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38 화. 시체를 어찌 성루에 거는가.

서 휴 2023. 11. 7. 16:32

 338 시체를 어찌 성루에 거는가.

 

진군(晉軍)이 조성(曹城)을 포위하자, 다급해진 조공공(曹共公)

군신들을 조당에 모이게 하여, 그 대책을 묻고 있었다.

 

       주공대부 우랑(于郞)이옵니다.

       진후가 우리 조() 나라에 머무를 때

       희부기는 사사로이 음식을 바쳤다 합니다.

 

       희부기가 사자로 가겠다고 자청하는 걸 보니

       진후를 만나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짓입니다.

 

       주공희부기의 말을 들어주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주공께서 먼저 희부기를 참하시고 나면 

       신이 진군을 물리칠 계책을 내놓겠습니다.

 

조공공의 신임을 너무 많이 받으면서, 아첨만을 일삼던 대부

우랑(于朗)말에 조공공은 그의 말이 옳다고 판단한다.

 

       희부기가 불충한 점이 있다고 하나

       대대로 공신의 집안이라 죽음만은 면하게 하노라

       그러나 관직은 박탈하겠노라

 

상경 희부기(僖負羈)조공공(曹共公)의 조치에 기가 막혔으나,

어쩔 수 없어 길게 탄식하면서 조용히 조당에서 물러 나왔다.

 

       이제 희부기를 쫓아냈도다

       우랑은 어떤 계책을 가지고 있는가

 

       주공사항서(詐降書)를 써 보내는 것입니다.

       사항서(詐降書)라니 무슨 말인가

 

       진후는 몹시 교만해져 있습니다.

       신이 거짓으로 항복한다는 밀서를 보내

       외성(外城안으로 들어오게 하겠습니다.

 

       외성(外城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외성과 내성 문을 잠그고, 성벽 위에

       숨어 있던 궁노수(弓弩手들이 활로 쏴

       모두 죽여 고슴도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그리되면 진후를 한 방에 죽이겠구나

       주공진후 만 죽이면 진군은 허둥대며

       물러가지 말라 해도 물러가고 말 것입니다.

 

       호오묘책 중에 상책이로다.      

       성공만 하면 그대를 재상으로 삼으리라

 

선진과 장수들은 밤이 되어 우랑(于郞)의 밀서를 받게 되자, 긴급히

회의를 열며, 진문공과 함께 밀서에 대한 계책을 세우게 된다.

 

       주공, (나라 중신들이 몰래

       항복하겠다는 밀서이옵니다.

 

       해 질 무렵에 조성()의 성루에 백기를 걸면서

       몰래 항복하겠다는 밀서가 아닌가

 

       주공, 외성 문을 열어 조성을 바치겠다는

       밀서의 내용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나라 중신들이 배신하겠다면

       조공공(曹共公)을 묶어서 데려오면 될 텐데

       이렇게 항복을 제의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주공조성을 보면 삼엄한 것이, 아무리 살펴봐도

       그런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사항서(詐降書같습니다

 

       비밀리에 성문까지 열어주겠다면서

       들어오라 하는데, 안 갈 수도 없지 않은가

 

       주공우리도 주공과 닮은 사람을 뽑아

       대신 들여 보내보면 어떻겠나이까

 

       들여보낸다면 어가를 태워 보내야 할 텐데

       누가 호위를 하면서 들어가겠는가

 

       주공신 발제(勃鞮)가 호위를 맡겠나이다.

       발제(勃鞮)는 호위를 많이 해봐 적임자로다.

       허 나, 죽을 수도 있으니 잘 판단하여야 한다

 

내관 발제(勃鞮)가 가짜 군주의 어가(御駕)를 호위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오자, 이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큰 성은 외성(外城)으로 들어가 내성(內城)의 성문을

지나야, 비로써 성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구조가 되어있었다.

 

       드디어 황혼이 짙어지자조성(曹城)의 성루에

       백기가 나부끼며 성문이 조용히 열리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위장한 어가(御駕)를 따라 발제(勃鞮)가 호위하면서

진군(晉軍) 5백여 명이 호기롭게 당당히 외성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웬 징과 북소리냐

       속았다 빨리 되돌아가자

 

발제(勃醍)가 악을 쓰듯 외쳤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갑자기 외성

문이 닫히면서 성벽 위에 숨어 있던 조(나라의 궁노수(弓弩手)

들이 일제히 화살을 퍼부어 대며 커다란 돌들을 무수히 던졌다.

 

내관 발제(勃鞮)를 비롯한 500여 명의 군사는 되돌아가려 했으나

대항도 해보지 못하고 모두 처참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주공드디어 진후를 죽였나이다 !

       좋소빨리 가서 확인해보자

 

       아니 좀 이상하구나

       저 진군 군사 한 명을 잡아 오너라

       너는 죽지 않으려면 바른대로 말하라

 

       예에저 진후는 가짜입니다

       뭐라고 이거 큰일이로구나

       오히려 우리가 속은 것이 아닌가 ?

 

외성 문이 갑자기 닫히는 바람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군사의

말을 전해들은 진문공은 크게 분노하여 총공세를 펴게 되었다.

 

       발제(勃鞮)와 아까운 군사들이 죽다니

       너무나 애석하구나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도저히 분을 참지 못하겠노라

       우리 진군은 모두 총공격하라

 

       주공조성 앞은 협곡처럼 좁은 곳이라

       많은 군사가 한목에 공격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그래도 망설이지 말고 더욱 공격하라

 

진후를 죽인 줄로만 알고 조공공에게 허풍을 떨던 우랑(于郞) 

가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에 오히려 진군이 총공세를 펴며 

성벽에 사다리를 걸치면서 기어오르려 하자 크게 당황하였다.

 

       우랑(于郞대부는 아는가

       우리는 군사의 수가 적고 진군은 많다

       저리 성벽을 계속 올라오면 어찌 당할 수가 있겠는가

 

       주공한 가지 방법이 있사옵니다.

       죽은 진군의 시체를 성벽에 매달아 놓으면

       절대 기어오르지 못합니다.

 

       주공힘들더라도 며칠만 버텨내면 되옵니다.

       초군이 반드시 우리를 구하러 올 것입니다.

 

       초군이 이제 위나라에 도착하였을 것이다.

       며칠 가지고 되겠는가

       주공일단 싸우면서 버텨내야 합니다.

 

우랑(于郞)이 죽은 진군(晉軍)의 시체를 성벽에 매달아 놓게 하자,

진군은 비통한 마음으로 쳐다보며, 더는 성벽을 기어오르지

못하고 서로 얼굴들만 쳐다보며 원망과 탄식만을 하게 된다.

 

       저리 나쁜 놈들이 다 있는가

       어찌 성벽에 시체를 내건단 말이냐


       군심(軍心)이 동요되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공신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사오나

 

       주공주공의 덕()에 누가 될까? 염려되어

       감히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나이다.     

 

       뭘 망설이는가?  어서 말해보라!

       주공, 이런 말이 있나이다.

 

以眼還眼 以眼報眼 以牙還牙 以齒報齒

(이안환안 이안보안 이아환아 이치보치)


以血洗血 以直報怨 以德報德 

(이혈세혈 이직보원 이덕보덕)

      

눈은 눈으로 갚고 이는 이로 갚으며 피는 피로 씻는다.

원한은 공명정대한 태도로 보복하고, 덕을 입은

이에게는 은혜로써 보답해야 한다.

 

       선진(先軫)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가

       저들이 우리 군사의 시체를 이용하는바

       우리도 저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라 !      

       조(나라 백성들의 묘지가 북문 밖에 있나이다.

 

       우리가 저들 조상의 묘지를 파내고

       저들의 묘지 위에 진채를 세운다고 한다면

       (나라 백성들은 질겁할 것이옵니다.

 

       주공조상의 묘()까지 파헤쳐가며 싸운다는 것이

       도의에 어긋나므로 감히 말씀드리지 못했나이다.

 

       조상의 묘지(墓地)를 파헤친다 하였는가

       주공외람되오나 그렇사옵니다.

       그리되면 조성의 민심이 어지러워질 것입니다.

 

진문공(晉文公)은 한참 동안 망설이며 생각에 잠겼다가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결연한 표정으로 선진에게 말했다.

 

       우리 진군의 뜻을 알겠노라

       저들의 묘지 위에 진채를 세우도록 하라

 

진문공의 승낙이 떨어지자진군의 군사들은 보복 심리가 작용하여

돌연 활기를 띠고 북문 밖 공동묘지로 뛰어갔다.

 

       조(曹) 나라 백성들의 무덤을 파내어

       전사한 진군의 원수를 갚겠노라


      (나라 백성들의 무덤을 파러 가자

      묘()를 파헤쳐 해골을 장대에 내걸자

 

진군(晉軍)이 진재를 세우겠다며 북문의 공동묘지를 파헤치자,

선진(先軫)이 예상한 대로 조성 안의 백성들은 기절할 듯 놀란다.

 

       진군(晉軍)의 시체를 성벽에 내걸어서이다.

       저, 못 된 조공공(曹共公)을 몰아내자

       자, 조궁(曹宮)으로 쳐들어가자

 

조상의 무덤을 파헤치게 했다며, 백성들이 울부짖으면서 조궁으로

몰려가자, 깜짝 놀란 조공공(曹共公)은 다급해지고 말았다.

 

 339 . 작은 은혜에 큰 걸 받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