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26 화. 몸은 죽고 나라는 망한다.

서 휴 2023. 4. 23. 15:54

26 . 몸은 죽고 나라는 망한다

 

       우리는 군사도 모으지 못하였는데

       이 참화를 어떻게 모면하면 좋으랴!

 

       진작에 정백(鄭伯)의 말을 들어야 했는데

       이제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상, 지나간 일을 후회하시면 어찌하옵니까?

       신. 정백(鄭伯) ()가 힘을 다하여

       주상을 안전하게 보필하겠나이다

 

       숙부님, 잘 좀 부탁합니다

       괵석보(虢石甫) 왜 이리 군사 동원이 늦느냐?

       뭘 하고 있었느냐. 빨리 서둘러라

 

       주상, 오랑캐 놈들은 조무래기들이옵니다.

       너무 염려치 마시옵소서.

 

       그래. 괵석보(虢石甫)는 먼저 선수를 쳐봐라.

       저놈들 세력을 먼저 알아보라.

 

괵석보(虢石甫)가 병거(兵車) 200승과 왕실군을 이끌고,

견융(犬戎)을 대적하려 호경(鎬京) 성문 앞으로 힘차게 나아갔다.

 

       야이 오랑캐 놈들아

       내가 삼공(三公)인 괵석보(虢石甫) 이니라

       어서 물러가던가, 어서 덤벼 보아라.

 

       저놈은 간신 괵석보(虢石甫) 이다.

       누가 나서 저놈을 죽이겠는가?

 

       견융반(犬戎班), 제가 가겠소이다

       우선봉(右先鋒) 패정(孛丁)이 나아가

       단숨에 저놈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괵석보(虢石甫)는 무사가 아니라, 일개 간신(奸臣)에 지나지

않으니, 어찌 산야를 누비는 장수 패정(孛丁)을 당할 수 있으랴

 

괵석보(虢石甫)는 패정(孛丁)의 춤추는 칼날에 열 합도 버티지

못하고 금방 몸이 두 동강 나고 말았다.

 

       사기가 오른 견융(犬戎)의 용사들이 칼을 휘두르며,

       호경(鎬京) 성안으로 난입하여 불을 지르고,

       성민(城民)을 닥치는 대로 죽이면서

       호경(鎬京) 성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신후(申侯)는 냉궁(冷宮)에서 딸인 신후(申后)를 구해내고 나오며,

견융(犬戎)의 무질서한 약탈에 성안이 온통 아비규환(阿鼻叫喚)

되어가는 걸 보고는 크게 당황하였으며, 이에 탄식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견융반(犬戎班)을 찾아 헤매고 다녔다.

 

       왕이시여, 어서 피하십시오.

       북문(北門)으로 나갈 수 있사옵니다.

 

       어서 수레에 오르시어 빨리 떠나셔야 하옵니다.

       아, 알겠도다. 모두 타고 빨리 도망가자!

 

주유왕(周幽王)은 포사(褒姒)와 백복(伯服)과 함께, 급한 김에

겨우 작은 수레를 타고 북문(北門)을 빠져나와 달아나고 있었다.

 

       주상. 윤구(尹球) 이옵니다.

       아니, 윤구(尹球)는 왜 여기에 있는 건가

 

       견융(犬戎)에게 채공역(祭公易) 도 죽었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차에 주상을 만났습니다.

 

       신은 주상을 따라가겠습니다.

       주상. 소신 정백(鄭伯) ()도 여기 있습니다.

       오. 아저씨. 어서 오십시오.

 

       주상께선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신. 정백(鄭伯) ()가 신명을 다 바쳐

       어가(御駕)를 보호하겠나이다

 

       고맙습니다! 아저씨만 믿겠습니다

       자, 모두 빨리 달아나자

 

주유왕(周幽王)은 평소에 숙부인 정백우에게 제대로 된 대우도

하지 않더니, 다급해지니까 숙부라 부르며 애원의 눈빛을 보냈다.

 

       윤구(尹球)는 어가(御駕)를 보호하여

       빨리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도록 하라

       나는 견융(犬戎)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싸우면서 뒤따라가겠다

 

정백(鄭伯) ()는 윤구(尹球)에게 유왕(幽王)과 포사(褒姒)

백복(伯服)을 보호하여 급히 달아나게 하자마자, 금방 뒤쫓아 온

견융(犬戎)의 젊은 장수 고리적(故里赤)을 만나게 된다.

 

       야 이놈들아. 어딜 도망가려 하느냐

       오 잘 만났다. 이 오랑캐 원수 놈아

 

견융(犬戎)의 젊은 장수 고리적(故里赤)은 체구도 좋고 힘도 세며

칼을 잘 휘두르나, 정백우(鄭伯友) 또한 전투 경험이 많은 힘센

장년으로 긴 창을 잘 쓰기로 이미 이름이 나 있었던 바이다.

 

       젊은 애송이 어서 덤벼라.

       늙은 주제에 겁도 없구나

 

정백(鄭伯) ()가 한참을 격돌하며 몇십 합을 겨루다가, 갑자기

긴 창을 한껏 휘둘러 고리적(故里赤)의 목을 쳐버렸다.

 

       와 아, 대단하구나

       고리적(故里赤)의 목을 친 저 장수가 누구냐?

 

       저자는 정() 나라 군주 정백(鄭伯) ()라는

       자로, 유왕(幽王)의 숙부가 되며,

       원래 창()을 잘 쓰기로 소문난 자입니다

 

       저놈은 상대하기가 어렵겠구나

       안 되겠다. 저자에게 모두 화살을 퍼부어라

 

충신 정백(鄭伯) ()는 날아오는 많은 화살 속에서 견융(犬戎)

끝까지 저지하다가, 몸의 곳곳에 많은 화살이 꽂히면서, 무참히

죽고 만다. 이때 정백(鄭伯) ()의 충절은 길이 남게 된다.

 

견융반(犬戎班)은 이겼다고 판단이 되자, 금방 달아난 수레를

잡아 오라며, 곁에 있던 만야속(滿也速)에게 급하게 명령했다.

 

       앞에 간 수레를 빨리 잡아 오라!

       주유왕(周幽王)을 절대 놓쳐서는 아니 된다

       어서 달려가 잡아 오라

 

만야속(滿也速)은 멀리 도망가지 못한 유왕(幽王)의 수레를 붙잡아

견융(犬戎)의 대족장(大族長)인 견융반(犬戎班) 앞으로 끌고 왔다.

 

       어느 놈이 유왕(幽王)인가?

       여기 곤룡포를 입고 옥대를 두른 이 자입니다.

 

       알겠다. 잡아 온 놈들을 모조리 죽여라

       잠깐 만요. 여인이 한사람 있습니다.

 

       어서, 고개를 들게 하라.

       호오, 너무나 어여쁘구나.

       고생한 만야속(滿也速)이 데리고 가라

 

       아니 됩니다. 우두머리 여인은

       견융반(犬戎班)께서 차지하셔야 합니다

 

       그으래. 좋다. 그렇다면

       허허, 나의 군막으로 들여보내도록 하라

 

주유왕(周幽王)과 세자 백복(伯服)과 그 일행은 모두 붙잡혔으며

몰래 숨어 있다가 달아나려 하던 윤구(尹球)마저 붙잡혀 모두

죽임을 당하고, 포사(褒似)만이 살아서 끌려가게 되었다.

 

       포사(褒似)는 견융반(犬戎班)의 군막에 모셔져,

       깨끗이 목욕시키고 어여쁘게 단장시켰으며,

       융족(戎族) 여인의 새 옷으로 갈아입혀져,

       밤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신후(申侯)는 궁궐에서 치솟는 불길을 보고, 황급히 불을 끄도록

고함지르며, 견융(犬戎)들의 앞을 가로막고 저지하려고 하였으나,

그들은 아무도 신후의 말을 듣지 않았으며,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약탈을 일삼으며 더욱 불을 질렀다.

 

       그런 와중에도 신후(申侯)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끊임없이 유왕(幽王)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신후(申侯)는 이미 북문으로 나갔다는 사실을 겨우 알게 되며,

급히 북문을 향하다가 천천히 말을 타고 오는 견융반(犬戎班)

만나게 되었다.

 

       견융반(犬戎班)!어디서 오는 중이 오?

       유왕(幽王)이 타고 나간 수레를 못 보았소?

 

       허 어. 이 몸이 처치하였소이다

       아니 처치하다니 무슨 말이오?

       허 어, 이미 죽였단 말이외다

 

       아니 약속이 틀리지 않소?

       누가 죽이라고 하였소?

 

       왜 이리 마음이 약하시오!

       아녀자의 인정(人情)이라도 편단 말이오?

 

       죽이지는 않기로 하였잖소?

       못된 놈은 죽여 버려야 속이 시원하외다

 

신후(申侯)는 유왕(幽王)을 살려놓으면서, 그의 마음을 바로잡고

세자 의구(宜臼)를 왕으로 옹립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하였으나, 견융반(犬戎班)이 자기의 승낙도 없이 유왕(幽王)

죽여 버림으로써, 그의 계획은 완전히 수포가 되고 말았다.

 

       아니, 어찌 이렇게 될 수가 있단 말인가?

       나는 유왕의 개과천선(改過遷善)만을

       바랄 뿐으로 죽일 생각은 없었노라

 

       아 아, 이거 큰일이로다

       이제 내 이름은 후세에 영원히, 임금을 죽인

       불충한 자로 기록될 것이 아니겠는가?

 

       아 아,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이냐?

       아 아, 후회해도 소용이 없게 되고 말았구나

 

신후(申侯) 냉궁(冷宮)에서 딸 신후(申后)를 데리고 나왔으며

둘은 쉴 여유도 없이 유왕(幽王)의 시신을 겨우 찾아내어

우선적으로 간략하게 묻어줄 수밖에 없었다.

 

신후(申侯)는 견융(犬戎)을 끌어들인 것에 크게 후회하며, 매우

한탄하였으나, 그러나 견융반(犬戎班)에게는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지켜보기로 하였다.

 

       견융반! 이거 큰일이오

       사고(司庫)의 귀중품을 나눠주려 하였는데

       모든 재물을 약탈해 갔으니 이를 어찌하오?

 

       왕실의 황금과 비단은 다 가져도 좋다고 하였잖소?

       죄 알아서 다 가져갔으니

       일일이 나눠주는 번거로움을 덜게 되었잖소?

 

신후(申侯)는 견융(犬戎)에게 풍족한 음식으로 잔치를 베풀며

위로하면서, 약속대로 사고(司庫)를 열어 금은보화와 비단을

주면서 돌려보내려고 하였으나, 이마저도 어렵게 되고 말았다.

 

27 . 포사눈물 흘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