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39 화. 도화 부인은 내 것이다.

서 휴 2022. 7. 30. 13:43

       45. 호랑이와 갓난아기

 

139 . 도화 부인은 내 것이다.

 

제환공齊桓公이 중원中原의 질서를 잡음으로써, 중원中原의

제후국들은 모두 평화스럽게 조용히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 남방의 초나라는 초문왕楚文王이 죽은 이후로

공족公族 간의 후계자 다툼이 벌어져 어지러워지면서, 극심한

진통을 겪게 되며, 혼란에 휘말리게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든 초문왕楚文王

      갑자기 쳐들어온 파나라와 전투를 벌이다가

 

      염씨閻氏 일족의 반란으로 얼굴의 뺨에

      화살을 맞아 심한 상처로 갑자기 죽게 되었다

 

      이에 초나라의 왕위는 도화부인桃花夫人

      식규息嬀의 첫째 아들 웅간熊艱이 물려받게 된다.

 

이때가 제환공齊桓公을 패공이라 칭한 지 2년이 지난, 재위 9

차이며, 왕실王室은 주희왕周僖王 5년인 기원전 677년의 일이었다.

 

      그래요, 새로 왕이 된 웅간熊艱

      군왕의 자질이 부족합니다.

 

      원래 놀기를 좋아하여 나랏일은 돌보지 않지요.

      때와 철도 가리지 않고 사냥만을 즐기니

      여러 해가 지났건만 이루어 놓은 게 하나도 없어요.

 

      웅간熊艱의 동생인 웅운熊惲이 형보다 똑똑하다고 해요.

      차라리 웅운熊惲이 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도화부인桃花夫人은 백성들의 소문을 자꾸 듣게 되는바, 고민을

하다가 웅간熊艱의 동생인 웅운熊惲에게 더한 관심을 두게 되었다.

 

웅운熊惲은 비록 나이가 어렸지만, 가슴속의 야망野望 컸으므로

형인 웅간熊艱이 나랏일을 돌보지 않자 딴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래서는 아버지의 유업을 이어나갈 수 없도다.

      이래서는 우리가 중원中原으로 진출할 수 없도다.

 

      놀기만 하는 형을 믿을 수가 있겠는가.

      만약을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도다.

 

      좋다. 그에 대비해 속국屬國 인 수나라에서

      비밀리에 무사武士를 양성하여 놓으리라.

 

      벌써 일 년이나 열심히 훈련하였구나.

      이제는 실전에 들어갈 수 있겠도다.

 

      훈련에서 뛰어난 무사武士 20명을 뽑아

      영성郢城 가까운 곳에 대기시켜라.

 

      너희들은 모두 들어라.

      웅간熊艱이 교외로 사냥을 나가셨도다.

 

      무사武士 들은 사냥하는 길목에 매복하였다가

      웅간熊艱의 수레를 일시에 습격하여라.

 

마침내 웅간熊艱이 살해되자, 웅운熊惲은 그 길로 재빨리 어머니인

도화부인桃花夫人에게 급히 달려가 슬피 울면서 고하는 것이다.

 

      어마마마, 큰일 났사옵니다.

      형님이 사냥 중에 자객의 습격을 받아 죽었나이다.

 

      , 정말이냐. 이거 큰일이로구나.

      빨리 범인을 잡지 않고 너는 뭘 하였느냐.

 

      어마마마, 아무리 수소문하여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나이다.

 

도화부인桃花夫人은 마음속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자세히

캐묻지 않았으며, 급하게 조례朝禮를 열어 모든 대부에게 명하였다.

 

      웅간熊艱에게 불행한 일이 생겼소.

      웅운熊惲을 왕위에 모시도록 하시오.

 

웅운熊惲이 왕위에 오르게 되니, 그가 초성왕楚成王이 되었으며,

웅간熊艱은 고작 5년 동안 왕위에 머물렀을 뿐이다.

 

       초성왕楚成王은 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긴 하였지만,

       나이가 너무 어렸으므로, 도화부인桃花夫人

       그래도 혈육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도화부인은 자원子元이 초문왕楚文王의 친동생으로 믿을 있으며,

또한, 무술도 뛰어난지라 경륜이 많다고 판단하여 소위 재상인

영윤令尹으로 임명하며, 나라의 국정을 안정시키려 하였다.

 

      어 흠, 형인 초문왕楚文王이 죽은 뒤로

      나는 왕위를 계속 노려왔었노라.

 

      이 따르려 하니 천만다행千萬多幸 으로

      나 자원子元이 영윤令尹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도다.

 

      허 허, 좋은 기회가 넝쿨째 굴러온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부터 조심하며 잘 해야 한다.

 

      하긴, 도화부인桃花夫人을 차지하기만 한다면,

      나라는 내 것이 될 것이며

      나는 왕위에 오를 수 있게 되리라.

 

      흐흐 그렇지, 나이 40이 넘었다고 하지만

      도화부인桃花夫人의 몸매나 미모는 역시

      아직도, 아무렴 천하절색天下絶色 이고말고.

 

      비록 형수이긴 하지만, 저런 미인을

      끌어안아 보지 못한다면 어찌 사내라 하겠는가.

 

      내 꼭 저 미인과 초나라를 차지하고 말리라

      아무렴 그렇고말고, 내 꼭 차지하고 말아야지.

 

자원子元은 영윤令尹의 지위에 오르자마자, 천하절색天下絶色이며

형수인 도화부인을 차지하려는 마음을 품고 단단히 벼르게 된다.

 

      그렇지, 호사다마好事多魔 라 하지 않았는가.

      모든 게 다 좋은데, 단 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투백비鬪伯比는 투씨鬪氏 일족의 지도자이며

      그는 특히 사심이 없고, 강직하여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고 있지 않은가.

 

      투백비鬪伯比 가 살아있는 한

      나의 욕심을 드러내면 안 될 것이리라.

   

      투백비鬪伯比는 나이도 많고 병약하다니

      얼마 안 있어 곧 죽게 되지 않겠는가.

      한동안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겠구나.

 

      이 한 사람만 정리한다면 무서울 게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구나. 좀 더 참고 기다려보자.

 

자원子元이 두려워하는 사람은 초무왕楚武王 시절부터 4대에 걸쳐

국정을 맡아온 공족公族 대신大臣 투백비鬪伯比 였으며,

 

투백비鬪伯比 집안인 투씨鬪氏 일족은 초나라 왕족王族에서

갈라져 나왔으며, 굴씨屈氏와 더불어 초나라 내에 두터운

세력을 가지고 있는 명문 집안이었다.

 

      이제 투백비鬪伯比가 노병으로 죽었도다.

      진작 좀 죽어주지. 이제 죽다니.

 

      흐흐, 그래도 너무나 잘된 일이로구나.

      나는 이제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도다.

 

자원子元은 마침내 도화부인이 거처하는 내궁內宮 옆에다 관사를

짓고, 날마다 음탕한 노래와 춤으로 도화부인을 유혹하려 하였다.

 

      허 참, 기가 찰 노릇이로구나.

      자원子元은 시숙媤叔이 되면서도,

      영윤令尹 벼슬에 있는 자가 어찌 이 모양이냐.

 

      초문왕楚文王의 평생의 꿈이 중원中原

      정복하는 일이지 않았느냐.

 

      그 동생이라는 저자는, 형님의 그 꿈을

      실현할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고

 

      한심하게 노래와 춤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구나.

      참으로 한심한 일이로다.

 

      더욱이 정나라는 우리 초나라를 섬기다가

      초문왕楚文王이 돌아가시자마자,

      배반한 나라가 아니겠냐.

 

      더구나 우리 초나라를 무시하고

      제나라와 동맹同盟까지 맺어 버렸느니라.

 

      자원子元은 막중한 영윤令尹 자리에 앉아,

      도대체 무얼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나라의 장래가 참으로 걱정스럽구나.

 

영윤令尹 인 자원子元은 도화부인桃花夫人의 말이 귀에 들어오자,

불현듯 깜짝 놀라 얼굴빛을 바꾸게 되며, 나라에 즉시 쳐들어

가겠다며, 열심히 초군楚軍에게 출정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내 사랑하는 도화부인桃花夫人 이여.

      그대가 바라는 것이 중원中原 이라면

      내 어찌 그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리오.

 

      내 친히 중원中原의 정나라를 섬멸시키고

      돌아와 나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말리라.

 

      그리되면 그때부터 나를 무시하지 못하고

      내 말을 꼬박꼬박 듣게 될 것이다.

 

      내 사랑하는 도화부인桃花夫人 이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라.

 

자원子元은 스스로 중군장中軍將 이 되었으며, 투어강鬪御疆

투오鬪梧 장수를 전대前隊로 삼았으며, 투반鬪班과 왕손 유

왕손 가를 후대後隊로 삼아, 전쟁 준비를 모두 갖추게 되었다.

 

그해 가을에 도화부인桃花夫人에게 정중히 인사 올리고, 병거兵車

6백 승을 거느리고, 보무도 당당히 정나라로 쳐들어갔다.

이때 정鄭 나라는 정세가 변하자 새로운 계획을 시행하였다.

 

      우리 정나라 모든 대부大夫는 들으시오.

      제환공齊桓公은 명실상부名實相符 한 패공霸公이 되었소.

 

      왕실마저 제환공齊桓公에게 방백方伯의 직위를

      내리시고, 그의 힘에 의지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초문왕楚文王이 죽었으니

      우리 정나라는 예의도 없는 초나라보다는

      나라와 동맹을 맺어 우호를 돈독히 하여야 하겠도다.

 

이 무렵의 정나라의 정문공鄭文公은 애를 먹이던 초문왕楚文王

갑자기 죽자, 나라의 세력이 약화 될 것으로 보았으며,

 

제환공齊桓公의 세력이 막강해지자, 혹시 모를 초나라의 침공에

대비하여, 다시 제나라와 동맹同盟을 맺어 놓았다.

 

      방금, 뭐라고 하였느냐.

      나라 영윤令尹 인 자원子元이 대군을 이끌고

      벌써 우리 정나라로 쳐들어오고 있더란 말이냐.

 

      왜 쳐들어온다더냐.

      자기들에게 아무 통보도 없이 조공도 바치지 않고

      제 맘대로 제나라와 동맹을 맺어

      나라를 배신하였다는 명분이옵니다.

 

      허 어, 어떻게 대비하면 좋겠소.

      싸우는 게 좋겠소. 강화講和를 청해야 하겠소.

 

      주공, 싸워야 합니다.

      인제 와서 제나라를 배신할 수 없나이다.

 

      주공, 아니옵니다.

      제나라는 너무 멀리 있어.

      현실적으로 도와주러 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우선 강화를 청하여 위기를 모면하여야 합니다.

 

      주공, 신 숙첨叔詹 이옵니다.

      신이 보건대 초나라는 머지않아 물러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군사를 내어 싸울 필요도 없고

      사자使者를 보내어 강화講和를 청할 필요도 없나이다.

 

      아니. 그대는 무슨 근거를 가지고

      그들이 스스로 물러간다고 장담하는 것인가.

 

      먼저. 자원子元이 대군을 일으킨 배경이 있나이다.

      그 배경이란 것이 무엇이오.

 

      주공, 세작細作 들의 보고에 따르면

      자원子元 이란, 그자가 우리나라를 쳐들어오는 것은

      단순히 도화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랍니다.

 

      세작細作 들의 보고가 정말 그러한 것이오.

      그렇구나, 남자가 움직이는 데는 마땅히

      여자의 입김이 서려 있을 것이오.

 

      주공, 정말 그러하옵니다.

      자원子元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초조감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 틀림없나이다.

 

      누구나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되면

      그 뒤에는 패배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반드시 따라오기 마련이옵니다.

 

      주공, 신에게는 초군楚軍을 물리칠 계책이 있사오니

      주공께서는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정문공鄭文公은 의아한 표정으로숙첨叔詹에게 물으며 의혹이 없는

바가 아니었으나, 자신만만한 숙첨叔詹의 말을 믿기로 하였다.

 

      주공. 나라 군사가 이미 길질관桔秩關을 돌파하여

      외성外城 의 순문純門을 향하여 진군해 오고 있습니다.

 

길질관桔秩關은 정나라 신정성新鄭城 남쪽 교외에 구축한

요새였으며 순문純門은 신정성을 둘러싼 외성의 성문 이름이다.

 

140 . 허욕은 허욕으로 끝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