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 화. 어찌해야 왕후가 될까.
포사(褒姒)를 주상께 받히고자 합니다!
포사(褒姒) 야! 어서 얼굴을 보여라!
호오. 이렇게 어여쁜 아이가 있었단 말이냐?
주상께 받히려면 먼저 절차가 있느니라!
내가 먼저 침궁(寢宮)의 예법을 가르쳐야겠도다.
공께서 하룻밤 데리고 주무시는 건 좋사오나?
여자의 두 입이 대가를 치르게 하지요!
허 어. 그렇도다!
왕께 바칠 여자는 손댈 수가 없도다.
앞으로 나에게 잘하여야 한다!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때마다
이, 괵석보(虢石甫)에게 말하여라! 알겠느냐?
홍덕(弘德)은 많은 예물과 함께 포사(褒姒)를 유왕(幽王)에 바치고
옥(獄)에서 아버지 유포(有褒)을 모시고 나와 집으로 향했다.
나으리.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부인도 고생이 많았구려.
아들아. 어떻게 나를 구하였느냐?
재물과 어여쁜 여자아이를 받쳤사옵니다!
여자아이와 나를 바꿨단 말이지?
부끄럽사오나 그렇습니다.
비통하구나! 어쩌다 저런 왕을 만났단 말이냐!
안 되겠다! 호경(鎬京)은 오래 있을 곳이 못 된다.
잘못하다간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겠도다!
조용히 먼 곳으로 이사를 떠나가자!
주유왕(周幽王)은 많은 미녀와 주색잡기(酒色雜技)를 하여 보았으나,
너무나 어여쁘면서도, 궁중 예법을 잘 지키며, 정중하게 행동하는
포사(褒姒) 같은 여인은 일찍이 만나보지 못하였었다.
포사(褒姒)는 아름다울 뿔만 아니라,
태생적(胎生的)으로 성교(性交)의 기술인
방중술(房中術)에 뛰어나다 보니,
사내가 찰진 늪 속에 빠진 듯하여
힘들게 발을 조금 빼내려 하면,
또다시 끌어당기면서
즐거움 속에 기진맥진하게 하며,
방중술(房中術)의 기쁨을 주는 여인이었다.
첫날부터 완전히 매료 (魅了)시켜버리자, 유왕(幽王)은 항상
포사(褒姒)를 자기 곁에 머물게 하여, 총애를 독차지하게 되었다.
포사(褒姒)를 만난 주유왕(周幽王)은 다음날부터 거처(居處)를
옥(玉)으로 지은 아름다운 경대(璚臺)로 옮기고, 매일 포사(褒姒)를
끼고 살면서 정사는 더욱 뒷전으로 하였다.
유왕(幽王)이 조당에 나오지 않게 되자, 군신들이
조문 앞에서 문안 인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다가,
모두가 얼굴도 보지 못한 체 탄식만 하고 물러갔다.
이때가 주유왕(周幽王) 재위 4년 차이며 기원전 788년의 일이었다.
이 일을 두고 어느 사가(史家)가 시를 지어 부른 노래가 있다.
折得名花 字國香 (절득명화 자국향)
아름다운 꽃이 꺾이더니 나라에 향기를 뽐내더니
布荊一旦 拵匡床 (표형일단 존광상)
시골에서 하루아침에 임금의 품으로 들어갔도다.
風流天子 渾閑事 (풍류천자 혼한사)
잘 노는 천자가 모든 일에 한가롭기만 하다니
不道龍 已伏殃 (부도용시이복앙)
아직 용의 정기로 재앙을 당한 건 아니로구나.
주유왕(周幽王)이 3개월 동안이나 왕비인 신후(申后) 곁에 가지
않자, 기어코 내궁(內宮)에서 평지풍파(平地風波)가 일어나고 만다.
요즘, 새로 들어온 여자아이가 있다는데
어찌하여 내궁(內宮)에 인사가 없느냐?
썩 데리고 와서 무릎을 꿇려라!
왕후마마, 안 되면 끌고 오려 하였으나
언제나 주상과 함께 있으니
더는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있나이다!
뭐라고? 어서 앞서 거라!
내가 가보아 눈으로 봐야 하겠다!
주상께선 무얼 하고 계시오?
아니. 왕비께서 예까지 웬일이시오?
저 아이가 새로 들어온 아이요!
어디서 온 천한 것이냐?
어서 무릎을 꿇지 못할까!
내궁의 법도(法道)를 어지럽히는 요망한 년이로구나!
왕후, 아! 아니 미안하오!
과인(寡人)이 새로 얻은 미인이요!
왕후는 잠시 참도록 하시오!
내일 내궁(內宮)으로 들여보내겠소!
포사(褒姒)는 내일 꼭 내궁에 들어가도록 하여라!
알았느냐? 꼭 가봐야 한다!
포사(褒姒)는 주유왕(周幽王)과 신후(申后)의 연이은 호통 소리에도
내궁으로 인사를 가지 않으면서, 연락이 오더라도 무시해버린다.
어마마마. 왜 침울하시옵니까?
아아, 분통이 터지는구나!
어마마마, 무슨 일이 있사옵니까?
새로 들어온 포사(褒姒) 라는 계집이 왕의 총애를 믿고,
삼 개월이 넘도록 내궁(內宮)에 찾아오지도 않고
인사도 올리지 않는구나!
아니 저런. 그런 일이 다 있었다니요?
주상께서 총애하니 난감하구나.
어마마마는 육궁(六宮)의 주인이십니다!
육궁(六宮)은 왕후(王后)와 후궁(後宮)이 사는 여섯 채의 집이 있는
궁궐을 말하며, 왕후(王后)가 사는 정침(正寢) 한 채와 후궁(後宮)이
사는 연침(燕寢) 다섯 채를 통틀어 육궁(六宮)이라 하였다.
어마마마, 아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내일이 초하루니, 소자가 처리하겠습니다!
초하룻날이 되자, 주유왕(周幽王)이 조례에 나가고 경대(璚臺)에는
포사(褒姒) 혼자만 있다는 걸 뻔히 아는 세자 의구(宜臼)는 그
때를 이용해 내시들을 데리고 가서, 경대(璚臺)의 화단(花壇)에
많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들을 마구 꺾어 댔다.
동궁(東宮)마마님. 아니 되옵니다!
꽃들은 상감님과 마마님이 즐기시옵니다.
왜. 그리 소란스러우냐?
마마님. 허락 없이 꽃들을 마구 꺾습니다!
무엇 하는 사람들인데 행패를 부리느냐!
경대(璚臺)에서 썩나 가지 못할까?
마마님이 나가라 할 때, 어서 나가세요?
상감(上監)께서 납시면 큰일 납니다!
방금 무어라 하였느냐?
누가 마마님이라고 부르라 하였느냐!
내명부(內命婦)에 이름도 올리지 않은 년을
누구 마음대로 마마님이라고 부르라 하였느냐?
네년이냐? 네가 포사(褒姒) 라는 계집이냐?
동궁(東宮)마마님. 마마님의 머리채를 놓으십시오.
어디서 굴러온 천한 것이 내궁(內宮)을 어지럽히느냐!
동궁(東宮)마마님. 마마님의 머리채를 놓으십시오.
누구 마음대로 마마님이라고 부르느냐?
에 키. 자, 실컷 마저 보아라.
동궁마마님. 때리지, 마시옵소서?
네 이년, 오늘은 이쯤하고 간다만
다음번엔 죽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어라!
주유왕(周幽王)은 일찍이 신후(申侯)의 딸을 세자빈(世子嬪)으로
맞아 신후(申后)라 부르게 되었으며, 아들 의구(宜臼)를 세자로
책봉(冊封) 하였던바이므로, 그 기세가 매우 등등하였다.
아니. 포사(褒姒)야, 옷단 장도 안 하고
왜 머리가 이리 헝클어져 있느냐?
어어 엉. 어어 엉. 억울하옵니다!
허허, 왜 그리 슬피 우느냐?
동궁(東宮)이라며 이곳에 갑자기 쳐들어와
화단(花壇)의 꽃을 마구 꺾고 있어.
소녀가 말리자 마구 때렸사옵니다!
궁녀들. 너희는 무얼 하고 있었느냐?
궁녀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더 맞았을 것입니다!
내궁에 찾아가 인사를 올리라고 하지 않았느냐?
왕후가 괘씸하게 생각한 것이로다.
내 혼을 내줄 테니 참도록 하여라!
주상. 소녀를 궁에서 내보내 주옵소서?
궁 안에 있다간 오늘처럼
왕비와 동궁에게 맞아 죽게 되옵니다!
소녀 한 몸 죽는 건 괜찮사오나?
뱃속에 두 달 된 아기가 있사오니
밖에 나가 아기라도 잘 키우겠습니다!
궁에서 어서 내보내 주시옵소서?
아니, 정말! 아이를 뱄단 말이냐?
허 어. 기쁘고 정말 기쁜지고!
염려 마라! 내가 혼을 내주마!
잠시 혼을 내주어도 소용없사옵니다.
언제 또 찾아올지 불안하옵니다.
소녀를 궁에서 내보내 주시옵소서?
밖에서 아기라도 잘 키우겠사옵니다.
알겠노라. 염려하지 마라!
주유왕(周幽王)은 포사(褒姒)가 아이를 뱄다는 말에 너무
기뻐하여 흥분하게 되었으며, 다음날 긴급히 조례를 열게
하여, 신료(臣僚)들이 다 모이자, 큰소리로 명령을 내리었다.
제 25 화. 드디어 왕비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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