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23 화. 앞의 적을 먼저 제거하라.

서 휴 2023. 4. 23. 13:38

23 . 앞의 적을 먼저 제거하라.

 

       어디서 굴러온 천한 것이 내궁(內宮)을 어지럽히느냐

       동궁(東宮)마마님마마님의 머리채를 놓으십시오

 

       누구 마음대로 마마님이라고 부르느냐

       에키, 실컷 마저 보아라

 

       동궁마마님때리지 마시옵소서!

       네 이년! 오늘은 이쯤하고 간다만

       다음번엔 죽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어라

 

주유왕(周幽王)은 일찍이 신후(申侯)의 딸을 세자빈(世子嬪)으로

맞았으며, 왕으로 즉위하자 신후(申后)라 부르게 되었고, 아들

의구(宜臼)는 세자로 책봉(冊封)되어, 그 기세가 매우 등등했다.

 

       아니. 포사(褒姒)옷단장도 안 하고

       왜 머리가 이리 헝클어져 있느냐?

 

       어어 엉. 어어 엉. 억울하옵니다

       허허, 왜 그리 슬피 우느냐?

 

       동궁(東宮)이라며 이곳에 갑자기 쳐들어와

       화단(花壇)의 꽃을 마구 꺾고 있어.

       소녀가 말리자 마구 때렸사옵니다

 

       궁녀들너희는 무얼 하고 있었느냐?

       궁녀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더 맞았을 것입니다

 

       내궁에 찾아가 인사를 올리라고 하지 않았느냐?

       왕후가 괘씸하게 생각한 것이로다.

 

       내 혼을 내줄 테니 참도록 하여라.

       주상. 소녀를 궁에서 내보내주옵소서?

 

       궁 안에 있다간 오늘처럼

       왕비와 동궁에게 맞아 죽게 되옵니다

 

       소녀, 한 몸 죽는 건 괜찮사오나?

       뱃속에 두 달 된 아기가 있사오니

       밖에 나가 아기라도 잘 키우겠습니다

 

       궁에서 어서 내보내 주시옵소서

       아니, 정말. 아이를 뱄단 말이냐?

 

       허 어. 기쁘고정말 기쁜지고

       염려 마라내가 혼을 내주마

 

       잠시 혼을 내주어도 소용없사옵니다.

       언제 또 찾아올지 불안하옵니다.

 

       소녀를 궁에서 내보내주시옵소서?

       밖에서 아기라도 잘 키우겠사옵니다.

       알겠노라. 염려하지 마라

 

주유왕(周幽王)은 포사(褒姒)가 아이를 뱄다는 말에 너무 기뻐하며

흥분하게 되었다. 다음날이 되자 긴급히 조례를 열게 하였으며

신료(臣僚)들이 다 모이자, 큰소리로 명을 내리기 시작한다.

 

       세자 의구(宜臼)는 예법을 전혀 모르는바

       잘못 가르친 태부(太傅)와 소부(少傅)를 면직시키노라.

       다시는 태부(太傅)와 소부(少傅)를 뽑지 마라

 

       세자는 내궁(內宮)을 심히 어지럽혔는바,

       세자는 지금 당장 곧바로 신() 나라에 가서

       신후(申侯)에게 예절을 다시 배우고 있어라.

 

세자 의구(宜臼)는 아버지 주유왕(周幽王)에게 억울함을 이야기하려

하였으나, 내시에게 막혀 할 수 없이 외가인 신() 나라로 떠났다.

 

포사(褒姒)는 후궁(後宮)이 되어 아들 백복(伯服)을 낳았다.

이렇게 삼 년이 지나자, 소위 삼공이란 세 사람은 세자(世子)거취

문제로 불안해지며, 이에 서로 만나 계책을 짜게 된다.

 

       세자 의구(宜臼)가 신() 나라에 있잖소?

       그가 돌아와 왕이 된다면 우리는 죽은 몸이오

 

       세자는 자기의 서러움을 우리에게 풀려 할 터인데

       무슨 대책을 세워야지 않겠소?

 

       그렇소! 백복(伯服)이 세 살이 넘은바

       이제 예절(禮節)을 모르는 의구(宜臼)를 폐하고

       백복(伯服)을 세자로 세우면 어떻겠소?

 

       그리되면 좋기는 합니다만, 신후가 내궁에 있으니

       신후(申后)를 먼저 몰아내야 할 것이오

 

       유왕(幽王)은 안에서 포사(褒姒)가 설득시키고

       밖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하든 설득해 나갑시다

 

주유왕(周幽王)은 천성이 매우 난폭하고 은혜를 베풀 줄 모르며

또한, 하는 행동마다 정상적이지 않았다.

 

이런 주유왕(周幽王)의 성격에 편승한 소위 삼공(三公)이라는

아첨꾼들인 괵석보(虢石甫), 채공역(祭公易), 윤구(尹球). 세 사람은

자기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으면서, 오히려 세자 의구(宜臼)

보복을 두려워하며, 신후(申后)를 몰아낼 계획을 짜게 되었다.

 

       왕비 신후는 세자 의구가 유배나 다름없이

       신 나라로 떠나버리자 큰 충격을 받게 되었으며,

       그리고 유왕의 얼굴조차 볼 수가 없게 되자,

       점점 기력을 잃으면서 침상에 드러눕고 말았다.

 

왕비 신후는 삼 년이 지나도 유왕이 세자를 불러들이지 않자,

아들 의구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간절해졌으며, 더구나 침상에

누우면 그리움이 굴뚝의 연기처럼 피어올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왕후마마. 너무 걱정치 마시고

       마음을 풀어낼 방도를 찾으시옵소서

 

       오. 예사(禮紗)인가?

       후우, 좋은 방법이 있겠는가?

       왕후마마. 동궁(東宮)이 주상께 하소연하는 겁니다.

 

       주상께서 동궁(東宮)의 편지에 다행히 감동하시오면

       이곳 호경(鎬京)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건 좋은 방법이긴 하다만,

       감시가 심한데 누가 다녀올 수 있겠는가?

 

       제 어미, 온오(温媼)가 의술을 좀 아는바

       진맥과 치료를 받으시면서 몰래 편지를 주시오면,

       제 어미가 반드시 전하도록 하겠나이다.

 

       거참, 다행이로다

       어서 어머니를 부르도록 하여라

       예에, 곧 오도록 부르겠나이다.

 

왕비 신후는 궁녀 예사(禮紗)의 말에 따라, 동궁에게 편지를 썼으며,

예사(禮紗)의 어미 온오(温媼)을 불러 내궁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예사(禮紗)의 어미 되는 온오(温媼) 이옵니다.

       반갑네. 내 몸이 어떠한가?

 

       근심 걱정으로 아주 쇠약해지셨사옵니다

       왕후마마.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시오며,

       매일 산책을 조금씩이라도 하시옵고,

 

       끼니마다 적당한 음식을 꼭 챙겨 드시면서

       원기를 회복하시어야 하옵니다

 

       알겠노라. 막중한 부탁을 하게 되는구나?

       부디 조심하여 잘 다녀오도록 하라

 

       왕후마마. 알겠나이다.

       조심조심해서 잘 다녀오겠나이다.

 

채공역(祭公易)은 내궁(內宮)에 심어놓은 궁녀로부터 긴급한 전갈이

오자, 그는 즉시 군사들을 앞세워 궁문(宮門)을 지키고 있다가,

내궁(內宮)에서 나오는 온오(温媼)을 붙들었다.

 

       거기 서라어디서 나오는 길이냐?

       왕후 마마님을 진맥하고 나옵니다.

 

       몸에 지닌 것을 다 보여라

       왕후께서 주신 비단 두 필뿐이옵니다.

 

       더 지닌 것이 없는가?

       침구(鍼灸)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서 샅샅이 뒤져 봐라.

       젖무덤 속의 이 작은 편지는 무엇인가?

       이 늙은 년을 옥()에 가두어라

 

채공역(祭公易)이 편지를 들고 포사(褒姒)가 있는 경대(璚臺)가자,

괵석보(虢石甫)와 윤구(尹球)가 모여들었으며,

 

포사(褒姒)와 함께 왕비 신후(申后)의 편지를 촘촘히 읽어가며,

모두 회심(會心)미소를 지으면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세자는 읽어보아라

       세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이 어미는 세자를 본지가 하도 오래되어

       눈물로 밤을 새우고 있노라

 

       주상이 요망한 계집을 총애하여

       우리 모자를 떨어져 살게 하였구나

 

       이제 요망한 계집이 아들까지 낳아

       벌써 삼 년이나 지나니 박해가 심하도다

 

       주상은 요망한 계집을 더욱 총애하며

       요망한 계집과 그 무리 들이 언제나 나를

       감시하고 있으니 너무나 비통하구나!

 

       세자는 어미의 말을 잘 들어라.

       이 어미가 바라는 바는 오직 하나이다.

 

       세자가 왕실로 빨리 돌아오는 일이다

       세자는 거짓으로라도 죄를 인정하여

 

       하소연의 상소문을 잘 써서 올려야 하며,

       어떻게 하든 주상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것이다.

 

       주상을 감동하게 만들어야만,

       세자가 호경(鎬京)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자가 둘이 함께 있어야만

       간악한 무리 들을 몰아낼 수 있으며

       세자의 장래를 기약할 수 있는 바가 될 것이다

 

       세자가 호경(鎬京)에 돌아와야만, 우리 모자가

       주상의 무도(無道) 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며,

 

       요망한 계집과 간악한 무리 들을

       하루빨리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세자는 앞날을 잘 생각하여야 한다.

       신중하게 상소문을 잘 써서 잘 올리도록 하라

 

포사(褒姒)는 온오(温媼)가 갖고 나온 비단 두 필을 갈가리 찢고는

방바닥에 뿌렸으며, 아들 백복(伯服)과 함께 평민 옷으로 갈아입고,

궁녀 몇 명도 또한, 평복으로 갈아입혔으며, 이제 경대(璚臺)

떠날 듯이 짐을 싸놓고, 유왕(幽王)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24 . 누가 포사를 웃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