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8 화. 순간의 화가 일생을 망친다.
제환공(齊桓公)의 고함에 수초(竪貂)와 역아(易牙)가 기겁하였다는
표현은 얼마나 관중(管仲)을 믿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리라.
제환공이 소인배들의 중상모략을 뿌리치며
관중의 진가를 모두 발휘하게 하여 주며
천하를 호령하는 패업을 달성하게 한 것은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여 제대로 쓰려면
군주 자신부터 훌륭해야 한다는 것이며
서로 인정하고 큰마음으로 믿음으로써
하나의 목표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올바르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환공(齊桓公)이 노(魯)와 전쟁을 치르고 난 후에 국정을 모두
일임하게 되자, 관중(管仲)은 일차적인 계획을 세워 올리었다.
주공. 나라의 힘을 기를 때까지는
주변 나라와 전쟁을 피하셔야 하옵니다.
이웃 나라와 화의(和議)를 하자는 말인가?
주공, 그러하옵니다.
고개를 숙일 수도 없고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께선 정실(正室) 부인 자리가 비어 있나이다.
왕실의 왕희(王姬) 공주에게 청혼하시면서
혼사의 주장(主掌)을 노(魯) 나라에 맡기시옵소서.
왕실의 왕희(王姬) 공주와의 혼사라?
그건 왕실의 주상께서 하실 일이 아니겠소?
더구나, 노(魯)와는 원수처럼 지내고 있지 않은가?
주공, 그 점은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주공, 신이 그 문제를 해결하겠나이다.
제환공은 공손 습붕(隰朋)을 사신으로 정하여 많은 예물을 싣고
왕실로 가게 하였으며, 별도의 서신을 주장왕(周莊王)에게 바친다.
주상. 적으나마 예물을 받으시옵소서.
여기 서신도 함께 가져왔나이다.
으흠. 요즘 제(齊) 나라 사정은 어떠한가?
제(齊) 나라는 환공(桓公)이 군위를 이어받았나이다.
하옵고, 또한 왕실의 공주님께 청혼하나이다.
부디 환공(桓公)의 청을 허락해주시옵소서.
제(齊) 나라의 뜻을 알겠노라.
혼사 문제는 노(魯) 나라에 이야기하겠노라.
이에 주장왕(周莊王)은 노장공(魯莊公)에게 사신을 보내 혼사를
주장(主掌)하게 하여 왕희(王姬) 공주를 제(齊) 나라로 출가시켰다.
주공. 왕희(王姬) 공주의 혼사를 축하한다며
서(徐). 채(蔡). 위(衛) 세 나라에서
공녀들을 보내왔사옵니다.
거참, 고마운 일이로다.
우리도 세 나라에 예물을 보내도록 하라.
제후(諸侯)들이 자기 딸들을 제(齊) 나라에 보내온 것은 왕희(王姬)
공주의 출가를 축하하는 뜻으로 그 당시의 예법이 그러하였다.
노(魯) 나라가 혼사를 주장(主掌)하였기에 제(齊)와 노(魯),
두 나라는 지난날의 나쁜 감정을 모두 버리게 되고
다시 우호를 맺으며 형제처럼 지내게 된다.
관중(管仲)은 비밀리에 나라의 힘을 키우면서, 주변을 안정시키기
위해 강한 나라와는 화친을 맺고, 작은 나라는 병합시켜 나갔다.
이는 약한 나라를 무조건 병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학식이 풍부한 선비 80여 명을 선발하여
거마(車馬)에 많은 예물(禮物)을 싣고서는
거의 1년여 동안 천하를 돌아다니게 하면서
그에서 각 나라의 사정을 파악하게 한 결과였다.
중원의 작은 나라의 군주가 분란을 일으키며
백성을 돌보지 않는 나라는 없애버린다는
취지에서, 주변의 담(譚) 나라 등 30여 개나
소리소문없이 병탄 정책을 펴며 병합시켰다.
관중의 이러한 비밀 정책은 영토를 넓히고 인구를 증가시켜야!
많은 재원과 많은 백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부국강병책으로
제(齊) 나라를 더욱 부유하고 강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처럼 소리 없이 대병탄(大倂呑) 정책을 펴나가며
강대국에는 여전히 화의 정책을 유지해나갔다.
그 예로써 노(魯)와 송(宋)나라 간의 화해 중재였다.
송민공(宋閔公)은 승구(乘丘) 전투에서 남궁장만(南宮長萬)이 포로가
되면서까지, 참을 수 없을 만큼 패배를 당하였으므로, 그때까지도
노(魯) 나라와 원수처럼 지내고 있었다.
중보(仲父). 중보(仲父)께선 무얼 하시오?
주공. 무슨 일로 납시었나이까?
송(宋)나라가 홍수에 온 마을이 물에 잠기고
많은 사람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하오.
송(宋)나라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겠소?
주공. 마침 말씀을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주공. 이참에 노(魯)와 송(宋)을 화해시키시옵소서.
주공. 먼저 노(魯) 나라에 사자를 보내시어
가까운 노(魯) 나라가 먼저 구원물자를 보내 주면
우리도 뒤따라 돕겠다고 하시옵소서.
허 어. 알겠소! 아예 전쟁을 없애자는 예기구먼?
좋소. 사자로 누굴 보내겠소?
대사마(大司馬)인 왕자 성보(成父)가 어떠시겠나이까?
대사마(大司馬)인 왕자 성보(成父)가 노(魯 나라에 사자로 가게
되자, 이때 노장공(魯莊公)은 시백(施伯)을 불러 의논하게 된다.
우리 노(魯)가 먼저 송(宋)을 도우라 하오.
주공. 지난번엔 왕실의 혼사에 주장(主掌)을 맡기더니
이제는 홍수가 심한 송(宋)나라를 돕자고 하옵니다.
이 제안은 전쟁을 피하려는 제(齊) 나라의 심정인바
옳은 일이오니 돕지 않을 수가 없겠나이다.
좋소, 송(宋) 나라에 구원물자를 보내시오!
노장공(魯莊公) 역시 주변의 나라에 위협을 느끼던 터라, 지난날의
원한을 풀자며, 송(宋)나라에 구원물자를 보내겠다고 하자, 이때
송(宋)나라는 대단히 고맙다고 하면서, 또 한 가지를 요청한다.
그동안 남궁장만(南宮長萬)이 큰 상처를 입고
귀 노(魯)의 감옥에 갇혀 있는바, 포로들도
함께 보내 주시옵길 간곡히 청하나이다.
송민공(宋閔公)은 노(魯)의 승낙을 겨우 받아내자, 노장공의
많은 배려에 감격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두 나라는 다시
예전의 우호 관계로 회복하게 되었다.
남궁장만 장수.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
그대는 송(宋)나라 제일의 장수(將帥) 이자
천하에 소문난 역사(力士)가 아니겠는가?
나는 그대를 보물처럼 아끼며 대단히 자랑스러워하오.
보약을 보낼 터이니 빨리 몸을 빨리 추스르시오!
그래야, 옛날처럼 즐겁게 지내지 않겠소?
주공. 감사하나이다!
송민공과 남궁장만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으므로, 농담(弄談)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그 후 남궁장만이 포로
생활에서 돌아온 후에도 그러한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남궁장만 장수, 내가 지난날에는 존경하였으나
앞으로는 그대를 존경하지 않으리다!
어떻게 포로가 되었던 죄수를 존경하겠소? 하하
남궁장만은 송(宋)나라 제일의 장수이자, 천하에 소문난 제일
힘센 역사(力士)였다. 또한, 무예도 출중하여 싸움터에 나가,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기에, 송민공(宋閔公)은 남궁장만을
보물처럼 아끼며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 남궁장만(南宮長萬)이 승구(乘丘) 전투에서
포로가 되었다가 일 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왔다.
남궁장만은 송민공(宋閔公)의 놀림에 몹시 부끄럽게
생각했지만, 송민공(宋閔公)은 은연중 얕보는 마음이
생겨나며 심한 농담(弄談)을 하게 되었다.
송민공은은 재미로 악의 없는 농담(弄談)을 하는 것이지만 포로가
되었다가 돌아온 남궁장만은 한나라의 장수로써 몹시 부끄럽게
생각하며, 놀릴 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슬며시 물러나곤 하였다.
주공. 신 대부 구목(仇牧) 이옵니다.
군신 간에는 예법으로 사귀어야 하옵니다.
아무리 군주라도 신하를 희롱하면 아니 됩니다.
그리하면 신하는 군주를 공경하지 않게 되며
공경하지 않으면 예의에 태만하게 되고
태만하게 되면 예의가 없어지나이다.
예의가 없어지면 군주를 업신여기게 되고
심하면 죽음까지 이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사옵니다.
주공께서는 삼가고 또 삼가십시오!
허 어, 남궁장만과는 매우 가까운 사이다.
나의 말에 노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구목(仇牧)은 너무 염려하지 말라!
주공, 친하기에 더욱 예의를 갖춰야 하옵니다.
송민공(宋閔公)은 구목(仇牧)의 간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어언 일 년이나 지나간다.
주공께선 지금 어디 계시하는가?
이궁(離宮)이 있는 몽택(蒙澤)에서
남궁장만 장수와 유희를 즐기고 있습니다.
몽택(蒙澤)이라는 곳은 지금의 하남성 상구시 동북편 일대이며
그 당시 송민공(宋閔公)이 자주 놀러 가는 이궁(離宮)이 있었다.
남궁장만(南宮長萬). 어떻소?
나와 내기를 한번 해봅시다.
좋지요. 뭘 해보려고 합니까?
척극(擲戟) 놀이로, 창을 높이 던졌다가 떨어질 때
한 손으로 못 잡으면 지는 것이오.
단 열 번을 해야 하오!
척극(擲戟) 놀이는 무겁고 긴 창을 공중으로 높이 던져놓고 떨어질
때에 한 손으로 멋지게 받아내는 장기(長技)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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