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5 화. 어느 인생이나 마지막은 오는가.
진헌공(晉獻公)은 비정보(丕鄭父)의 건의에 따라, 책(翟)과 대치하며
시간만 끌 수도 없었으므로, 발제(勃鞮)에게 회군을 명령했다.
또한, 공족(公族) 들을 몰아내려 하자,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있던 공족(公族) 들은
미리 알아서, 서둘러 강성(絳城)을 떠나갔다.
공자들과 공족(公族) 들도 모두 쫓아내 버리자, 강성(絳城) 안에는
여희(驪姬)의 아들인 11살짜리 해제(奚齊)와 여희(驪姬)의 동생인
소희(小姬)가 낳은 7살짜리 탁자(卓子) 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진헌공은 여희(驪姬)가 원하는 데로
나이 어린 해제(奚齊)를 기어이 세자로 세우자,
순식(荀息)과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만이
충성을 맹세하였다.
이에 중신(重臣) 들은 탄식을 거듭하면서 벼슬을 내려놓고, 조례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원로대신 호돌(狐突)은 이미 칩거하고 있었다.
시(施) 야, 세자 신생(申生) 만 죽이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
시(施) 야, 두 공자의 얼굴이 자꾸 보이는구나!
이번에도 중이(重耳)를 죽이지 못하였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대체 알 수가 없구나.
시(施) 야, 중이(重耳)와 이오(夷吾)가
만약 쳐들어온다면 어찌해야 하겠느냐?
군부인 마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이제 그런 문제는 다 해결할 수 있사옵니다.
이제 진(晉) 나라의 강산과 모든 백성은
이미 우리가 모두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때가 주양왕(周襄王) 원년인 기원전 651년이며, 제환공(齊桓公)은
패공(霸公)으로서 주양왕(周襄王) 보다 더한 권위와 권세를 누리며,
절정기를 맞이하였을 때였으며, 그때가 재위 42년 차였다.
그해 8월. 제환공(齊桓公)은 규구(葵丘)에서 회맹을
소집하며, 진헌공(晉獻公)에게도 초청장을 보냈었다.
진(晉) 나라가 황하(黃河) 북쪽에 있으면서, 융적(戎狄)에게 휩싸여
있다 보니, 중원(中原)의 나라들은 야만족 취급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융적(戎狄)을 정리하고, 마침내 괵(虢) 과 우(虞)를 점령하여
영토가 커지다 보니, 이제는 어엿한 강대국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주공, 제환공(齊桓公)에게서 초청장이 왔습니다.
규구(葵丘) 땅의 회맹에 참석해 달랍니다.
하하, 드디어 중원(中原)으로 나갈 기회가 생겼구나.
규구(葵丘) 회맹에 꼭 참석하겠다고 통보하고
처음으로 가는 회맹(會盟)이니 잘 준비토록 하라.
진헌공(晉獻公)이 규구(葵丘)에 거의 당도할 무렵에, 맞은 편에서
오고 있던 왕실의 태재인 주공(周公) 기보(忌父)를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허 어, 진헌공(晉獻公),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지금 어디에서 오는 길입니까?
규구(葵丘)에서 오는 길이 오.
아니, 규구(葵丘) 회맹이 벌써 끝났습니까?
아니요. 그런 모임에는 갈 필요가 없소이다.
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제환공(齊桓公)의 거만함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소!
마치 천자(天子) 라도 된 듯이 행세를 하지 않겠소.
에이 기분 나빠, 나는 끝나기 전에 돌아가는 것이오.
진헌공(晉獻公) 도, 이제 갈 필요가 없소이다.
주공(周公) 기보(忌父)가 기분이 몹시 상해서 말하자, 진헌공도 규구
회맹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그냥 되돌아오게 된다.
진헌공(晉獻公) 도 나이가 70이 넘다 보니
몸이 쇠약해진 탓에, 돌아오는 도중에
노환의 병을 얻으며 간신히 귀국하게 되었다.
여희(驪姬)는 진헌공(晉獻公)이 노환으로 회복이 어렵다는 걸 알고는,
정성껏 병구완하면서도 자꾸만 눈물이 솟아났다.
주공. 일어나시어야 합니다.
주공, 세자가 너무 어리온데
주공, 이리 누워계시면 어찌하옵니까?
주공, 이제 첩(妾)은 누굴 믿고 살아가야 하나 이 까?
진헌공(晉獻公)은 병이 깊어 일어나지 못할 걸 깨닫게 되었으며, 그때
여희(驪姬)는 세자 해제奚齊가 너무 어리다며 몹시 불안해하였다.
주군께서 골육(骨肉)에게 배반당하여
공족(公族) 들마저 나라 밖으로 쫓아내버리고
첩의 자식으로 후계를 세우셨나이다.
하오나, 주공, 첩은 연약한 아녀자이고
해제는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당장은 모두 복종하는듯하나
주군께서 돌아가시고 나면,
공자들이 외국의 도움을 받아 쳐들어온다면
첩의 모자는 누구를 믿고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인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태부 순식(荀息)은 충신(忠臣)이오.
충신(忠臣)은 두 마음을 갖지 않는 법이오!
여희(驪姬)가 자꾸 눈물만을 쏟아내자, 보다 못한 진헌공(晉獻公)은
급히 순식(荀息)을 불러들여 다짐하게 된다.
어린 세자를 태부(太傅)에게 부탁하오.
주공. 염려 놓으시옵소서.
전심전력으로 보필하는 것이 충(忠) 이오며
죽을지언정 배신하지 않음이 신(信) 이옵니다.
주공, 반드시 충신(忠信)의 길을 걷겠나이다.
태부(太傅)는 나의 뜻을 저버리지 말아주시오.
주공, 이 태부(太傅) 순식(荀息)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세자 해제(奚齊)를 지켜내겠나이다.
여희(驪姬)는 저승으로 떠나가는 진헌공에게 어깨를 들먹이며
몹시 서럽게 울면서 떠나지 말라며 붙들고 있었다. 이를 지켜 보는
사람들 마저 목을 메이게 하면서 눈가에 이슬을 맺히게 하였다.
여희의 눈물
그대가 나를 찾아오기 전에는
꽃 같은 열일곱 꿈 많은 소녀였지요.
그대는 아름다운 내 정원에 찾아와
어여쁜 꽃이라며 꺾어 가져가니
나는 어느덧 십여 년이 지나며
풍만한 스물아홉이 되었습니다.
애타게 그대만을 모시며
유수 한 세월만 흘러간 것이지요.
극진히 나를 사랑하시며
나만을 아껴주시던 그대는
홀로 남아야 하는 제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지 않으시나요.
그대가 남겨준 것이 부귀영화라지만
부귀도 영화도 죽을 고비를 넘기며
저 또한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겠습니까..
이제 겨우 부귀와 영화를 잡으려 하는데
당신께서 몸져누워 떠나려 하시다니요.
어린 아들 해제에게 큰 나라의 강산을
맡기기에는, 이제 겨우 나이 열한 살이랍니다.
그대여, 그대가 남겨놓은 세자이옵니다.
10년만 더 세자를 지켜주옵소서.
주공, 아니. 5년만 더 지켜주시옵소서
아니. 아니. 3년 만이라도 절 위해
그대여 날 위해 지켜주시옵소서.
그대여. 떠나지 마시옵소서.
삼 년 만이라 도 꼭 지켜주시옵소서.
기원전 651년에 진헌공(晉獻公)이 죽자, 여희(驪姬)는 유명(遺命)에
따라 철모르는 어린 아들 해제(奚齊)를 태부(太傅) 순식(荀息)에게
보내, 상주로 세우며 슬픈 통곡을 하였다.
나. 여희(驪姬)는 진헌공(晉獻公)의 유명을 받들어
태부(太傅) 순식(荀息)에게 상경의 벼슬을 내리며
국정을 주관하게 하겠노라.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를 좌우 사마(司馬)로 삼아
어떠한 반란도 일어나지 않도록
군사를 거느리고 순행(巡幸)을 돌도록 명하노라.
해제(奚齊)는 나이 겨우 11살에 진(晉) 나라의 군주로 옹립되었으며,
순식(荀息)은 각 나라에 진헌공(晉獻公)의 부고장(訃告狀)을 보낸다.
매우 위태로운 처지이거나
잠시도 견뎌내지 못할 위급한 상황을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 하여
풍전등화(風前燈火) 라는 말을 쓴다.
인생살이도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을 만날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때 조정에서는 평소에 덕(德)을 베풀지 못한 여희(驪姬) 때문에,
세자 신생(申生)이 억울하게 목을 매 자결하게 되었다면서,
여희(驪姬)에 대한 반감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강성(絳城) 안에서 여희(驪姬)를 따르는 자가
몇 명이나 되겠소?
여희(驪姬)의 아들인 해제(奚齊)를
주공으로 받들겠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소?
이런 기류에 이극(里克)과 비정보(邳鄭父)는 진헌공이 살아있을
때는 조금도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다가, 이제 진헌공(晉獻公)이
죽고 나자, 참아왔던 울분을 폭발시키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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