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0 화. 앙갚음의 뿌리를 뽑는가.
이때 태재(太宰) 화독(華督)이 궁에서 변이 났다는 기별을 받자마자
즉시 수레를 몰아 궁으로 달려오며, 막 동궁(東宮) 서쪽 담벼락을
지나는데, 마침 동궁을 향해 걸어오는 남궁장만과 마주쳤다.
네 이놈. 남궁장만 아! 꼼짝 마라!
네 어찌 주공을 죽이고 살기를 바라느냐.
제기랄! 너나 꼼짝 말고 잘 살아라!
화독(華督)의 호령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남궁장만이 간단히
창을 내밀어 달려오는 태재 화독(華督)의 가슴을 찔러버리니,
화독(華督)은 비명을 지르며 수레에서 굴러떨어져 죽었다.
남궁장만(南宮長萬)은 순간적으로 재상인 태재 화독마저 찔러
죽이고, 혼미한 상태에서 자기가 타고 온 병거(兵車) 쪽으로
걸어가는데, 지나가던 한 병거(兵車)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대장 장수님. 여기서 무얼 하십니까?
어어. 어디서 오는 것이냐?
순찰하는 중이옵니다. 어서 타십시오.
장수님. 웬 피를 이렇게 많이 묻혔습니까?
으음. 조용히 해라. 그냥 가자!
어디로 모실까요?
어디긴 어디냐? 군막(軍幕)으로 가자!
남궁장만은 항상 머무는 군막(軍幕)에 들어서자 비로써 안심되는
듯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길게 한숨을 몰아쉬었다.
빨리 마실 걸 가져오너라!
이건 맹물이 아니냐?
어서 차가운 술을 가져오너라.
맹획(孟獲)을 불러라! 어서 빨리 불러라!
맹획(孟獲) 입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송민공(宋閔公)은 좁쌀 같아 내가 죽여 버렸다!
말이 많은 구목(仇牧)과 태재 화독(華督)도 죽였다!
지금부터는 우리가 나라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
맹획(孟獲)! 새로운 군주로 누굴 세우면 좋겠는가?
공자 유(遊)가 부드럽고 인자하며, 더욱
송민공(宋閔公)과도 가까운 사이가 아닙니다.
좋다. 공자 유(遊)를 군위에 올리도록 하자!
그리고 역대 군주의 족속들은 모조리 추방하라.
송민공(宋閔公)의 친족들은 발견 즉시
지체하지 말고 모두 목을 베어버려라!
남궁장만은 혼자서 조정(朝廷)을 진두지휘하며,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집안은 추방하거나 도륙을 내게 되니, 상구성(商丘城)은
한순간에 전체가 발칵 뒤집히면서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송민공(宋閔公)의 친동생인 어설(御說)은 박(亳) 땅으로 달아나고
다른 공자들 역시 목숨을 구해 뿔뿔이 흩어져 피신했다.
남궁장만 장수, 다른 공자들은 별걱정이 안 되나?
공자 어설(御說)은 재능과 덕망이 있어.
반드시 반란을 일으킬 사람이옵니다.
아들 남궁우(南宮牛) 야!
너는 맹획(孟獲) 장수와 함께 박(亳) 땅에 쳐들어가
공자 어설(御說)을 꼭 죽이고 돌아오라.
남궁장의 아들 남궁우(南宮牛)와 맹획(孟獲)이 일부의 군사를
이끌고 공자 어설(御說)을 잡기 위해 박(亳) 땅으로 출발했다.
그때 소읍(蕭邑)의 수령으로 있는 숙대심(叔大心)은
공실이 크게 어지러워진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에
급히 조(曺) 나라에 쫓아가 군사를 빌려오자마자,
공자 어설(御說)을 구원하러 박(亳) 땅으로 달려갔다.
어설(御說)은 소읍(蕭邑)의 수령 숙대심(叔大心)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자 크게 힘을 얻었으며, 이에 남궁우(南宮牛)와 맹획(孟獲)의
군사들을 막기 위해 박(亳) 땅의 백성들을 동원하여, 양쪽은 갑자기
모두의 운명을 걸게 되는 때아닌 큰 혈전(血戰)이 벌어지게 되었다.
맹획(孟獲) 장수님. 아무래도 저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허 어, 겁먹을 필요가 없어요!
남궁우(南宮牛) 장수는 열심히 싸우기만 하면 됩니다.
이놈 아, 남궁우(南宮牛)야! 나는 숙대심(叔大心)이다!
어찌 나와 대적하려 하느냐?
숙대심(叔大心)과 공자 어설(御說)이 안팎으로 협공하면서 맹렬하게
혈전을 벌이게 되자, 남궁우(南宮牛)는 창에 찔려 죽고 말았다.
이에 견디지 못한 장수 맹획(孟獲)은 위(衛) 나라로 달아나고, 남은
군사들은 모두 엎드려 항복함으로써, 공자 어설(御說)이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어설(御說) 공자님, 대부 대숙피(戴叔皮)입니다.
좋은 계책을 한번 들어보십시오?
대부 대숙피(戴叔皮)는 어서 말해보시오!
이제 상구성(商丘城)에 들어갈 때 항병(降兵) 한
군사들이 공자 어설(御說)을 사로잡았다고
큰소리로 외쳐대면, 저들은 의심치 않을 겁니다.
그때 몰려 들어가 남궁장만을 잡아 죽이면
모든 것이 일시에 해결될 것입니다.
거 좋은 계략(計略) 이오! 그렇게 합시다!
자. 항병(降兵) 들은 다들 잘 들어라!
이번 난은 주공이 남궁장만과 박국(博局)을 두다가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애통하게도 주공이 돌아가시게 되었고
대부 구목(仇牧)도 억울하게 죽었으며
심지어 태재 화독(華督) 마저 죽여버린 사건이다.
너희들은 아무런 죄가 없도다!
역적 남궁장만을 죽이고 빨리 나라를 안정시켜야 한다.
무술(武術)을 잘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
공을 세우면 후한 상을 주겠노라.
어설(御說)은 대부 대숙피(戴叔皮)의 계책에 따라, 항병(降兵) 중에
잘 싸우는 갑병(甲兵)을 앞에 세우고, 상구(商丘) 성문에 다가갔다.
어서 빨리 성문을 열어라!
우리가 공자 어설(御說)을 사로잡아 왔노라!
도성 밖에 이르러 항병(降兵) 들이 싸움에 이겼다고 큰소리치자
과연 성을 지키던 군사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성문을 열어주었다.
공자 어설(御說)은 항병(降兵) 들과 같이 성문을 활짝 열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백성들에게 큰소리로 외쳐대는 것이다.
백성들은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역적 남궁장만(南宮長萬)을 잡아 죽여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보고를 받은 남궁장만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자신이 내세운 주군인 공자 유(遊)를 모시고 달아나려 하였다.
어서 공자 유(遊)를 모시고 오너라!
장수님, 공자 유(遊)는 이미 피살되었습니다.
아니 벌써 죽었단 말이냐?
남궁장만은 눈앞이 캄캄해졌다가 정신 차리며, 무엇보다 빨리
탈출하여 목숨을 부지하는 일이 급해졌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나라로 달아나는 것이 좋겠는가?
예전부터 가까운 진(陳) 나라는
우리 송(宋) 나라와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래 진(陳) 나라 쪽으로 달아나자!
잠깐만 기다려라, 어머니가 계시다.
어머니, 팔십 넘은 우리 어머니가 있도다!
노모를 혼자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도다!
수레를 돌려라! 집으로 가자!
남궁장만은 지극한 효자였다. 가족보다는 늙으신 어머니를 먼저
수레에 태운 후, 한 손에는 긴 창을 비켜 들었고, 성문을 지키는
군사들이 덤벼들었으나, 휘두른 창에 모두 목이 떨어져 나갔다.
남궁장만(南宮長萬)은 진(陳) 나라로 달아나고
맹획(孟獲)은 위(衛) 나라로 달아났도다!
역적이 달아났으니 빨리 새 군주를 세워야 한다.
누구를 받들어 군위에 세워야 하겠는가?
숙대심(叔大心)과 여러 공족(公族)이 모두
공자 어설(御說)을 받들기로 합의하였소이다.
즉시 그 날로 공자 어설(御說)을 받들어, 송(宋)나라 군주로 모시게
되니, 그가 곧 송환공(宋桓公)이 되었다.
송환공은 공신들에게 벼슬과 영토를 내려주면서
그중에 특별히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숙대심(叔大心)의 공로에 보답하기 위하여
숙대심(叔大心)이 다스리던 소읍(蕭邑)을
부용(附庸)으로 승격시켜 읍주(邑主)로 삼았다.
부용(附庸) 이란, 속국(屬國) 이란 뜻으로 일반 읍(邑)이나 성(城)과는
그 개념이 다르며, 하나의 나라의 형태를 띠게 된다.
그러나 식민지처럼 외교, 경제, 군사적인 면에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행정권 만을 가진 나라를 말한다.
당시 이웃의 작은 나라를 병탄(倂呑) 하여 부용국(附庸國)으로 삼는
경우는 많았으나, 나라 안의 한 읍(邑)을 부용(附庸)으로 삼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에 속한다.
소읍(蕭邑)을 부용(附庸)으로 승격시킨다는 것은, 숙대심(叔大心)의
공로에 보답하는 매우 파격적인 포상(褒賞)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놈을 잡아 죽여야 하지 않겠소?
진(陳) 나라에서 남궁장만(南宮長萬)을 잡아 오고
위(衛) 나라에서 맹획(孟獲)을 끌고 옵시다.
이제 송환공(宋桓公)은 맹획(孟獲)과 남궁장만(南宮長萬)을 잡아
들이기 위하여 진(陳)과 위(衛) 나라로 사신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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