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20 화. 아기는 어디로 갔을까.

서 휴 2023. 3. 16. 14:28

20 . 아기는 어디로 갔을까.

 

신기하게 생각한 장인(匠人) 남자는 강으로 들어가, 떠내려오는

물건을 붙잡고 강가로 나와 물건을 쳐다보니, 작은 돗자리가

둘둘 말려 있어 풀어보니 갓 난 여자아이가 강보(襁褓)에 싸여

있었으며, 그제야 으앙! 하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였다.

 

       이 갓난아기를 누가 버렸을까?

       많은 새가 물에 가라앉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봐

       이는 필시 고귀한 신분의 아이일 것이야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내가 키운다면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

 

시인 염옹(髥翁)은 이 여아가 목숨을 구한 것은, 오로지 기이한

운명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하면서 시를 지어 노래했다.

 

       懷孕遲遲四十年 (회잉지지사십년

       아이를 밴지 장장 40년이라니

 

       水中三日尙安然 (수중삼일상안연)

       물에서 3일 동안 안전할 리가 있었겠는가?

 

       生成妖物殃家國 (생성요물앙가국)

       요물이 생겨나서 나라에 재앙을 안기는데,

 

       王法如何勝得天 (왕법여하승득천)

       왕법이 어찌 하늘의 뜻을 헤아리겠는가?

 

혹시 보물인가 하여 크게 기대를 걸었던 장인(匠人) 남자는

엉뚱하게도 얼떨결에 강보(襁褓)에 싸인 갓 난 여자아기를

안고는 어쩔 줄 몰라 처량하게 눈물을 짓다가, 장차 키우면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품게 되었다.

 

       이 아기가 바로 용()의 침으로 도마뱀이 되었고

       용()의 정기(精氣)로 낳아서 버려진 여자아기였다.

 

       주선왕(周宣王)이 그렇게 찾으려 애쓰던 아기란 걸

       전혀 모르는 장인(匠人) 남자는 오히려 가엾어하며,

       걸어가는 동내마다 정성껏 젖을 얻어 먹이면서

 

       그 옛날 두 용()이 살았다는 용()의 고향이며

       자기의 고향 길목인 먼 포성(袌城)까지 오게 되었다.

 

포성(褒城)은 현 섬서성(陝西省) 한중시(漢中市)의 옛 지명이다.

장인(匠人)의 부인을 잡아서 참수시켜버린 주선왕(周宣王)

액땜이라도 했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다.

 

주선왕(周宣王)3년이 지나자 재위 43년이 되어, 큰 제사가

있는 해였기에, 미리 와서 재궁(齋宮)에 머물게 되었다.

 

       한밤의 축시(丑時)가 되자, 적막하기 그지없는 그때,

       문득 흰옷을 살랑거리는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며

       궁궐 서쪽에서 걸어들어와, 왕실의 사당(祠堂)

       태묘(太廟)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여인의 신분으로 태묘(太廟)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엄격한

금도(禁道)가 되어있어, 이를 범하는 것은 괴이한 행동이었다.

 

       여인은 태묘(太廟) 안에서, 크게 세 번 웃더니

       또 큰소리로 세 번 슬픈 곡을 하였다.

 

       그리고 여인은 칠묘(七廟)에 걸어 다니며,

       신주(神主) 일곱 개를 한 다발로 묶어서는

       동쪽 문으로 나가버리는 것이다.

 

이를 본 주선왕(周宣王)은 깜짝 놀라면서 황급히 쫓아가 잡으려고

큰소리를 질렀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 둘러보니, 허망하기

짝이 없는 한낱 꿈이었다.

 

칠묘(七廟)는 주선왕(周宣王)이 제사 올리는 일곱의 조상신이다.

문왕(文王)과 무왕(武王), 희씨(姬氏)의 시조 후직(后稷) (),

그리고 문왕(文王)의 고조부 되는 아어(亞圉) , 증조부 되는

공숙조류(公叔祖類)와 조부 태왕(太王)인 고공단보(古公亶父),

마지막으로 아버지 계력(季歷) 등 일곱 명의 신위(神位)를 말한다.

 

       태사(太史)는 나의 꿈을 어찌 생각하는가?

       주상, 3년 전에 아뢴 바를 기억하시는지요?

 

       여인으로 인하여 재앙(災殃)이 생긴다. 하였던바

       아직 요망(妖妄)한 기운이 제거되지 않았나이다

 

       궁시(弓矢)를 만든 여인을 참()한 것으로는

       요망한 기운이 없어지지 않았단 말인가?

 

       주상, 천도(天道)는 현묘(玄妙)하여 때가 다가와야!

       그 어떤 징조를 보여주시옵니다

 

       일개의 촌 아낙의 참수로 어찌 천도(天道)

       기운을 막았다고 볼 수 있겠나이까?

 

주선왕(周宣王)은 태묘(太廟)에서 구헌(九獻)의 예를 올리고 나자,

신료들에게 제사음식인 조()를 나누어주었다

 

       조례(朝禮)에 빠짐없이 다 모였는가?

       주상. 조례(朝禮)를 시작하셔도 되옵니다.

 

       자, 제사를 마치고 음복(飮福)을 위하여

       술과 제육(祭肉)을 나누어 주노라.

 

주선왕(周宣王)은 활과 화살집을 만드는 여인을 붙잡아 참수(斬首)

시켰으므로, 요망한 기운이 사라져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가,

태묘(太廟)에 들어왔던 하얀 여인이 생각나자,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또한 요망(妖妄)한 갓난아기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태사(太史)

말을 듣고 나서는, 더욱 울화가 치밀어 올랐으며, 이에 마음이

불안해지면서 어찌할 줄을 몰라 분개하다가 말을 하였다.

 

       모두 다 듣도록 하라!

       모두의 덕으로 나라가 이만큼 편안해졌으나,

       아직 한 가지 일이 정리되지 않아 걱정이로다!

 

       상대부 두백(杜伯)에게 묻겠노라!

       그대는 어찌하여 요녀(妖女)에 관한 이야기를

       3년 동안이나 한마디 보고조차 하지 않느냐?

 

       주상, 신이 요녀(妖女)에 대하여 청수하(淸水河)

       주변의 온 마을을 샅샅이 뒤져보았으나

       종적(蹤迹) 조차 찾을 수가 없었사옵니다.

 

       그렇다면, 누가 건져 갔다거나, 어떻게 되었다는

       소문을 하나도 못 들었다는 것인가?

 

       주상, 청수하(淸水河) 주변의 많은 마을을 온통

       뒤져보았으나,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나이다.

 

       보았다는 사람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그에 대한 소문도 전혀 듣지 못하였나이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어찌하였는가?

       지난번 궁시(弓矢)를 가져온 요망한 계집도 참수시켰고,

 

       빼앗은 궁시(弓矢)도 수레와 함께 모두 불태웠으며

       어린아이들의 궁시(弓矢) 노래도 잠잠해졌나이다.

 

       주상, 이에 요망한 기운이 사라졌다고 보았기에

       이제 온 나라가 조용해졌다고 생각하였나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였느냐?

       계속 수색만 하면 백성들이 몹시 놀랄 것 같았으며

       또한, 더는 효과가 없었으므로 중지시켰사옵니다.

 

       그런 후로 아무런 일도 없이 조용해졌사옵니다

       주상, 무슨 일이 또 있으시옵니까?

 

       그렇다면 왜 그동안 명백히 아뢰지 않았느냐?

       네 맘대로 수색을 중지하다니 되는 말인가!

 

       어떻게 하든 꼭 찾아야 했지 않았겠냐!

       이는 왕명을 게을리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대는 그동안 태만하게 수색하였다는걸

       끝까지 자백하지 않는단 말이냐!

 

       주상, 사실 만을 모두 말씀드렸사옵니다.

       괘씸한지고, 네 죄를 알고 네가 있는가?

       아직도 요망한 기운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저자, 두백(杜伯)을 저잣거리 한복판으로 끌고 나가

       백성들이 쳐다보는 앞에서 참수(斬首)시켜버려라!

 

이때 옆에서 듣고 있던 하대부 좌유(左儒)가 깜짝 놀라 일어나며

주선왕(周宣王)에게 간곡히 만류하는 말을 하며 저지하려 든다.

 

       왕이시여. 상대부 두백(杜伯)은 밤낮으로

       갓난아기를 백방으로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흔적조차도 없어 찾지 못한 것이옵니다

 

       주상, 이런 일로 중벌을 내릴 수는 없사옵니다!

       왕이시여, 그렇습니다! 너무나 억울하옵니다!

 

       어느 곳에서도 갓난아기는 정말 찾을 수 없었사오며

       보았다거나 안다는 사람도 하나도 없었사옵니다.

 

       왕이시여, 신 두백(杜伯)이 다시 간청하나이다!

       예로부터 큰 홍수가 나고 산이 무너진다 해도

       함부로 신하를 죽이지 않았사온데, 어찌하여

       요망한 소문만으로 신을 죽이려 하십니까?

 

       시끄럽다! 저 두백(杜伯)과 좌유(左儒)

       서로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닌가?

 

       시끄럽게 변명해도 아무 소용없느니라!

       무얼 망설이느냐?

       어서 끌고 나가 참()하여라!

 

       왕이시여! 너무 억울하옵니다!

       한평생을 나라를 위해 싸워 왔습니다.

       어찌 이런 누명을 씌워 죽이려 하십니까?

 

       왕께서는 나를 죽여도 죄가 되지 않사오나?

       나에게 혼백이 있다면 3년 안에 반드시

       나의 억울한 누명을 말씀드릴 것입니다.

 

       끌고 가는 걸 멈추시오! 왕이시여!

       요() 임금은 9년 홍수에도 자리를 잃지 않았으며

       탕() 임금은 7년 가뭄에도 왕위를 해치지 않았나이다.

 

       두 임금께서는 이러한 천변에도 오히려 별고 없었거늘

       왕께서는 요사한 갓난아기를 왜 두려워하십니까?

 

       왕께서 두백(杜伯)을 죽이시면

       이 소문은 멀리 퍼져 나갈 것이며

       오랑캐들이 알면 왕실을 업신여길 것입니다!

 

       좌유(左儒)는 벗을 위하여 짐의 명을 거역하려는가?

       이는 벗을 귀히 여기고 짐을 가벼이 보는 것이리라!

 

       임금이 옳고 벗이 그르다면 마땅히 벗을 탓할 것이며!

       벗이 옳고 임금이 그르다면 임금의 명을 어길지라도

       마땅히 벗을 따를 것이옵니다!

 

       두백(杜伯)이 죽어야 할 죄가 아무것도 없는데

       만약 두백(杜伯)을 죽이신다면

       천하 백성이 현명한 왕이라 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신이 옳지 않은 왕명을 막지 못하다며

       천하가 신을 불충한 자라 할 것입니다.

 

       시끄럽도다!

       너희 둘은 서로 친한 친구가 아닌가?

       시끄럽게 변명해도 소용없느니라!

 

       너희는 무얼 망설이느냐?

       어서 끌고 나가 참()하여라!

 

21 . 주선왕, 악귀를 만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