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20 화, 제환공, 북방을 평정하는가.

서 휴 2022. 7. 11. 17:34

120 , 제환공, 북방을 평정하는가.

 

관중管仲의 이 같은 설명에 제환공齊桓公은 문득 깨달으며, 미안한

듯 얼굴을 붉히면서, 태도를 고치고는 관중管仲에게 말한다.

 

        허 어, 패업覇業의 길이 멀고 멀 거를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여 미안하오.

 

        중보仲父의 말씀대로 산융山戎을 쳐서

        배후를 안정시키고,

 

        나라를 제압해야 만이 우리 제나라가

        진정한 패자국이 된다는 말이 맞을 것이오.

 

제환공은 관중의 마음을 확실히 깨달으면서, 제군齊軍을 대대적으로

일으켰다.

 

       영척寧戚 만이 임치臨淄에 남게 하고, 친히 중군中軍

       이끌면서 연나라를 향하여 제수濟水를 건너갔다.

 

관중管仲은 좌군과 우군을 이끌며 포숙아鮑叔牙, 공손습붕恭遜襲封,

왕자 성보成父, 빈수무賓須无 장수, 등 대부분 중신 들도 종군시켰다.

 

        밀로密盧 임금임. 신 속매涑買 입니다.

        나라 제환공齊桓公이 대군大軍을 이끌고

        북상北上 하여 오고 있다고 합니다.

 

        빨리 영지令支로 돌아가야겠습니다.

        그냥 이대로 돌아가서야 하겠느냐?

 

        자, 인제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다.

        , 나라 여자들과 가축들을

        철저히 약탈하여 많이 가지고 돌아가자.

 

영지국令支國 임금 밀로密盧는 재빨리 군사를 돌려 달아나면서,

얼마나 무참하게 약탈하였던지, 나라 땅에는 10여 리를

지나가도 개 짖는 소리 한 번을 제대로 들을 수 없을 지경이다.

 

        오랑캐의 폐해弊害가 이렇듯 심할 줄은 몰랐구나!

        나라는 이렇게 심한 피해를 보며 살아왔단 말인가?

 

제환공은 행군하는 동안에 폐허가 되다시피 참혹한 현장을 보면서,

연신 혀를 차며 가다가 나라 땅인 계문관薊門關이르렀다.

이때 연장공燕莊公이 병거兵車를 몰고 나와 영접하였다.

 

        조촐하게 차렸나이다. 어서 드시지요.

        아니 오. 산해진미山海珍味가 다 있구려.

 

        이리 먼 곳까지 구원하러 오시니

        너무나 고맙고 망극罔極 합니다.

 

        부지런히 달려온다고 왔는데도,

        산융山戎이 이미 달아나고 없으니,

        연장공燕莊公을 대할 면목이 없구려.

 

        주공, . 관중管仲 입니다.

        산융山戎이 지금은 달아나고 없다고 하오나?

 

        그동안의 수법으로 보아 우리가 물러가기만 하면

        또 연나라를 침공하여 약탈을 자행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 기회에 아예 북쪽의 우환憂患을 뿌리째 뽑아

        없애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산융山戎의 소굴巢窟을 뿌리 뽑자는 것이오?

        주공, 그래야만 하겠나이다.

 

        산융山戎의 소굴巢窟 인 영지令支는 지세地勢

        매우 험할 텐데, 그들을 찾아갈 수 있기나 하겠소?

 

        아무리 험하다 한들 사람 사는 곳이 아니겠습니까?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사옵니다.

 

        주공, 지금이 산융山戎을 토벌할 마땅한 기회입니다.

        좋소. 영지令支로 쳐들어갑시다.

 

        군사를 일으켜 이 먼 곳까지 달려온 것만도 고마운 판에

        산융山戎의 근거지인 영지令支를 소탕해주겠다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으로 감사感謝, 감사感謝 합니.

 

연장공燕莊公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나자, 너무나 감격하게

되었으며, 연신 허리를 굽혀 제환공齊桓公에게 절을 하였다.

 

        제군齊軍이 산융山戎 토벌에 나서겠다고 하시니

        너무나 감읍感泣 할 따름입니다.

 

        바라건대, 우리 연나라 군사에게

        선봉先鋒을 서게 하여주십시오.

 

        아니 오. 나라는 오랑캐와 싸우느라

        그동안 많은 고생을 하였는데

        어찌 앞장을 서게 할 수 있겠소?

 

        선봉先鋒은 우리 제군齊軍 이 맡을 터이니

        연후燕侯께서는 아무 염려 마시고

        후군後軍이 되어 우리를 도와주시오,

 

        알겠습니다. 다만

        영지令支에 이르는 길은 무척 험하고

        찾아가는 길이 복잡하여 안내가 필요합니다.

 

        마침 이곳에서 동쪽으로 80여 리 떨어진 곳에

        무종국无終國 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비록 무종국无終國도 오랑캐 종족種族 이긴 하지만

        산융山戎 과는 사이가 좋지 않아 늘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을 데려와 길잡이로 삼으면, 어렵지 않게

        산융山戎 땅으로 쳐들어가기가 쉬울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외다.

        공손恭遜 습붕襲封은 황금과 비단을 가지고

        무종국无終國을 찾아가서 임금을 만나도록 하라.

 

        영지국令支國을 정벌하면 그 영토의 일부를

        무종국无終國에게 내주겠다고 하여라.

 

무종국无終國 임금은 공손습봉恭遜襲封에게서 제환공의 말을 듣자,

영지국令支國과 원수지간이었으므로 크게 기뻐하였다.

 

        약탈당한 여자들과 곡식만도 너무 많소이다.

        그들의 땅은 필요 없소이다.

        그저 영지국令支國 만 토벌하여주면 됩니다.

 

        장수 호아반虎兒班은 앞으로 나오라.

        기병 2천으로 제군齊軍을 돕도록 하라.

 

무종국无終國 장수 호아반虎兒班이 선봉에 서서 나아가니. 제군은

그 뒤를 따라가게 되며, 이로써 산융山戎 정벌의 막이 오르게 되었다.

 

         그들이 계문관薊門關을 출발하여, 2백 리쯤을

         행군하였을 때에, 갑자기 길이 좁아지고

         양편으로 험한 산이 첩첩으로 치솟기 시작하는

         좁은 골짜기에 다다르게 되었다.

 

아름드리나무와 기암괴석奇巖怪石 들이 도처에 즐비櫛比 하였으며,

땅의 지형과 햇살도 여실히 달라졌으므로, 나라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호아반虎兒班 장수. 여기가 어디인가?

        이 땅은 규자葵玆 라는 곳입니다.

        바로 산융山戎 놈들이 드나드는 길목입니다.

 

제환공은 관중과 의논하여 군량軍糧을 비롯한 군수 물자를 반으로

나누어, 이곳 규자葵玆에 두기로 정하였으며, 군사를 시켜 나무를

베어서 세우고 흙으로 담을 쌓으면서, 그곳에 관을 만들었다.

 

그러고 일 처리가 꼼꼼하고 치밀한 포숙아鮑叔牙를 이곳 책임자로

임명하는 한편, 뒤에서 필요한 군량을 보급하게 하였다.

 

        자 모두 지금부터  3일간

        이곳에서 휴식休息을 취하도록 하며,

 

        용감하고 날샌 군사만을 뽑아라.

        정벌군征伐軍으로 선발하겠노라.

 

한편 영지국令支國 임금 밀로密盧는 제나라 군사가 이곳까지

쳐들어올 줄은 전혀 생각지 못하다가 크게 당황하게 되었다.

 

        속매涑買는 어찌 생각하는가?

        공연히 연나라를 침공하여 문제만 일으켰구나!

 

        이제, 나라 군사를 어떻게 물리치겠는가?

        밀로密盧 임금임,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껏 중원中原의 여러 나라가 수도 없이 침범해왔지만,

        아직 어느 나라도 이 험준한 산을 넘은 바가 없나이다.

 

        이번에 제환공齊桓公이 대군大軍을 이끌고 왔다지만

        우리에게 오히려 잘된 일입니다.

 

        우리에게 잘된 일이라니 무슨 말인가?

        제환공齊桓公은 중원中原의 패자覇者 라 하옵는데

        그런 제환공齊桓公을 우리가 무찔러 버린다면

 

        앞으로는 중원中原의 어떤 나라고 간에 감히 우리를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듣자 하니 제나라 관중管仲은 천하 기재 奇才라

        일컬을 정도로 능력이 대단한 사람인 모양인데

        우리가 과연 그를 이겨낼 수 있겠는가?

 

        그 역시 전혀 근심할 바가 못 됩니다.

        제군齊軍은 먼 길을 오느라 지칠 대로 지쳐있습니다.

 

        아무리 천하 기재 奇才라 한들, 지친 군사를 데리고

        어찌 싸울 수가 있겠습니까?

 

        산속에 복병伏兵을 숨겨두었다가

        저들이 영채營寨를 세우기 전에 들이치면,

 

        저들은 혼비백산魂飛魄散 하여,

        그날로 본국으로 줄행랑치고 말 것입니다.

 

        저들을 얼마의 군사면 물리칠 수 있겠는가?

        임금 님, 대략 3천 명이면 충분합니다.

 

제군齊軍이 설마 이 깊고 험한 산속까지 쳐들어오겠냐며, 방심

하다가 막상 쳐들어오자, 영지국令支國 임금 밀로密盧는 몹시

당황하였으나, 워낙 속매涑買가 호언장담豪言壯談 하는 바람에

믿지 않을 수가 없어, 그대로 그의 말에 따르기로 하였다.

 

        좋다. 내 너에게 3천의 군사를 내줄 터이니

        추호秋毫 의 실수도 없이 물리치고 돌아오라.

 

속매涑買3천 군사를 험한 산속에 숨겨놓고, 자신은 기마병騎馬兵

1백 기여만을 거느린 채 골짜기 입구로 나가 제군齊軍을 기다렸다.

 

        마침내 제군齊軍의 전대前隊 가 오고 있구나.

        저놈은 무종국无終國 장수, 호아반虎兒班이 아닌가.

 

속매涑買는 호아반虎兒班이 다가오자마자, 긴 자루에 긴 칼이 달린

커다란 대간도大稈刀를 휘두르며, 단칼에 쳐 죽일 듯이 달려왔다.

 

        호아반虎兒班 이놈 아.

        제군齊軍의 앞잡이 노릇을 하다니

 

        이 배신자背信者 놈아.

        내 대간도大稈刀를 받으라.

 

        이놈아 나를 배신자背信者 라고 하였느냐?

        선조先祖는 똑같은 북융北戎 일족이나

        막돼먹은 너희들의 산융山戎 과 같겠냐?

 

        꾀주머니 속매涑買 . 잘 만났다.

        이리와 내 철과추鐵瓜錘의 맛을 봐라.

 

        네놈의 철과추鐵瓜錘에 겁을 낼 내가 아니다.

        호아반虎兒班 , 좋다.

        한바탕 해보자. 어서 덤벼라.

 

호아반虎兒班은 속매涑買가 달려들자 속매涑買를 사로잡아버려

제환공에게 바치며, 자신의 무용을 자랑하겠다며, 앞으로 치달으며,

칼날이 오이처럼 굽은 철과추鐵瓜錘를 치켜들고 달려갔다.

 

        속매涑買, . 이놈아.

        너는 꾀가 많아 영지令支의 모사라고 하지만,

        맞싸우는 싸움은 얕은꾀 가지고 안 될 것이다.

 

        건방진 놈. 호반아虎兒班. 네놈을 사로잡아주마!

        나를 사로잡는다고? 허허, 잡기 전에 죽지나 말아라!

 

        이놈, 속매涑買 .

        달아나긴 왜 달아 나냐?

        등을 보이다니 부끄럽지도 않으냐?

 

그들이 서로 수합을 싸웠을 때 별안간 속매涑買 가 힘이 부친 듯이

달아나기 시작하자, 호아반虎兒班 은 신바람이 나서 뒤를 쫓아간다.

 

그러나 속매涑買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짜기로 도망가 버리니,

호아반은 사로잡을 욕심으로 뒤를 쫓아 따라 들어가게 되었다.

 

        아니. 왼 호적胡笛 소리냐?

        속매涑買. 이놈이 복병을 숨겨두었구나!,

 

갑자기 호적胡笛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양 사방의 숲과 바위

뒤에서 산융山戎의 군사가 물밀듯 쏟아져 나와 호아반虎兒班과 그의

군사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에워싸며 공격해 들어오는 것이었다.

 

        모두 포위망包圍網을 뚫어라.

        왔던 길로 퇴로退路 를 열어야 한다.

 

산융이 철통같이 에워싸며 다가오자, 젖먹던 힘까지 다해 포위망을

뚫으려 하였으나 산융은 점점 더 호아반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저 배신자背信者. 호아반虎兒班을 사로잡아라.

        점점 좁혀 들어가 꼭 사로잡도록 하라.

 

.제 121 . 왜 전술은 잘 기획하여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