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다시 살아난 돌

서 휴 2013. 4. 10. 00:50

다시 살아 난

서  휴

 

 

위험危險

사고다발지역事故 多發 地域

이 자리가 좋겠구나.

 

누웠지요.

터널 앞을 지나자마자 커브 길에 누웠지요.

나는 죽기위해 들어 누운 거예요

 

터널 앞을 지나자마자 커브 길은

피하기가 쉽질 안치요

 

그냥 치고 가는 거예요

사람을 죽이고 가는 거지요


난 그렇게 나도 모르게

에 치이어 죽고 싶었어요.

 

나는 술에 취해 있었거든요

이렇게 많이 오는 차들이

팍 치고 가면 내가 죽을 수 있지요


내게 무슨 희망이 있겠어 

그래야지. 나는 이제 죽어야 돼


죽기가 좋은 장소
치어죽이고 가는 차를 기다렸지요

 

위험한 길에 길게 누웠어요

잠이 들었어요.

왜 잠이 들었는지 나도 몰라요

 

한참을 자다 깨어나니

들은 지나가고 있었어요.

움씰움씰하며 지나가는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차가 잘 오질 않았어요.

밤이 너무 깊어진 모양이에요

 

왜 차들이 나를 치어 죽이고 가지 않을까

별일도 다 있네.

 

지나가는 차를 쳐다봤어요.

움씰하다 나를 흘끔 보며 지나가는 거예요

 

저 놈들

저 못난 놈들 뭐가 잘났다고

나를 본채 만 채 지나가는 거야

 

멍하니 앉아 터널 밑 동내를 쳐다봤지요

조용한 거예요

 

보이지 않던 불빛

아. 내 동내가 아니구나.

내가 먼 곳에 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나는 앉았어요.

아랫동네를 물끄러미 내려봤지요

 

나는 희망이 없어요.

바라보는 희망이 뭐가 있겠어요.

 

오래 다니던 직장에서 나와

작은 사업한다며 다 털어먹었지요.

또 직장에 들어갔다가 또 잘렸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한테 학용품값 줄 돈이 없어요.

 

집사람은 아이들한테 천 원씩 쥐어주며

가슴속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을 거예요

 

나에겐 아무 소리 안 해요

나는 눈길을 피했어요.

원망 섞인 눈으로 나를 보진 않았어요.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왔지요


괜한 친구 붙들고 차마

이야기도 못하고 술만 취했어요.

 

뭐 하십니까

등산복 차림이 묻는 거예요

말도 않고 그냥 앉아 있었어요.

 

백차가 왔습니다.

선생님 뭐 하세요

파출소에 실려 갔지요

 

선생님 죽으시면 어떻게 해요

선생님 죽으시면 죽인사람은 어떻게 해요


그 사람한테 피해가 되잖아요. 

그 사람한테 피해라니 요

 

나는 죽으면 그만인데

나로 인해 피해가 생긴다니

 

지금까지 피해주고 산 일이 없는데

피해라니요

 

선생님 담배 피우십니까.

하얀 연기가 파출소 천정에 퍼진다.

 

선생님 핸드폰 켜 보세요.

나는 핸드폰을 켜본다

 

문자 메시지가 들어 와 있다

여보, 뭐해, 어디 있어. 집사람 이었다.

 

선배

이렇게 기원에서 만나다니요


얼마 만 입니까.

IMF 지나고 한 십여 년은 되 가지요.

 

고마운 건 집사람 이예요

집사람 때문에 죽다가 다시 살아났지요.

 

죽다가 살아나는 건

바둑하고 조ㅅ 밖에 없다지만


저는 요

정말 죽다가 다시 살아났어요

 

집사람과 저요, 열심히 삽니다.

돈도 조금 벌었고요

 

선배님. 술 한 잔 드세요

내일만나 우리 멋지게 한수 합시다

 

그래요. 술 한 잔 하며

지난 예기도 자세히 하고


오늘은 내가 계산하지요. 

아니지요.

나야 나. 아줌마 얼마 요



'생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해협과 현해탄  (0) 2013.09.02
우정조사  (0) 2013.07.24
아 끼  (0) 2012.12.08
시골 뻐스  (0) 2012.11.24
초 혼  (0) 201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