헛된 꿈을 꺾어 놔야 하나이다.
과인의 뜻도 그와 같소.
중보仲父, 어떻게 하면 초楚 나라를 꺾을 수 있겠소.
주공, 초楚 나라는 중원中原과 멀리 떨어져 있사옵니다.
초楚 나라는 우리도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감히
공격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허虛를 찔러 초楚 나라 영토로 쳐들어간다면
저들은 질겁하여 딴생각을 품지 못할 것입니다.
초楚 나라의 도성인 영성郢城까지는
수천 리에 달하는 먼 길이 오.
그리고 방금 중보仲父께서도 말하였듯
초군楚軍은 무척 강하다는 소문이오.
그뿐만 아니라, 그 가는 길이 여간 험하지 않소이다.
저들이 방비하고 나서면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오.
주공, 주공의 말씀에 일리가 있나이다.
초楚 나라 정벌은 저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기만欺瞞 전술을 펴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중보仲父, 기만欺瞞 전술이라니요.
지난날 채蔡 나라는 주공께 죄를 지은 일이 있습니다.
채蔡는 초楚 나라와 이웃하고 있으므로
주공께서는 채蔡 나라를 토벌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채蔡를 치는 척하다가
속이면서 재빨리 초楚 나라를 공격하면
그들은 방비할 시간을 전혀 갖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은 소의 꼬리를 공격하는 척하다가
소의 머리를 치는 계책計策 이옵니다.
지난날 주장왕周莊王의 딸인 왕희王姬 공주와 제환공齊桓公과
혼인을 맺었을 때, 혼사를 축하한다며 서徐. 채蔡. 위衛 나라에서
제후諸侯의 딸을 잉첩媵妾으로 제환공齊桓公에게 보내왔었다.
제후諸侯 들이 딸을 제齊 나라에 보내온 것은
왕실의 혼사에서는 공주의 형제들에게는
잉녀媵女 제도를 시행施行 하지 않기에
그에 대신하여 다른 나라에서
제후의 딸을 잉첩媵妾으로 대신 보내는 것이다.
그 후 어느 날에 제환공齊桓公이 채목공蔡穆公의 여동생인 채씨蔡氏
부인과 함께 연못에서 배를 타고 놀며 즐기고 있었다.
언제 철이 들꼬. 또 물장난을 치는구나.
재미있잖아요. 배를 흔들어 볼까요.
허 허. 위험하다. 고만하여라.
뭔 겁이 그리 많사옵니까. 즐겨보세요.
이 배는 웬만큼 흔들어선 뒤집히지 않아요.
더 흔들어 볼게요. 겁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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