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27 화. 감정으로 전쟁을 일으킨다.

서 휴 2023. 5. 28. 16:12

      37. 홧김에 군주를 죽이고

 

127 . 감정으로 전쟁을 일으킨다.

 

노장공(魯莊公)과 노군(魯軍)이 공자 언()의 부대를 따라잡았을

때는, 다행스럽게도 이미 송군(宋軍)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한창 달아나는 중이었다.

 

      주공. 주공께서 어떻게 아시고

      송군(宋軍)의 진채인 이곳까지 오셨나이까?

 

      기습공격(奇襲攻擊)도 좋지만, 허락 없이

      혼자서 멋대로 작전하면 되겠는가?

 

      주공. 죄송하옵니다. 하오나

      저자. 남궁장만(南宮長萬)이 도망가고 있사옵니다.

 

      저놈을 붙잡아 다시는 우리 노() 나라 땅에

      넘어오지 못하게 하여야 합니다.

      좋다. 어서 빨리 추격하라

 

잠을 자다가 뜻밖에 침공당한 송군(宋軍)은 승구(乘丘)의 땅까지

쫓기다가 송()나라 국경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자, 이제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면서 갑자기 뒤돌아서면서 전열을 가다듬더니,

오히려 추격해오는 노군(魯軍)과 접전을 벌이려 했다.

 

      . 이놈 남궁장만(南宮長萬)

      끝까지 도망가지 않고 왜 서 있느냐?

 

      . 이 나쁜 놈들아. 왜 잠도 못 자게 하느냐?

      여기부터는 송()나라 땅이다.

      이제 더는 물러설 수가 없다

 

      맹획(孟獲)은 저 조말(曺沫) 장수와 대적하라,

      나는 노장공(魯莊公)을 직접 사로잡겠노라

 

      이놈들아, 한밤중에 잠을 설치게 하다니

      싸움다운 싸움을 한 번도 못 해 보았다.

 

      , 지금부터 이기든 지든 결판을 내보자

      , 이놈들아, 덤벼봐라

 

맹획(孟獲)은 맹렬하게 조말(曺沫) 장수와 싸움을 벌이게 되었으며

남궁장만(南宮長萬)은 말을 달리며, 노군(魯軍)을 무수히 죽이면서

노장공(魯莊公) 가까이 점점 다가가고 있다.

 

      , 놈은 천하에 당할 자가 없다더니

      과연 무서운 놈이로구나

 

      누가 저놈을 당해낼 수가 있겠는가?

      저놈, 남궁장만(南宮長萬)을 멈추게 하라

 

      주공. 이 전손생(顓孫生)이 비록 나이가 들었으나

      이 청룡극(靑龍戟)으로 한번 대적해 보겠나이다.

 

역시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전손생(顓孫生)10여 합이

지나자 30대의 남궁장만(南宮長萬)에 밀려 아주 위태롭게 된다.

 

노장공(魯莊公)은 나이가 많은 전손생(顓孫生)이 나아가 싸우다가

계속 몰리자, 더 지체하면 죽게 되겠다며, ()의 명품 화살인

금복고(金僕姑)를 재더니 남궁장만(南宮長萬)을 향해 정확히 날렸다.

 

      아이코. 내 어깨에 화살이 꽂히다니

      . 또 왼 놈이 내 허벅지를 찌르느냐?

      아이코. 죽겠구나

 

금복고(金僕姑)가 어깨뼈에 꽂히자, 남궁장만(南宮長萬)은 잠시

멈칫하더니 오른손에 힘을 주며 힘껏 화살을 뽑아내는 것이다.

 

그 순간에  전손생(顓孫生)의 청룡극(靑龍戟)이 허벅지를 찌르자

남궁장만은 통나무 쓰러지듯 병거(兵車)에서 굴러떨어지고 만다.

 

      차우 천손(歂孫)은 저자 남궁장만을 앞으로 끌고 오라.

      많이 다쳤구나.

 

      남궁장만은 천하의 장수라, 죽이기는 아깝도다.

      빨리 치료해주고 옥에 가두어 놔라.

 

맹획은 남궁장만이 잡히자, ()나라로 달아나 버렸으므로

제군(齊軍)의 포숙아(鮑叔牙)도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가게 된다.

  

제환공은 이번엔 국력을 다하여  ()과 연합하여 노군(魯軍)

공격하였으나, 아무런 성과도 없이 포숙아(鮑叔牙)돌아오자,

크게 실망하였으며, 비로소 관중(管仲)이 한 말에 몹시 부끄러움을

느끼며 후회하게 되었다.

 

      중보(仲父)는 우리가 패할 줄 어찌 알았소?

      주공, 전쟁은 천하를 올바르게 세우려는 방편일

      뿐으로 싸우고자 함이 목적이 되어서는 아니 됩니다.

 

      명분과 준비가 없는 전쟁은 질 수밖에 없었나이다.

      이번에 주공께서 노() 나라를 친 것은

      명분에 의해서가 아니라 감정에 의해서입니다.

 

      주공, 수단이 되어야 할 전쟁이 목적이 되었기에

      준비 안 된 우리가 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옳은 말씀이오

      중보(仲父)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소.

      중보(仲父), 매번 깨닫는 바가 많소이다.

 

      나는 모든 걸 중보(仲父)에게 맡기고 좀 한가롭게

      지낼까 하니 꼭 필요할 때만 불러주시오.

 

      하오나 주공. 한 달에 두 번의 조례는

      꼭 참석하시어야 하옵니다.

      중부(仲父), 내 그 약속은 지키겠소


제환공은 관중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의 지혜와 예리한

판단력을 뼈저리게 인정하게 되면서 더한층 신뢰하게 되었다.


      어찌 중보(仲父)에게 먼저 고하지 않고

      과인을 찾아오는 것이냐?


제환공은 그때부터 국정 모두를 관중(管仲)에 일임하였으며,

관중(管仲)을 중심으로 제() 나라를 다스려지게 명령하였다.

 

      그 후로는 오르지 취미 생활만을 즐기며

      자기가 좋아하는 사냥과 여자 그리고

      맛있는 음식에 심취하기 시작한다.

 

() 나라 옹() 땅에 무()라는 젊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사람이 무() 골에 산다, 하여 옹무(雍巫)라 불렀다.

 

옹무(雍巫)는 사람됨이 약삭빠르고 교활하여 남의 비위를 잘

맞추었으며, 그는 특히 요리 솜씨가 대단하여, 맛있는 음식을

보기 좋고 특이하게 만들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옹무(雍巫)는 비슷한 나이의 수초(竪貂)

      제환공이 총애하는 시동(侍童)이란 것을 알게 되고는,

 

      그로부터 틈만 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수초(竪貂)에게 아첨을 다 하였다.

 

      이에 감복한 수초(竪貂)는 술과 여자를 좋아하면서도

      미식가인 제환공(齊桓公)에게 옹무(雍巫)를 천거하였다.

 

제환공은 술과 여자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미식가이기도 하여

음식의 참된 맛을 즐길 줄 아는 군주였으므로, 옹무(雍巫)

뛰어난 솜씨로 만든 요리를 여러 번 맛을 보고 감탄하게 되어

한번은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주공. 맛있는 별미를 준비하였나이다.

      수초(竪貂). 매번 맛있는 별미를 누가 만드느냐?

 

      주공, 여기 이 사람 옹무(雍巫) 이옵니다.

      옹무(雍巫)는 어서, 인사 올리시오.

      주공, 소인 옹무(雍巫) 이옵니다.

 

      그래. 너의 요리 솜씨가 뛰어나다고

      수초(竪貂)가 많은 칭찬을 하더구나

 

      너는 내 입맛을 모두 맞출 수가 있겠느냐?

      무엇이든 할 수 있사오니, 말씀만 하여주시옵소서

 

      나는 육해공(陸海空)의 모든 걸 먹어보았는데

      한 가지 고기 맛이 항상 궁금하였다.

 

      무슨 고기인지 말씀해주시옵소서.

      사람고기 맛이 어떠한지 너는 아느냐?

 

제환공의 공자 시절부터 따라다니며 충성을 바쳤던 수초(竪貂)

아침저녁으로 궁중을 드나들기가 불편하다 하여 스스로 생식기를

자르고 내시(內侍)가 되어, 낮과 밤으로 제환공을 섬기는 자였다.

 

      이후로 제환공은 더욱 수초(竪貂)를 신뢰하고

      총애하면서 잠시도 곁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주공, 신 수초(竪貂) 말씀드리나이다.

      으흠, 무슨 일이냐?

 

      옹무(雍巫)가 색다른 음식을 장만하였나이다.

       그 으레, 빨리 올리도록 하라.

 

      어허. 고기가 먹음직스럽구나

      어린 염소보다 연하고 감칠맛이 너무나 좋구나.

 

      무슨 고기이기에 이토록 연하고 맛이 있느냐?

      주공. 놀라지 마시옵소서.

      사람고기이옵니다!

 

      . 사람고기라니그걸 어떻게 구했느냐?

      주공, 충성하는 자는 충성만을 생각한다, 하였나이다.

 

      신 옹무(雍巫), 신의 자식이 이제 세 살 이었사온데

      제 자식을 잡아 요리를 만들었나이다.

 

      허 어, 나를 위하여 그렇게까지 하였단 말이냐.

      호 오, 참으로 기특하도다

 

옹무(雍巫)가 자기 자식을 잡아 맛있는 고기를 올렸다며, 눈물 맺힌

눈으로 애처롭게 보고를 하자, 제환공은 몹시 감동하게 되었다.

 

이 일로 옹무(雍巫)를 몹시 총애하게 되면서, 이름도 역아(易牙)

고쳐 부르게 하였으며, 궁중에 들어와 수라(水剌)를 보게 하였다.

 

      역아(易牙)가 궁에서 수라(水剌)를 맡아보게 되자,

      이때부터 수초(竪貂)와 역아(易牙)는 서로 배짱이 맞아

      제환공의 비위를 더욱 잘 맞추게 되었다.

 

그 둘은 자기들의 지나친 아첨이 혹여 관중에게 미움을 살까,

염려하여 항상 마음을 졸이면서 조심하고 있으면서, 한편으론

관중(管仲)을 모함하여 조정에서 쫓아낼 궁리까지도 하였다.

 

      주공, 외람된 말씀을 올려도 되나이까?

      으흠, 무슨 말이냐?

 

      주공, 주공께서 영을 내리시면

      신하 된 자는 영을 받들어야 하옵는데

 

      관중(管仲)은 모든 일을 혼자서 도맡아 하니

      주공이 없는 거나 다름이 없다고 하더이다.

 

      이러다 주공의 자리마저 위태로울까 걱정이 되옵니다.

      이 모두 조정의 신료들이 하는 말이옵니다.

 

      네 이놈들! 관중은 나의 팔다리나 다름없도다

      팔다리가 있어야 온전한 몸이 되듯이

      관중이 있어야. 나도 온전한 군주가 되느니라.

 

      네 이놈들. 너희들 같은 소인배가 무얼 안다고

      함부로 입을 놀리느냐.?

      네 이놈들! 모두 죽고 싶으냐?

 

128 . 순간의 화가 일생을 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