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 난 돌
서 휴
위험危險
사고다발지역事故 多發 地域
이 자리가 좋겠구나.
누웠지요.
터널 앞을 지나자마자 커브 길에 누웠지요.
나는 죽기위해 들어 누운 거예요
터널 앞을 지나자마자 커브 길은
피하기가 쉽질 안치요
그냥 치고 가는 거예요
사람을 죽이고 가는 거지요
난 그렇게 나도 모르게
차車에 치이어 죽고 싶었어요.
나는 술에 취해 있었거든요
이렇게 많이 오는 차車들이
팍 치고 가면 내가 죽을 수 있지요
내게 무슨 희망이 있겠어
그래야지. 나는 이제 죽어야 돼
죽기가 좋은 장소야
치어죽이고 가는 차를 기다렸지요
위험한 길에 길게 누웠어요
잠이 들었어요.
왜 잠이 들었는지 나도 몰라요
한참을 자다 깨어나니
차들은 지나가고 있었어요.
움씰움씰하며 지나가는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차가 잘 오질 않았어요.
밤이 너무 깊어진 모양이에요
왜 차들이 나를 치어 죽이고 가지 않을까
별일도 다 있네.
지나가는 차를 쳐다봤어요.
움씰하다 나를 흘끔 보며 지나가는 거예요
저 놈들
저 못난 놈들 뭐가 잘났다고
나를 본채 만 채 지나가는 거야
멍하니 앉아 터널 밑 동내를 쳐다봤지요
조용한 거예요
보이지 않던 불빛
아. 내 동내가 아니구나.
내가 먼 곳에 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나는 앉았어요.
아랫동네를 물끄러미 내려봤지요
나는 희망이 없어요.
바라보는 희망이 뭐가 있겠어요.
오래 다니던 직장에서 나와
작은 사업한다며 다 털어먹었지요.
또 직장에 들어갔다가 또 잘렸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한테 학용품값 줄 돈이 없어요.
집사람은 아이들한테 천 원씩 쥐어주며
가슴속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을 거예요
나에겐 아무 소리 안 해요
나는 눈길을 피했어요.
원망 섞인 눈으로 나를 보진 않았어요.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왔지요
괜한 친구 붙들고 차마
이야기도 못하고 술만 취했어요.
뭐 하십니까
등산복 차림이 묻는 거예요
말도 않고 그냥 앉아 있었어요.
백차가 왔습니다.
선생님 뭐 하세요
파출소에 실려 갔지요
선생님 죽으시면 어떻게 해요
선생님 죽으시면 죽인사람은 어떻게 해요
그 사람한테 피해가 되잖아요.
그 사람한테 피해라니 요
나는 죽으면 그만인데
나로 인해 피해가 생긴다니
지금까지 피해주고 산 일이 없는데
피해라니요
선생님 담배 피우십니까.
하얀 연기가 파출소 천정에 퍼진다.
선생님 핸드폰 켜 보세요.
나는 핸드폰을 켜본다
문자 메시지가 들어 와 있다
여보, 뭐해, 어디 있어. 집사람 이었다.
선배님
이렇게 기원에서 만나다니요
얼마 만 입니까.
IMF 지나고 한 십여 년은 되 가지요.
고마운 건 집사람 이예요
집사람 때문에 죽다가 다시 살아났지요.
죽다가 살아나는 건
바둑하고 조ㅅ 밖에 없다지만
저는 요
정말 죽다가 다시 살아났어요
집사람과 저요, 열심히 삽니다.
돈도 조금 벌었고요
선배님. 술 한 잔 드세요
내일만나 우리 멋지게 한수 합시다
그래요. 술 한 잔 하며
지난 예기도 자세히 하고
오늘은 내가 계산하지요.
아니지요.
나야 나. 아줌마 얼마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