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51 화. 미끼를 쫓아가게 하라.

서 휴 2023. 3. 27. 14:03

16. 나라를 지킨다.

 

51 . 미끼를 쫓아가게 하라.

 

       주공, 신 고거미(高渠彌)가 먼저 공격하겠사오니,

       주공께서는 염려 마시고 신에게 맡기십시오

 

       주공, 신 공자 려() 이옵니다.

       우리가 저 많은 연합군과 한목에 싸우기에는

       우리 군사의 수가 너무나 부족하여

       한 번에 저들을 물리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렇습니다. 신 채족(祭足)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주공. 저들이 함께 쳐들어오긴 하였으나

       얻으려는 목적은 제각기 나라마다 다르옵니다.

 

       네 나라의 목적이 서로 다르다니 무슨 뜻이오

       노(). (). ()는 체면상 가담하였을 것이며,

       위() 나라는 주우(洲吁)가 민심을 달래기 위해

       쳐들어 왔을 것이므로, 이 네 나라 연합군은

       적극적으로 크게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송상공(宋殤公)은 공자 풍()을 잡아가거나

       붙잡아 죽이려 할 것이오니,

       먼저 송상공(宋殤公)의 송군(宋軍)을 빼내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나머지는 힘을 못 쓰게 되옵니다.

       주공, 신 대부 하숙영(碬叔盈) 이옵니다.

 

       신이 공자 풍()과 함께 장갈(長葛)로 가겠사오니

       이 소문을 곧바로 널리 퍼트려

       송상공(宋殤公)이 장갈(長葛)로 따라오게 만드십시오.

 

송상공은 공자 풍()이 장갈(長葛)로 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아주

급하게 송군(宋軍)을 이끌고 말없이 장갈(長葛)로 가버리니, 나머지

네 나라는 송나라가 철수하여 귀국하는 줄로 알게 되었다.

 

송군(宋軍)이 장갈(長葛)로 가버린 걸 파악한 정나라 공자 려()

연합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창을 비켜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위군(衛軍)의 석후(石厚)어서 나오너라

       나. () 나라 공자 려()와 한번 겨뤄 보자

       허 허. 겁도 없구나이 많은 연합군에 덤벼들다니

 

       석후(石厚). 너는 출중한 무예를 지녔다고 하니

       우리 둘이 단신으로 무예를 겨뤄 보자.

       좋다. 단신이라면 더욱 좋다.

       자, 공자 려()는 어서 이리 가까이 오라

 

석후(石厚)와 공자 려()가 수십 합을 겨뤄도 승부가 나지 않자,

그때 공자 려()는 말을 돌려 매복조가 있는 쪽으로 석후(石厚)

유인하다가 따라오지 않자, 신정(新鄭) 성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공자 려()가 신정(新鄭)성으로 달아났다!

       승전고(勝戰鼓)를 울려라!

 

이에 3개국 장수들은 석후(石厚)의 승전고(勝戰鼓)를 울리는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제히 주우에게 달려와 그 연유를 물었다.

 

       상대부 석후(石厚)는 대승을 거두지도 못하였는데

       어찌하여 서둘러 승전고(勝戰鼓)를 울리는 것이오?

 

       송()나라가 저렇게 말도 없이 떠나버렸으니

       나머지 네 나라의 군사력은 약하옵니다.

 

       정() 나라 군사는 원래 강군(强軍) 이오니

       마침 정()의 공자 려()가 달아나버렸으므로

       이 정도의 승리로 만족하셔야 하옵니다.

 

       지금 국내 사정이 불안하온바,

       주공께서 자리를 오래 비우시게 된다면,

       내란이 일어날까 두렵사옵니다.

 

       아 하. 깜박 잊을 뻔 했구나!

       자. 빨리. 서둘러 귀국을 하도록 하자!

       자, 힘차게 승전고를 울려라

 

석후(石厚)가 스스로 공을 세웠다고 또다시 승전고(勝戰鼓)를 울리며

이번엔 회군하라고 하자, 조금 후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다시 또

(), (), () 3국의 장수들이 몰려 들어왔다.

 

       이번 승전을 축하합니다.

       위군(衛軍)을 뭇 제후들이 두려워할 만합니다.

       이번에 정장공(鄭莊公)도 많이 놀랐을 겁니다.

 

       ​송(宋) 나라도 떠났는데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돌아가도 괜찮겠지요?

 

(), (), () 세 나라 장수들이 찾아와 한결같이 칭찬하면서

별 손상 없이 돌아가길 원하자, 주우(洲吁) 자신도 회군할 마음이

있었으므로 쾌히 승낙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귀국 들의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석후(石厚)는 군사들에게 의기양양하게 개선가를 힘차게 부르게

하면서 귀국하였으며. 이번의 전쟁은 불과 5일 만에 끝이 났다.

그때의 개선가를 야인(野人)들이 듣고 지금까지 전하여졌다고 한다.

 

       一雄斃一雄興 (일웅폐일웅흥)

       하나의 영웅이 죽으니 또 영웅이 일어나도다.

 

       歌舞變刀兵 (가무편도병)

       노래와 춤은 칼과 병사로 변하였네

 

       何時見太平 (하시견태평)

       어느 때나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을까.

 

       恨无人兮訴洛京 (한무인혜소락경)

       왕도에 호소하고 싶은 우리 마음이여!

 

석후(石厚)는 힘차게 개선가를 부르게 하면서 입성하여, 백성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였으며, 주우(洲吁)도 길가에 늘어선 백성들의 많은

인파에 어깨를 으쓱이며, 손을 들어 크게 흔들며 답례하는 것이다.

 

주우는 민심을 달래기 위하여 전쟁까지 일으켰으나, 모든 내용을

알게 된 백성은 더욱 군주로 인정을 하지 않으며 따르지도 않는다.

 

       이거 정말, 큰일이로다

       우리가 정() 나라를 굴복시켰다는 것을

       백성들이 믿지 않으며, 따르지도 않는다니

       상대부 석후(石厚)는 어찌 생각하는가?

 

       주공, 백성들이 믿지 않아서 입니다!

       주공. 백성들은 저의 부친 석작(石綽)

       예전부터 모두 믿고 잘 따르고 있었습니다.

 

       으음, 그렇도다

       상경 석작(石綽)께서 나를 도와주기만 한다면

       너무나 좋은데, 석작(石綽)을 불러낼 방법은 없겠소

 

주우(洲吁)는 석작(石綽)에게 귀한 백옥 한 쌍과 쌀 500석을 보내며,

조례에 나와 달라고 내관을 시켜 간곡하게 부탁하였다.

 

       아버님. 주공이 보내주시는 많은 선물을

       왜 거절만 하시나이까?

 

       몸이 아파 조례에 나가지 못하니

       돌려보내는 건 당연하지 않겠느냐!

 

       아버님. 소자를 좀 도와주시옵소서!

       아버님, 주우(洲吁)가 어떻게 하여야,

       올바른 군주로 인정받을 수 있겠나이까?

 

       집을 도망쳐 나간 놈이 어디서 큰소리치느냐!

       아버님, 지난날의 소자를 용서하여주십시오.

 

       주우(洲吁)는 형을 죽인 나쁜 놈이로다.

       하오나, 아버님, 주우(洲吁) 공자는

       열심히 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좀처럼 민심이 가라앉지 않사오니

       아버님께서 도와주시어야 하겠습니다.

 

       다시, 아버님을 잘 모시고자 하오니

       소자의 낯을 봐서라도

       예전처럼 재상직을 맡아주십시오.

 

       나는 이미 늙었도다!

       더욱이 불편한 몸으로 어찌 정사를 보겠느냐!

 

       아버님, 그러시다면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이라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백성들로부터 꼭 인정받아야 하겠느냐?

       아버님, 당연한 일이 옵니다.

 

그 무렵 석작((石綽)은 하루빨리 주우를 물리치고 새로운 군주를

앉혀야! () 나라 장래가 보장된다며 새로운 계책을 찾고 있었다.

 

석후(石厚)가 찾아오는 것도 거절하던 석작(石綽), 깊은 생각을

하다가 백성에게 인정받을 방안을 석후(石厚)에게 가르쳐 준다.

 

       어느 나라든 군위를 이어받으면, 왕실을 예방하여

       승인받는 것이 전통 의례라는 걸 너는 알고 있었느냐?

       예에, 그러하옵니다.

 

       왕을 알현하게 되면, 왕께서는 제후의 예복(禮服)

       면류관(冕旒冠)과 수레를 하사하신다.

 

       그리되면, 왕명으로 제후가 되었는데

       백성인들 어떻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아버님, 좋은 말씀을 하여 주시어 고맙습니다.

       어떻게 하면 왕을 알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겠느냐?

       아버님, 기왕이면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버님, 무슨 말씀이신지요?

 

       지금의 주공은 어긋난 수단으로 군위에 올랐도다.

       만일 왕께서 선군이 어떻게 세상을 떠났냐고

       물으시면 난감해질 수가 있느니라.

 

       이를 잘 넘겨야, 왕의 인증을 받을 수가 있다.

       아버님,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으음, 그렇다면 가까운 진() 나라를 찾아가거라.

       진()나라는 원래부터 왕실과 사이가 좋으니

       진환공(陳桓公) 이러면 원만히 해결해줄 것이다.

       진환공(陳桓公)을 찾아가 부탁하여 보아라.

 

주우(洲吁)는 연합군으로 협조하여주었던, 진환공(陳桓公)을 찾아가기

위하여 귀한 구슬과 비단 등 많은 예물을 준비하였다.

 

석작(石綽)은 이들이 떠나는 걸 보자마자, 앞질러 친한 사이인 진()

재상인 자겸(子鎌)에게 진환공(陳桓公)의 결심을 받아내어, 꼭 시행하길

바라는 서신을 동봉하였으며, 가신 누양견(獳羊肩)을 시켜 급히 보냈다.

 

       자겸(子鎌)에게 꼭 부탁하는 바이오.

       찾아가는 주우와 석후. 두 사람은

       우리 주군을 시해한 나쁜 자들이오니

       바라옵건대 붙잡아 꼭 처형하여 주시옵소서.

 

() 나라의 재상인 자겸(子鎌)은 어릴 적부터 석작(石綽)

동문수학하며, 막역하게 지내면서 서로 존중하는 사이였다.

 

52 . 아들을 죽여 대의를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