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초 혼

서 휴 2012. 8. 4. 10:49

초 혼

         招 魂

서 휴

 

여보.

밤새 불렀습니다.

 

손을 붙잡고 입술을 귀에 데며

밤새 불렀습니다.

 

운명 하셨습니다.

영안실로 옮기라 하였습니다.

 

영안실은 안 되지요

깨어나지 못하는 잠을

영원히 자게 할 수는 없지요

 

하룻밤만이라도 곁에 있게 하여 달라며

사정하였습니다.

둘만의 병실은 조용하였습니다.

 

눈물이 비 오듯 흐르며

목이메인 소리도 소리라

밤새 흔들며 부르고 불렀습니다.

 

손을 꼭 잡고

입술을 귀에 바짝 데고

여보, 여보,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

 

둘이서 지나온 세월

둘이서 마냥 웃던 즐거운 일

둘이서 어금니 깨물며 이겨 나온 일들  

모두 다

우리는 손잡고 헤쳐 나왔습니다.

 

여보.

이제 또 한 번 해봅시다. 여보.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밤새 이야길 나누고 있습니다.

 

당신의 귀에 입술을 데며

당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가지마. 가지마. 가면 않되

밤새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나를 보며 웃던 그 모습

둘이서 손잡고 걸어온 세월

 

생시에 입던 옷들은 희고 파란 환자복으로

맑고 힘찬 눈동자는

깡마른 모습이 되어 살며시 감고 있습니다.

 

당신은 내 곁에서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습니다.

 

나를 생각하고 있나요.

나를 생각하고 있지요

그렇지요

 

 여보,

 이라는 말이 있지요

 

 당신이 살았을 적에 입던

 웃옷의 옷깃을 왼손에 잡고

 오른손으로는 그 허리께를 잡아들고

 

 지붕에 올라서거나 마당에서

 북쪽을 향해

 

 아무 동네 아무개 복이라고

 당신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나는 당신을 떠나보내는 거지요

 

 그러고 나서 머리를 풀어 슬피 울며

초상初喪을 알리는 거지요.

 

 아니에요

 당신은 죽지 않았어요.

 

 눈을 감고 내 말을 듣고 있는 거지요

 그렇지요 여보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은

무던히도 더운 날이었어요.

꼭 오늘과 같은 날이었지요.

 

젊은 우리는 높은 산을 오르며

당신이 나의 손을 꼭 잡고 끌어 올려준 것이

오늘도 이렇게 손을 잡고 있게 하는군요.

 

우리는 언제나 손을 잡고 있었어요.

오늘도요

지금도요

 

밝은 대낮부터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이제는 어두운 밤이 지나고 있어요.

 

당신은 가시면 아니 됩니다

당신의 손을 잡고 밤을 새고 있습니다.

당신을 부르며 밤을 새고 있습니다.

 

                  아 손가락이 움직이네요.

                  아 눈이 씰룩이네요.

                  아 발가락도 움직이겠지요.

 

여보 여보 눈을 떠요

여보 여보 눈을 떠요

  

내가 당신의 손을 잡고 놓지 않으니

명부에 없는 내가 떨어지지 않으니

 

저승사자님이 나를 떼어놓으려다

저승 문이 닫히고 말았다 하는군요.

 

우리가 손을 잡고 있으니

당신만을 데려갈 수 없었다 하는군요.

 

물론

다녀온 당신이 내게 한 말이지요

 

노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굵게 패어진 주름살 속에

나는 두 분의 지극한 사랑을 본다.

 

이야기를 다하였다는 듯이 일어나

언제나처럼 손을 잡고

되돌아보며 살며시 웃어 주시는 노부부

 

진정한 사랑은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하는 사랑은

영혼을 불러들일 수 있나

 

그렇다

힘차게 이야기 하여주시며

살며시 웃어주시는 노부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항상 건강하시리라 빌어 들인다.

 

광교산에 오르면 좋은 사람을 만난다.

광교산의 하늘은 맑다

광교산에 나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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