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야기

소나무 같은 친구

서 휴 2019. 7. 13. 12:02

소나무 같은 친구

서 휴

 

 

친구야. 친구는 투병 중에도

등산모임에 빠지지 않으려 힘겹게

오르내렸던 걸 모두가 알고 있어

 

친구야. 기억나는 가

오르내리던 산비탈에 반이나 뿌리가 드러난

소나무를 보며 내가 물었지

 

저 소나무는 솔방울이

왜 저리 많이 달려있는 거야

 

친구야. 모르고 있었나.

소나무가 많이 아프거나

소나무도 떠날 때가 되면

 

자기의 뜻을 남기려 솔방울을 많이 달고

떠날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거란다.

 

비참한 6.25 사변이 지나고

5.16 혁명이 나서도

우리 모두가 어려웠었지

 

친구는 학교를 나오자마자

어려운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

많은 고생을 한 걸로 알고 있어.

 

장남으로써 어린 동생들을 거두어 주며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오르지 일으켜 세운 게 당신의 집안이었어.

 

그렇게 세월이지나 늙으니

상냥하고 어여쁜 마누라와

듬직한 아들이 둘이나

 

또한 형제들이 자기 곁을 지켜주며

잘 하여 준다고

 

자랑을 삼가려고 낮은 소리로 말하나

힘이 들어가 있었지

 

친구야. 친구는 참 착한사람 이였어.

힘들 때도 상긋이 웃고

기쁠 때는 좀 더 미소 짓고

 

굵은 소나무처럼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언제나 푸른 소나무처럼

큰 소리 없이 온화하였어.

 

그래. 친구의 착한마음이

그대 마음이 바로 소나무였어.

 

모두에게 그대는 아름다운 사랑의 솔방울을

나누어 주고 떠나가고 있는 거야

 

친구야. 네 너그러운 마음과
네 베푸는 마음을 보며

천주님이 어여삐 여기사 먼저 보고 싶어
먼저 부르는 모양이야


이 세상을 찾아왔던 손길이 아쉬운 정에

놓지 못하거나 망설이지 말게나.

 

떠나야하는 마음 보내야하는 마음
마음에 두지 말게나.

 

이 세상은 그냥 왔다가

그냥 가는 것이라 한다네.

 

친구야. 세상에 태어나 때가 되면 가야한다지만
그 어제는 서로 모르고 이 세상에서 만났으나
이제는 알고서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친구야. 먼저가고 나중감이
슬픈 것도 기쁜 것만도 아니라는 것이라 한다니.

먼저 잘 가시게. 우리 천당에서 만나세

우리 천당에서 만나
어릴 적부터 다시 시작해보세

그래 먼저 가. 조약돌을 주워 놓게나.

우리가 뒤 따라가면. 반갑게 맞아주게나

 

넓은 강가에 서서

파도치는 바닷가에 서서


누가 멀리 보내나

멀리 조약돌을 던져 보세나

허허. 깔깔 웃어 보세나
마주보며 실컷 웃어 보세나


그래 친구야.

천주의 나라에 다 같이 모여

우리 다시 시작해 보세나


친구야. 먼저 잘 가소
친구야. 먼저가 기다리소.

 

*** 이글을 떠나는 친구 김성근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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