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0 화. 정확한 작전만이 이길 수 있는가.
진군의 중군 장수 기만(祁滿)은 원수 선진의 명을 받아 진채 만 굳게
지키면서 초군의 성대심(成大心)의 야유에도 응하려 하지 않았다.
저놈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 있느냐?
기만(祁滿) 장수님, 저 어린놈은 초군 원수
성득신(成得臣)의 아들 성대심(成大心) 이라 합니다.
성득신의 아들이라! 몇 살이나 되었느냐?
아마 열대여섯 살 먹은 어린아이입니다.
애송이 놈이 아주 시건방지구나!
어찌 어린놈이 어른 일에 끼어든단 말이냐?
내 나가서 맨손으로 저 동자 놈을 잡아 와
성득신에게 본때를 보여주리라!
어서 중군 진채의 진문을 열어라!
안 됩니다! 원수님께서 나가지 말라 하셨습니다.
원수의 분부가 아무리 엄하다 하지만,
어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느냐?
괜찮다. 저 어린놈을 금방 잡아 오겠노라!
어서 진채(陣寨)의 진문을 열어라!
어린 성대심(成大心)이 자꾸 야유를 퍼붓자, 참지 못한 기만(祁滿)이
중군의 진문을 열고 뛰어나가 성대심과 싸움을 벌이게 된다.
허허, 어린놈이 화극(畵戟)을 잘 쓰는구나!
흐흐, 칼솜씨가 어째 그 정도 요?
진군(晉軍)에는 이런 장수밖에 없소이까?
어린놈이 아주 건방지구나!
둘이 어우러져 20여 합이나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아 계속 싸울
그때, 초의 투월초(鬪越椒) 장수가 싸우는 두 사람을 보게 된다.
이때 투월초(鬪越椒)는 성대심(成大心)이 기만(祁滿)에게 밀리는걸,
보고는 즉시 병거(兵車)를 몰아 달려 나오면서, 활에 화살을 재고
있다가 기회를 포착하자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투월초(鬪越椒)가 쏜 화살이 기만(祁滿)의 투구를 맞췄다.
이에 깜짝 놀란 기만(祁滿)은 병거(兵車)를 돌려 본진으로
돌아가려고 서둘렀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초군의 중군이 추격하여 진군의 중군이 있는
진채로 쇄도해 진입하려고 하기에, 기만(祁滿)은 감히 진문을 열게
하지 못하고 진채 주변을 바삐 돌며 도망 다닐 수밖에 없었다.
저 기만(祁滿)의 뒤를 추격하지 말라!
중군에 돌입하여 진군의 선진(先軫)을 사로잡아라!
선봉장 성대심(成大心)과 투월초(鬪越椒)는 도망가는 기만(祁滿)을
그냥 내버려 둔 채로 진군의 중군 진문을 향해 물밀듯 쳐들어갔다.
진군(晉軍)의 진채가 정말 단단하구나!
좋다, 내 활 맛을 좀 보아라!
이때 투월초(鬪越椒)는 진군 원수 선진(先軫)의 대패기(大旆旗)가
높이 내걸린 채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투월초(鬪越椒)가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가 힘차게 당겨버리니
화살은 빠르게 허공을 날아가 진군의 진문 위에 높이 나부끼고
있던, 진군 원수 대패기(大旆旗)의 깃대를 정확히 맞췄다.
이에 깃대가 부러지며 대패기(大旆旗)가 땅에 떨어졌다.
이걸 본 진군(晉軍)은 크게 겁을 먹게 되었으며,
반면에 초군(楚軍)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이를 숲속에서 지켜보고 있던 진군(晉軍)의 순림보(旬林父)와
선멸(先蔑)은 원수 선진(先軫)의 명령대로 중군의 좌우에서 숨어
있다가, 중군의 대패기(大旆旗)가 부러져 떨어지는 걸 보았다.
우리 원수 선진(先軫)이 위험하도다!
빨리 북을 울려라! 초군을 공격하라!
순림보(旬林父)와 선멸(先蔑) 장수는 급히 북을 울리며, 진군을
공격하고 있는 초군 장수 성대심과 투월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멀리에서 바라보고 있던 초군(楚軍) 원수 성득신이 달려
나오면서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진군은 한 명도 살려 보내면 절대로 안 된다!
이번에 진군은 전부 섬멸시켜라!
천하무적이라 불리는 초군의 중군이 맹렬하게 달려들며, 진군의
중군을 집어삼킬 듯 덮어버리면서 일대 혼전이 벌어지고 말았다.
우리 진군이 풍전등화(風前燈火) 같도다!
어서 모두 달려가 구하라!
바로 그때 진군이 초의 좌우 군을 과감히 물리치고 돌아오던 원수
선진(先軫)과 좌장 극진(郤溱)은 중군이 위태롭다는 보고를 받자,
급히 병거를 몰아 중군 앞에 있는 초군의 배후를 들이쳤다.
싸움은 일대 혼전이 일어났으나, 성득신(成得臣)의
중군은 역시 막강했으므로 선진(先軫)에게 배후를
공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위축됨이 없었다.
전세는 오히려 초군(楚軍)이 우세했으나, 조금 있다가 진군(晉軍)의
상하 군이 쏙쏙 모여들면서, 란지(欒枝), 서신(胥臣), 호모(狐毛),
호언(狐偃) 등의 장수들이 일제히 초군을 총 공격하기 시작했다.
초군의 투발(鬪勃)과 투의신(鬪宜申)이 패하였다!
초군은 한 놈도 살아가지 못했다!
초군이 모두 전멸 당했다!
이때 성득신(成得臣)은 자신감이 가득하여 유리하게 싸우고 있는데
진군의 상군과 하군이 몰려들면서, 갑자기 진군이 외쳐대는 소리를
듣고는 망연자실(茫然自失) 해 하면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정말이냐? 초군이 패한 게 사실이냐?
초군이 정말 패한 건지 빨리 알아보라!
원수님, 모두 패하여 전멸된 게 사실이랍니다.
투발(鬪勃)과 투의신(鬪宜申)은 어떻게 되었느냐?
원수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초군의 중군은 별 타격을 받지 않고 잘 싸우고 있으므로, 조금만 더
공격하면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던 성득신(成得臣)은 갑자기
투발(鬪勃)과 투의신(鬪宜申)이 패했다는 보고를 듣고는 몹시 놀랐다.
배짱이 두둑하기로 소문난 성득신(成得臣) 이지만 갑자기 정신이
아찔해지며, 싸울 마음이 사라지면서 포기하는 명령을 내리고 만다.
우리 초군은 모두 후퇴하라!
후퇴라니요? 원수님 안 됩니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꺾인 성득신(成得臣)은 장수들의 만류에도 너무
성급히 후퇴시킴으로써, 결정적인 패인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이란 그렇다! 장수들이나 군사들이나
이기겠다는 마음이 꺾이면 패하는 건 기정사실이 된다.
초군의 사기는 완전히 떨어져 도망가기 바빠지고
진군은 용기백배하여 초군을 도륙하기 시작한다.
성복(城濮) 땅에서의 전투가 이렇게 전개되자, 이제는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살육전이 되어, 초군(楚軍)은 앞 다투어 도망간다.
투월초 장수님, 빨리 빠져나갑시다!
아니 오, 내가 진군을 막고 있을 테니
성대심은 어서 아버지 원수님을 보호하시오
나 성대심은 원수님을 보호할 것이다.
문중의 600여 용사들이여 모두 포위를 뚫어라!
선봉장 성대심은 한 손에 화극을 들고 문중의 600여 용사와 함께
일당백의 기세로 신출귀몰하게 진군의 포위망을 뚫으며 나갔다.
어 휴, 이제 겨우 포위망을 뚫었구나!
주변을 살펴보라! 살아남은 자가 몇이나 되느냐?
장수님, 투월초(鬪越椒) 장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큰일이다. 내 투월초(鬪越椒)를 찾아오겠노라!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이윽고 진군의 포위을 뚫고 나온 성대심은 투월초가 보이지 않자
그를 구하기 위하여 다시 몸을 돌려 진군의 포위망으로 들어갔다.
투월초(鬪越椒)는 투곡어토(鬪穀於菟)의 종제(從弟)로써
생기기는 마치 곰과 호랑이를 섞어 놓은 것처럼
우락부락하고, 목소리는 늑대처럼 낮으며 길었다.
그는 만부부당의 용기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기에 가까운 활 솜씨를 지니고 있었다.
그가 화살을 쏘았다 하면 빗맞히는 일이 없었다.
투월초(鬪越椒)는 진군의 포위망을 뚫으면서 좌충우돌하며 성득신
부자를 찾아다니던 중에 겨우 성대심을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 힘을 합쳐 초군을 이끌고
대채(待寨) 진지로 가서 초군을 재정비하기로 하였다.
대채(待寨) 진지는 군수품과 식량 등을 보관하며 출납하는 곳이다.
이때 유신(有莘)의 산 정상에서 진군이 승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문공(晉文公)은 급히 사람을 진군 원수 선진(先軫)에게
보냈으며 다음과 같은 영을 내리게 하였다.
이번 싸움은 단지 송(宋)의 수양성(睢陽城)을 구하고
위(衛)가 침범치 못하게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달아나는 초군(楚軍)을 더는 쫓거나 죽여선 안 된다!
두 나라의 정의(情誼)를 어찌 해치겠는가!
지난날의 은혜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선진(先軫)은 진문공(晉文公)의 명(命)을 받들어, 즉시 장수들에게
초군(楚軍)의 뒤를 더 쫓거나 더 죽이지 말라는 영을 내렸다.
이로써 초군 진영에 참가했던 진(陳), 채(蔡), 정(鄭),
허(許)의 연합군 장수들과 군사들은 참혹한 전쟁으로
태반이 죽었으며, 살아남은 자들은 제각기 흩어지면서
겨우 목숨을 구하여 본국으로 돌아갔다.
추월초(鬪越椒)와 성대심(成大心)은 진군의 포위망을 무너뜨리면서
수많은 초군의 군사들을 이끌고 겨우 탈출하여 모일 수 있었다.
아직 진군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나, 성득신은 설욕을 해야 한다!
대채(待寨) 진지에서 전열을 가다듬을 것이며
다시 한 번 자웅을 겨뤄 반드시 이기고 말리라!
제 351 화. 패한 자의 갈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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