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 화. 포사를 누가 웃길까.
용(龍)의 침으로 태어난 포사(褒姒)는 어여쁘면서
명석한 머리와 넘치는 애교를 절제하며
드디어 유왕(幽王)을 완전하게 홀리었다.
이 사건으로 포사(褒姒)는 신후(申后)를 몰아내고,
드디어 왕비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으며,
포사(褒姒)의 아들 백복(伯服)은 세자가 되었다.
주유왕(周幽王)은 포사(褒姒)를 왕비로 삼았고 백복(伯服)을 세자로
책봉하고 나자, 일부 부당하다고 반발하는 자들은, 세 사람 삼공이
의구(宜臼)의 패거리로 몰아붙이며 가차 없이 죽여 버리니, 이제는
옳은 소리를 아무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말았다.
주상이 올바른 정사를 펴지 않고 있으니
이제 삼강(三綱), 오륜(五倫)마저 끊어졌도다!
이제 주(周) 나라가 망하지 않겠는가?
아 애달프구나!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누가 있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겠는가?
태사 백양보(伯陽父)를 비롯하여 남은 중신들마저 벼슬을 내놓고
고향으로 떠나버리자, 아첨꾼 괵석보(虢石甫), 채공역(祭公易),
윤구(尹球), 이들 세 사람인 삼공(三公)만이 남게 되었다.
이 삼공은 오르지 주유왕의 비위를 맞춰가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자기들만 잘 살겠다며 제각기 재물만을 모으고 있다.
포비(褒妃)야 !왕비가 되어 기쁘지 않으냐?
주상. 못된 왕비를 쫓아낸 것뿐이지요!
포비(褒妃)야? 기쁘면 기쁘다고 웃어봐야지?
나를 만나 한 번도 웃어본 일이 없는 것 같구나!
주상, 소녀는 원래 잘 웃지를 안 사 옵니다!
포비(褒妃)야! 무얼 하면 웃어 보이겠느냐?
소첩은 딱히 좋아하는 것이 없사오나?
그저 비단 찢는 소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 여봐라! 사고(司庫) 지기에게 말하여
먼저 비단 100필을 가져오도록 하라!
자. 이 비단 들을 시녀 둘이서 힘껏 찢어보아라!
찢어지는 소리가 크게 나야 하느니라!
주유왕(周幽王)은 매일 비단(緋緞) 백 필씩을 가져와 시녀를 시켜
찢게 하였으나, 그런데도 포사는 쉽게 웃지 않았다.
갓난아기 적, 세필의 비단으로 포씨(褒氏) 집안에
넘겨져 포사(褒姒) 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으며,
처녀가 되어서는 유포(有褒)의 아들 홍덕(弘德)에게
비단 300필에 팔려 다행히 왕비가 되었다.
왕비가 되기까지의 지나간, 과정을 생각하면
설움에 복받쳐 얼굴의 뺨 부근이 붉어지며,
경련을 일으키듯 입술이 엷게 떨게 되며
입술이 약간 가늘게 벌어지기도 하면서
남이 알아듣기 힘든 한숨을 토해냈다.
이를 무심코 지켜보던 유왕(幽王)은 포비(褒妃)의 작은 미소로
착각하여, 포비(褒妃)가 웃는 거라고 뛸 듯이 기뻐하였으며,
매일 비단을 가져오게 하면서 더욱 큰 소리로 찢게 하였다.
사고(司庫)에 있던 비단(緋緞) 이 바닥이 나자,
제후들에게 보내오게 독촉하거나
백성들로부터 강제로 징발하니,
제후들과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져만 갔다.
한동안이 지나자, 포비(褒妃)는 비단 찢는 소리에도 싫증이 난
듯하였으며, 어느 날부터는 입술도 움직이지 않은 채로 멍하게
앉아있는 것이었다.
어여쁜 포비(褒妃)야!
내 너를 기어이 크게 웃도록 만들겠노라!
주유왕(周幽王)은 포비(褒妃)가 환하게 웃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하여, 악공들을 부르고 궁녀들에게 춤을 추게 하면서, 술잔을
바치게 하였으나, 포비는 전혀 기뻐하지 않으며 웃지않았다.
방을 붙이노라!
포비(褒妃)를 웃기는 자에게 천 냥의 상금을 주리니
이곳 여산(驪山)에서 재주를 보이도록 하라!
포비(褒妃)를 웃기는 자에게, 천 냥의 상금을 주겠다는 방(榜)을
보게 되자, 여산驪山의 임시 궁에는 많은 재주꾼이 모여들었다.
여산(驪山)의 임시 궁에는 많은 예인(藝人)이 모여들어, 꾀꼬리
같은 밝은 노래를 부르며 웃기려 하거나, 아름다운 무용수가
멋들어진 춤을 추며 웃기려 하였다.
어느 사람은 깜빡 속이는 요술을 보여주며,
신기함으로 웃게 하려 하거나,
몸매가 아름다운 처녀가 건장한 청년과 체조하면서
아슬아슬한 묘기를 보이며 찬사를 받으려 하였고
또 다른 사람은 연극이나 만담으로 웃기려 하였다.
그러나 끝내 포사(褒姒)가 웃지를 않으니,
주유왕(周幽王)의 노력은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다.
주유왕(周幽王)이 여산(驪山)의 임시 궁에서 밤늦도록 포사(褒姒)
와 함께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을 때였다.
그때 여산(驪山) 정상의 봉수대(烽燧臺) 지기가 술에 취하여,
잘못 받은 전갈에 그만 봉화를 올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봉화(烽火)가 산마다 연이어 피어오르자,
융족(戎族)의 침범이 있는가 하여,
제후(諸侯)마다 밤을 새워가며 군사들과 함께
황망히 여산(驪山)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융족(戎族)의 침범이 아니라, 잘못 올린 봉화(烽火)라는 걸
알아차리고, 제후들은 낭패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멋쩍어하였다.
봉화의 연기를 보고 허겁지겁 밤새워 달려온
군사들이 잘 못 올린 봉화라는 걸 알게 되자,
허탈감에 빠져 여기저기서 투구를 내동댕이치고,
갑옷을 벗어 던지기도 하고, 창과 칼로 군 장비를
두들기며 몹시 화를 내는 행동을 하게 되었다.
이 어이없는 광경을 보게 된 포사(褒姒)는 생각 없이 하얀 이를
드러내어 깔깔 웃자, 이를 본 주유왕(周幽王)은 뛸 듯이 기뻐했다.
여기에서 단순호치(丹脣皓齒)라는 말이 생겨난다.
붉을 단(丹). 입술 순(脣). 하얄 호(皓). 이빨 치(齒).
붉은 입술을 벌리며 하얀 이를 드러내 웃는다.
주유왕(周幽王)은 너무나 기뻐하며, 술 취한 봉수대 지기에게 천냥의
상금을 주며, 노고를 크게 위로하는 어이없는 짓을 저질렀다.
아름다운 포사(褒姒) 야. 너의 웃는 얼굴이
나의 애간장을 다 녹이고 마는구나!
정말. 너의 미소가 어찌 이리 어여쁠 수가 있느냐?
내가 그리도 보고 싶던 너의 웃는 얼굴은
백 가지 교태(嬌態)가 서려 움직이며,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나를 탄복(歎服)하게 만드는구나!
오, 아름답도다. 포비(褒妃) 여!
오, 내 사랑하는 포비(褒妃) 여!
주유왕(周幽王)은 세상의 어떤 것이 포사(褒姒)의 웃는 얼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겠냐는 착각을 하게 되며 제정신이 아니었다.
자, 또 한 번 봉화를 올려라.!
주상, 봉화를 올리다니요?
방금 말한 자가 누구냐?
주상, 신. 정백(鄭伯) 우(友) 이옵니다.
주상, 무슨 일로 봉화(烽火)를 올리려 하시나이까?
제후들이 얼마나 빨리 모이나 보려고 하오.
주상, 그런 마음이시라면 올리지, 마시옵소서!
주상, 봉화는 외적이 쳐들어오거나,
긴급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 올리는 것이며,
가깝고 먼 제후들에게 빨리 오라는 뜻이옵니다.
봉화를 본 제후들은 재빨리 군사를 이끌고
왕궁으로 모이라는 신호가 되옵는데
만약 거짓으로 봉화를 올리게 된다면,
제후들이 주상을 믿지 않게 돼 오며,
그리되면 제후들이 따르지 않게 되나이다!
주상, 제후들에게 봉화로 시험하지, 마시옵소서!
주상, 큰 재앙이 따라올 수 있나이다!
천하가 태평한데 무슨 변란이 일어난단 말이오?
왕실에 사도(司徒)로 와있던 정(鄭)의 제후 정백(鄭伯) 우(友)가
적극적으로 만류하자, 유왕(幽王)은 한동안 망설이고 있다가,
정백(鄭伯) 우(友)가 퇴청하는 걸 알아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봉수대(烽燧臺)에 연락하여 긴급히 봉화를 올리게 하였다.
이번에는 설마 잘못 올린 건 아니겠지!
연기가 더 세차게 피어오르는구나?
이거 연기가 점점 커지는구나!
아마도 큰일이 난 모양이다.
일찍 서둘러 왕궁으로 달려 가보자!
제후들은 군사를 긴급히 소집하여, 밤을 새워가며 바삐 왕궁으로
달려왔으나, 유왕(幽王)과 포사(褒姒)는 높은 누각(樓閣)에서
굽어보고 있으면서 깔깔 웃으며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다.
숨을 몰아쉬며 몇 밤을 달려왔는데,
아무 일도 없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정말 미치겠네! 무슨 소리야!
한 여자를 웃기기 위한 장난이라니!
젠장, 정말 너무나 한심한 왕이로구나!
처음과 다음에는 힘껏 달려왔지만, 그다음에는 멀리서 봉화의
연기가 피어올라 멀리까지 퍼져나가도, 장난질이라며 아무도
따르지 않았으니, 봉화의 연기와 더불어 주유왕(周幽王)의
위세도 땅바닥에 떨어져, 아무도 믿지 않게 되었다.
良夜驪宮 奏管簧 (양야여궁 주관황)
좋은 밤에 여궁에서 피리와 생황을 타는구나.
无端烽火 燭穹蒼 (무단봉화 촉궁창)
괜히 봉홧불을 하늘에 올리고 있구나.
可怜列國 奔馳苦 (가령열국 분치고)
고생하며 힘껏 달려온 제후들이 불쌍하도다.
止博褒妃 笑一場 (지박포비 소일장)
단지 포비의 한번 웃는 걸 보기 위해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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