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7 화. 신상필벌은 어떤 결과가 오는가.
천토(踐土) 맹회가 끝나가려 할 때, 진문공(晉文公)은 숙무(叔武)와
원훤(元暄)을 대동하고 주양왕(周襄王)을 알현하고 나오면서,
숙무(叔武)를 위(衛) 나라의 새로운 군주로 세워주겠다고 말한다.
위성공(衛成公)이 도망갔잖소?
태숙 숙무(叔武)가 위후(衛侯)가 되어주시오!
진후(晉侯) 임, 그것은 아니 되옵니다!
옛날 영모(寧母) 땅의 맹회 때의 일입니다.
정(鄭)의 공자 자화(子華)가 그의 부친인
정문공(鄭文公)을 몰아내려 참소하였으나
제환공(齊桓公)은 이를 거절한 바가 있었습니다.
진후(晉侯)께서는 백업(伯業)을 계승하자마자
신 숙무(叔武)가 형님을 참소하여
몰아내라고 하시는 일과 같사옵니다.
이 숙무(叔武)에게 은혜를 베푸시려 한다면
저의 형님에게 위(衛) 나라의 군위를 다시
잇도록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위(衛)나라 처지를 불쌍히 여기시어,
신의 형인 위성공(衛成公)이 다시 복위된다면
목숨을 다하여 진후(晉侯)의 은혜를 갚겠나이다.
태숙 숙무(叔武)가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사양하는 말을 올리자,
원훤(元暄)도 땅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면서 위성공(衛成公)에
대한 용서를 간절히 빌었다. 이에 진문공도 위성공(衛成公)에 대해
괘씸한 마음이 많이 누그러지게 되었다.
두 사람의 마음을 이제야 알겠소!
이 일은 천자께 보고해서 결정할 일이오!
그대들은 일단 귀국하고 난 후에
글로 써 보내면서 청원해주시오!
이와 같은 진문공의 말에 숙무와 원훤은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며, 또한 천토(踐土) 회맹의 의식이 모두 끝나자, 진(晉)을 비롯한
각국의 제후들도 제각기 자기들 나라로 돌아가게 되었다.
세작은 천토(踐土) 회맹에서 본 그대로 말해보라!
주공, 숙무(叔武)와 원훤(元暄)은 맹단에 올라가
모든 제후가 보는 앞에서 맹세문에 서명하였나이다.
또한, 주양왕(周襄王)을 알현하고 나오면서,
진후(晉侯)와 이야기 나누면서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주공, 천견(歂犬) 이옵니다.
숙무(叔武)가 제후들 앞에서 서명하였다면
이는 위후(衛侯)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더구나 주양왕을 알현하고 나오면서
진후(晉侯)와 이야기 나누며 기뻐하였다는 것은
진후(晉侯)에게 인정받아 위후(衛侯)가 된 것입니다.
허 참, 숙무(叔武) 이놈이 군위를 탐하다니!
기어이 위후(衛侯) 자리에 앉으려는 심보가 아닌가!
위성공은 천토(踐土) 회맹을 염탐하고 돌아온 세작의 보고를 받아
의심하게 되는데, 이때 천견(歂犬)의 말에 더욱 분을 삭이지
못하면서 버럭 큰소리를 지르며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원훤(元暄) 이놈은 과인을 반역하는 역적이로다.
숙무(叔武)를 군주로 세우고 부귀영화를 탐하였구나!
원훤(元暄)은 가증스럽게도 그 아들놈 원각(元角)을
내게 보내, 나의 동정을 살피며 염탐한 것이로다!
내 어찌 너희 부자를 용서할 수 있겠느냐?
원각(元角)은 이 앞으로 썩 나오너라!
같이 있던 원훤(元暄)의 아들 원각(元角)은 무어라 변명도 못 하고,
위성공(衛成公)이 빼든 칼에, 그만 그의 목이 땅으로 떨어져 나갔다.
원각(元角)의 시종들이 황급히 도망쳐 원훤(元暄)에게 갔으며, 그의
아들 원각(元角)이 위성공이 휘두르는 칼에 살해된 사실을 고했다.
원훤(元暄)은 왜 그러고만 있는 거요?
사마(司馬) 만(瞞)은 무얼 말하려는 것이오?
아들 원각(元角)이 비명에 억울하게 죽었잖소?
억울하게 죽은 원각(元角)의 한을 풀어줘야 하잖소!
원각(元角)을 죽인 건 주공의 오해에서 생긴 일이요.
아들놈의 생사는 다 자기가 타고난 명이지 않소!
주군이 비록 이 원훤(元暄)을 버린다고 해도 나는
신하의 신분으로 어찌 주군을 버릴 수 있겠소?
허허, 어찌 저리 태평스러운 말만 하는 것이오?
주공께선 이미 대부를 의심하고 죽이려 하는데
왜 마땅히 몸을 피하려 하지 않는단 말이오?
어서 관직을 버리고 위(衛) 나라를 떠나시오!
떠나서라도 반역할 마음이 전혀 없다는 걸
꼭 밝혀 둬야 하지 않겠소이까?
이 시점에서 내가 벼슬을 버린다면
누가 우리 주군의 군위를 복위시켜 줄 것이며
누가 있어 우리 주군을 지킬 수 있겠소이까?
아들 원각(元角)이 살해된 일은 사원(私怨)이며
위(衛)를 지키는 일은 신하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오!
사사로운 원한(怨恨) 때문에 국가 대사를 그르친다면
이것은 신하 된 자로서 대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오!
사마(司馬) 만(瞞)과 헤어진 원훤(元暄)은 그 즉시 숙무(叔武)를
찾아갔으며, 지난날 진문공(晉文公)과 약속한 대로 위성공(衛成公)을
빨리 복위하게 해달라는 글을 써서 올리자고 말했다.
이에 숙무(叔武)는 원훤(元暄)이 사사로운 원한을 버리고, 오르지
대의(大義)만을 쫓은 훌륭한 신하라고 마음 깊이 새기게 된다.
한편 진문공은 출병한 지 반년 만에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더구나 주양왕에게서 방백(方伯) 이란
칭호까지 받게 되면서 귀국 길에 오르게 되었다.
의기양양한 진군이 드디어 강성(絳城)에 입성하자, 온 백성이 길을
가득 메우면서, 앞을 다투어 진문공의 지엄한 용모와 진군의 힘찬
행군을 구경하면서, 감격하여 손뼉을 치면서 눈물을 흘렸다.
영명하신 우리 진(晉) 나라 군주님이시여!
우리 진국(晉國)을 크게 일어나게 해주었나이다.
군주님, 고맙나이다. 만세! 만세! 만만세!
실로 오랜만에 진(晉) 나라 백성들이 하나 같이 열렬히 환영하며
지르는 목소리는 강성(絳城) 가득히 메우며 넘쳐흐르게 했다.
이것은 20년 만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진(晉) 나라의 명예회복에 대한 자긍심이며
앞으로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이라 하겠다.
강성(絳城)으로 돌아온 진문공은 조당(朝堂)에서 신료들의 하례를
받은 후에, 성복(城濮) 전투에 대한 논공행상을 실행하게 되는데,
이때 신료들이 이해 못 할 일이 벌어진다.
제일 등 공로자 호언(狐偃)
제이 등 공로자 선진(先軫)
주공, 성복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귀신같은 작전을 펼친 선진의 공입니다.
어찌하시어 호언의 공을 제일로 놓으십니까?
선진은 싸움에서 무조건 승리를 앞세웠으나
호언은 승리를 위해 신의를 앞세웠도다!
무릇 승리를 쟁취하는 일은 한때의 공이지만
신의를 보전하는 일은 만세에 걸친 의로움이리라!
어찌 일시의 공이 만세에 이르는 공을
앞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연유로 호언의 공을 앞세운 것이로다.
진문공(晉文公)의 처사에 문무백관들은 모두 수긍하게 되었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모두 복종하게 되었다.
주공, 호언(狐偃) 이옵니다.
옛날 순식(荀息)은 해제(奚齊)와 탁자(卓子)를
지키려다가 죽었습니다만 그의 충절은 가상하나이다.
마땅히 그의 후손들에게 봉록을 내리시어
순식(荀息)의 충절에 보답해야 하옵니다.
진문공이 호언(狐偃)의 뜻을 들어 허락하고는 그 즉시 순식(荀息)의
아들 순림보(荀林父)에게 대부 벼슬을 내렸다.
하수(河水)에 배들을 집결시키라는 명령을 소홀히 하고
처자를 돌보기 위해 집에 다녀왔던 주지교는
몸이 포승줄에 묶이어 진군의 뒤를 따라왔다.
논공행상이 끝나고 나자, 원수 선진(先軫)은 주지교(舟之僑)를 끌고
나오게 하여, 그의 죄를 논하게 하였다.
주지교(舟之僑)는 더 할 말이 있는가?
주공, 맡은 바 임무가 소중하다는 걸 알고 있사오나?
갑작스러운 처자의 병으로 부득이 집에 다녀왔나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관대한 용서를 바라나이다.
군주를 모시는 자는 그 몸을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말을 알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수많은 군사의 목숨이 달린 일을
그렇게 소홀히 하다니 말이 되는가?
대 사마 조쇠는 주지교의 죄를 어찌 생각하는가?
주공, 군법에 따라 마땅히 참수형에 해당하나이다.
진문공(晉文公)은 즉시 큰 소리로 명하여 참수형에 처하였으며,
그의 수급을 성루에 매달아 강성(絳城)의 백성들이 보게 했다.
이번에 진군을 출정하여 맨 처음 전힐(顚頡)을
참수했으며, 두 번째로 기만(祁滿)을 참수하고
세 번째로 주지교(舟之僑)를 참수시켰다.
이들은 진군(晉)의 이름난 장수들이었지만, 군령을 어기면 누구나
반드시 참형을 당한다는 관례를 세우면서, 진군은 엄격한 기강을
세우게 되며 어떠한 경우라도 군법을 지키도록 만들었다.
상벌(賞罰)이 분명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는
일도 망가지게 되며, 상벌(賞罰)이 분명하면
천하도 다스릴 수 있다는 옛말이 있다는데,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진문공이 제후들을 호령하며 방백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엄격하게 시행한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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