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포사의 시대
제 22 화. 철없이 나라를 경영하는가.
어머니 되는 강후(姜后)가 크게 걱정하여 자주 타이르면서,
여러 가지 수단을 취하여 못된 습성을 고쳐보려 하였으나,
주유왕(周幽王)은 그냥 그때 그뿐으로, 그저 어머니 강후(姜后)의
눈을 피해 가며 예전처럼 술이나 마시고 계집질에 열중하였다.
괵석보(虢石甫) 야! 뭐 좀, 재밌는 일이 없느냐?
정말 아주 예쁜 미녀를 구해놨사오나.
강후(姜后)께서 아실까 걱정이 되옵니다.
허허, 이제 내가 왕이 되었노라!
몰래 궁으로 들여보내라.
강후(姜后)께 혼나지 않도록 하셔야 하옵니다.
허 어, 염려하지 마라!
강후(姜后)는 성실한 주선왕(周宣王)이 너무 그리워 슬퍼하면서,
아들 주유왕(周幽王)이 엉뚱하게도 정사에 몰두하지 않으면서
눈을 피해 가며 주색잡기만을 하자, 몹시 탄식하며 더 만류해도
소용이 없게 되자, 크게 걱정하다가 그만 애처롭게 죽고 말았다.
그때부터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더 난잡하게
놀았으며, 심지어 어머니 상중에도 거리낌 없이 고기를 먹으면서,
괵석보(虢石甫)가 뽑아온 어여쁜 여자들과 어울려 놀았다.
그러나 사도使徒)로 있는 정(鄭) 나라 군주
정백(鄭伯) 우(友)는 주선왕(周宣王)의 동생이면서
주유왕(周幽王)의 숙부가 되므로, 언제나 올바른
말을 하자. 주유왕(周幽王)은 몹시 싫어하며 멀리했다.
몇 해가 지나자, 윤길보(尹吉甫)와 소호(召虎)도 늙어 죽으니,
이제는 왕후가 된 신후(申后)가 혼자서 주유왕(周幽王)을 만날
때마다 만류하며 고치려 들었으며, 마침내 장인 되는 신(申)나라
신후(申侯)까지도 왕실에 올라와 간곡히 간언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주유왕(周幽王)이 요리조리 변명만 하며
끝내 말을 듣지 않게 되자, 신후(申侯)도 할 수 없이
자기의 신(申)나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마땅히 간섭하는 사람이 없게 되자, 주유왕(周幽王)은 국사를
모두 자기 마음대로 하며, 즉흥적으로 삼공(三公)을 임명하였다.
괵석보(虢石甫)와 채공(祭公)과 윤구(尹球)는
어릴 적부터 나를 잘 보필하느라 고생이 많았도다!
이제 세 사람을 삼공(三公)에 임명하노라.
왕이시여!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자, 이제 우리 어릴 때처럼 마음대로 하며,
재미나게 즐기면서 놀아보자!
태사(太史) 백양보(伯陽父)는 아첨이나 잘하고, 재물이나 챙기는
위인들이 삼공(三公)이 되는 것을 보며, 나라가 기울겠다면서
매일 중신들과 함께 탄식을 늘어놓으며 크게 걱정하게 되었다.
채공(祭公)은 뭐 재밌는 이야기 좀 해보아라.
왕이시여. 건강에 관하여 이야기하겠나이다.
남녀 간의 교접(交接)을 자주 하지 않으면,
사람의 신기(神氣)가 널리 퍼지지 못하여
음양(陰陽)의 기(氣)가 막혀버린다고 하옵니다.
기(氣)를 자주 연마하여야! 낡은 기(氣)를 토해내고,
새로운 기(氣)를 받아들여 건강에 좋다고 하옵니다.
좋은 말이로다. 더 말을 계속해보아라!
기(氣)를 연마하는 방법을 들어보소서!
주상, 옥경(玉莖)을 옥지(玉池)에 얕게 넣고,
서서히 움직여, 들고 나는 운동을 드물게 하다가,
옥지(玉池)에 물이 차오르면 깊이 밀어 넣고,
들고 나는 운동을 힘차고 절도 있게 하면서,
오래 교접(交接)하더라도, 옥경(玉莖)의 힘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지경에 이르러야!
옥지(玉池)는 몹시 기뻐하게 되며
몸 안의 병이 사라지게 된다 하오며, 또한
옥경(玉莖) 도 정력이 쇠하지 않는다고 하옵니다.
하옵고, 옥경(玉莖)이 잘 참아내어, 사정(射精)
하지 않으면서, 정액(精液)을 아낄 수만 있다면,
몸이 두루 편안해지면서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사실 수 있다고 전해오고 있사옵니다.
에 키, 어찌 사정(射精)을 안 할 수가 있단 말이냐?
주상, 방중술(房中術)이 뛰어난 여자를 만나면 되옵니다.
그래, 방중술(房中術)이 뛰어난 여자가 있겠느냐?
그런 여자를 어서 찾아보아라!
주유왕(周幽王)은 국정을 돌보지 않고 있지만, 매월 초하루와
보름날은 조례(朝禮)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법이 있었다.
왕이시여. 기산(崎山)을 관리하는 신하이옵니다.
알고 있노라. 무슨 일로 호경(鎬京)에 들어왔는가?
경수(涇水), 하수(河水), 낙수(洛水), 세 강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지진(地震)이 일어나
강과 산이 크게 흔들렸사옵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세 강은 기산(崎山)에서 발원(發源)하오며
지금까지 한 번도 지진(地震)이 일어난 바가
업 사와 크게 걱정되어 보고를 올리나이다.
어느 곳이나 지진(地震)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사소한 것까지 왜 보고 하러 올라오느냐?
조례를 마치고 나오는 태사 백양보(伯陽父)는 조숙대(趙叔帶)와
서로 기산(崎山)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크게 걱정한다.
기산(崎山)은 우리 왕업을 일으킨 곳이오.
세 강에 지진이 일어났다면, 강의 물이 마르고
산이 무너질 징조를 보이는 것이오.
나라에 변고가 생긴다면 언제쯤이겠소?
앞으로 10년은 넘지 않을 것입니다!
10년이라니 요? 그것을 어찌 아오?
운수(運數)는 10년을 주기로 돌지요.
10년 동안 선(善)이 가득 차면 복(福)이 따르고
악(惡)이 가득 차면 화(禍)가 따라오지요!
만약 나라가 망한다면 10년도 걸리지 않을 터이니,
그것이 수(數)의 끝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사물을 버리는 것은 10년을 넘기지 않습니다.
왕께서 나랏일을 돌보지 않으시고,
아첨꾼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10년 안에 변고가 일어나고 말 것이오!
나. 조숙대(趙叔帶)가 간언할 수밖에 없소이다.
그러나 간언도 아무 소용이 없을까 두렵소이다.
간언(諫言)도 잘하시어야 합니다!
아첨꾼들에게 모함받을 수 있어요?
삼공(三公)이 된 아첨꾼들은 자기들의 비위(非違)를 어느 누가
고해바칠까? 하는 두려움으로, 항상 충신들의 언행을 조사하여
수시로 일러바치도록 수하(手下)를 부리고 있었다.
신. 기산(崎山)의 관리인이, 기산(崎山)의
사태에 관하여 상소문(上疏文)를 올리나이다.
세 강이 모두 마르고, 기산(崎山)이 크게 무너져
수백의 가옥이 흙더미에 묻혀버렸으며
사람이 죽고 있는바 어찌하면 좋겠나이까?
허허, 천재지변은 어디나 일어날 수 있는 거다!
알아서 해야지 나라가 어찌하겠느냐?
신 대부 조숙대(趙叔帶) 이옵니다.
더구나 백성들의 집이 흙더미에 묻히고
그에 따라 수백 명이 죽었다니 매우 애처러운 일입니다.
마땅히 대책을 강구 하시어 보살펴 주어야 하옵니다.
어 휴, 복잡한 건 경들이 알아서 하시오!
주상, 마땅히 예산이 있어야 하옵니다?
내 참. 예산도 경들이 알아서 하시오!
주상, 나라는 반드시 산천에 의지하여 세워집니다.
강물의 근원이 또 막혔으니 산도 무너진 것입니다.
산이 무너지고 강물이 마르는 것은 망국의 징조입니다.
예전에 이수(伊水)와 낙수(洛水)가 마르자
하(夏)나라가 망했고, 황하(黃河)가 마르자
상(商) 나라가 망했습니다.
지금 주(周)나라가 하(夏), 상(商)의 말기와 같사옵니다.
조숙대(趙叔帶)는 무슨 말을 그리 심하게 하는가?
왕이시여, 신. 괵석보(虢石甫) 이옵니다.
이미 도읍을 호경(鎬京)에 옮긴지 오래되었사옵니다.
기산(崎山)은 도읍이 아니며 이제는 버려진 곳입니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 주상을 비방하고 있는바
조숙대(趙叔帶)의 의도를 자세히 살피시옵소서?
으흠, 조숙대(趙叔帶)가 못된 생각을 하고 있구나?
허허, 나라가 망하다니 될 말인가!
그렇도다. 괵석보(虢石甫)의 말이 옳도다!
저자, 대부 조숙대(趙叔帶)를 면직시켜라!
주유왕(周幽王)의 말을 듣고 나오는 조숙대(趙叔帶)는 크게
탄식하며, 더는 호경(鎬京)에 살 수 없다면서, 집안 식솔(食率)을
모두 이끌고 황하(黃河)를 건너가며, 진(晉) 나라로 떠나버렸다.
조숙대(趙叔帶)는 진(晉) 나라에 옮겨가 살게 되면서,
조씨(趙氏)의 시조가 되었으며, 그 후예로 현명하기로
이름난 조쇠(趙衰), 조돈(趙盾) 형제가 장차
진문공(晉文公)을 따라가 보필하게 되었으며
또한, 나중의 먼 훗날에 그 자손이 한(韓), 위(魏) 두 종족과
진(晉) 나라를 삼분하여 가지면서 조(趙)나라를 일으키게 된다.
이에 대한 어느 사가(史家)의 시가 있다.
忠臣避亂先歸北 (충신피란선귀북)
충신이 난을 피하여 먼저 북쪽으로 가버렸구나.
世運凌夷漸欲東 (세운능이점욕동)
세상의 운세가 쇠퇴하여 동쪽으로 옮기려는 구나.
自古老臣當愛惜 (자고노신당애석)
옛날부터 노신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거늘
仁賢一去國虛空 (인현일거국허공)
어질고 현명한 노신이 가버리니 나라가 텅 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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