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16 화. 보답은 어떻게 따라오는가.

서 휴 2023. 7. 12. 04:21

216 . 보답은 어떻게 따라오는가.

 

        세작(細作)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 수상한 자를 잡아라

 

사냥꾼들은 산속을 헤매며 숨어서 살살 가는 백리해(百里奚)

태도가 수상하여 첩자로 오인하게 되면서, 완성(宛城)의 군사들과

사냥꾼들이 둘러싸며, 붙들어온 백리해를 꿇어 앉혔다.

 

        너는 누구며 어디서 왔느냐?

        너는 이곳에 무엇하러 왔느냐?

 

백리해는 우() 나라에서 중대부(重大夫)로 살았다는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며, 점잖으면서도 힘차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나는 우() 나라 사람이오

       () 나라가 망하여 도망쳐 나왔소.

 

       왜 이곳 완성(宛城)으로 온 것이냐?

       헤어진 가족이 이곳으로 왔다기에

       가족을 찾아 이곳에서 살려 할 뿐이오.

 

       저자의 몸을 샅샅이 뒤져봐라.

       신발도, 보따리도 모두 뒤져라.

 

       성주님. 봇짐에는 옷가지와 돈이 조금 있을 뿐

       세작(細作)으로 인정할 물증이 없습니다.

 

        의심될 물건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성주님, 그렇습니다.

 

세작(細作)은 자기의 신분을 감쪽같이 감추면서 전문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어 자신의 편에 넘겨주는 사람으로 간첩(間諜)이다.

 

       세작(細作)이 아닌 게 분명한가?

       . 성주님, 그렇게 보입니다.

       성주님. 저는 절대로 첩자(諜者)가 아닙니다

 

완성(宛城) 성주 투반(鬪班)은 백리해의 태도가 신중하면서도

점잖은 말투에 호감을 느끼며 여러 가지를 물어보게 된다.

 

       그래 처자식은 어디에 사는가?

       이쪽으로 왔다는 소문 만들었습니다.

 

       그대는 원래 무얼 하며 살았는가?

       그대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언가?

 

백리해는 우() 나라 중대부(中大夫)였다는 것을 말하지 않으며,

() 나라에서 소 키우던 생각이 떠올라 자신 있게 말한다.

 

       . 소를 잘 키울 줄 압니다.

       소를 잘 키운다고 하였느냐?

       예에. 그렇습니다.

 

       글은 아는가?

       , 조금 배웠습니다.

 

       선비티가 나는데 동네 훈장(訓長)은 안 하고

       어찌 소를 키웠는가?

       집안이 어려워 동네 소들을 키워줬습니다.

 

       소는 비싼 짐승이다.

       소를 잘 키울 수가 있겠는가?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면 엄벌(嚴罰)을 받게 된다.

 

       염려 마십시오. 믿어도 되옵니다.

       신명을 바쳐 열심히 키우겠습니다.

 

       방금 한 말을 명심하도록 하여야 한다.

       저자에게 소 목장(牧場)을 맡겨봐라.

 

백리해는 완성(宛城) 성주에게서 뜻밖에 소를 키우는 소임을

맡게 되어, 열심히 키워 주리라 마음먹으며 소 목장으로 간다.

 

       ()나라의 명록촌(鳴鹿村)으로 가지 못하고

       완성(宛城)에 머물게 되는구나.

       . 알 수 없는 운명이 닥치고 말았구나

 

       살다 보면 윤택(潤澤) 하게 살 때도 있고

       어려움에 허덕일 때도 있으며

       자기의 뜻을 이루기 어려울 때도 있고

       기다리며 살아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완성(宛城)의 소 목장은 제법 크구나.

       좋다. 이 많은 소를 한번 키워보자

 

       사람은 배우며 산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 많은 소에게서 한번 배우며 살아보자.

 

       서당에서든 동내에서든 어른에게서든, 심지어

       어린아이에게서도, 때로는 모르는 사람의 행실을 보며

       배우며 사는 것이 인생살이인지 모를 일이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배워 지혜(智慧)를 쌓으며

       쌓은 지혜(智慧)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한다.

 

       열심히 배우며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것이

       성실한 인생으로 사는 것인지도 모를 일일 것이다.

       좋다, 소에게서도 한번 또 배워보자

 

은인자중(隱忍自重)이란 말이 있다.

숨길 은(). 참을 인(). 스스로 자(). 무거울 중()

 

       자기의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마음은 언제나 참고 견뎌내면서

       몸가짐을 신중히 한다는 뜻일 것이니

 

       자기의 뜻을 펼 수 있을 때까지, 참기 어려운

       모욕을 당하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조용히 기다리며 살아가야 한다는

       살아가는 마음의 자세가 들어있을 것이다.

 

소는 기원전 1만 년 전인 신석기(新石器) 시대부터 가축으로

키우기 시작하였다. 소에게는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다 자란 수소를 황소라 부르며 특우(特牛) 라 쓰고,

       어미 소를 암소라 하여 고우(牯牛) 라 쓰고,

       어린 송아지는 독우(犢牛) 라 쓴다.

 

소는 뿔은 한 쌍이고 품종에 따라 모양이 다르며, 발굽은 둘로 갈라져

있으며, 가늘고 긴 꼬리 끝에는 솔방울 모양의 털이 달려있다.

달려드는 파리 등을 쫒기 좋은 것이다.

 

       소는 온순한 편이나, 한 번 성질이 나면

       말리기 어려우며, 맹수(猛獸)도 들이받는다.

 

아시아 지역은 농업이 발달하였기에 농사짓는 농경용으로 소가 많이

쓰이고, 그 외에 무거운 짐을 옮기는 태용(駄用)짐 실은 수레를

끄는 만용(輓用)으로 쓰이고 있다.

 

       양이나 소나 말을 좋은 풀밭으로 이끄는 소년을

       목동(牧童)이라 부르며, 18세가 넘어 장가들면

       어른이 되었다고 목부(牧夫)라 부르게 된다.

 

백리해는 초() 나라 완성(宛城)의 소 목장을 관리하는 목부 장이

되었으며, 그 당시 소의 값이 비쌌으므로, 한 곳에서 100

마리가 넘는 소를 기른다고 한다면, 큰 소목장이라 할 수 있다.

 

       소는 힘이 좋아 많은 일을 한다.

       소는 정직하여 꾀를 부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공(牛公)으로 대접받는다.

 

       소는 사람의 몇 배나 일을 하면서

       우유와 땔감인 쇠똥까지 내주며

       죽으면 가죽과 고기를 내어줄 뿐만 아니라

       뿔이나 뼈마저도 생활용품으로 쓰이게 한다.

 

목부장(牧夫長)이 된 백리해(百里奚)는 완성(宛城)의 성주에게서

양식이 나오니, 끼니 걱정 없이 열심히 소를 키우게 되었다.

 

       좋은 물을 마시게 하며

       좋은 풀이 많은 곳으로 몰아준다.

 

       소의 몸 상태를 평소에 잘 살피어

       특징이나 습성을 잘 알아내야 하고,

 

       우유를 마르도록 짜지 말아야 하고,

       외양간을 깨끗이 하여 피부병을 예방하며,

       작은 병을 찾아내어 그때마다 치료하여 준다.

 

우두머리 황소를 잘 다스리면, 다른 소들이 우두머리를 따라다니니,

황소에게 방울을 달아주면 몰고 다니기가 쉽다.

 

       다들 이리 모이세요.

       소목장에는 완성 성주의 소가 많으며,

       여러 귀족과 지역유지들의 소도 많습니다.

 

       오늘부터 소 주인마다 식별(識別)이 되도록

       색깔 표시를 하여 놓겠습니다.

 

       송아지에게 귀고리를 하여 줄 때는

       송아지가 아프다며 울어대니

       어미 소를 멀리 보내야 합니다.

       어미 소에게 차여 다치기 쉽습니다.

 

소귀에 색깔 있는 헝겊으로 귀고리를 하여 주어, 쳐다보면 누구의

소인지 금방 알 수 있도록 모두 구분하여 놓았다.

 

       백리해가 새로운 방식으로 부지런하게

       정성을 다하여주니 소들은 건강해지며 살이 찌고,

       빛깔이 고와져 윤기가 절로 흘러나온다.

 

건강한 소들이 새끼를 낳아 숫자가 늘어나니, 모두 좋아하며 성주도,

귀족도, 지역유지도 서로 더 많은 소를 맡기게 된다.

 

       백리해는 소의 마음을 알아주면서

       소의 습성에 많은 걸 느끼고 배우며

       자기 나름의 규율을 만들어 수행한다.

 

언제나 땅(). (). (). 바람()을 살피며 어리석은 자기

마음을 고쳐나가, 탐욕과 분노와 근심을 자제토록 노력한다.

 

       낮이면 소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밤이면 별을 보며 천문을 익히고

       달을 보며 날씨를 알아보기도 하고

       지혜를 쌓으며 수행을 계속한다.

 

소문이란 빠른 발을 달고 있는 모양이다. 소에 대한 소문은

엉뚱하게 소 장수들로부터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하기야 그 당시에 그렇게 소 키우는 사람이 없었으니

       신기한 일로 소문이 나기 마련이었으리라.

 

       완성(宛城)의 소들은 소 장수들이 먼저 알아보고,

       좋은 소문이 나면서 비싼 값으로 팔려나가니,

       완성 성주를 비롯한 소 주인들이 좋아하며,

 

       소를 통하여 백리해(百里奚)의 이름이 퍼져나가

       () 나라 초성왕(楚成王)의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

 

초성왕이 백리해를 찾아 부르니, 완성(宛城)의 성주 투반(鬪班)

백리해와 같이 초() 나라의 수도인 영성(郢城)으로 가게 되었다.

 

 217 .운명을 미리 알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