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서주는 망하고.
제 27 화. 봉화를 올려 상을 받는다.
신후(申后)를 냉궁(冷宮)에 가두고, 세자 의구(宜臼)를 서민이 되도록
칙지(勅旨)를 내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신(申)나라 신후(申侯)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참지 않고 즉시 상소문을 보내면서
어떻게 하든 호경(鎬京)의 주유왕(周幽王)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왕께서는 삼가 읽어주시옵소서.
옛날의 걸왕(桀王)은 말희(妺喜)를 사랑하다가
하(夏)나라를 망쳤으며
상(商)나라 주왕(紂王)은 달기(妲己)를 총애하사
상(商) 나라를 망치고 말았나이다!
주상께서 포사(褒姒)를 총애(寵愛)하사
왕비인 신후(申后)를 냉궁(冷宮)에 가두시고
세자 의구(宜臼)를 서민(庶民)으로 만들었사옵니다.
왕께서 적계(嫡系)를 폐하고 서계(庶系)를 세웠으니
이는 부부의 의에 어긋나며 부자의 정까지 끊으심이라
주상께서는 하(夏) 나라와 상(商) 나라처럼
망한 전철(前轍)을 밟으려 하시옵니까?
주상께서는 이제라도 혼란한 어명을 거두시어
이제 하루빨리 왕비와 세자를 복위시키시고
망국의 재앙을 피하시옵소서!
주유왕(周幽王)은 신후(申侯)의 상소문을 읽자마자 크게 화를 내며,
앞에 놓여있던 안상(案床)을 내려치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포사(褒姒)로 인하여 나라가 망하겠다니!
괘씸하도다. 어찌 함부로 망발을 입에 올리는가!
주상, 신후(申侯)는 신후(申后)와 세자의 일로
상소를 올렸다고 하오나?
주상, 이는 원한에 사무친 망발이 되옵니다.
그렇다면 이 일을 어찌하여야 좋겠는가?
주상, 신후(申侯)는 원래 공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저 왕비의 아비로 공작(公爵)이 된 것입니다.
이미 왕후와 세자를 폐하였으니
마땅히 신후(申侯)의 작위도 깎아내리십시오!
좋도다. 공작(公爵)에서 백작(伯爵)으로 깎아내려라!
하옵고, 군사를 보내어 그 죄를 다스려
주상의 후환을 없애야 하나이다.
좋다. 괵석보(虢石甫)는 군사를 일으켜
신(申) 나라를 토벌하고 빨리 돌아오도록 하라!
주유왕(周幽王)은 신후(申侯)의 작위를 깎아내리고, 신(申) 나라를
토벌하겠다며 군사 징발을 서두르게 명하였는데, 이때 신후(申侯)는
심복인 대부(大夫) 여장(呂章)으로부터 긴급히 상황을 알게 된다.
주공. 대부(大夫) 여장(呂章)이 아뢰오!
호경(鎬京)에서 이 먼 길을 어찌 이리 빨리 왔는가?
여장(呂章)은 상소문을 잘 올렸는가?
주상이 상소문을 보고 크게 화를 냈습니다!
주공, 긴급히 보고할 사항이 있나이다.
긴급하다니 무슨 일인가?
주공, 유왕(幽王)이 상소문을 읽고 난 후
우리 신(申) 나라를 토벌하고자 괵석보(虢石甫)를
장수 삼아 군사를 징발하여 곧 쳐들어올 것입니다.
허 어, 이거 큰일 났구나!
우리 신(申)나라는 나라가 작기도 하고
군사도 얼마되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여장(呂章)은 호경(鎬京)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상이 무도하여 어진 신하들이 다 떠나갔사옵니다.
호경(鎬京)은 마치 빈 곳과 같이 되었사오며
백성의 원성만 자자한 곳이 되고 말았나이다!
어서 제후들에게 서둘러 연락하라!
아무래도 제후 군으로 주상을 몰아내야 하겠다!
주공, 제후국을 동원하려면 정당성을 이해시키고,
군사를 동원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옵니다.
곧 왕실의 왕사군(王師軍)이 쳐들어올지 모릅니다.
주공, 주공의 뜻이 주상을 쫓아내고
단지 세자만을 옹립하고자 하시는 거라면,
굳이 제후 군을 동원할 필요가 없사옵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다는 것이오?
우리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견융(犬戎) 이나,
서융(西戎)만으로도 가능하옵니다.
그렇지, 단지 주상에게 겁을 주어 내쫓아버리고
세자를 옹립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좋도다. 뇌물을 준다면 서융(西戎) 보다
견융(犬戎)이 우리와 잘 통할 것 같다.
대부 여장(呂章)은 견융(犬戎)을 찾아가
대족장(大族長)인 견융반(犬戎班)에게 잘 말하여라!
세자가 옹립되면 곧바로 철수해야 한다고 일러라!
또한, 호경(鎬京)의 백성에게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
견융(犬戎)은 꼭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라!
약속만 잘 지킨다면 사고(司庫)에 있는 금은과
비단을 모두 견융(犬戎)에게 주겠다고 알려라!
신(申)나라 대부 여장(呂章)은 견융의 족장인 견융반(犬戎班)에게
황금과 비단을 한 수레를 갖다 주며, 견융족을 동원하게 하였다.
견융(犬戎)의 용사(勇士)들이여!
나 견융반(犬戎班)의 말을 들어라!
주유왕(周幽王)이 무도하여 왕비를 냉궁(冷宮)에
가뒀으며, 세자를 폐위시켜 서민을 만들었다!
신후(申侯)가 주유왕(周幽王)을 폐위시키고,
세자 의구(宜臼)를 옹립하고자,
우리 용사(勇士)들을 부르는 바이다!
우리가 호경(鎬京)에 쳐들어가게 되면,
왕실의 많은 황금(黃金)과 비단(緋緞)을
우리가 다 가져가도 좋다고 하였다.
각 부족(部族)은 용사(勇士)들을 이끌고
모일(某日)에 다 같이 이곳에 모여 나를 따르라!
이때 견융(犬戎)의 용사들이 한 번에 무려 15,000여 명이나 많이
모여들었으며, 그때 우선봉(右先鋒)은 장수 패정(孛丁)으로 삼고,
좌선봉(左先鋒)은 장수 만야속(滿也速)에게 맡겼으며,
중군(中軍)은 견융반(犬戎班)이 직접 지휘하기로 하였다.
신후(申侯)도 병거(兵車) 200승에 3000명의 군사를 인솔하였으며,
호경(鎬京) 성 앞에 도착하여, 견융(犬戎)과 함께 진용을 갖추었다.
누가 기밀을 누설했구나!
우리는 군사도 모으지 못하였는데
신후(申侯)가 먼저 선수를 치고 말았구나!
신후(申侯)가 견융(犬戎)까지 동원하여
이렇게 우리 호경(鎬京)을 포위하였다니
이제 이거 정말 큰일이 나고 말았구나!
이 일을 어찌해야 하겠는가?
속히 여산에서 봉화(烽火)를 올리도록 하라!
제후들에게 어서 빨리 오라고 불러라!
여산(驪山)의 봉화 연기가 북소리와 함께 며칠째 우렁차게 멀리
멀리 퍼져나갔으며, 주유왕(周幽王)은 눈알이 빠지도록 며칠째
기다려봐도, 그러나 찾아오는 제후(諸侯)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군사도 모으지 못하였는데
이 참화를 어떻게 모면하면 좋으랴!
진작에 정백(鄭伯)의 말을 들어야 했는데
이제 어찌하면 좋겠는가?
주상, 지나간 일을 후회만 하시면 어찌하옵니까?
신. 정백(鄭伯) 우(友)가 힘을 다하여
주상을 안전하게 보필하겠나이다!
숙부님, 잘 좀 부탁합니다.
괵석보(虢石甫) 야. 왜 이리 군사 동원이 늦느냐?
뭘 하고 있었느냐. 빨리 서둘러라!
주상, 오랑캐 놈들은 조무래기들이옵니다.
너무 염려치, 마시옵소서.
그으래. 괵석보(虢石甫)는 먼저 선수를 쳐봐라!
저놈들 세력이 어느 정돈가 먼저 알아보아라!
괵석보(虢石甫)가 병거(兵車) 200승과 왕사군(王師軍)을 이끌고,
견융(犬戎)을 대적하려 호경(鎬京) 성문 앞으로 힘차게 나아갔다.
야! 이 오랑캐 놈들아!
내가 삼공(三公)인 괵석보(虢石甫) 이니라!
어서 물러가던가! 어서 덤벼 보아라!
저놈은 간신 괵석보(虢石甫) 이다.
누가 나서 저놈을 죽이겠는가?
견융반(犬戎班)임, 제가 가겠소이다!
우선봉(右先鋒) 패정(孛丁)이 나아가
단숨에 저놈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괵석보(虢石甫)는 무사가 아니라, 일개 간신(奸臣)에 지나지
않으니, 어찌 산야를 누비는 장수 패정(孛丁)을 당할 수 있으랴!
괵석보(虢石甫)는 패정(孛丁)의 춤추는 칼날에 열 합도 버티지
못하고 금방 몸이 두 동강 나고 말았다.
사기가 오른 견융(犬戎)의 용사들이 칼을 휘두르며,
호경(鎬京) 성안으로 난입하여 불을 지르고,
성민(城民)을 닥치는 대로 죽이면서
호경(鎬京) 성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신후(申侯)는 냉궁(冷宮)에서 딸인 신후(申后)를 구해내고 나오며,
견융(犬戎)의 무질서한 약탈에 성안이 온통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크게 당황하였으며, 이에 탄식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견융반(犬戎班)을 찾아 헤매고 다녔다.
왕이시여, 어서 피하십시오!
북문(北門)으로 나갈 수 있사옵니다!
어서 수레에 오르시어 빨리 떠나셔야 하옵니다.
아, 알겠도다. 모두 타고 빨리 도망가자!
주유왕(周幽王)은 포사(褒姒)와 백복(伯服)과 함께, 급한 김에
겨우 작은 수레를 타고 북문(北門)을 빠져나와 달아나고 있었다.
제 28 화. 몸은 죽고 나라는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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