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2 화. 속전속결 만이 승기를 잡는가.
성득신(成得臣)은 재빠르게 계속 북상하여 노(魯) 나라에 이르자,
군량(軍糧)을 도움을 받자, 초군(楚軍)을 재정비하고는 곧바로,
제(齊)나라 국경을 돌파하며 기습적으로 양곡(陽谷)을 점령했다.
양곡(陽谷)은 지금의 산동성 동평현(東平縣)
북쪽에 있었으며, 하남성 과의 경계에 있는
동평호(東平湖) 동안(東岸)의 고을이었다.
제효공(齊孝公)은 초군(楚軍)의 기습을 갑자기 당했으나, 아무런
대응도 못 하면서, 더구나 초군(楚軍)의 강한 군력(軍力)에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양곡(陽谷) 땅에서 멈추어라.
성득신 장수님, 왜 더 진격하지 않습니까?
더 무리할 필요가 있겠는가?
양곡(陽谷) 땅만 점령해도 제(齊) 나라는 위축된다.
더 나아가는 건 왕명을 받고 움직이도록 하자!
신공(申公) 숙후(叔侯)는 사마(司馬)로써
빨리 옹(雍) 공자를 데려오도록 하오?
이곳 양곡(陽谷) 땅의 영주(領主)로 삼을 것이오!
투의신(鬪宜申) 부장은 옹무(雍巫)를 불러오라!
이곳 양곡(陽谷) 땅의 읍재(邑宰)로 삼을 것이다.
제(齊) 나라의 옹(雍) 공자는 진(秦) 나라에 망명해 있었으나, 이제는
초(楚) 나라에 들어와 망명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성득신은 재빨리 제(齊)의 공자 옹(雍)을
양곡(陽谷) 땅의 영주(領主)로 삼았으며,
또한, 제효공이 즉위할 때 송군(宋軍)에게
쫓겨 노(魯) 나라로 달아나 살고 있던
옹무(雍巫)를 불러다 읍재(邑宰)로 삼았다.
옹(雍) 공자는 양곡(陽谷) 땅의 영주로 지내면서, 호시탐탐 제(齊)
나라 군위에 오를 기회만을 열심히 엿보게 된다.
성득신(成得臣)은 재빠른 작전으로 형제끼리의 싸움을
유도함으로써, 제효공(齊孝公)이 함부로 침공하지
못하게 하는, 한 차원 높은 정치적 술수를 발휘하였다.
제효공은 초(楚)에게 갑자기 양곡 땅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자,
울화병이 생겨 피를 토하며, 끝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는다.
재위 10년 차인 제효공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위(衛) 공자 개방(開方)이 그 아들을 살해하고
제효공의 이복동생이자 갈영(葛榮)의 소생인 공자
반(潘)을 군위에 올려 제소공(齊昭公)이 되게 했다.
성득신은 투의신(鬪宜申) 장수에게 양곡(陽谷)을 지키도록 갑사(甲士)
1천여 명을 맡기면서, 만약 제군(齊軍)이 공격해 오면, 노군(魯軍)을
지원받아 막으라고 하고는, 초(楚) 나라로 돌아와 보고하게 된다.
과연 성득신(成得臣) 장수로구나!
이제 남은 건 송(宋) 나라뿐이로다!
초성왕은 지난날 초(楚)나라까지 쳐들어왔던 제환공(齊桓公)에게
이제야 수모(受侮)를 갚게 되었다면서 몹시 기뻐했다.
과인이 송(宋)나라에 원한이 있다고는 하나!
제(齊) 나라에 그보다 더한 원한이 있었노라.
제환공은 우리 초(楚)나라를 침공하였었잖은가?
성득신은 대단한 성과를 올렸도다.
양곡(陽谷) 땅만 지키고 있어도
제효공은 위축되어 침공치 못 하리라!
이제는 정(鄭) 나라의 원수도 갚아 주어야 한다.
성득신은 송(宋) 나라를 정벌토록 하라!
초성왕은 제(齊) 나라를 제압했다고 판단했으며, 이제 송(宋) 나라만
정벌하면 명실공히 천하의 맹주가 된다고 흐뭇하게 생각했다.
이러한 결과로 성득신(成得臣)의 인기는
정말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다.
관중(管仲)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투곡어토(鬪穀於莵)를
능가할 정도라고 사람들은 칭찬하기 바빴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투곡어토(鬪穀於莵) 라 할 것이었다.
그때 투곡어토는 나이가 이미 70을
훨씬 넘고 있어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투곡어토는 성득신(成得臣) 이라면, 자신의 뒤를 이을 재목감이라고
생각하고, 초성왕(楚成王)을 찾아가 자기 뜻을 밝힌다.
왕이시여, 이제 물러나 쉬고 싶나이다.
신의 재주는 성득신을 따를 수가 없나이다.
성득신에게 나랏일을 맡기시옵소서!
영윤(令尹)은 무슨 말을 하는 거요?
경(卿)은 아직 일을 더 할 수 있소!
경이 없으면 내 어찌 송(宋)나라를 칠 수 있겠소?
송(宋)은 진(晉) 나라와 아주 가깝게 지내고 있소!
만약 우리 초(楚)가 송(宋) 나라를 정벌한다면
진(晉)나라는 반드시 송(宋) 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진군(晉軍)을 보내게 될 것이 분명하오.
성득신이 비록 많은 공을 세웠지만,
진(晉)과 송(宋)을 한꺼번에 당해내기는 힘들 것이오.
영윤(令尹) 만이 두 나라를 동시에 대적할 수 있소!
경이 송(宋) 나라 정벌에 개선하고 돌아올 때
경의 뜻을 들어주면 어떻겠소?
경은 사양하지 말고 이번 송(宋)나라 정벌만
과인을 위해 출정해 주기 바라오!
왕이시여, 신이 군사를 끌고 원정을 나갔다가
대왕의 기대에 미치지 못 할까 걱정되옵니다.
초성왕은 그 즉시 영윤(令尹)인 투곡어토(鬪穀於莵)에게 명하여
규(暌) 땅에서 병거와 군사들을 사열하면서 군법을 밝히게 했다.
투곡어토는 초성왕의 간곡한 청을 도저히
물리칠 수가 없어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총사령관의 자격으로 원정군의 모든 일을 사열하면서, 그때
성득신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에서, 모든 일을 대충하여
오전 중에 모두 끝마치고 한 사람의 군사도 벌주지 않았다.
투곡어토! 영윤은 들으시오!
군대의 생명은 기강(紀綱)과 위엄(威嚴)이오!
그런데 경은 한 사람도 처벌하지 않고
어찌하여 적당히 사열하고 마는 것이오?
신의 재주와 기력은 마치 만든 지 오래되어
늘어진 강노(强弩)와 같사옵니다!
왕이시여, 군의 위엄(威嚴)을 세우려 하신다면
성득신이 아니면 불가하나이다!
이제 신은 무딘 칼이 되어 쓸모가 없나이다.
초성왕은 군사들을 위(蔿) 땅에 다시 모이게 하고 성득신을 불러,
병거(兵車)와 치중(錙重) 등의 모든 군사 일을 사열하게 했다.
왕은 형님인 투곡어토를 계속 붙잡으려 하나?
형님은 영윤 자리를 사임하려 하는구나!
이는 영윤에 오를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생각한 성득신(成得臣)은 모든 일에 대하여 치밀할 뿐만
아니라, 군법도 엄히 세웠으며, 죄를 지은 자는 용서하지 않고
처벌하여 온종일이 걸려서야 겨우 사열을 끝낼 수 있었다.
채찍형에 해당하는 벌을 받은 병사의 수는 7명이며
귀를 뚫는 형벌을 받은 자는 3명이나 되었다.
성득신(成得臣)은 온종일 땀을 흘리며 사열이 끝날 무렵이 되자,
소리를 높이라고 큰소리로 명령하자, 이때 종과 북소리는 천지를
진동시키면서 정기(旌旗)를 더욱 힘차게 펄럭이게 하였다.
과연 성득신은 천하제일의 명장이로구나!
성득신을 총대장으로 삼을 만하도다!
이에 초성왕이 대단히 만족하며 성득신을 믿으며 칭찬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때 기다렸다는 듯이 투곡어토가 다시 주청하였다.
왕이시여, 어떠시나이까?
성득신은 능히 큰일을 감당할 수 있나이다.
신의 청을 수락해 주시옵소서!
투곡어토가 다시 청하여 정사(政事)를 넘기겠다고 하자, 초성왕은
마침내 그의 청을 받아들였으므로, 성득신(成得臣)은 바라던 대로
영윤(令尹) 겸 총대장으로 임명됐다.
뛰어난 성득신 장수를 영윤으로 천거하고 명예롭게
은퇴하였다면서, 군신들 모두가 축하하기 위해
투곡어토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투곡어토(鬪穀於莵)는 술과 음식을 충분히 장만하여, 평소 함께 했던
사람들을 맞이하여 즐겁게 연회를 열어 대접하기 시작했다.
영윤(令尹)께선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제 유능한 인재를 천거하시고
명예롭게 은퇴하심을 축하하옵니다.
모두 이렇게 찾아와 축하해주시어 고맙소.
허 어, 대부 위여신(蔿呂臣)이 안 보이는구려.
같이 오려 했으나 몸이 아파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신료들 모두가 연회에 참석하여 즐겁게 술잔이 몇 순배 돌며,
모두가 거나하게 술에 취해 즐겁게 환담을 하고 있었다.
나리, 문밖에 어린 청년이 들어오길 청하옵니다.
청년이라고? 어서 들라 하여라.
어린 청년이 두 손을 높이 들었다가 허리를 굽혀 말없이 인사를
올리자, 투곡어토(鬪穀於莵)는 준수하며, 듬직하게 보이는 어린
청년을 가까이 오라면서 불러다 앉혀놓고는 훑어보았다.
어린 청년은 십 오륙 세로 보이나 덩치가 컸다.
어린 청년은 이어서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고기를 마음껏 힘차게 뜯어 먹는데, 마치 자기
앞에 아무도 없는 듯이 방약무인하게 굴었다.
투곡어토(鬪穀於莵)는 어린 청년의 행동이 범상치 않아 보였으나,
괘씸하기도 하여 물어보게 된다.
제 333 화. 작은 은혜도 반드시 갚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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