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야기

서있는 돌

서 휴 2013. 1. 13. 14:22

서있는

서 길 수

 

               화강암은 결정이 크면서도 단단하며

               열과 화학변화에 잘 변하지 않으면서도 강하여

               조각작품 등으로 많이 쓰입니다.

 

              경주석경주에서 나오는 돌로

              붉은 바탕에 꽃무늬가 화려하며 단단하여

              대리석등 고급 건축자재로 많이 쓰입니다.

 

화강암 집안에서 태어나

우유빛 보다 진한 회색 빛

회색빛 보다 연한 우유 빛

 

때깔이 좋다고

믿음직한 색깔이라고

 

돌 중에 단단하여 쓰고자 할 때는

징으로 두들겨 밤 낮으로 쪼았지만

 

요즘엔 다이야몬드 톱으로

쉽게 의도된 작품을 만들려 합니다

 

그렇게 나온 모습이

얼굴과 머리와 몸체와 옷자락을 만들어 세워놓았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석상(石像)이라 부릅니다

 

나는 왜 태어난 것일까요

내가 태어나고 싶어 했을까요

 

무역선을 타고 온 이태리 석회암 집안의 돌 들은

뽀얀 대리석으로 태어나 그 하얀 우윳빛을 자랑하는데

 

나는 그저 어름한 색깔뿐이랍니다

우윳빛도 회색도 아닌

 

더 아름다운 건

붉은 바탕에 꽃 무뇌가 있는 경주석이지요

 

피를 토하듯 그 붉은 마음을 펼치고자 날개를 펴면

드넓은 세상을 훨훨 날아가도록

붉은 망토에 아름다운 꽃무뇌를 수놓아 주는 경주석

 

경주석은 붉은 망토를 주려하나

이태리 대리석은 뽀얀 망토를 주려하나


나는 입을 수가 없습니다

날수가 없습니다

石像 이니까요 걸을 수도 없습니다

 

기왕 쪼아만들 때

다리마져 만들지

발마저도 만들지

 

얼굴 좋고

풍채 좋고

훤칠한 키에

옷자락은 만들어 아름다워 보이는데

 

나의 다리는

나의 발은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온 황금빛 옥돌이 말을 겁니다

왜그리 크게 태어났어

 

웃는 얼굴 표정도 좀 봐

불룩 나온 배며

통통한 다리

발가락 좀 봐


작으니 온 모습을 다 보일 수 있잖아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화강암 집안에서 나를 떼어내

징으로 쪼게고 다이야몬드 톱으로 다듬어

 

태어남이 내 마음이 아니며

내 모습 처음 만든 건 내가 아닌데

 

흘러가는 구름이

비와 바람이

폭풍우가 휘몰아 쳐도

 

한 겨울 그 차가움에도 서있고 서 있었습니다

내 모습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하늘과 산과 이야기합니다

마음과 모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이제 내 마음이 내가 되라고

이제 내 모습이 내가 되라고

내 마음과 내 모습이 내 운명을 만들 거라고

 

어머님이 떠난 후

그 말을 되뇌이며 도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어린아이가 나를 만지며 말을 합니다

엄마 이 돌은 왜 서있어

으-응 石像이니까

 

내 운명은 이렇게 서있으라 한 걸까요

나는 하늘과 산을 보며 긴 한숨을 내뿜었습니다

 

내 운명이 서있는 거라면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걸까요

 

어느 날 어머님이 말을 하십니다

다리와 발

옷자락을 혜치고 나와 드넓은 세상을 날아보라고

 

붉은, 뽀얀, 황금빛 망토를 걸치고  

날아 보라고

큰 날개를 펴보라고

 

날아가는 석상이 되어

더 넓은

더 높은 곳에

우뚝 서 있으라고

붉은 뽀얀 황금빛 망토를 걸치고

 

이제 나는 날아가고 있을까요

그 자리 그대로 서있을까요

 

내 마음과 내 모습은 내 운명을 만들 거라며

말씀하신 어머님은

내 곁에 다시 오지 않으셨으나

 

항상 웃으며

내 운명대로 떠나 살라고

잘 살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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