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1 화. 한 번의 객기에 생을 마감하는가.
위주(魏犨)는 조쇠(趙衰)에게 말을 마치자마자, 허공으로 세 번을
뛰어오르고, 다시 몸을 굽혀 세 번 춤을 추면서 이어나간다.
으라차차! 아 차차, 으라차차!
허 어, 위주(魏犨) 됐소! 부디 몸을 보중하시오.
이 쇠(衰)가 주공에게 말씀을 올리리다!
조쇠(趙衰)는 한 사람이라도 살려내기 위해 끈질기게 설득하여
겨우 승낙을 받아낸 바이므로, 위주(魏犨)의 군막으로 찾아와
보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진문공(晉文公)에게 보고하러 갔다.
주공, 위주 장수는 비록 상처가 심하였지만
춤추듯 운동을 하고 있었나이다.
주공, 그뿐만 아니오라, 신하 된 자로 예의를
잃지 않고 있었으며, 만약 용서하여 주신다면
죽을힘을 다해 공을 세워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무릎 꿇으면서, 결심을 보여줬나이다.
대사마(大司馬), 어찌 충신을 죽이길 좋아하겠소?
모두에게 경종을 울려 법을 세우려했을 뿐이오!
잠시가 지나자, 순림보(荀林父)가 들어왔으며, 잡아 온 전힐(顚頡)
장수를 진문공(晉文公) 앞에 무릎 꿇리면서 앉게 하였다.
전힐(顚頡)은 무슨 마음으로 희(僖) 대부의 집에
불을 질러 사람들을 죽게 하였느냐?
주공께선 어찌 신들의 공을 소홀히 생각하십니까?
저희는 목숨을 걸고 조성(曹城)을 함락시켰습니다.
개자추(介子推)는 허벅지 살을 베어내 국을 끓여
주군께 바쳤음에도,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으며
개산(介山)에 기거하다가 불에 타 죽고 말았습니다.
주공, 희부기(僖負羈)는 까짓 음식 한번 바친 공으로
큰 저택을 받은 허황한 자이므로 불에 태웠습니다.
주공, 허황한 자를 죽인 일이 그렇게 억울한 일이 되어
19년을 따라다닌 신하를 죽이려 하십니까?
신은 단지 희부기(僖負羈)를 개산(介山)에 있는
개자추(介子推)의 사당으로 보내려 한 것입니다.
허 허, 개자추는 벼슬을 싫다고 해서 도망친 사람이다.
어찌 과인에게 허물을 따진단 말이냐?
주공, 대관절 저녁 한 끼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싸움에 공이 큰 신하들을 홀대하시고,
어찌 희부기(僖負羈) 만 특별한 대접을 하십니까?
너는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우리가 벌이고 있는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조성(曹城)을 함락시켰으나!
조(曹) 나라 백성들에게는 은원(恩怨)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에 희부기(僖負羈)로 하여금 조(曹) 나라 백성들의
은원(恩怨)을 정리시키고자, 큰 집을 내린 것뿐이노라!
네가 주도하여 위주(魏犨)와 함께 불러 질렀으며
아무 죄 없는 희부기(僖負羈)와 백성들을 죽게 했노라!
전힐(顚頡) 아, 너는 많은 공을 세웠음에도
너의 그 많은 공을 한 번의 실수로 다 버렸도다!
전힐(顚頡) 아, 너는 어찌 그걸 모른단 말이냐?
너는 나와의 인연을 끝내고 싶은 게냐?
과인의 명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했으니
전힐(顚頡) 아, 그 죄는 어디에 해당하겠는가?
주공, 차라리 참수당하고 말겠습니다!
전힐(顚頡)이 당당하게 말을 마치자, 도부수(刀斧手) 들이 들어와
전힐(顚頡)을 진채의 원문 밖으로 끌고 나가 목을 참했다.
진문공(晉文公)은 전힐(顚頡)의 수급을 희부기(僖負羈)의 집에
가져가 제사를 지내도록 명하였다. 그리고 다시 영을 내려
전힐(顚頡)의 수급을 북문 위에 효수(梟首) 하도록 했다.
대사마(大司馬)는 들어보시오?
위주가 전힐을 막지 못하고 과인의 영을
어겼으니 이는 무슨 죄에 해당하겠소?
주공, 마땅히 중죄에 해당합니다.
주공, 위주의 벼슬과 봉록을 삭탈하시고
훗날에 공을 세워 속죄토록 해야 합니다!
위주를 차우(車右) 직에서 파면하고
대부 벼슬을 거둬들이며 서민으로 만들어라!
대부 주지교(舟之僑)가 차우(車右) 직을 맡도록 하라!
진군(晉軍)의 장수들과 군사들은 모두 놀라,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진문공(晉文公)의 처분이 너무 과하다고 말하면서도 따르게 되었다.
전힐과 위주는 19년 동안이나 주군과 함게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큰 공을 세웠는데도,
단 한 번 군명(君命)을 어겼다 하여,
한 사람은 참수를 당하고, 한 사람은
봉록이 삭탈 되고 차우에서 파면까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누구 할 것 없이 군명(君命)을 잘 지켜야 하겠소!
주공이 법을 집행함에 사사로움이 없으니
우리 모두 근신하며 잘 따라야 할 것이오!
이후로 진군(晉軍)은 군명(君命)의 두려움을 알게 됨으로써, 삼군의
군기가 더욱 엄숙해졌다.
한편 초성왕(楚成王)은 송宋 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친히
초군(楚軍)을 거느리고, 민읍(緡邑) 땅에서 진(陳), 채(蔡),
정(鄭), 허(許)의 4국과 연합군을 결성하였으며, 곧바로
송(宋) 나라의 도성인 수양성(睢陽城)을 향해 갔다.
초성왕(楚成王)은 초군에게 수양성(睢陽城)을 철통같이 에워싸게
하면서, 계속 공격하게 하여 송군(宋軍)을 지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으로 송군(宋軍)의 저항은 심했다.
송성공(宋成公)은 초군(楚軍)을 물러가게 해주겠다는
진문공(晉文公)의 말을 너무나 믿었기 때문이었다.
초군(楚軍)은 수양성(睢陽城)의 성벽만큼 둑을 쌓으면서, 이 둑을
다 쌓으면 성안을 내려다보며 공격하여 성을 함락시킬 생각이었다.
왕이시여, 위(衛) 나라에서 사신으로 왔사옵니다.
신, 위(衛) 나라 사신 손염(孫炎) 이옵니다.
손염(孫炎)은 무슨 일로 예까지 왔는가?
왕이시여, 지금 위(衛) 나라가 위급하옵니다.
무슨 일인가? 어서 말해보라!
진군(晉軍)은 단숨에 오록성(五鹿城)을 점령하고는
이제 초구성(楚丘城) 앞에 진을 치고 있어
언제 공격 당할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입니다.
위(衛) 나라가 그리도 절박하단 말인가?
왕이시여, 어서 하루속히 구해주시옵소서!
왕이시여, 도와주소서!
위군(衛軍)은 초구성(楚丘城)을 지키기가 어려워
위성공(衛成公)께서 양우(襄牛) 땅으로 피신했습니다.
왕이시여, 만약 구원 군이 빨리 도와주지 않으면
초구성(楚丘城)은 함락되기가 매우 쉽사옵니다.
위후(衛侯)가 위태롭게 되었다니 부득이
구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구나!
더구나 위(衛) 나라는 혼인까지 맺은 동맹국이 아닌가?
어찌 맹주로서 어려움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송나라 수양성(睢陽城)의 포위를 푸는 것은
진(晉) 나라의 술책에 넘어가기 쉽지 않겠는가?
초성왕(楚成王)은 즉시 신(申)과 식(息) 두 고을에 있던 양광(兩廣)을
빼내 위(衛) 나라로 가기로 하였으며, 그러나 성득신(成得臣)의
초군(楚軍)은 멈추지 말고 수양성(睢陽城)을 공격하도록 명하였다.
투월초(鬪越椒), 투발(鬪勃), 완춘(宛春) 등은
여러 제후 군과 함께 성득신 원수를 돕도록 하라.
위여신(蔿呂臣)은 장수들과 양광(兩廣)을 이끌고,
위(衛)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북쪽으로 행군하라.
양광(兩廣)은 초군(楚軍)의 편제로써 좌우(左右)로 광(廣)을 두는데,
일광(一廣)은 병거(兵車) 150승으로 되어있으며, 이 양광(兩廣)은
초성왕(楚成王)의 직할 부대이며, 중군(中軍)에 해당 된다.
이때 진(陳), 채(蔡), 정(鄭), 허(許)의 4개국 제후들은 본국에 혹시
변란이 일어날까를 걱정하여, 휘하의 장수들을 연합군으로
남게 하고는 각 제후는 자기의 나라로 이미 돌아간 뒤였다.
성득신(成得臣)이 지휘하는 연합군의 장수는
진(陳) 나라 원선(轅選), 채(蔡) 나라 공자 인(印),
정(鄭) 나라 석계(石癸), 허(許) 나라 백주(百疇)였다.
초성왕은 양광(兩廣)의 초군을 철수하여, 병거 300승을 앞세우고,
위(衛) 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초구성(楚丘城) 가까이 도착하고 있었다.
그때 매우 급히 달려오느라 땀을 흠씬 흘리는 파발이, 이제는 조(曹)
나라의 급한 사정을 알려오는 일이 생겨, 초성왕은 또 놀라게 된다.
왕이시여, 진군(晉軍)은 이미 위(衛)를 떠났으며
조(曹) 나라로 급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허 어, 진군(晉軍)이 언제 떠났단 말이냐?
진군(晉軍)은 정말 재빠르기도 하구나!
초군은 빨리 방향을 돌려 조(曹) 나라로 가도록 하라.
초성왕(楚成王)은 위(衛) 나라로 가던 초군(楚軍)의 방향을 바꾸어
조(曹)나라로 향하기 위해 남하(南河)의 극진(棘津) 나루에 도착했다.
자, 빨리 남하(南河)를 건너가 조(曹) 나라로 가자!
모두 빨리 도하 하도록 하라!
초군(楚軍)이 남하(南河)를 건너 조(曹) 나라로 향해 행군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또, 파발이 달려와 급하게 보고 하는 일이 생긴다.
왕이시여, 조(曹) 나라의 조성(曹城)은 이미 함락당하고
조백(曹伯)은 진군(晉軍)에게 잡혀 폐쇄된 곳에 갇혔습니다.
아니, 진군(晉軍)이 그리도 신속하게 움직였단 말이냐?
허 어, 진후(晉侯)의 용병술이 그렇게 뛰어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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