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19 화. 강한 자에게는 아첨꾼이 따르는가.

서 휴 2022. 7. 10. 16:52

       38. 북방, 융족을 침공한다.

 

119 . 강한 자에게는 아첨꾼이 따르는가.

 

        왕명을 받으시오!

        이제 회맹의 맹주가 된 제공齊公을

        방백方伯으로 삼고자 방백方伯의 직위를 내리노니

        제공齊公은 불의不義를 정벌하는 데 온 힘을 쏟아라!

 

        지난날 위나라 위혜공衛惠公은 짐을 몰아내고

        왕자 퇴를 도와 왕위에 앉힌 일이 있었노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위나라를 징벌치 못하고

        있다니! 참으로 한탄恨歎 스러울 따름이로다.

 

        다행히 제공齊公이 맹주盟主의 자리에 올랐으며

        이제 방백方伯이 된 바이라,

 

        나라를 토벌討伐 하여

        짐의 분한 마음을 씻어주기를 바라 노라!

 

주혜왕周惠王이 칙서勅書 로써 방백方伯 이란, 칭호를 내렸다.

방백方伯 이란, 제후諸侯 들의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일찍이 주왕조를 세울 무렵에 주무왕周武王이 태공망太公望

강상姜尙에게 방백方伯 이란, 지위를 내린 적이 있었으니,

실로 300여 년 만의 아주 경사慶事 스러운 일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제환공齊桓公이 누려왔던 패공覇公 이나,

        맹주盟主 라는 지위는 왕실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라,

 

        왕실과는 아무 관계도 없이, 중원의 여러 동맹국인

        제후들 간에만 통용되는 호칭이었다.

 

주혜왕周惠王에게서 방백方伯 이라는 직위를 제수除授 받았으니

패공霸公 이라 자처하는 것보다 더한 권위를 세워주는 것이었다.

 

        이제 왕명王命이 내려진 바이오.

        왕명으로 위나라를 징벌할 것이오.

 

        , 봄이 되었다.

        제군齊軍은 모두 출동하라.

 

제환공齊桓公은 주혜왕周惠王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여,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대뜸 위나라 국경을 돌파하여 버렸다.

 

        이때 왕자 퇴를 도와 주혜왕周惠王을 핍박했던

        위혜공衛惠公, 이미 3년 전에 세상을 떠난 뒤였으며,

 

        그의 아들 적이 새로이 군위君位에 올라 있었으니,

        그가 바로 위의공衛懿公 이다.

 

위의공衛懿公 역시 제환공이 침략해오는 이유를 묻지도 않고, 곧장

군사를 이끌고 맞서 싸웠으나, 첫 싸움에서 패하고 말았다.

 

        우리가 싸우긴 하였다 만

        제군齊軍이 왜 쳐들어온 것인가?

 

        주공. 왕실의 명을 받았다 하니

        왕자 퇴의 난과 관련이 있을 것이옵니다.

 

        그것은 선군先君의 잘못이지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먼 옛날의 일이라고 하오나?

        이는 위나라 이름을 징벌하는 것입니다.

 

        아들 개방開方 . 잘 들어라.

        제환공齊桓公에게 이 뇌물을 주면서

        강화講和를 꼭 맺고 돌아오도록 하여라.

 

위의공衛懿公 의 장남이며 세자인 개방開方이 황금과 비단을 다섯

수레를 싣고 강화를 요청하자, 제환공은 뇌물을 보자 마음이 바꼈다.

 

        아비는 왕실에 몹쓸 짓을 하였노라. 그러나

        아비의 죄는 자손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노라!

        내 어찌 위의공衛懿公을 핍박할 마음이 있겠는가?

 

원래 말재주가 좋았던 세자 개방開方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제환공齊桓公패공覇公 이며 방백方伯 으로서, 천하를 호령하는

호방豪放 모습을 보자, 불현듯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그는 위나라로 향하던 발길을 되돌려 다시 제환공을 찾아갔다.

 

        그대 개방開方은 어찌하여 되돌아왔는가?

        신 제나라에서 군후君侯를 모시며 살고 싶나이다.

        신의 마음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그대는 위의공衛懿公의 장자長子 가 아니던가!?

        그대는 다음날 위나라 군주君主가 될 터인데?

 

        어찌하여 이리 쉽게 군위君位를 버리고

        신하가 되면서까지 나를 섬기려 하는가?

 

        제후齊侯께서는 천하의 명군이십니다.

        그런 군주를 옆에서 모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평생의 커다란 영광이 되옵는데,

        어찌 군주 자리만 못하다고 할 수 있겠나이까?

 

제환공은 위공자 개방開方의 재밌으면서 능수능란하게 추겨주는

말솜씨에 마음이 흡족해졌으므로, 개방開方을 데리고 가면서,

대부 벼슬을 내려주었고 한시도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방백方伯 께옵 선 아시는지요?

        개방開方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신의 어린 고모姑母가 너무나 어여쁩니다.

        그냥 놔두기는 너무 아깝나이다.

 

        정말 그러한가?

        수초竪貂 ! 나라에 다녀오도록 하여라.

 

수초竪貂는 폐백幣帛을 가지고 사신과 함께 위나라에 가서,

그녀를 첩으로 달라고 하자, 위의공衛懿公은 동생인 위희衛姬

이미 제나라에 가 있는 걸 알면서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동생을 또 첩으로 보내게 되니, 언니를 장위희長衛姬 라 고쳐

부르게 되며, 그 동생을 소위희小衛姬 라 불렀으며, 그때는 이미

장위희長衛姬가 낳은 공자 무휴無虧가 제의 장자가 되어있었다.

 

        스스로 거세하고 내시內侍가 된 수초竪貂

        자기 아들을 죽여 사람고기 맛을 보인 역아易牙

 

        그리고 위나라의 세자 자리를 버리고,

        나라로 옮겨온 위나라 세자 개방開方을 두고

 

        나라 사람들은 어느 사이에 삼귀三貴 라 부르거나

        혹은 제환공齊桓公의 사랑을 너무 지나치게 받는다, 하여

        삼총三寵 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모두 비위를 잘 맞추는 아첨꾼들이었으므로, 천하의 명군인

제환공齊桓公도 이 아첨꾼들에게 지나친 총애를 하다가, 장차 큰

를 당할 거라며, 벌써 제나라 사람들 사이에 그런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는 것이다.

 

        중보仲父는 요즘 무얼 하시오.

        주공, 어서 오십시오.

 

        지난날 정나라 세자 홀에게

        혼쭐이 난 오랑캐가 어찌 움직이는지

        세작細作 들을 풀어볼까 하나이다.

 

나라 북쪽으로 연나라가 있다. 그 동쪽이며 발해만渤海灣

북쪽 일대에 사는 북융北戎의 일족인 산융山戎이 있었다.

 

        지금의 만리장성萬里長城이 끝나는 곳에

        유명한 관문關門인 산해관山海關이 있으며,

 

        그 산해관山海關을 지나면 지금의

        하북성과 요령성의 경계까지 산융山戎의 영토이며,

 

        지금의 천진天津에서 동북쪽으로 약 150km 더 올라가면

       천안遷安 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바로 산융의 도읍지였다.

 

        당시에는 중원中原의 나라들이 산융山戎

        그 일대를 영지令支의 땅이라 하였으며,

        산융山戎나라 이름도 영지국令支國 이라 하였다.

 

그 지역은 주나라 왕조가 강성했던 주무왕周武王과 주성왕周成王

시절에도 험한 산과 강으로 가로막힌 험지였으므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아주 불편한 곳이었다.

 

       그래서 그때까지 중원中原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는 무풍지대無風地帶로 남아 있었다.

 

영지국令支國은 이렇듯 멀고 험한 지리적 여건을 이용하여,

왕실에 조공을 바친 일이 한 번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틈만

나면 중원을 침범하여 곡식과 가축과 부녀자를 약탈하여 갔다.

 

        특히 그들은 점점 강력한 힘이 생기자,

        이웃 나라인 연나라를 자주 침범하였으며,

        그 후로는 연나라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남쪽인 제나라까지 침공하였다가 정나라 세자 홀에게

혼쭐이 난 오랑캐가 바로 산융山戎 이며, 곧 영지국令支國 이었다.

 

        밀로密盧 임금임.

        중원中原에서는 제나라가 여러 제후국을 통합하여

        이제 제환공齊桓公을 패공覇公 이나,

        방백方伯 이라, 부른답니다.

 

        으흠, 알고 있었노라! 그게 걱정이노라!

        제환공齊桓公의 힘이 이곳 북쪽까지는 닿지 않고 있으나

 

        만일 그의 영향력이 북방까지 미치게 되면서

        나라와 함께 국경을 튼튼히 방비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느 곳에서 곡식穀食을 가져와야 하겠는가?

 

        임금님, 신 속매涑買 이옵니다.

        임금께서는 근심하실 일이 없습니다.

 

        제환공齊桓公이 중원中原의 패자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남방의 초나라를 제압하지 못하였으므로

        나라는 이곳 북방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연나라가 도움을 청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근심이 된다면, 이번 기회에 군사를 일으켜

        나라와 제나라의 통로를 끊어버리십시오.

 

        그리하면 연나라는 중원中原에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길이 없어 청할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좋도다.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바로다.

        융병勇兵 1만을 이끌고 연나라를 쳐들어가자.

 

나라는 주무왕周武王이 은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공이 컸던

소공召公 에게 분봉分封 하여 준 제후국이다.

 

        나라는 지금의 북경北京 일대를 영토로 한 나라로,

        땅은 비록 넓었으나, 워낙 척박瘠薄 하고

        중원中原 과도 멀리 떨어져 있어 내왕이 드물었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으로, 나라는 문화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았으며, 게다가 서북쪽과 동쪽으로는 이족異族 들에 둘러싸여

있어, 언제나 그들의 침략에 시달려야만 하였다.

 

        또 산융山戎이 쳐들어온단 말이냐.

        아 아, 우리가 아무리 방비하여도,

 

        저 영지국令支國1만이 넘는 용사들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겠구나.

 

        제환공齊桓公에게 원군을 요청하면 들어줄 것인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로다!

        일단 원군을 요청해 보자!

 

나라 군주 연장공燕莊公은 군대를 동원하여 방어에 나섰으나

물밀듯 쳐들어오는 산융山戎의 기세를 꺾을 수가 없었다.

 

       그는 할 수 없이 사자使者를 샛길로 보내어,

       중원의 패자覇者부상한 제환공齊桓公에게

       원군을 요청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그 무렵 제환공齊桓公은 중원 진출을 노리는 나라의 움직임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을 뿐으로, 북쪽 오랑캐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도 못하며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제환공齊桓公주혜왕周惠王에게서

        방백方伯 이라는 직위를 제수除授 받은 후로는

        명실공히 중원中原의 패자가 된 것에 만족하면서

 

        날마다 술과 여자와 사냥으로 세월을 보낼 뿐으로,

        나라 안팎의 모든 일은 관管仲에게 맡겨 두고 있었다.

 

그런 중에 느닷없이 연장공燕莊公에게서 원군 요청을 받게 되었다.

제환공齊桓公은 은근히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영지令支가 연나라를 침공하다니

        남쪽의 초나라만 상대하기도 벅찬 일인데

        이제 또 북쪽 오랑캐까지 신경을 써야 하겠소?

 

        이번 일은 그냥 내버려 뒀다가 연나라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것이 나을듯싶소.

 

        중보仲父는 어찌 생각하시오?

        주공, 신 관중管仲 이옵니다.

 

        주공께서 비록 패업覇業을 이루셨다고는 하오나?

        낙양洛陽 일대의 중원을 상대로 한 패업일 뿐입니다.

 

        남쪽에는 초나라가 왕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산융山戎과 그 옆 서쪽에는 적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다 우리의 우한憂患 거리입니다.

        만일 주공께서 진정한 패공覇公이 되기를 원하신다면

        바로 이 우환憂患 거리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번에 산융山戎이 연나라를 침범하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먼저 그들을 마땅히 응징해야 하거늘

 

        나라가 침공侵攻을 받은 이 마당에

        어찌 구경만 하고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나이까?

 

        이는 결코 패공覇公으로서 취할 도리가 아닙니다.

        더욱이 산융山戎의 형세는 중원中原의 등짝을

        겨냥하고 있는 창끝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당연히 그들을 정벌하여 배후를 안전하게 해놓아야!

        마음 놓고 초나라와 대결할 수 있나이다!

 

120 , 제환공, 천하의 패공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