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 화. 대의를 위해 아들을 죽인다.
자겸(子鎌)! 석작(石綽)의 말이 사실이겠소?
주공, 석작(石綽)이 혈서(血書)로 쓴 편지이오며
석작(石綽)은 꾸미거나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옵니다.
주공, 위(衛)의 나쁜 일은 우리에게도 나쁜 일입니다.
주공, 가까운 위(衛) 나라의 악행을 그대로 넘기면
장차, 우리 진(陳) 나라에 번질 수 있사옵니다!
두 사람이 죽기 위해 진(陳)나라에 오고 있으니,
어찌 죄를 묻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주공, 위(衛)나라 상경(上卿) 석작(石綽)의 말대로
반드시 죽이시어 천하의 본보기로 만드십시오!
진(陳)나라는 순(舜)임금의 나쁜 아들 상균(商均)에 의해 조상인
순(舜)의 제사가 끊기게 되면서 상(商) 왕조까지 이르게 되었다.
주무왕(周武王)이 주(周)나라를 세우면서, 순(舜)임금의 후손
중에 규만(嬀滿)이라는 사람을 찾아내어 진(陳) 땅에 봉하면서
순(舜)임금의 제사를 받들도록 살펴 주었다.
이, 규만(嬀滿)이라는 사람이 곧 진(陳)나라의 호공(胡公)이다.
이들은 대대로 도공(陶工)으로 살아왔으며,
그들이 만든 도자기(陶瓷器) 그릇이
백성들의 생활에 아주 큰 도움을 주었기에,
주무왕(周武王)은 이들의 일을 매우 치하하면서,
딸 읍강(邑姜)을 호공(胡公)의 아내로 삼게 하였고,
완구(宛丘) 일대의 땅을 봉지로 주었으며
후작(侯爵)의 작위까지 내려준 나라가 되었다.
진환공(陳桓公)의 동생인 공자 타(佗)는 주우(洲吁)와 석후(石厚)를
반갑게 맞이하며, 객관(客館)에 머무르도록 공손하게 안내하였다.
편안하게 기침(起寢)하셨는지요?
친절히 보살펴주시어 고맙소이다.
진공(陳公)께서 태묘(太廟)에서 뵙자고 합니다.
아니, 어찌 조상의 위패(位牌)를 모시고 있는
태묘(太廟)로 가자고 합니까?
하하, 우리 태묘(太廟)에는 선조들의 많은
도자기(陶瓷器) 작품이 전시되어 있지요!
또한, 우리 주공께서는 주요한 분의 이야기는 기밀이
새 나가지 않도록 반드시 태묘(太廟)에서 접견하십니다.
두 분께서는 어서 오십시오!
이제부터는 이 자겸(子鎌)이 안내하겠습니다.
반갑고 고맙습니다!
아니, 이 큰 팻말은 왜 서 있습니까?
충성치 못한 자와 불효한 자는
이 태묘(太廟)에 들어가지 마라니요?
이 팻말을 세운 뜻이 무엇입니까?
그저 우리 선군께서 남기신 교훈입니다.
그저 교훈(敎訓)에 불과하지요.
우리 주공께서는 그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특별히 이곳에 큰 팻말을 세우신 것입니다.
공자 타(佗)는 따라온 위군(衛軍)을 태묘(太廟) 밖에 머무르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분리(分離) 시켰으며, 두 사람만이 태묘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이 두 사람은 아름답고 기묘한 도자기
작품을 한동안 구경하다가, 조용히 손님 자리에 앉아 기다린다.
진환공(陳桓公)이 들어오자 주우(州吁)는
예물 목록을 바치고 손에 들 홀(笏)을 가져와서
예를 올리려고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이때 별안간 자겸(子鎌)이 고함지르며 꾸짖자, 미리 숨어있던
힘센 갑사들이 몰려나와 일순간에 주우와 석후를 결박시키니
둘은 엉겁결에 반항도 하지 못하고. 묶인 채 꿇어앉게 되었다.
진(陳)나라 태묘는 신성한 곳이다!
어찌 불충한 자가 이곳에 들어왔단 말이냐?
어서, 저 두 놈을 끌고 나가라!
그제야 주우(洲吁)와 석후(石厚)는 이 모두 석작(石綽)이 주모(主謀)
하여, 진(陳)의 손을 빌려 처벌하려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위군(衛軍)의 군사들은 잘 듣도록 하라!
하늘의 이치가 있어 두 사람은 벌을 받게 되리라!
군사들은 위(衛) 나라로 어서 돌아가도록 하라!
한편 진(陳)나라 사자는 밤낮으로 쉬지 않으면서 달려갔으며,
석작(石綽)에게 두 사람의 구금(拘禁) 사실을 알려주었다.
석작(石綽)께선 그동안 안녕하신지요?
이 자겸(子鎌)이 오랜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보내신 편지의 뜻을 이행하였소이다!
상경 석작(石綽)께서 말씀한 대로 붙잡아
주우(洲吁)는 복읍(濮邑)에 가두어놨으며
석후(石厚)는 도성(都城)의 옥에 있소이다.
수행하였던 위군(衛軍)은 모두 살려 보냈으며
석후(石厚)는 귀공(貴公)의 하나뿐인 아들인바
둘 다 죽이지 못하고 있소이다!
석작(石綽)은 진(陳)나라 재상 자겸(子鎌)의 편지를 받자, 급하게
대부 우재(右宰) 추(丑)와 가신 누양견(獳羊肩)을 진(陳) 나라의
완구(宛丘) 성에 보내며, 참수 장면을 지켜보고 돌아오게 하였다.
대부 우재(右宰) 추(丑)와 가신 누양견(獳羊肩)은 함께
진(陳)나라 도성인 완구(宛丘)에 당도하여
먼저 진환공(陳桓公)을 알현하고, 반란자들을
대신 체포해 준 일에 깊은 감사를 드렸다.
대부 우재(右宰) 추(丑)가 복읍(濮邑)에 이르러 주우(洲吁)를
시정의 한가운데로 끌고 나오게 하여 목을 치려고 하였다.
아니, 너는 나의 신하가 아니냐?
어찌 감히 나를 범하려 드느냐?
모르느냐! 위(衛)의 신하로 군주를 시해한 자가 있었다.
내가 그를 본받아 행하고자 할 뿐이다!
주우(洲吁)가 우재 추에게 큰소리로 외쳤으나, 우재 추의 답변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 하고 머리를 숙여 순순히 참수를 당했다.
한편 누양견(獳羊肩)은 완구(宛丘)의 옥에서 석후(石厚)를 끌어내
형을 집행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나의 죄는 죽어 마땅하나 부친의 얼굴이라도
한 번 뵙고 형을 받들면 안 되겠는가?
부친의 명을 받들어 반역도를 죽이러 왔다!
기어이 부친을 뵙고자 한다면
너의 목을 가져가 상면시켜 주겠노라!
석후(石厚)가 아저씨처럼 따르던 가신 누양견(獳羊肩)에게 말했으나
그는 주저하지 않고, 허리에 차고 있던 자신의 긴 칼을 뽑았다.
여기에서 큰 의리를 지키기 위하여 부모와 형제도
돌보지 않는다는 대의멸친(大義滅親)이란 말이 생겨났다.
대의멸친(大義滅親)이란?
큰 대大, 옳을 의義, 멸망할 멸滅, 친할 친親.
큰 의리를 지키기 위해 부모와 형제도 돌보지 않는다.
대부 우재(右宰) 추(丑)와 가신 누양견(獳羊肩)은 진환공(陳桓公)과
재상 자겸(子鎌)에게 석작(石綽)이 감사하는 말을 올리고 돌아왔다.
대부 우재(右宰) 추(丑)는 수고하시었소!
부중(府中)에 신료들이 다 모였다 하니
함께 부중(府中)으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모든 대부는 잘 들어주시오!
이것이 진(陳)나라 재상 자겸(子鎌)의 편지요!
대부 우재(右宰) 추(丑)가 확인하고 돌아왔듯이
이제 주우(洲吁)와 석후(石厚)는 참수 당하였소!
이 모두 위(衛) 나라 종묘사직을 위하는 일이었소!
상경님, 석후(石厚)는 재상의 하나뿐인 아들이라!
살려둘 수도 있었지 않았겠소?
주우(洲吁)의 반역은 모두 내 자식이 꾸민 일이었소.
석후(石厚)가 나라에 너무 많은 폐를 끼친 것이오.
이 석작(石綽)도 반역을 막지 못한 무능함을 한탄하오.
그저 위환공(衛桓公)의 혼령께 사죄할 따름이오.
중신들의 뜻을 모은 석작(石綽)은 형(邢) 나라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던 공자 진(晉)을 모셔오게 하였다.
공자 진(晉)은 비명에 죽어간 형 위환공(衛桓公)을 위해,
종묘에 제사를 올리고 보위(寶位)에 올라가니,
이분이 위(衛) 나라 제15대 위선공(衛宣公)이 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을 쓴 좌구명(左丘明)은 공과 사를
잘 구분한 석작(石綽)에게 감명 받아,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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