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54 화. 명당부를 세워 천자를 모시는가.

서 휴 2023. 11. 16. 11:43

 354 . 명당부를 세워 천자를 모시는가

 

진문공(晉文公)은 진군(晉軍)의 행군 방향을 바꾸어 정(나라로

향하게 했다. 며칠 동안 열심히 행군하고 있을 그때먼 앞에서

귀한 수레가 오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저 앞에서 오고 있는 수레는 무엇인가

       주공소장이 알아보겠습니다.

       어디서 오시는 분들입니까?

       묻는 장수는 누구시오?

 

       소장은 진군 장수 난지(欒枝)라 합니다 

       마침 잘 만났습니다.

 

       나는 왕실에서 경사(卿士직에 있는

       왕실의 왕자 호()라 부릅니다.

 

       왕명을 받들고 진후(晉侯)를 만나러 가는 중이 오

       무슨 일로 우리 주군을 만나려 합니까

 

       천자는 초나라를 평소에도 몹시 싫어하셨습니다.

       마침 진후(晉侯)가 초나라를 정벌하여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이제 중원(中原)이 안정을 찾게 되었다면서

       친히 어가를 움직여 진후(晉侯)를 치하하고자,

       친히 왕림하시겠다고 하시면서,

       이 호()를 보내 빨리 알리라 하셨습니다.

란지(欒枝)는 즉시 주양왕(周襄王)의 아들 왕자 호()를 대동하고

가자, 진문공은 천자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깜짝 놀라고 만다.

 

       천자께서 직접 왕림하여 진후를 만나려고

       한다는 것은 너무나 파격적인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제후는 낙양의 왕궁으로 들어가

       천자께 정중히 승전 보고를 하거나

       특사를 보내 승전 보고를 하면

 

       천자는 제사를 지낸 후 조()라 하여 제사음식인

       술이나 고기를 보내는 것이 통상적인 답례였다.

 

진문공은 낙양의 왕궁으로 들어가 승전 보고를 하려는 생각도 미처

하지 않았다가갑자기 천자가 직접 온다고 하자너무 놀랍기도

하고, 너무 기쁘기도 하여 신료들을 불러 의논하게 되었다.

 

       지금 천자께서 과인이 행군 중임에도 치하하려

       직접 온다고 하시는데 어디에서 뵈어야 하겠소

 

       주공조쇠(趙衰이옵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시면 정(나라 땅인

       형옹(衡雍이라는 지방을 만나게 되며그곳에서

       40리를 더 가면 천토(踐土)라는 곳이 나옵니다.

 

       그 천토(踐土)의 지세는 넓고 평평하여 토목공사가

       수월하므로밤낮으로 열심히 공사한다면

       왕이 거처할 수 있는 궁궐을 지을 수 있습니다.

 

       주공께서 열국의 제후들을 이끌고, 천토(踐土)에서

       천자의 어가를 맞이하여 조례를 올리게 된다면.

       부족한 데로 군신 간의 도리는 표할 수 있나이다.

 

       그리하시면 신하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주공께서는 자연스레 제후들의 맹주가 되옵니다.

 

조쇠는 예상치 못한 천자의 방문계획을 알게 되자주양왕(周襄王)

맞이할 준비에 대한 예법만을 논할 뿐만 아니라더욱 더 나아가

진문공(晉文公)을 패공(霸公)의 지위까지 올릴 계획을 생각한 것이다.

 

       신은 곧 5월 중의 길일을 택하여 정(나라의

       천토(踐土땅에서 천자의 어가를 맞이하겠나이다.

 

왕자 호()가 작별 인사를 하고 낙양성으로 돌아가자진군(晉軍)은

또 방향을 바꾸어 정()의 형옹(衡雍) 땅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잠시 멈추시오 진후(晉侯)를 뵙고자 하오

       아니, 그대들은 누구시오

       신은 정(나라의 대부 자인구(子人九)라 합니다.

 

진군이 형옹(衡雍) 땅으로 가고 있는 도중에 한 떼의 수레가 무리를

지어 다가왔다. 이는 정()을 토벌하러 오는 줄 알고 무척 겁이나

화의를 청하기 위해,  정문공(鄭文公)이 특별히 사자를 보낸 것이다.

 

       (나라 사자라고 하였느냐

       너희는 지금껏 초(楚) 나라에 조공을 바쳐왔으며

       성복(城濮) 전투에서도 초군(楚軍)을 돕지 않았느냐

 

       정백(鄭伯이란 놈은 초() 나라가 패하여

       두려움이 앞서자, 사자를 보낸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본심에서 우러나온 처사라고 볼 수 없도다

       일단 천자를 배알(拜謁 )하고 난 후에내 친히

       진군(晉軍)을 이끌고 정() 나라의 죄를 물으리라

       주공신 조쇠(趙衰)의 말을 들어 보시옵소서.

       우리 진군(晉軍)은 지금까지 위후(衛侯)를 쫓아내고

       조백(曹伯)을 붙잡아 가두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진군(晉軍)은 초군(楚軍)을 성복(城濮) 땅에서

       대파하여, 그 위세가 하늘을 진동시키고 있나이다.

 

       이러할 때 정()에서 많은 것을 구하려 한다면

       우리 군사의 노고가 적지 않게 들어가나이다.

 

       () 나라가 진실한 마음으로 화의를 청한다면

       용서하시어 화의를 받아들이시기 바라나이다.

 

       그러나 정() 나라가 다시 두 마음을 품는다면

       우리 군사들을 얼마간 휴식을 취하게 한 후에

       그때 토벌하여 초토화시켜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 나라 사자 자인구(子人九)는 진후와 조쇠의 말에 잔뜩 겁이

났으며안절부절 못하다가 이마를 땅에 찧듯 머리를 조아렸다.

 

       앞으로는 진후를 절대 배신하지 않겠나이다.

       그것을 네가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저희 정후(鄭侯)로 하여금 친히 이곳에 나오게

       할 것이며 맹세토록 하겠나이다.

 

       주공사신 자인구(子人九)가 저토록 비오니

       너그럽게 용서하시옵소서.

       그렇다면 일단 유보하여 생각해 보겠노라

 

조쇠(趙衰)의 말을 따라 진문공은 정(鄭)의 화의 요청을 허락했으며,

곧바로 형옹(衡雍)에 당도하여 진채를 세우게 하며 준비를 서둘렀다.

 

한편으로는 호모와 호언 형제에게 많은 진군을 인솔하고천토(踐土)

땅으로 이동하여 천자가 기거할 수 있는 궁궐을 축조하도록 명했다.

   

       난지(欒枝장수는 정(나라에 가도록 하라

       정백(鄭伯)과 수호의 맹약을 맺도록 하고

       두 나라 사이에 맺어진 수호를 천하에 선포하라

 

정문공(鄭文公)은 친히 형옹(衡雍)으로 찾아왔으며가져온 예물을

진문공에게 바치면서 그동안 저지른 무례에 대해서 용서를 구했다.

 

진문공은 희생을 잡아 정문공과 삽혈(歃血의식을 올렸으며,

정문공(鄭文公)은 두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하늘에 굳게 맹세했다.

 

       진문공은 못 이기는 체하며 정문공의 사죄를

       받아들이고, 서로 우호 할 것을 같이 맹세했다.

 

그러나 말이 우호일 뿐 그것은 복속(服屬)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로써 지난 유랑 시절에 진문공을 홀대했던 정문공(鄭文公)은

일단 보복(報復)을 면하게 되었다.

 

맹세를 마치고 나자진문공은 성복(城濮전투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성득신(成得臣)의 용맹함과 군 지휘 능력을 극구 칭찬하였다.

 

       성득신(成得臣)은 용맹하고 집념이 강한 장수요

       그가 살아있는 한 중원(中原) 열국은 한시도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오

 

       진후(晉侯)께서는 아직도 모르고 계셨습니까

       정백(鄭伯)는 무얼 모른다고 묻는 것이오

 

       성득신(成得臣)은 성복 전투에서 크게 패한 후에

       연곡성에서 칼을 입에 물고 자결했습니다.

 

       허허, 그게 정말 그렇소이까 

       너무 안타깝게 되었구려

 

정문공의 말에 진문공은 겉으로는 크게 아쉬운 듯이 말하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으나다음날 정문공이 신정(新鄭)으로 돌아가자

신료들 앞에서 기쁜 속내를 드러내면서 말한다.

 

       내가 오늘 정(나라를 얻은 일은 그렇게

       기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성득신이 죽었다는 소식은 기쁘기 이를 데 없도다

 

       성득신이 죽었다니 정말 다행이로다.

       이제 초군을 어찌 두려워할 것이며더구나

       다른 사람인들 어찌 두려운 마음이 생기겠는가

 

       여러 경은 이제부터 초군을 두려워할 것이 없소

       베개를 높이 베고 두 다리를 쭉 펴고 잠을 자도 되오

 

조정의 신료들도 역시 진문공(晉文公처럼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그들에게 있어서성득신(成得臣)은 그만큼 두려운 존재였었다.

 

한편 호모(狐毛)와 호언(狐偃형제는 천토(踐土)에서 왕실 예법에

따라, 임시 궁궐을 다 짓고는 명당부(明堂賦)라 이름을 붙였다.

       명당부(明堂賦)는 네 가지 뜻으로 해석된다.

        1. 천자가 제후들 나라에서 조현(朝見)을 받는 장소다.

        2. 천자가 정강(政綱)을 공포하는 조정(朝廷)이다.

        3. 왕실 조상의 신위를 모시는 태묘(太廟이다.

        4. 천자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장소이다.

 

        여기서는 천자가 직접 왕림하여 제후들로부터 

        조현(朝見)을 받는 장소로 해석되겠다.

 

진문공은 임시 왕궁 좌우에 몇 채의 관사를 더 짓도록 하면서

밤낮으로 공사를 강행하여겨우 한 달여 만에 완공할 수 있었다.

 

       이제 명당부(明堂賦)가 완성되어 가는구나!

       각 나라 제후들에게 격문(檄文)을 써서 전하라.

 

       5월에 천토(踐土땅에 오시도록 하시오.

       다 같이 모여 천자를 배알(拜謁해야 할 것이오.

 

​​ 355 . 의심만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