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 화. 죽은 영고숙이 찾아오는가.
주공, 신 제족(祭足) 이옵니다.
주공, 외람된 말씀을 올리겠나이다.
무슨 말인가? 어서 말해보라?
주공, 암전(暗箭)을 쏜 자를 찾지 마소서.
아니, 찾지 말라니? 무슨 뜻인가?
별다른 뜻은 없사옵니다.
다만 한 사람을 또 잃을까 걱정이 되옵니다!
짐작이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 아니옵니다! 주공!
주공, 그런 뜻에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옵니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또 일어날 수가 있도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서야 하겠는가?
우리에게 내분이 일어나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장공(鄭莊公)은 아꼈던 영고숙을 그리워하며, 소문뿐만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암전(暗箭)을 쏜 사람은 적군이 아니라,
정군(鄭軍) 중에서 일어난 일임을 짐작하게 되고, 제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여러 가지 궁리를 하게 되었다.
어서 태복(太卜)을 들라 하여라!
주공, 신 태복(太卜) 이옵니다.
암전(暗箭)을 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는가?
주공. 잠시 말미를 주시옵소서.
주공, 주공께 말씀 올리나이다.
거북점(龜卜占 구복점)과 시초점(蓍草占)을
모두 다 쳐보아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점을 쳐보아도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직 이자가 죽을 때가 안 된 것입니다.
다른 방법은 없겠는가?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한 가지 방법이 있사옵니다.
태복(太卜)은 어서 말해보라!
주공, 모든 군사들에게 100명당 돼지 한 마리를
주사옵고 이를 군사들이 다 먹을 지음에 연이어,
25명당 개(犬) 한 마리씩을 주사옵고,
또 끝날 무렵에 25명당 닭(鷄) 한 마리씩을
나눠주시면서, 영고숙(穎考叔)에 대한 주문(呪文)을
모두 열흘간 큰 소리로 계속 외우게 하시옵소서!
군사들은 난데없이 잘 먹게 되며 주문(呪文)을 열심히 큰소리로
외우면서 어느덧 열흘이 지나가게 된다.
태복(太卜)은 넓은 마당에 제단을 마련하고, 많은 장작더미 위에
이미 죽은 돼지, 개, 닭의 많은 털을 올려놓고, 그 위에 군사들이
외우던 주문(呪文)을 모두 가져오게 하여 수북이 쌓아 놓았다.
주공, 태복(太卜) 이옵니다.
주공, 약속한 열흘이 지났습니다.
주공, 제단을 마련하였사오니 가시옵소서!
정장공(鄭莊公)은 중신들과 함께, 마지막 주문(呪文) 외우는 일이
끝나고, 주문을 불사르는 제단으로 가게 되었다.
태복(太卜)은 장작더미에 다가가 불을 지르면서,
영고숙(穎考叔)의 넋을 극락(極樂)으로 보내는
천도(薦度) 주술(呪術)을 큰 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군사들이 외우던 많은 주문(呪文) 들과 돼지, 개, 닭들의 많은
털이 타게 되면서, 메케한 냄새와 더불어 뽀얀 연기가 온 사방에
퍼지게 되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뒤덮어졌다.
태복(太卜)의 주술(呪術)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머리를 풀어
헤쳤으며, 산발(散髮)하여 얼굴이 가려지고, 덩치가 큰 사람이
정장공(鄭莊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무릎을 꿇는 일이 생겼다.
그대는 누구인가?
주공. 신은 영고숙(穎考叔) 이옵니다!
허 어, 죽은 영고숙(穎考叔)이라니?
어디라도 갔다 온 것인가?
주공, 그동안 강녕하시었나이까?
그대는 어떻게 이곳에 왔는가?
주공, 신은 너무나 억울하옵니다!
주공, 신이 허성(許城)에 제일 먼저 올라갔사오나?
시기(猜忌)하는 사람이 있었던바
신에게 암전(暗箭)을 쏘아 죽게 하였나이다!
너무나 원통하여 구천(九泉)을 건너가지 못하고
있사온데! 상제(上帝)께서 신을 죽인 원수를
갚아도 좋다고 허락하시어 이렇게 찾아왔나이다!
저를 아끼시고 저를 그리워하시는 주공의 은덕은
저승에서도 길이길이 간직하겠나이다!
주공, 이제 떠나옵니다.
안녕히 계시옵소서!
머리를 산발한 영고숙(穎考叔)이 엎드려 절을 하고 일어나자마자,
목에 손을 넣고 간단하게 혀를 뽑아내며 피를 쏟고 죽고 말았다.
도대체 누구더냐? 저자를 일으켜 세워봐라.!
주공. 죽은 자는 공손(公孫) 알(謁) 이옵니다.
아니! 무엇이라고?
아니 저자가 공손(公孫) 알(謁)이란 말이더냐?
주공, 정말 그러하옵니다.
정장공(鄭莊公)은 황급히 공손 알(謁)을 구하려 쫓아가 일으켜
세웠으나, 이미 숨이 끊어져 버렸으므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영고숙(穎考叔)의 혼이 옮겨붙은 공손 알(謁)은, 자기도 모르는
결에 정장공 앞으로 나아가 영고숙의 원통함을 호소한 것이다.
아 아.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모호(蝥弧) 깃발이 무엇이더란 말이냐?
모호(蝥弧) 깃발의 시기심(猜忌心)으로
유능한 두 장수를 죽게 하고 말았구나!
여봐라. 모호(蝥弧) 깃발을 저리 가져가 불태우고
두 장수의 장례를 후하게 치르도록 하라!
정장공은 영고숙(穎考叔)의 혼령에 감복하여, 그의 고향인
영곡(穎谷)에 그의 사당(祠堂)을 짓고 제사를 지내주게 하였다.
하남부(河南府) 등봉(登封)이라는 영곡(穎谷)의 옛 땅에
영고숙(穎考叔)의 사당이 있으며, 이를 순효묘(純孝廟)라
부르고 있으며, 그리고 유천(洧川) 땅에도 그의 사당이 있다.
정장공이 대(戴)와 성(郕)과 허(許) 나라를 멸망시키자, 제후마다
몹시 불안해졌으므로, 왕실에 올리는 공물을 또박또박 잘 올리게
됨으로써, 왕실에 도움을 주게 되는 결과를 만들기도 하였다.
주공,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오, 제족(祭足)이오! 어서 말해보오?
연이은 전쟁으로 백성의 생활이 피폐해졌나이다.
매년 한두 차례씩 전쟁을 일으켰으므로
우리 정(鄭) 나라의 위상은 많이 올라갔으나
백성의 생활이 매우 고단하여 졌사옵니다.
옳은 말이오! 더는 전쟁을 일으킬 일이 없을 것 같소!
경들이 힘을 합해 백성의 고단함을 풀어주시오.
주공, 주공의 말씀을 받들어 그리하겠나이다.
정장공(鄭莊公)이 연합군을 만들어 중원을 누비며 거세게 활약하여
비로소 조용해지자, 백성들도 모처럼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정장공(鄭莊公)은 이번 성(郕) 나라와 허(許) 나라의 토벌에 적극
참여하여준, 제(齊)와 노(魯) 나라에 감사의 폐백(幣帛)을 보내주었다.
제(齊) 나라에 갔던 사신이 돌아왔는가?
예에. 주공, 다녀왔사옵니다.
주공, 제희공(齊僖公)께옵서 보내주신 폐백(幣帛)에
감사의 말씀과 더불어 답례의 폐백을 주시었나이다.
정말 고마운 일이로다.
노(魯) 나라에 갔던 사신은 어찌 되었는가?
신은 서찰(書札)도 폐백(幣帛)도 전하지 못하였나이다.
노(魯) 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노(魯) 나라 국경에 도착하여보니!
노은공(魯隱公)께서 공자 휘(翬)에게 시해(弑害) 당한
뒤였으므로, 전할 서찰(書札)의 내용과 많이 달라져,
그만 돌아오게 되었사옵니다.
아니, 노은공(魯隱公)은 관대한 현군이었는데,
공자 휘(翬)에게 시해(弑害)를 당하다니?
어찌하여 시해(弑害)를 당하였단 말이냐?
한동안 조용하다가 엉뚱하게도 그렇게 믿던 노(魯)의 공자 휘(翬)가
형인 노은공(魯隱公)을 죽이는 시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정장공(鄭莊公)은 크게 분개하며 큰 소리로 부르지졌다.
공자 휘翬 가 어떻게 제 맘대로 자기 형인
노은공(魯隱公)을 시해할 수 있더란 말이냐?
왕명을 들어 저 욕심 많은 공자 휘(翬)와
노(魯) 나라를 반드시 토벌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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