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3 화. 보와 시는 어떻게 해야할까.
한편 진문공(晉文公)은 성복(城濮) 전투가 끝나자, 초군에게 빼앗은
대채(待寨) 진지로 진군(晉軍)의 본영을 옮기게 했다.
허허, 초군(楚軍)이 우리를 접대하기 위해
많은 군량과 마초를 준비해 두었구나!
진군(晉軍), 제군(齊軍), 진군(秦軍), 모두가 고생했도다.
어서, 군사들이 배불리 먹도록 고루 베풀어라!
초의 대체(待寨) 진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군량과 마초를 보자
진문공은 기쁜 마음으로 농담처럼 말하며 흐뭇하게 베풀었다.
진후(晉侯)께선 이번 전투에서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진후(晉侯)께 경하드리옵니다.
제(齊)의 국귀보(國歸父)와 진(秦)의 소자은(小子憖)이 찾아와
작별 인사를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진문공은 이번
싸움에서 얻은 전리품의 반을 떼어 두 나라에 나누어주었다.
두 나라의 군사들은 개선가를 부르며 돌아갔다.
송(宋)의 공손고(公孫固)도 돌아가려 하자,
송성공(宋成公)은 별도로 제(齊)와 진(秦)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였다.
성복(城濮) 전투가 진군의 대승으로 끝나면서, 진문공에게는
19년간의 유랑 생활을 명예롭게 청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결과로 진(晉)나라는 중원의 여러 나라를
영향권에 두게 되는 계기를 가져왔으며,
춘추시대에서 제환공에 이어 두 번째로
패자(覇者)가 되는 기회를 잡게 된다.
반면에 초성왕(楚成王)은 실의와 좌절을 맛보게 되며, 중원(中原)
진출의 꿈을 완전히 저지당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이때가 기원전 632년으로 주양왕(周襄王) 20년이며,
진문공(晉文公) 5년이면서, 송성공(宋成公) 5년으로
진목공(秦穆公) 28년이며, 초성왕(楚成王) 40년이었다.
함께 싸웠던 제군(齊軍)과 진군(秦軍)이 돌아가자, 이에 진문공은
두 나라 장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전송하고 돌아오자,
갑자기 어두워진 얼굴로 근심하는 빛을 띠었다.
주공, 주군께선 이번 전투에서 이기시고
즐거워하셔야 하옵는데, 갑자기
수심이 있으시니 무슨 연유라도 있으신지요?
우리 상군과 하군이 먼저 초를 제압했기에
초나라 중군을 간신히 제압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기만(祁滿)의 경솔한 행동으로
우리 중군이 중요한 싸움에서 크게 질 뻔 하였잖은가?
과인은 이번 싸움에서 한 번 이겼다 하여, 우리가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구나!
더구나 성득신(成得臣)은 집념이 강한 사람이다.
성득신은 졌다고 절대로 승복할 사람이 아니다.
성득신이 살아있는 한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주공, 원수 선진(先軫) 이옵니다.
주공의 말씀과 같이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귀국하면 성득신(成得臣)의 보복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좋다. 이제 회군하도록 하라!
주공, 군법을 어긴 자를 그냥 놔둘 수는 없습니다.
장수, 기만(祁滿)을 말하는 것인가?
어느 정도 전후 처리가 끝났다고 생각한 선진(先軫)은 군막에 가둬
두었던 기만(祁滿)을 진문공(晉文公) 앞으로 끌고 오게 하고는
군법을 위반하여 군사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 죄를 고하였다.
조쇠(趙衰)는 기만(祁滿)의 죄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주공, 기만(祁滿)의 죄는 명령 불복종으로
그 죄는 참수형에 해당하며, 반드시 죄를
다스려야 군의 기강이 서게 되옵니다.
이후로도 원수의 명을 거역하는 자가 있다면
기만(祁滿)과 같이 참수형에 처하겠노라!
승리의 기분에 한껏 젖어 있던 진군(晉軍)의 군사들은 모두 놀라게
되었으며, 이후로 진중(陣中)의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휴(酅) 땅에서 3일을 머무는 동안 제(齊)와 진(秦)이 떠나자, 다음날
진군(晉軍)도 귀국하기 위해 하수(河水)의 남쪽으로 이동하여 갔다.
주공,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어서 빨리 보고하라!
주공, 하수(河水)를 건너갈 배가 없습니다.
무슨 일이냐? 어서 주지교(舟之僑)를 불러오라!
주공, 주지교(舟之僑) 장수는 그곳에 있지 않습니다.
주지교(舟之僑)는 괵(虢)이 망할 때 항복하여 들어온 항장(降將)
출신으로 진(晉)나라의 조정에서 벼슬을 하면서도, 늘 큰 공을
세워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은 욕망을 소원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번엔 큰 싸움이므로 큰 공을 세우려 기대했으나
단지 하수(河水)에서 배나 준비하라는 명령을 받자,
너무 단순하고 하찮은 임무라며 크게 실망하면서
전쟁이 장기간 벌어질 것으로 판단하였었다.
그럴 때 집에 있던 부인이 갑자기 중병에 걸려 몸져누워 있다는
전갈을 받게 되자, 급한 마음에 잠시 집에 다녀오려고 떠났었다.
뭣이라고! 주지교(舟之僑)가 어디로 갔단 말이냐?
갑자기 부인께서 큰 병이나 잠시 집에 가셨습니다.
주공, 이제 곧 돌아올 때가 다 되었습니다.
전쟁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자, 진군은 강성(絳城)으로 귀국려고
하수(河水)의 나루터에 도착했으나, 건너갈 배가 하나도 없었다.
주공, 위주(魏犨) 이옵니다.
우리가 초군(楚軍)을 크게 물리쳤사옵니다.
이곳 위(衛)나라 백성들은 우리 진군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주공, 백성들의 배를 모조리 징발하겠나이다.
어느 누가 감히 배를 내놓지 않겠습니까?
아니 됩니다! 백성들을 강압적으로 대할 순 없나이다.
그리되면 모두 배를 숨기고 도망갈 것입니다.
상을 내걸고 배를 모집하는 것이 어떠실는지요?
으흠, 원수 선진(先軫)의 말이 옳도다!
강변 일대에 큰 방을 붙여 알리도록 하라!
주지교(舟之僑)로 인해 크게 화가 나있던 진문공은 위주(魏犨)의
말대로 위(衛)나라 백성들의 배들을 모두 빼앗아 볼 생각도 했으나,
선진의 말이 합당하다며, 큰 방을 붙여 배들을 모집하기로 했다.
하수(河水) 강변의 백성들은 피난 준비를 하며
숨어서 진군(晉軍)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가
배를 가지고 오면 상을 내린다는 방을 보게되자,
개미 떼처럼 몰려들며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니
예상보다 빠르게 하수(河水)를 건널 수 있었다.
진군(晉軍)은 강변의 좁은 길을 따라 행군하다가 큰길이 나오게 되자
순탄하게 갈 수 있었으며, 위(衛) 나라를 벗어나 정(鄭) 나라 국경에
이르게 되었을 때, 진문공(晉文公)은 갑자기 조쇠(趙衰)를 불렀다.
주공, 부르셨습니까?
조금만 더 가면 정(鄭) 나라가 나오지 않겠소?
주공, 조금만 더 가면 신정(新鄭) 성이 나옵니다.
지난날 조(曹). 위(衛). 정(鄭)에게 큰 모욕을 당했소!
이번에 다행히 조(曹)와 위(衛)를 정벌했으나
정(鄭)에는 아직 분함을 풀지 못하고 있잖소?
마침 정(鄭) 나라 국경을 지나고 있소!
이참에 신정(新鄭) 성을 쳐부수는 것이 어떻겠소?
주공, 좋은 방법이긴 하옵니다만,
굳이 싸울 필요까지도 없사옵니다.
우리가 정(鄭) 나라 땅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정(鄭) 나라는 겁을 먹고 서둘러 쫓아 나와
틀림없이 동맹을 청할 것이옵니다.
주군께선 진군을 정(鄭) 나라 방향으로 돌리시어
정(鄭) 나라에 대한 화근을 없애 버리시옵소서.
지난날의 은혜와 원한에 대해서만큼은 결코, 잊지 않는 진문공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조쇠(趙衰) 이기에 선진(先軫)에게
명하여 진군의 행로를 정(鄭) 나라 쪽으로 바꾸게 하였다.
여기에서 진문공의 패자가 되기 위한 전략을 살펴보면
報施救患 取威定覇 (보시구환 취위정패)라 할 수 있다.
진문공의 모든 군사전략은 보시(報施) 라는 원리에서
하나도 벗어남이 없다는 것이란 걸 보여준다.
시(施)는 유랑 생활 중에 군주들이 베푼 예우를
말하며, 보(報)는 그 은혜를 갚는다는 뜻이 된다.
제 354 화. 명당부를 세워 천자를 모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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