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3 화. 적의 전술을 먼저 알고 싸워라.
부장 모위(毛衛)는 앞으로 당장 진격하라!
경사(卿士) 원백관(原伯貫) 임, 부장 모위(毛衛) 입니다.
적적(赤狄) 인들은 속임수가 많은 종족입니다.
오로지 신중하게 지키고 있다가
해이해진 다음에 나가 싸워야 합니다.
원백관(原伯貫)은 모위(毛衛)의 말에 출병하려는 생각을 거두었으나
자꾸만 시간이 흘러가자, 적군(狄軍)의 병사들이 모두 말에서 내려
땅에 주저앉더니 주군(周軍)을 향해 모욕적인 말을 퍼붓기 시작한다.
주왕이라는 놈은 무도한 혼군(昏君) 이구나!
저리 무능한 놈을 대장으로 삼다니 한심하구나!
싸우지 않으려면 항복이나 해라!
항복하기 싫으면 나와 싸우기나 하던가?
싸우지도 못하는 겁쟁이들이로구나!
우리는 욕이나 실컷 하고 잠이나 자자!
적군(狄軍)은 아예 땅바닥에 드러누워 욕을 하는 군사들도 있었다.
원백관(原伯貫)이 더는 참지 못하고 진영의 문을 열라고 소리쳤다.
진채가 열리자 선두의 전차에는 금빛 투구에 비단 전포를 두르고,
자루가 긴 대도를 든 원백관(原伯貫)이 늠름하게 달려 나온다.
그의 뒤를 따라 100여 승의 병거가 앞으로 돌진해 나가고 있다.
빨리 말에 올라타 주군(周軍)을 막아라!
한 사람도 물러서지 말라!
적정(赤丁)의 아들 적풍자(赤風子)가 황급히 말에 올라 긴 장창을
쥐고, 주군(周軍) 대장 원백관(原伯貫) 앞을 막아서며 싸우려 든다.
잘 나왔다! 이 겁쟁이 장수야!
어린놈이 간땡이가 아주 부었구나!
적풍자(赤風子)는 싸움을 시작한 지 10여 합이 지나자, 못 당하는
척하면서 뒤돌아서더니 서쪽의 취운산(翠雲山)을 향해 달아난다.
어린놈아, 게 서지 못하겠느냐?
허 또 덤빈다고? 좋다 어서 덤벼라!
도망치던 적풍자가 말머리를 돌리며 원백관(原伯貫)과 또 싸우다가
몇 합을 교전하더니, 또 당하지 못하겠다며 다시 달아나곤 하면서,
주군(周軍)을 점점 취운산(翠雲山) 쪽으로 따라오게 만들었다.
주군(周軍)이 막상 가까이 쫓아가자, 적군(狄軍)은 다급히 말들을
버리면서 모두 홀몸으로 취운산(翠雲山)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적풍자를 반드시 찾아내라!
이곳을 샅샅이 뒤져 찾아내야 한다.
경사(卿士) 원백관(原伯貫)임, 저길 보십시오?
아니, 저 위에서 태숙(太叔)이 술을 마시고 있구나!
좋다. 저 역적놈의 목은 이제 내 손에 달려 있도다!
자, 모두 산꼭대기 정자로 쳐들어가자.
원백관은 달아난 적풍자(赤風子)를 찾으려 주위를 살피고 있는데
취운산 정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태숙(太叔)을 발견했으며,
자세히 보니, 용이 새겨진 천자의 깃발도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저 역적놈이 한가하게 술을 마시고 있다니!
저 역적놈 태숙(太叔)을 잡아끌고 가자!
원백관(原伯貫)이 주군을 이끌고 취운산을 한창 오르고 있을 때
갑자기 굵은 통나무와 바위들이 비 오듯이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요놈들 감히 어디를 오르려고 하느냐?
요놈들을 모두 사로잡던가 죽여버려라!
갑자기 함성이 울리더니 산등성이에서 매복하고 있던 한 떼의
적군(狄軍)이 나타나 둘러싸며 빠져나갈 수 없도록 포위하고 있다.
포위당했다. 어서 빠져나가라!
경사(卿士) 원백관(原伯貫)은 이리로 오시 오!
이 태숙(太叔)이 살려드리겠소!
아니! 산꼭대기에서 언제 내려왔는가?
원백관(原伯貫),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네!
아니 그럼, 산꼭대기 퇴숙(太叔)은 누구냐?
허허, 나중에 가르쳐주리다.
간담이 서늘해진 원백관(原伯貫)이 적군(狄軍)의 계략에 빠진걸
알았을 때는 이미 주군(周軍)과 함께 포로가 되어 꽁꽁 묶이고 있었다.
적풍자(赤風子) 장수님! 포로로 잡은 주군(周軍)과
노획한 병거와 말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좋다, 모두 다 본대로 끌고 가라!
마침 적군(狄軍)의 포로가 되지 않고 도망쳐 나온 주군(周軍)의 한
군사가 영채로 돌아와 패전 소식을 부장 모위(毛衛)에게 알려주었다.
부장 모위(毛衛)는 오로지 진영을 굳게 지키는 한편으로 파발을
보내, 주양왕에게 패전 소식을 전하면서 증원군을 요청했으나,
주양왕은 지원군을 더 보내 줄 수 없어 안타까워하였다.
적주(狄主) 임, 퇴숙(太叔) 이옵니다.
원백관(原伯貫)이 포로로 사로잡혔으니
모위(毛衛)는 필시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입니다.
지금쯤은 많이 당황하고 있을 것이므로
오늘 밤 삼경에 일시에 기습하여 공격한다면
모위(毛衛)마저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빨리 밥을 지어 먹고 일찍 자도록 만들겠소!
적정(赤丁)은 비밀리에 야습을 감행한다는 령을 내렸으며, 이윽고
자정이 넘자 보군(步軍) 천여 명을 직접 인솔하여 주군을 공격했다.
모든 돈거(軘車)에 갈대를 올려놓고 불을 질러라!
굵은 밧줄과 쇠사슬을 끊고 주군(周軍)을 공격하라!
준비해 간 많은 갈대를 돈거(軘車)에 쌓고 불을 붙이자, 삽시간에
불길이 번져나가면서 온 진영 안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적군(狄軍)의 정예 기마병이 주군 진채로 쇄도해
들어오자, 주군(周軍)은 기습에 대비치 못하고 궤멸당하였다.
모위(毛衛)야, 나 태숙(太叔)이 보이지 않느냐?
모위(毛衛)는 어서 병거에서 내려라!
항복하지 않고 어디로 도망가려 하느냐?
모위(毛衛)는 태숙(太叔)이 휘두른 창에 찔려 황망하게 병거에서
떨어졌으며, 순간적으로 적군(狄軍)이 달려들어 포박을 지웠다.
적군(狄軍)은 주군(周軍)과의 싸움에서 크게 이기고 여세를 몰아
함성을 지르면서 진격하여 낙양성(洛陽城)을 포위하였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상, 신 대부 부신(富辰) 이옵니다.
어서 좋은 방도를 찾아보시오!
주양왕(周襄王)은 두 명의 훌륭한 장수가 적군에게 포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크게 불안에 하면서 부신(富辰)을 보며 말했다.
일찍이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아
화가 여기까지 미치게 되었구나!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는가?
적군(狄軍)이 낙양성을 에워싸자, 다급해진 왕실의 조정은 낙양성을
지킬 군사도 부족했으므로, 대책을 세우느라 회의를 열게 된다.
주상, 주공(周公) 공(孔) 이옵니다.
성안의 백성과 문무백관 들의 문중을 동원하여
성을 의지하고 싸우면서 막아내야 합니다.
주상, 소공(召公) 입니다.
주상, 이번의 화는 모두 외후로 인해 생긴 일입니다.
먼저 외후(隗后)를 죽여 정의를 밝히신 후에
성을 굳게 지키면서 제후들의 구원군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버티시면 어떠시겠는지요?
짐이 불명하여 스스로 화를 불러들였도다.
태숙의 일로 태후께서 병이 나셨도다.
내가 잠시 이 자리를 피하여
태후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하노라!
만약 백성들이 짐을 잊지 않고 있다면
천하의 제후들이 군사를 일으켜 짐을 도울 것이다!
주상, 어찌하여 가볍게 사직을 버리고
만약의 제후들에게 목숨을 맡기려 하십니까?
짐의 말을 주공과 소공은 들으시오.
적군(狄軍)이 쳐들어온 것은 외후(隗后) 때문이오.
태숙(太叔)이 만약 외후(隗后)를 취하더라도
나라 안의 사대부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진다면
백성이 무서워 왕성 안에 거주하지는 못할 것이오.
짐이 제후의 도움을 받아 다시 돌아올 때까지
두 분 경께서는 낙양성을 잘 지켜 주시 오!
주상, 명심하고 기다리겠나이다.
짐이 대부 부신(富辰)에게 묻겠소?
우리 왕실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제후국은
오로지 정(鄭), 위(衛), 진(晉), 세 나라 뿐인데
어느 나라로 몸을 피하는 것이 좋겠소?
주상, 위(衛) 나라는 국세가 너무 약하옵고,
진(晉) 나라는 이제 겨우 군주가 세워진지라
우리를 돌볼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정(鄭) 나라로 가시는 편이 좋겠나이다.
허허, 아니오! 짐이 일찍이 적적(赤狄)을 시켜
정(鄭) 나라를 치게 하였도다.
정(鄭) 나라가 원한을 품고 있지 않겠는가?
신이 정(鄭) 나라로 가시라고 권하는 바는
정(鄭) 나라의 선조는 주 왕실에 많은 공을 세웠습니다.
후손들도 그 일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주상, 적적(赤狄)이 침공한 일로 정(鄭) 나라는
주상께 불평을 많이 하고 있을 뿐입니다.
정(鄭) 나라는 그 후로 적적(赤狄)이 왕실을
배반할 때를 기다렸다는 걸로 볼 수 있나이다.
지금 정(鄭) 나라로 몸을 피하신다면,
정(鄭) 나라는 필시 기뻐하며 맞이할 것입니다.
주상, 정(鄭) 나라는 결코, 원한을 품고서
주상을 거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 324 화. 잘못된 소망은 금방 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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