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뻐스
서 휴
다시 만나는 사랑이 더 아름다운가.
1. 선창
큰 배도 드나든 지 오래되었나
여객선마저 하루에 한두 번
오가는 사람마저 드믄
쇄락한 선창가에
걸어둬 말리는 물고기들이
바람 따라 흔들리니
사람 살아가는 비린내가
한적한 포구를 메우려 하고
누가 그려놓았나
촌스러운 간판 글귀가
이정표인양 시선을 끌어당겨
초겨울 찬바람은 간판을 흔들고
흔들리는 소리에
몇 안 되는 상점 문짝이
하나둘 문을 닫으니
매달린 전등불이 깜박 깜박
조금씩 골목을 밝히고 있는
외로운 파도소리만이
가득한 작은 선창에
손님을 기다리는 찻집도 없는
밤늦은 작은 선창에
시골 버스가 잠시 머물다
허름한 가방이 내려져 떠나가고
2. 풋 녀 자
뱃고동 소리도 없는
한적한 선창에
파도 소리만이 가득한데
달빛이 창문을 기웃거리는
작은 주막에
나그네의 가방이 스며듭니다.
주안상 들여온 여인
술잔 올려 인사를 하고
주전자는 술잔을 오가며
잔은 채워졌다 비워졌다
젓가락 장단이 술잔에 부딪혀
여자는 노랠 하는가.
하룻밤이 짧기라도 한 듯
거나한 가락은 방안에 퍼져
그렇게 웃으며 노래하다
자지러지는 기성으로 변하며
흐트러진 모습이
이슬같은 눈물이 비치며
두고 온 사랑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사랑을 떠나
어쩌지 못하는 모습이 되었다고
고여 흐르는 눈물에
발간 얼굴이 너무 곱다
가라앉은 목소리
하는 이야기
전등 불빛은 깜빡깜빡
시간이 흐르고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하여
부르는 노래에 손길이 떨며
빈 잔을 빈 채로 두고서
젓가락은 안주를 잡지 못한다.
흐르는 눈물은 두 뺨을 가리고
그리움에 목이 멘 여자를 두고
손님은 손수건을 내밀며
노래를 이어 부른다
사랑은 파도처럼 부서지고
부서진 사랑은 그리움으로 쌓인다고
사랑은 두고 오는 것이 아니라고
두고 온 사랑은 그리움이 된다고
손님도 울면서 노래 부른다
두고 온 사랑이 있었다고
그리움이 지쳐 흐르면
점점 외로움만 쌓인다고
이제 사랑을 찾아가라고
찾아가는 사랑만이
더 좋은 사랑을 만날 수 있다고
술잔이 빈 체로
주전자도 빈 체로
고즈넉한 두 눈빛은
창문 밖 달을 바라보다
창을 타고 스며드는 달빛에
두 눈빛이 섬뜩 부딪친다
주안상은 한편으로 밀리고
전등불은 눈을 감아준다.
스며든 달빛은
두 남녀가 들썩이는
이불자락을 잡아준다.
3. 시골뻐스
아침이 되어 부산한 선창가
어선들은 깃발을 흔들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라며
푸른 바다는 차가움을 녹여주니
갈매기 떼들은 노래를 불러준다.
두 남녀에게
시골 버스가 경적을 울린다.
우연히 쉽게 다가온 사랑이
뜨겁고 깊은 사랑이 되어
애달픔과 슬픔을
일순간에 떠나보내고
하룻밤에
온 정을 다 쌓은 두 남녀는
수즙은 듯 시골 버스에 오르며
안녕이라고
차마 인사를 망설인다
4. 손수건
그토록 사랑한 사랑이
그리움이 되고
외로움이 되어
몸부림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슬픈 사랑도
아름다운 추억이라며
그러나 애달픈 사랑도
아름다운 추억이라며
지나간 사랑이 추억이 되어
가슴에 남아있으면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더 깊고 깊은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주막집 여주인이
눈물을 훔치며
손수건을 흔들어 줍니다.
사랑의 상처는
누구나 다 간직한 체
혼자서 덮고서 묻고서
혼자서 꺼내 보기도하고
때로는 바닷가에서
때로는 산에 올라서
때로는 주막집에서
가슴서린 노래도 부르며
아름다운 눈물도 흘리며
머물다 간데요
시골 버스는 떠나갑니다.
빠 아 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