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5 화. 어려울 때는 전환점을 찾아라.
주상, 먼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사옵니다.
이 어려움을 천하의 제후들에게 알리시어
제후들이 헤아려 돕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으흠, 그렇도다. 어서 칙서를 만들도록 하라!
주양왕(周襄王)은 다음과 같은 칙서(勅書)를 써서 제(齊), 송(宋),
정(鄭), 위(衛), 진(陳), 진(秦), 진(晉) 나라 등에 밀사를 보내기로 했다.
짐이 부덕하여 모후가 총애하는 동생 대(帶)에게
죄를 얻어, 왕도를 떠나 정(鄭) 나라 범(氾) 땅에
나와 있음을 천하의 제후들에게 알리노라!
제후들은 하루속히 짐을 구하라!
칙서(勅書)를 가지고 사자가 출발하려 하자, 대부 간사보(簡師父)가
앞뒤를 살피며 주양왕(周襄王)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간한다.
주상, 어느 제후가 도울 것으로 생각하시나이까?
대부 간사보(簡師父)의 생각은 어떠한가?
주상, 지금 제후 중에서 방백에 뜻을 둔 사람은
오로지 진백(秦伯)과 진후(晉侯) 뿐일 것입니다.
어찌하여 그리 보는가?
진(秦) 나라는 건숙(蹇叔), 백리해(百里奚), 요여(繇余),
공손지(公孫枝), 등 여러 어진 신하들이 정사를
돌보고 있어. 국세가 날로 번성해 나가고 있사옵니다.
또한, 진(晉) 나라도 짧긴 하지만, 호언(狐偃), 조쇠(趙衰),
서신(胥臣) 등의 어진 신하들이 있사옵니다.
두 나라의 현신들은 필시 군주에게 천자를
잘 모셔야 한다며 권할 것으로 볼 수 있사오나?
다른 나라는 아마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허 어, 옳은 말이로다.
두 나라는 두 대부가 직접 가도록 하라!
주양왕(周襄王)은 즉시 옳다고 판단하고, 간사보를 진(晉) 나리에
그리고 좌언보를 진(秦) 나라로 직접 찾아가 구원을 청하게 했다.
허 허, 천자가 쫓겨나 범(氾) 땅에 와있단 말인가?
천자가 적적(赤狄)이 우리 정(鄭) 나라보다
못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겠구나!
이때 정문공(鄭文公)은 칙서(勅書)를 받자마자, 그날로 천자가
있는 범(氾) 땅으로 공사(工師)를 보내 임시거처를 짓게 하고,
주양왕(周襄王)을 옮겨 살도록 보살펴 주라며 명령을 내린다.
아니다. 내 친히 범(氾) 땅에 찾아가 기거하면서,
천자에게 필요한 일체를 보살펴 주도록 하겠노라!
또한, 관리들은 천자가 지내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거마(車馬)와 양식 등을 후하게 보내 주도록 하라!
주양왕(周襄王)은 정문공(鄭文公)의 사려 깊은 도움을 받게 되자,
정문공(鄭文公)의 얼굴을 볼 때마다 적적(赤狄)을 시켜 력성(櫟城)을
공격하게 했던 일을 크게 뉘우치며 무참한 기색이 되곤 하였다.
또한, 노(魯)와 송(宋) 등의 여러 제후도 역시, 문안 사절과 함께
음식을 준비하여 바쳤다. 그러나 위(衛) 나라 위문공(衛文公) 만은
천자에게 아무런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위후(衛侯)가 머지않아 죽겠구나!
제후에게 왕이란 마치 나무의 뿌리와 같고
강물에는 그 근원과 같다고 하리라.
그 뿌리가 없는 나무는 말라 죽을 것이며
물의 근원이 없으면 강은 반드시 마르게 되니,
위후(衛侯)가 어찌 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때 노(魯) 나라 대부 장손신(臧孫辰)은 위문공(衛文公)이 천자를
위문하는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에 한탄하며 저주를 퍼부었다.
장손신(臧孫辰)의 말처럼, 주양왕 역시도 체면 없는 모습이었으며
그리고 그때까지 군(軍)을 스스로 움직여 주양왕(周襄王)을
돕겠다는 제후(諸侯)의 소식은 하나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때가 기원전 636년의 겨울인 10월의 일이었으며
주양왕(周襄王) 16년이며, 진목공(秦穆公) 24년이면서,
진문공(晉文公)이 군위에 오른 원년이 지나는 때였다.
이제 막 군위에 올라 새로이 안정을 찾아가던 진(晉)나라에 왕실의
대부 간사보(簡師父)가 찾아가 주양왕의 명을 전하며 구원을 청했다.
그러나 진문공(晉文公)은 진(晉)나라가 처한 사정을 아는바 도울
자신이 없었으므로 조례를 열어 결정하려고 하였다.
천자가 어려워 구원을 청하는바!
어찌해야 하는지 의견 들을 말해 보시 오?
주공, 신 서신(胥臣)이옵니다.
이제까지 중원(中原)의 일에 관여한 적이 없었나이다.
진헌공(晉獻公) 때 증강 시켜놓은 군사력도
진혜공(晉公) 대에 많이 약화했나이다.
우리는 오랜 내란이 이제 겨우 종식되었을 뿐,
중원(中原)의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사옵니다.
또한, 중원(中原)으로 가는 길목도 여러 적족(狄族)과
융족(戎族)들이 가로막고 있사옵니다.
더욱이 이번 일은 단순히 왕실 문제보다도
적적(赤狄)과 일전을 벌여야 하나이다.
지금 우리 진(晉) 나라 군사력 만으로 과연
적적(赤狄)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그렇소, 옳은 말이라고 보오!
더욱 나라를 안정시키고 일단 국력을 더욱 키워놓고
난 다음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이오.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옛날에 제환공(齊桓公)이 제후들을 거느릴 수 있었던
일은, 오로지 왕실을 잘 받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진(晉)나라는 근자에 군주가 자주 바뀌자!
백성들은 그 일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군신 간에 지켜야 할 대의도 모르고 있사옵니다.
주군께서 태숙 대를 토벌하고 주왕을 복위시켜
백성에게 군주는 절대로 둘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로 인정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선조이신 문후(文侯)께서 주왕을 보좌한 공훈과
진무공(晉武公)께서 진(晉)의 공적을 천하에 빛내신
위업을 이번에 한 번의 의거로 이룰 수 있습니다.
호언(狐偃)은 기원전 679년에 진무공(晉武公)이 진(晉)을 하나로
통일시키면서 주리왕(周釐王)에게 군주로 인정받은 일을 말한다.
그 후에 진무공(晉武公)은 주변을 정벌하여 국토를 많이 넓혔으며
또한, 열국의 대열에 서게 된 빛나는 공적을 이루었다.
주공, 우리가 왕실의 구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진(秦) 나라가 필시 이를 받아들일 것이며
방백(方伯)은 자연히 진백(秦伯)이 차지할 것입니다!
주공, 세상 일이란 어려울 때가 될수록
좋은 일과 어려운 일이 함께 찾아오나이다.
허 어, 참 어려운 일이로다!
태복(太卜) 곽언(郭偃)은 구복(龜卜) 점을 쳐보시오?
주공, 신 태복(太卜) 곽언(郭偃)이 아뢰나이다.
이는 크게 길할 징조로 보입니다.
이것은 황제(黃帝)가 판천(阪泉)에서 치우(蚩尤)와
싸워 크게 이기는 괘입니다!
잠시 이해를 돕기 위해 황제(黃帝)와 치우(蚩尤)가 판천(阪泉)에서
크게 싸웠던 내용을 잠시 알아보고 가도록 하자.
삼황오제(三皇五帝) 때 농사짓는 법을 가르친 임금은
염제(炎帝) 인 신농씨(神農氏)이었다.
신농씨(神農氏)에게는 두 신하가 있었다.
황제(黃帝)인 헌원씨(軒轅氏)와 치우(蚩尤)를 말한다.
황제(黃帝)는 최초로 달력을 만들어 사시(四時) 사철의
절기를 알고 오곡의 씨앗을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이를 반대한 치우(蚩尤)는 그 생김새가 뱀의 몸에
황소의 머리를 하고 있으면서 인류 최초로
병장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전쟁의 신이었다.
치우(蚩尤)는 공상(空桑) 나무를 베어 태양을 가려
세상을 암흑세계로 만들었으며
풍백(風伯)과 우사(雨師) 라는 두 부하를 거느리고
바람과 폭우를 내려 황제(黃帝)와 싸웠다.
황제(黃帝)는 맹수 부대로 치우(蚩尤)를 토벌하려 했으나
풍백(風伯)과 우사(雨師) 때문에 이길 수가 없었다.
이에 황제(黃帝)는 익룡(翼龍)의 딸인 여신 발(魃)을
하늘로부터 불러 내렸으며, 이에 여신 발(魃)은
비가 오지 않는 가뭄을 일으켜 치우(蚩尤)와 싸웠다.
그러나 여신 발(魃)은 머리 꼭대기에 눈이 달려 있는바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고
사람들이 가뭄으로 죽어 가는지도 몰랐다.
결국 치우(蚩尤)는 가뭄으로 말라 죽게 되었고
여신 발(魃)은 벌을 받아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서북 쪽으로 추방당하자 그곳은 순식간에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위의 이런 내용에 대해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서는 누군가
꾸며낸 이야기라며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서 취급도 안 했다.
호언(狐偃)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이번 거사는 진무공(晉武公)의
업(業)을 계승하는 것이며 진(晉) 나라의 정통성을 정립하자는 뜻이다.
주공,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주공께선 왕실의
빈자리를 보충하고, 천자의 환난을 극복해 줌으로
천하 백성의 교화를 성취하는 일이 되옵니다!
주공, 어찌 청사(靑史)에 빛날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진(晉) 나라가 천하를 호령하느냐?
못 하느냐? 는 이 한 번의 거사에 달려 있사옵니다.
주공께서는 의심하여 망설이지 마시고
천하를 위하여 군사를 일으키십시오!
우리 진(晉) 나라는 이제 겨우 안정을 찾고 있소.
과인이 어찌 이 큰일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주공, 주(周) 나라 왕실이 이미 쇠하기는 했지만
천명은 아직 바뀌지 않았나이다.
오늘날의 왕은 옛날의 황제(黃帝)에 해당합니다.
태숙(太叔) 대(帶)의 난은 쉽게 평정할 수 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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