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화. 상나라를 멸하는가.
그 좋던 날씨가 갑자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면서,
굵은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며 군막 안에 쳐들어오자,
군사들 모두가 초겨울 날의 추위에 떨게 되었다.
사흘 동안을 줄곧 굵은 비바람이 세차게 날리며 그치지 않자
모두가 두려움에 떨며 동요하였으므로, 맹진(孟津)에서 감히
황하(黃河)를 건널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되었다.
이거 길조(吉兆)인가? 흉조(凶兆)인가?
산의생(散宜生)은 날씨가 왜 이런지 점을 쳐보라!
주상. 신. 산의생(散宜生)이 점을 쳐보니
이 모두 흉조(凶兆)라고 나옵니다!
몹시 불길하오니, 진군(進軍)을 멈추시고
돌아가 다시 기회를 만들어야 하옵니다!
사상보(師尙父)께서는 어찌 생각하시오?
아니 됩니다. 신이 보기에는, 한때의 구름이
뭉쳐서 내리는 단순한 폭우일 뿐이옵니다.
모든 일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오니,
잠시 쉬면서 무기를 정비하면서 기다린다면,
더없는 길조(吉兆)가 될 수 있사옵니다!
주상, 신 산의생(散宜生) 이옵니다!
폭우가 너무 내려, 군막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초겨울 날씨라 춥기도 하고, 많은 군사가 병이
날 수 있사오니, 마땅히 철수시켜야 합니다!
사상보(師尙父)께서는 철수시켜야 한다고 봅니까?
이 어렵고 추운 날씨에 진군하여 이길 수가 있겠소?
신, 사상보(師尙父) 말씀드리겠나이다.
성인(聖人)은 난세(亂世)를 타고 일어나는 것이며,
성인(聖人)은 쇠퇴(衰退)한 천지간(天地間)을
뒤흔들면서, 세상을 평정하는 것이옵니다.
주상, 거북점(龜)은 거북의 등껍질을 보는 것이며,
시초점(蓍草占)은 대나무 통에 대나무 젓가락을 넣고
흔드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찌, 죽은 등껍질과 꺾은 풀로써, 막중한 일의
길흉사(吉凶事)를 판단하려 하시나이까?
주상, 점괘(占卦)가 불길하다고 하여,
대군(大軍)의 진격할 날을 또다시 미룬다면,
언제 다시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겠나이까?
지금까지 10년이나 훨씬 넘게 기다린 일이옵니다!
큰일 앞에는 불길하거나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예가 많이 있었사옵니다!
우리는 비록 적은 군사이오나, 용기가 가득하여
용맹하게 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옵니다.
이길 수 있는 계기(契機)가 와 있을 때는
오직 주상의 결단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잘 싸우는 자는 이익을 보는 때를 놓치지 않고,
이길 때를 만나면 의심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주상, 이익을 잃고 때를 놓친다면, 그것은 도리어
재앙이 되어, 우리에게 닥칠 수가 있사옵니다.
주상, 지혜로운 자는 때를 잃지 않고,
승리하는 자는 결단을 내림에 머뭇거리지 않나이다!
주상, 지금 세차게 불어오는 비바람처럼
천도(天道)는 살피기 어렵지만, 그에 비하여
사람으로서 마땅한 도리를 갖추거나,
사람의 마땅한 힘은 부리기가 쉽습니다!
천도(天道)와 귀신(鬼神)은 보고자 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며, 그 소리를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으며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천도(天道)를 따른다고 꼭 길한 것은 아니며,
천도(天道)를 어긴다고 꼭 해로운 것은 아닙니다!
마땅하고 당연한 도리를 올바로 시행한다면
점을 치지 않아도 좋은 일이 생기며,
빌지 않아도 복이 되어 돌아옵니다!
주상, 싸워서 이기는 방법은 적의 기미(幾微)를 살피고
마땅한 기회를 틈타서 빠르게 그 이익을 취하며,
신속하게 불의의 습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하오나, 사람끼리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서로의 의견이 분분하여 싸울 수가 없게 되나이다.
산의생(散宜生)이 하늘이 돕지 않으니 거사가 어렵다고 주장하자,
모두가 상(商)나라 정벌을 머뭇거리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강태공은 또 주무왕(周武王)에게 과감하게 강조하며 말하였다.
주왕(紂王)이 비간(比幹)의 간(肝)을 꺼내 죽이고,
충신인 기자(箕子)와 태사(太師) 자(疵) 등을
모두 유리옥(羑里獄)에 가두어놨으며,
미자(微子)는 멀리 달아나 버렸나이다!
더구나, 비중(費仲) 같은 간신에게 조정의
막중한 국사를 맡겼다니, 주왕(紂王) 곁에는
올바른 충신이 하나도 없는 지경입니다!
주왕(紂王)은 간신들에 둘러싸여 올바른 판단을
못하게 되므로, 대세를 그르치게 되어있습니다.
이는 망할 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반드시 상(商) 나라를 정벌해야 합니다.
주공, 신 산의생(散宜生) 이옵니다.
다 좋사오나 벼락을 동반한 바람과 폭풍우가
계속 몰아치며 끝이질 않습니다.
이 악천후에 어찌 이 넓은 황하를 건널 수 있으리오?
과감히 진군하다가 많은 군사를 잃을 수 있사옵니다!
이렇게 한동안 열띤 격론을 펴고 있을 때, 강태공을 돕는 듯이
갑자기 풍백(風伯)과 우사(雨師)와 운사(雲師)가 나타났으며,
비바람이 잦아들면서, 먹구름이 떠나고 날씨가 맑아지며, 점차
햇빛이 들자, 주무왕(周武王)과 주군(周軍)은 새롭게 결심을
다잡으며, 맹진(孟津)에서 무사이 황하(黃河)를 건널 수 있었다.
이제야! 하늘도 우리를 돕는구나!
미리 통지하여둔 제후(諸侯)에게 연락하여
이곳에 모두 모이도록 어서 불러라!
연락을 받은 강족(羌族)과 무족(髳族) 뿐만 아니라, 주변의 제후들이
모여들면서, 제후군의 수가 800명이나 더 불어나자, 이에 힘을 얻은
주무왕(周武王)은 큰소리로 연설하기 시작한다.
하늘의 천재께서도 우리를 돕고 있소이다!
하늘도 우리와 뜻을 같이하니 이길 수 있소이다!
주왕(纣王)은 요부(妖婦) 달기(妲己)의 말만 듣고
조상에 대한 제사마저 지내지 않고 있소이다.
주왕(纣王)은 충신들을 배척하고, 간신과 범죄자를
요직에 쓰면서,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소!
관리들은 모두 도적이 되어 백성을 굶주리게 하니,
그 사악함이 하늘을 덮어 망국의 때가 온 것이오!
이제 상(商)나라 주왕(紂王)의 죄가 너무 무거워
우리가 징벌을 아니 할 수 없소이다.
나는 태서(太誓)를 지어, 여러분에게 선언하노니
하늘을 대신하여 천형(天刑)을 대행할 것이오.
자,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쳐 상(商) 나라를 멸합시다!
자, 우리 다 같이 상(商)나라와 힘차게 싸워봅시다!
태서(太誓)는 주무왕(周武王)이 제후들을 모아놓고, 상(商)나라를
정벌하기에 앞서, 맹서(盟誓)한 맹세문으로, 그때 세 편이나?
있었다고 하나, 지금까지 전해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왕이시여, 큰일이 났사옵니다!
무슨 일이기에 이리 호들갑을 떠느냐?
주무왕이 주군(周軍)을 이끌고 쳐들어오고 있사옵니다.
뭣이라고, 주군(周軍)이 쳐들어온다고 하였느냐?
주문왕(周文王), 그 배은망덕(背恩忘德) 한 놈!
그렇게 아첨(阿諂)을 잘 떨던 그놈이 죽었다고
그 아들놈이 하루아침에 배신하고 마는구나!
그래, 군사의 수효가 얼마나 된다더냐?
대략 삼사만 명이나 된다고 하옵니다.
뭣이, 그 정도로 쳐들어온다고?
하 아. 가소롭구나!
나에게 20만 대군이 있도다!
제까짓 놈들이 나를 친다고? 모든 성읍(城邑)에
파발을 보내, 다시는 덤벼들지 못하도록
주군(周軍)을 아예 깡그리 섬멸시키라고 하여라!
제 11 화. 상나라가 괴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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