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야기

갚아야 할

서 휴 2013. 2. 2. 01:59

갚아야 할

서길수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  

간단히 옷을 갈아입고

베란다에 나가 홀로서서

 

해가 지는 먼 산을 바라볼 때면

생각나는 사람

생각나는 일들이 있다

 

산에 오르며 교차되는 생각들이

산에 올라서 바라보는 생각들이

 

일을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문득 문득 생각나는 사람

생각나는 일들이 있다

 

갚아야할 은혜

갚아야할 사랑

갚아야할 마음

갚아야할 일

갚아야할 돈

 

차마 갚지 못하고 살아가는 내 모습 속에

그 사람 그 일들이 생각난다.

 

태어나면서 지나오면서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

만났던 일들

 

나를 보며

나를 믿고

나의 희망을 보며

 

자기의 환경이나

자기의 생활이나

자기의 여건을 초월하기도 하였던

그 사람 그 일들

 

언제나 갚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다짐을 하면서도

 

일이 안 풀리고 여건이 안 된다하여

지나치다보니

갚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되어있다

 

이제 찾아가 머리 숙이고 갚으려 해도

세월이 지나 이미 이승을 떠난 사람

거리가 멀어져 연락이 끊긴 사람

 

생각 속에 갚아야할 마음만 남아

나를 외롭게 하고 있다

 

나를 지켜보며

나를 응원하며

내가 잘되기만을 바라는 가까운 사람들

 

나에게 말하는

나에게 말하지 않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먼저 갚고 살아가야한다

 

갚아야 할 빚과

받아야 할 빚이

없는 사람이 없겠지마는

받을 것 보다는 갚아야 할 것이 앞서 있다

 

내가 받아야 할 것에

받아야 한다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보니

이 또한 마음의 빚이 되어 나를 괴롭힌다.

 

갚아야 할 빚은

항상 짐이 되고 멍에가 된다고 가르치시던

부모님의 말씀을 알면서도

 

살아가면서 지게 된 빚은

짐과 멍에가 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짐과 멍에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어두운 그림자를 떠 앉고 사는 것과 같다

 

살아가면서 나에게 베풀어준

먼 곳에 있거나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

 

항상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원해 주고 채찍질하여 주지만

 

갚고나 서 받는 것이

그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다

나의 마음도 기쁘게 할 것이다

 

내가 남에게 베풀기 어렵듯이

내게 베푼 사람들도

쉽게 베풀 수 있었든 것은 아닐 것이다

 

살아가면서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고

스쳐간 자리에라도

섭섭함이 남아있는 곳을 살펴

 

갚아야 할 마음으로

갚고 살아가야한다

 

내가 가는 인생길은

갚고 가는 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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