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0 화. 모든 공이 일순간에 날아가는가.
누가 빨가벗고 쓰러져있는 거야?
엇! 큰일이다! 어서 위주 장수를 모시어라!
아무리 용맹한 장수라도 커다란 불기둥에 두 번씩이나 가슴에
얻어맞고 어찌 몸이 성할 수 있겠는가!전힐(顚頡)은 기진맥진한
위주(魏犨)에게 옷을 구해 몸을 가려주고, 겨우 수레에 태운 후
위주(魏犨)의 군막에 데려다가 치료받게 했다.
한밤에 이게 무슨 소란이냐!
재상 희부기 집 일대가 불에 타고 있습니다.
혹시 조나라 군사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느냐?
아니 옵니다, 우리 군사들이 불을 질렀습니다.
우리 군사들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위주(魏犨)와 전힐(顚頡) 장수가 불을 지른 것입니다.
뭐 라고! 빨리 앞장서거라!
조성 안에 묶고 있던 호언(狐偃)과 서신(胥臣)은 북문 지역에서
불이 났다고 하자, 혹시 조(曹) 나라 군사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의심하여 황망히 군사를 이끌고 북문 지역으로 달려갔다.
이때 희부기(僖負羈) 집뿐만 아니라 그 근방에 있던 백성들의
집마저도 수십 채나 불에 타고 있었다.
희부기의 집에 불이 나다니 어찌 된 일이냐?
모두 달려들어 어서 불을 꺼라!
온 동내 불을 다 꺼야 한다!
호언과 서신은 군사들을 시켜 불을 열심히 끄게 했으나, 그때는
이미 희부기의 집이 거의 불에 다 타 버린 뒤였다.
희부기(僖負羈) 대부를 빨리 찾아라!
호언(狐偃) 대부께서 여기 있습니다.
허 어, 화상을 입어 인사불성이 되고 말았구나!
빨리 모시고 편안한 곳에 눕혀 드려라!
연기에 중독되어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희부기를 구하였으나
이미 화상을 크게 입어 인사불성이 되어있었다.
가솔(家率) 들은 어찌 되었느냐?
아니, 여씨(呂氏) 부인 아닙니까?
왜 아이를 안고 계십니까?
희씨(僖氏) 가문의 후사를 끊기게 할 수 없소!
어서 희(僖) 대부를 돌봐 주세요!
희씨 집안의 장정도 여럿이나 불길에 목숨을 잃었으며, 희부기의
아내 여씨(呂氏) 부인은 다섯 살 난 아들 희록(僖祿)을 품에 안고
달려 나와 연못 가운데로 뛰어들어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불길을 다 잡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온 동내 불을 다 껐습니다.
불길은 아침녘이 되어서야 사그라졌고, 희부기(僖負羈) 집 근방에
있던 백성의 수십 채의 집도 불에 껐다.
위주(魏犨)와 전힐(顚頡) 장수가 저지른 방화입니다.
호언(狐偃) 대부님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어떡하겠소? 주공께 빨리 알립시다!
호언(狐偃)과 서신(胥臣)은 조성(曹城)에서 5리 나 떨어진 본채에
달려가 진문공(晉文公)에게 다급히 보고하게 된다.
주공, 북문 지역에서 불이 났습니다.
많이 탔는가! 피해 상황은 어떠한가?
재상 희부기 집을 비롯하여 근방에 있던
백성들의 집도 수십 채나 불에 탔습니다.
희부기 집에 불이 나다니 어찌 된 일인가?
어찌하여 불이 났다는 것인가?
주공, 대단히 죄송하옵니다.
위주와 전힐 장수가 저지른 방화입니다.
뭣이라고! 위주와 전힐이라고 하였는가?
주공, 송구스럽사오나 그렇습니다.
그 둘이 술이 많이 취했다 합니다.
호언과 서신이 보고하자, 사정을 알게 된 진문공(晉文公)은 즉시
어가를 타고 먼저 북문에 있는 희부기(僖負羈)의 집에 들어갔다.
희부기는 눈을 한번 크게 떠보시오?
허 어, 과인을 보더니 숨을 거두고 마는구나.
어찌 희부기를 불태워 죽였단 말이냐?
진문공이 탄식해 마지않자, 희부기의 처가 다섯 살 난 외동아들인
희록(僖祿)을 안고서 땅에 엎드려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희(僖) 부인은 너무 슬퍼하지 마시오!
과인이 어린 희록(僖祿)을 보살펴 주겠소.
어린 희록(僖祿)을 강성(絳城)에 옮겨와 살게 하고
대부 벼슬을 주고, 황금과 비단을 내리겠노라!
어서 이사 준비를 시키도록 하라.
희부기(僖負羈)의 장례를 끝내고 그 가족들을 강성(絳城)에 옮겨가게
하자마자, 그날로 군주의 명을 어기고 방화를 저지른 위주(魏犨)와
전힐(顚頡)을 처형하겠다고 대사마(大司馬) 조쇠(趙衰)에게 말하였다.
위주와 전힐을 참수시키도록 하시오!
주공, 조쇠(趙衰) 이옵니다.
주공, 이 두 사람은 주공께서 유랑하실 때
19년 동안이나 같이다니며 생사고락을 같이했습니다.
또한, 큰 공도 세웠으니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대사마(大司馬)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은 명령이 서기 때문이오!
신하들이 과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면
어찌 신하라 할 수 있겠소?
또한, 군주가 신하에게 명령을 행하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어찌 군주라 할 수 있겠소?
군주답지 못하고 또한 신하답지 못하다면
그 나라가 어떻게 되겠소?
과인을 위해 고생한 대부들의 수도 많은데
만약에 모두가 명령(命令)을 범하고 멋대로 행한다면
과인은 이후로 어찌 영(令)을 세울 수 있겠소?
주공, 신 조쇠(趙衰)가 다시 주청하나이다.
주공의 말씀은 심히 타당하고 옳사오나!
위주(魏犨)는 재주와 용기가 여러 장수중에
단연 뛰어난 인재라 죽이기가 너무 아깝나이다.
또한, 전힐(顚頡)의 부추김을 받았다고 하오니
전힐(顚頡)만 죽이는 것으로 경종을 울릴 수
있사온데, 두 사람 모두를 죽이려 하시나이까?
주공,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허 어, 대사마(大司馬) 도 아시지 않소?
위주(魏犨)가 가슴에 상처를 크게 입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곧 죽게 된다는데
그런 사람을 애석히 여겨 영(令)을 어긴 걸
불문에 부치라고 한다면 어찌 말이 되겠소?
주공, 신이 위주를 찾아가 그가 일어나지 못하고
죽을 것 같으면 주군의 말씀대로 처형 하시고
만약에 일어나 나랏일을 할 수 있다면
주공, 용맹한 장수이니 살려놓으시어
나중의 위급한 일에 대비하시기 바라나이다.
대사마(大司馬), 마음의 깊은 뜻을 알겠소.
대사마(大司馬)는 위주의 병세를 알아보고 오시 오.
순림보(荀林父)는 무얼 하고 있는가?
어서 전힐(顚頡)을 잡아 오도록 하라
그때 위주(魏犨)는 불에 타고, 그슬린 피부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고 있었으며, 일어나지 못하고 통증에 크게 시달리면서도 엊그제
밤에 술 취해 희부기(僖負羈) 집에 방화한 일을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장수님, 손님이 오셨는데 어찌할까요?
찾아온 사람이 누구더냐?
대사마(大司馬) 조쇠(趙衰) 어른이십니다.
어? 조쇠(趙衰) 대부께서 혼자 오셨다니
아무래도 심상치 않구나!
어서 나를 일으켜 세워라!
병이 심하여 움직이면 안 됩니다.
내가 죽을병에 들지 않았는데 어찌 잔말이 많으냐?
어서 윗도리와 바지를 가져와 입혀봐라!
뭐 하느냐? 빨리 갖다 입혀라!
위주는 직감적으로 자기의 생살권을 쥐고 온 것을 깨닫고는, 몹시
아픈 속에도 의관을 정제하고 밖으로 나가 조쇠를 맞이하려 하였다.
허 어, 마중을 안 나와도 되오!
일어나 있다니? 천만다행이오!
위주(魏犨)가 의복을 평상시처럼 차려입고 나와서 맞이하려 하자,
이를 눈치 챈 조쇠(趙衰)는 군막으로 들어오면서 만류하며 물었다.
병이 위중하다고 들었는데
이렇듯 일어나 기동을 해도 괜찮겠소?
주공께서는 이 쇠(衰)를 시켜 고생하는
위주(魏犨) 장수를 위문하라 하시어 왔소?
주공의 명이 이렇듯 자애로우신데,
어찌 감히 누워서 맞이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통증이 있기는 하나, 아픈 가슴을
비단으로 단단히 동여매고 대감을
만나기 위해 자리에서 떨치고 일어났습니다.
이 위주는 지은 죄가 너무 큰바, 마땅히
죽음에 해당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만일? 용서만 받는다면! 아직 남아 있는
목숨을 주공의 은혜에 모두 바치겠습니다.
대사마(大司馬) 조쇠(趙衰) 어른,
소인이 어찌 편안함 만을 찾겠습니까?
제 341 화. 한 번의 객기에 생을 마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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