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3 화. 덕은 보살펴 주면서 시작한다.
무얼 그리 살피십니까?
허 어, 좋은 걸 염탐하고 있지요!
무얼 그리 염탐한단 말입니까?
제일 어여쁜 소저(小姐)를 찾고 있지요.
아니 갑자기 어여쁜 소저(小姐) 라니 요?
중이(重耳) 공자를 시중들 소녀가 필요하오.
아하, 그래서 바삐 다니셨군요.
공자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는 듯하여
즐거운 방법으로 풀어드릴까 하오.
허 허, 그거는 좋은 일이지요.
호언(狐偃)은 생각이 참으로 깊소이다. 그려.
그래 찾으셨습니까?
내 참. 아직 못 찾았소.
조숙(趙夙)의 손자인 조쇠(趙衰)는 뒤늦게 가신 단에 합류하였으나
그는 눈치가 빨랐으므로, 호언(狐偃)의 속셈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조쇠(趙衰)는 급하게 가족을 데리고
중이(重耳)를 찾아 포성(蒲城)에 왔었으며,
그때 갑작스럽게 병으로 죽은 자기 부인이 생각났다.
조쇠(趙衰)는 시문에 밝으면서도 호탕하고, 중후한 인품을 갖추고
있으면서, 의리와 충성심이 호언(狐偃)에 못지않은 40대의 사내였다.
중이(重耳)는 지금까지 두 번 상처(喪妻)를 당했다.
첫째 부인은 먼 동쪽 서(徐) 나라 서후(徐侯)의 딸이었다.
그러나 서영徐瑛은 일찍 병으로 죽었다.
두 번째 부인은 진(晉)의 대부 딸인 복길(福吉)이었으나,
그녀도 포성(蒲城)에서 안타깝게 병사하여
그 후로는 홀아비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가신 단이 충성스럽다 해도, 마흔이 넘은 사내의 외로운
잠자리를 해소해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호언(狐偃)은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참한 책족(翟族)의 처녀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소실(小室)을 구하는 거요? 처(妻)를 찾는 거요?
허 어, 그건 공자께서 정할 일이 아니겠소!
일단 참한 소저(小姐)를 골라 들이민다면
공자는 싫어하진 않겠지요. 안 그렇소?
그런데 어여쁜 소저(小姐)를 못 찾겠소이다.
찾아도 없으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소?
때마침 책왕(翟王)이 찾아왔으며, 공자 중이(重耳)를 만나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에 호언(狐偃)을 찾아오게 된다.
호언(狐偃), 공자는 홀아비가 아니오?
어찌 홀몸으로 지내게 할 수 있소?
정실을 구할 거요, 소실을 구하는 거요
망명한 처지에 무얼 구하고 무얼 바랍니까?
그건 공자가 정할 일이오!
걱정해주시어 감사하오나 찾기가 매우 어렵소?
알겠소. 나도 알아서 판단해 보겠소.
며칠 후 책왕(翟王)이 호언(狐偃)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가지를 제안하게 된다.
호언(狐偃)은 나와 같이 사냥이나 갑시다!
좋지요. 어디로 갑니까?
맨날 그렇게 돌아다녀 봐야 어찌 사냥감을 찾겠소?
아니, 책왕(翟王)은 색다른 사냥감을 찾았단 말이오?
보고가 들어와 봐야 알 것 같소?
나도 홀아비인 공자를 그냥 놔둘 수 없어
이리저리 찾는 중이 오!
책왕(翟王) 임, 중이(重耳)의 여인이 될 소저(小姐)는
아름다운 미모보다는 성품이 더 중요하며,
상냥하면서 붙임성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참한 소저(小姐)가 있습니까?
있긴 한데? 그게 참 쉬운 일이 아니오!
무슨 까닭이 있습니까?
산 너머 동네에 소문난 어여쁜 자매가 있소.
산 너머라면 적적(赤狄)인 장고여(廧咎如)가 아닙니까?
그렇소. 적적(赤狄) 수장인 장고여(廧咎如)의 두 딸이오.
적적(赤狄) 족장의 딸이란 말입니까?
장고여(廧咎如) 하고는 원수지간이라 하던데?
그게 그리 쉽게 내주겠소이까?
허 어. 가서 뺏어오면 되는 것이 아니겠소!
책왕(翟王)께서는 시원시원하여 좋습니다.
얼마 전에 장고여(廧咎如)에게 기습을 당한 적이 있었소.
호언(狐偃)! 진 빚은 갚아야 하지 않겠소?
모레 새벽에 함께 쳐들어갑시다!
위주(魏犨)와 선진(先軫)은 가신단 중에서 제일 어린 20대이면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젊은이로, 특히 선진(先軫)은 한때 할아버지인
선우(先友)께서 걱정할 만큼 불량배 짓도 서슴지 않았으나, 그는
두뇌가 명석하고 시문도 많이 읽어, 사리를 아는 면이 있었다.
호언(狐偃) 선생님께서 부르셨습니까?
그렇다네. 위주(魏犨)와 선진(先軫)은 언제든
칼을 뽑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아니, 사냥하러 가신다고 하시면서
무슨 전투 준비를 하란 말씀입니까?
두 가지 다네. 단단히 준비나 하게나!
위주(魏犨)와 선진(先軫)은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하게 쳐다보다가
호언(狐偃)이 빙그레 웃자, 둘은 영문도 모르면서 따라 웃었다.
책왕(翟王)이 기마대(騎馬隊)를 이끌고, 높은 산을 달려 올라가는데
말타기에 익숙지 않은 선진(先軫)은 돌이 깔린 길에서 두 번이나
낙마하였으나,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발딱 일어나 선봉을 선다.
선진(先軫)은 할아버지를 꼭 빼닮아 용감하군!
그러다 보면 명마도 탈 수 있겠구나!
호언(狐偃)은 선진(先軫)의 용맹함을 칭찬하고 있는데, 책군(翟軍)의
기마대는 산을 넘어 서쪽 산기슭을 쏜살같이 질주하여 갔으며
기습적으로 장고여(廧咎如) 마을을 순식간에 점령해버렸다.
큰 마을을 점령하였으니 일단 멈추어라!
아니, 왜 멈추고 나아가지 않습니까?
그대, 호언(狐偃)은 알고 있지 않소?
오늘 사냥감은 어여쁜 소저(小姐)가 아니겠소?
큰 마을을 마구 짓밟으면 큰 싸움이 되고 마오.
그렇게 되면 협상의 여지가 없어지며
장고여(廧咎如)의 딸을 진상 받기 어렵게 되지 않겠소?
호언(狐偃)이 감탄하는 사이에, 책왕(翟王)은 적적(赤狄)의 수장인
장고여(廧咎如)에게 사자를 보내 자기의 뜻을 전하고 있었다.
장고여(廧咎如)는 나와 협상합시다!
나와 무얼 협상하자는 것이오?
내가 협상을 제안하겠으니
네가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오.
헌상품(獻上品)으로 양곡(糧穀) 열 수레를 내놓겠는가?
아니면? 그대의 두 딸을 내놓겠소?
허 어,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
말로 안 되면 짓밟을 수밖에 없소이다!
책왕(翟王)과 앙숙(怏宿) 관계인 장고여(廧咎如)는 난데없이 기습당한
입장이라 조금은 양보하려 하였으나, 너무 터무니없는 제안에 분개한다.
양곡(糧穀) 열 수레는 너무 많다.
또한, 내 딸은 곤란하고 더욱 안 된다.
어찌 두 딸을 인질로 내놓겠는가?
탐탁지 않은 답변에 분노하는 책왕(翟王)은 곧바로 장고여(廧咎如)의
마을로 쳐들어가려고 기마대(騎馬隊)에게 돌격 명령을 내리려 했다.
책왕(翟王) 임은 잠시 멈춰주시오!
제가 장고여(廧咎如)를 설득해보겠소이다.
호언(狐偃)은 책왕(翟王)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재빨리 말에 올라
위주(魏犨)와 선진(先軫)과 함께 장고여(廧咎如) 마을로 들어갔다.
나는 진(晉) 나라의 호언(狐偃) 이란, 사람이오.
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책왕(翟王)이 아니라!
나의 주인이신 중이(重耳) 공자요!
허, 나는 그대 호언(狐偃)은 잘 모르겠지만?
중이(重耳) 공자라면 포성(蒲城)의 영주이며
많은 가신과 함께 이곳에 와있다는 소문은 들었소!
아니, 잠깐, 그렇다면 그 중이(重耳) 공자가
내 딸과 인연을 맺으려 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장고여(廧咎如) 족장님!
그러나, 자격을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두 따님을
준다고 하셔도 받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시오!
허허, 방금 무어라고 하였소?
자격이 안 되면 받지 않겠다니
그대의 말은 너무 오만하지 않소?
내, 두 딸에 무슨 하자가 있단 말인가?
허 허. 나에게 모욕을 주다니 될 말이오!
장고여(廧咎如)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두 눈을 크게 부릅뜨면서,
호언(狐偃)을 노려보다가, 자기 용사들을 향하여 고함을 질렀다.
내 딸을 보고 그대가 뭐라 말하는지 보겠소?
어서 숙외(叔隗)와 계외(季隗)를 데려오너라!
제 244 화. 좋은 걸 양보해야 복이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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