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24 화. 누가 포사를 웃길까.

서 휴 2023. 4. 23. 14:15

     9. 서주를 망치는 자들.

 

24 . 누가 포사를 웃길까.

 

       아니, 웬 비단을 갈가리 찢어놨느냐?

       이 쌓아 놓은 짐들은 또, 다 무엇인고?

 

       소녀, 백복(伯服)을 데리고 궁을 나설 때가

       되었기에, 주상께 인사드리고자 하옵니다.

 

       무슨 말이냐? 자세히 말해보아라

       여기 왕비의 편지를 보시옵소서

       으 흠. 왕비의 친필(親筆)이 맞는구나

 

       세자가 호경(鎬京)에 돌아오기만 하면,

       저희 모자뿐만 아니라,

 

       주상께서도 위태로워지겠는바,

       주상을 위하여 저희 모자는 떠나고자 하옵니다

 

       여봐라, , 누구 없느냐?

       이 편지를 가져온 자가 온오(温媼)라 하였느냐?

       옥()에서 끌어내 곧바로 대령(待令)시켜라!

 

주유왕(周幽王)은 온오(温媼)을 끌어내 단칼에 베어 죽이고, 긴급히

조례를 열게 하고는, 신후(申后)의 편지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왕비가 세자 의구(宜臼)와 공모하여

       짐()을 해치려 하고 있었소

 

       신후(申后)의 질투(嫉妬)가 너무 심해져

       짐()을 끊임없이 저주하고 있는바

       신후(申后)를 잡아들여 문초하여야 하겠소

 

       어찌하면 좋겠는가? 의견들을 말해보라

       주상, . 윤구(尹球) 이옵니다

       윤구(尹球)는 어서 말해보라

 

       신후(申后)는 왕비로서 내궁의 주인이 되시는 바

       죄가 있더라도 붙잡아 문초할 수 없나이다.

 

       다만 왕비의 덕이 지위에 맞지 않는다면

       성지(聖旨)를 내리시어 폐하시면 되나이다.

 

       세자 의구(宜臼)는 어찌해야 하겠는가?

       주상, . 채공역(祭公易) 이옵니다.

 

       세자 의구(宜臼)는 예절 문제로 이미

       세자 자리에서 면직(免職)된 거와 같사옵니다.

 

       만약 왕비를 폐하게 하신다면,

       세자는 왕비의 아들이므로 원한이 쌓이게 되어

       장차 주상께 누가 될까 염려되옵니다

 

       그렇구나으음, 알겠노라

       왕비 신후(申后)를 냉궁(冷宮)에 유폐(幽閉)시켜라

       의구(宜臼)는 칙지(勅旨)를 내려 서민이 되게 하라

 

왕비 신후(申后)는 편지 사건으로 감옥인 냉궁(冷宮)에 갇히게 되며,

세자 의구(宜臼)에게 성지(聖旨)를 내려 서민이 되게 했다.

 

       포사(褒姒)는 ()의 침으로 태어나 어여쁘면서도

       명석한 머리로 유왕(幽王)을 완전하게 홀리었다.

 

       이 사건으로 포사(褒姒)는 신후(申后)를 몰아내고,

       드디어 왕비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으며,

       포사(褒姒)의 아들 백복(伯服)은 세자가 되었다.

 

주유왕(周幽王)이 포사(褒姒)를 왕비로 삼고 백복(伯服)을 세자로

책봉하자, 일부 부당하다고 반발하는 자들은, 세 사람 삼공이 앞장서

의구(宜臼)와 같은 패거리로 몰아붙이며 가차 없이 죽여 버리니,

이제는 옳은 소리를 아무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주상이 올바른 정사를 펴지 않고 있으니

       이제 삼강(三綱), 오륜(五倫)마저 끊어졌도다!

 

       이제 주() 나라가 망하지 않겠는가?

       아 애달프구나!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누가 있어 이 나라를 올바로 세우겠는가?

 

태사 백양보(伯陽父)를 비롯하여 남은 중신들마저 벼슬을 내놓고

고향으로 떠나버리자, 아첨꾼 괵석보(虢石甫), 채공역(祭公易),

윤구(尹球), 이들 세 사람인 삼공(三公)만이 남아 있게 되었다.

 

이 삼공은 오르지, 주유왕의 비위를 맞춰가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자기들만 잘 살겠다며 제각기 재물만을 모으고 있다.

 

       포비(褒妃)왕비가 되어 기쁘지 않으냐?

       주상. 못된 왕비를 쫓아낸 것뿐이지요

 

       포비(褒妃)? 기쁘면 기쁘다고 웃어봐야지

       나를 만나 한 번도 웃어본 일이 없는 것 같구나

 

       주상, 소녀는 원래 잘 웃지를 안 사 옵니다

       포비(褒妃)무얼 하면 웃어보이겠느냐?

 

       소첩은 딱히 좋아하는 것이 없사오나?

       그저 비단 찢는 소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 여봐라. 사고(司庫) 지기에게 말하여

       먼저 비단 100필을 가져오도록 하라

 

       자. 이 비단 들을 시녀 둘이서 힘껏 찢어보아라

       찢어지는 소리가 크게 나야 하느니라

 

주유왕(周幽王)은 매일 비단(緋緞) 백 필씩을 가져와 시녀를 시켜

찢게 하였으나, 그런데도 포사는 쉽게 웃지 않았다.

 

       갓난아기 적, 세필의 비단으로 포씨(褒氏) 집에

       넘겨져 포사(褒姒)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으며,

 

       처녀가 되어서는 유포(有褒)의 아들 홍덕(弘德)에게

       비단 300필에 팔려 다행히 왕비가 되었다.

 

       왕비가 되기까지의 지나간, 과정을 생각하면

       설움에 복받쳐 얼굴의 뺨 부근이 붉어지며,

 

       경련을 일으키듯 입술이 엷게 떨게 되며

       입술이 약간 가늘게 벌어지기도 하면서

       남이 알아듣기 힘든 한숨을 토해냈다.

 

이를 무심코 지켜보던 유왕(幽王)은 포비(褒妃)의 작은 미소로

착각하여, 포비(褒妃)가 웃는 거라고 뛸 듯이 기뻐하였으며,

매일 비단을 가져오게 하면서 더욱 큰 소리로 찢게 하였다.

 

       사고(司庫)에 있던 비단(緋緞) 이 바닥이 나자,

       제후들에게 보내오게 독촉하거나

       백성들로부터 강제로 징발하니,

       제후들과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져만 갔다.

 

한동안이 지나자, 포비(褒妃)는 비단 찢는 소리에도 싫증이 난

듯하였으며, 어느 날부터는 입술도 움직이지 않은 채로 멍하게

앉아있는 것이었다.

 

       어여쁜 포비(褒妃)

       내 너를 기어이 크게 웃도록 만들겠노라

 

주유왕(周幽王)은 포비(褒妃)가 환하게 웃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하여, 악공들을 부르고 궁녀들에게 춤을 추게 하면서

술잔을 바치게 하였으나 포비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방을 붙이노라

       포비(褒妃)를 웃기는 자에게 천 냥의 상금을 주리니

       이곳 여산(驪山)에서 재주를 보이도록 하라

 

포비(褒妃)를 웃기는 자에게, 천 냥의 상금을 주겠다는 방()

보게 되자, 여산驪山의 임시 궁에는 많은 재주꾼이 모여들었다.

 

       예인(藝人) 중에는 꾀꼬리 같은 밝은 노래를 부르며

       감동을 주면서 웃게 하려거나

 

       아름다운 무용수가 멋들어진 춤을 추며

       감탄하게 하면서 웃기려 하였다.

 

       어느 사람은 깜빡 속이는 요술을 보여주며,

       신기함으로 웃게 하려 하거나,

 

       몸매가 아름다운 처녀가 건장한 청년과 체조하면서

       아슬아슬한 묘기를 보이며 찬사를 받으려 하였고

       또 다른 사람은 연극이나 만담으로 웃기려 하였다.

 

그러나 포사(褒姒)는 그 많은 예인들의 정성어린 예능을 보면서도

끝내 웃지않으니, 주유왕(周幽王)의 노력은 모두 허사가 되었다.

 

       주유왕이 여산(驪山)의 임시 궁에서

       밤늦도록 포사(褒姒)함께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때 여산(驪山) 정상의 봉수대(烽燧臺) 지기가 술에 취하여,

잘못 받은 전갈에 그만 봉화를 올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봉화(烽火)가 산마다 연이어 피어오르자,

       융족(戎族)의 침범이 있는가 하여,

       제후(諸侯)마다 밤을 새워가며 군사들과 함께

       황망히 여산(驪山)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융족(戎族)의 침범이 아니라, 잘못 올린 봉화(烽火)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제후들은 낭패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멋쩍어하였다.

 

       봉화를 보고 허겁지겁 밤새워 달려온 군사들은

       잘 못 올린 봉화라는 걸 알게 되자,

 

       허탈감에 빠져 분통을 터트릴 수도 없어

       여기저기서 투구를 내동댕이치기도 하고,

       갑옷을 벗어 던지기도 하면서,

 

       창과 칼로 군 장비를 두들기기도 하며

       몹시 화를 참는 행동을 하게 되었다.

 

이 어이없는 광경을 보게 된 포사(褒姒)는 생각 없이 하얀 이를

드러내어 깔깔 웃자, 이를 본 주유왕(周幽王)은 뛸 듯이 기뻐했다.

 

       여기에서 단순호치(丹脣皓齒)라는 말이 생겨난다.

       붉을 단(). 입술 순(). 하얄 호(). 이빨 치().

       붉은 입술을 벌리며 하얀 이를 드러내 웃는다.

 

주유왕은 너무나 기뻐하며, 술 취한 봉수대 지기에게 천 냥의

상금을 주며, 노고를 크게 치하하는 어이없는 짓을 저질렀다.

 

       아름다운 포사(褒姒) . 너의 웃는 얼굴이

       나의 애간장을 다 녹이고 마는구나

       정말. 너의 미소가 어찌 이리 어여쁠 수가 있느냐

 

       내가 그리도 보고 싶어 하던 너의 웃는 얼굴은

       백 가지 교태가 서려 움직이며,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나를 탄복하게 만드는구나.

 

       오, 아름답도다! 포비(褒妃)

       오, 내 사랑하는 아름다운 포비(褒妃)

 

주유왕(周幽王)은 세상의 어떤 것이 포사(褒姒)의 웃는 얼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겠냐는 착각을 하게 되며 제정신이 아니었다.

 

25 . 웃기려 또 봉화를 올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